이재명 '부산대병원 패싱' 논란에 의료계 시끌… 지방의료 붕괴 현주소
권역외상센터 부산대병원 패싱 후 서울대병원 이송
응급헬기로 원하는 병원 전원 조치 두고 후폭풍
지방 공공의대 신설 무용론 입증된 셈
▲ 이재명 대표가 피습사건 후 이송된 서울대병원 현장, ⓒ서성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사건 후 병원 이송 및 의료대응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고 이는 붕괴된 지방의료의 현주소를 드러내는 문제로 확장됐다.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병원 내 수술이 가능한 의료진이 있었음에도 가족의 요청에 의해 헬기를 띄워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한 것을 두고 의료계는 날이 선 반응이다. 일반 국민이라면 불가능한 응급의료 체계를 역행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3일 다수의 의료진들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가 지난 2일 피습으로 인해 발생한 내경정맥(목속정맥) 손상을 입은 것은 응급환자로 분류되는 것이 맞다. 외경정맥(바깥목정맥)과 달리 출혈이 심하면 경동맥을 막을 수 있기에 신속한 대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권역외상센터를 바로 들어간다면 가장 효율적인 응급의료 절차를 밟는 것이다. 이 대표는 최적의 루트로 움직였다. 부산대병원은 A등급의 기관으로 내경정맥 손상 환자보다 더 중증의 환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부산대병원에서 처치 후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시 부산대병원 의료진은 응급수술을 권했으나 가족과 민주당의 요청에 의해 전원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응급 헬기를 띄웠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적절했는지 여부다. 만약 생사를 오가는 상황이었다면 부산대병원에서도 전원을 허락하지 않았어야 했다. 전원이 결정됐다는 것은 비응급일 개연성이 높은데 이때 헬기로 이송할 정도가 됐는지가 논란의 대목이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응급헬기는 사지 절단 등 중증외상환자나 심뇌혈관질환자, 분만징후가 있는 산모 등 응급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이용할 수 있다. 환자의 상태와 기상 상황 등 여러 기준을 고려해 가동이 결정된다.
의정부백병원 양성관 가정의학과 과장은 SNS를 통해 "국내 최고의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병원를 놔두고 권역외상센터조차 없는 서울대병원를 가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그는 "지방의료를 살려야 한다고 떠들던 정치인도 서울대병원으로, 그것도 헬기를 타고 갔다. 앞으로는 말로만 지방과 지방의료를 살리겠다가 아니라 직접 몸으로 지방과 지방의료를 살려주기를 바란다"고 일갈했다.
그간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격차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각 지역에 공공의대 신설을 핵심과제로 설정했고 10년 동안 신규로 배출된 의사를 지역에 근무하게 하는 지역의사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의 부산대병원 패싱은 기존의 정책적 노선과 정반대의 노선으로 읽혀 의료계 내부서 쓴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의료계 반대에도 강행 입법한 내용과 달리 이율배반적 혜택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여한솔 속초의료원 응급의학과장은 "이 대표 피습은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근본적인 특혜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 과장은 "근거리에 수용이 가능한 병원 이송이 아닌 권역외상센터갔는데 여기까지는 응급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지만 구급 헬기 이용은 왜 했는지 의문"이라며 "일반인도 이렇게 '서울대 가자'면 119에서 헬기 태워주나"라고 꼬집었다.
결국 이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것은 지방의료의 붕괴를 드러내는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국내 의료전달체계에서 상급종합병원 쏠림, 특히 빅5 병원에 집중된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고질적 문제인데 이를 바꾸겠다던 유력 정치인과 정당도 이 맥락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했다.
의료진 판단보다 가족의 요청의 의해, 그것도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을 원했고 시행된 것은 지역의료를 육성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현실임을 방증하는 것이다.
박근빈 보건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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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서울대병원
전원에 부산 의사들 반발… "지역의료계 무시한 민주당 규탄“
부산시의사회 "지역의료계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 짓밟아 규탄" 성명
"이 대표 서울대병원 이송 부적절… 지역 의료인들에게 사과해야"
서울대병원 "전원 요청받아 이송" vs 부산대병원 "전원 요청한 적 없어"
▲ 부산 방문 중 괴한에게 피습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노들섬 헬기착륙장에 도착해 응급차로 긴급 수송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에서 흉기 습격을 받은 뒤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한 것을 두고 지역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시의사회는 4일 성명을 내고 "지역의료계를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아 버린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환자 상태가 아주 위중했다면 당연히 지역 상급종합병원인 부산대병원에서 수술받아야 했고, 그렇지 않았다면 헬기가 아닌 일반 운송편으로 연고지 종합병원으로 전원 해야 했다"면서 "이것이 국가 외상 응급의료 체계이며, 전 국민이 준수해야 할 의료전달체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청래 최고위원은 '잘하는 병원에서 해야 할 것 같다'고 하며 의료기관을 서열화하고 지방과 수도권을 갈라치기 했다"며 "이러고도 민주당이 지방 의료 붕괴와 필수 의료 부족을 논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또 부산시의사회는 이 대표가 부산에서 서울로 옮길 때 소방헬기를 이용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들은 "심각한 응급상황이 아니었음에도 119 헬기를 전용했다는 것은 그 시간대에 헬기 이송이 꼭 필요한 환자들의 사용 기회를 강탈한 것"이라며 "과연 대한민국 그 누가 자신이 원한다고 지역에서 119 헬기를 타고 자신들이 원하는 상급종합병원으로 갈 수 있는지 모르겠다.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은 자신들의 위선적인 태도에 대해 지역 시민과 의료인들에게 즉각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포퓰리즘에 입각한 '지역 의사제'와 ‘지방 공공의대 설립'안은 자진 폐기하고 안정적인 의료시스템 구축을 위해 의료계와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부산시당도 이날 '더불어민주당에 부산과 지역 의료에 대한 신뢰를 당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부산시당은 "부산대병원은 보건복지부 권역외상센터 평가에서 4년 연속 A등급을 받은 곳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한국형 외상센터"라면서 "이러한 의료기관을 뒤로한 채 굳이 구급 헬기를 통해 서울대병원으로 재이송한 것은 지역 의료 위기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를 심화시키지는 않을까 우려가 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서울대병원은 부산대병원의 전원 요청을 받아 협의를 거쳐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산대병원은 전원을 요청한 적이 없으며, 가족과 민주당 측 요청에 따라 전원하게 됐다고 밝혀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진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