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7시반에 부산바다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차를 타고 벡스코를 향해 출발하였다.
도시고속도로를 타고 벡스코로 달려갔더니 벡스코 입구에서 참가자들의 차량들이 한꺼번에 몰려
줄을 서서 한참동안이나 기다려야 했다.
지하주차장에 차를 파킹시킨 후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행사장인 벡스코 주차장으로 나갔다. 8시반까지
집합으로 아직 시간이 남았으나 광장에는 많은 참가자들로 붐비기 시작하였다.
어떤 이는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있고 어떤 이들은 가볍게 달리고 있었다.
당초 행사장은 올림픽광장이었으나 앞서 있었던 행사에서 업자들이 적자를 보았다며 장사하던 장소를 비켜주지 않아 부득이 행사장소가 변경되었다고 한다. 억지가 통하는 나라, 경찰이 제대로 질서를 바로 잡지 못하는 나라 이런 곳이 미개한 나라외에 세상에 또 있을까?
행사장에서 조금 떨어진 올림픽광장에 마련된 동호인부스에 가서 칩을 두개 받아왔다. 집사람은 10km, 마담은 하프코스였다. 번호표를 가슴팍에 달고 행사장으로 가서 무대에서 진행하는 준비운동을 따라하였다.
사회자는 그전에 마고행사진행에 한번 불려왔던 한병창씨 였다.
9시경 개회식이 시작되었다. 설교육감의 개회선언이 있었고 부산일보 사장의 인사 그외 내빈소개와 행사협찬기업들의 소개가 있었다.
9시가 조금 지나자 5 km, 10 km 참가자들은 플랭카드를 앞세운 안내자들을 따라 먼저 출발지점으로 이동하였다. 설교육감도 10km에 참가하여 달리기로 하였다.
9시 15분경 마지막으로 하프코스 참가자들이 출발선으로 이동하였다.(계속)
벡스코와 시립미술관 사이의 넓은 도로에 설치된 아치가 출발선과 결승점이었다. 하프는 9시반, 그리고 5km,10km 참가자는 9시 40분에 출발키로 되어 있었다.
9시29분이 지나자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일제히 10, 9, 8...2, 1 드디어 펑!하는 소리와 함께 오색의 불꽃이 푸른 가을 하늘 높이 치솟았다. 동시에 출발선에서 대기하던 참가자들은 총알같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마담은 중간쯤에 서 있었는데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었기 때문에 바로 뛰어 나갈 수가 없어 천천히 차례를 기다려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출발선 통과시 고개를 돌려 아치아래에 매달린 디지털시계를 보니 9시31분02초였다. 곧바로 수영4거리를 지나 해운대 동백섬으로 향하였다. 왕복8차선인 넓은 도로에 오른쪽 1~4차선에는 울긋불긋한 유니폼을 입은 마라토너들로 물결치고 있었다.
조선비치호텔 옆으로 뛰어 올라가니 선두는 이미 동백섬을 한바퀴돌아 나오고 있었다.
오르막이라 보폭을 줄여 힘들게 뛰어 올라가 고개에 올라서니 멀리 동해의 푸른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등대와 누리마루 그리고 하얗게 밀려오는 파도가 마치 한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아펙회담시 길을 잘 정비하여 길바닥이 마치 양탄자를 깔아 놓은듯이 쿠션이 느껴졌다.
동백섬을 한바퀴돌아 다시 고층아파트가 밀집된 곳을 통과하여 수영강으로 향해 뛰다가 방향을 틀어 고가도로 밑으로 다시 수영4거리로 달려 이번에는 장산터널쪽으로 향하였다. 송정으로 빠지는 도로를 타고 오르다가 해운대 신시가지 조금 앞에서 유턴하여 돌아나왔다. 도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산사에서는 스님의 독경소리와 목탁 두드리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광안대교와 송정으로 향하는 도로엔 오늘행사관계로 차량이 전면 통제되고 있었다.
내리막길을 한참 달려 내려오니 하프보다 10분 늦게 출발한 10km 참가자들중에서 선두그룹이 우리가 지나온 길로 뛰어 오고 있었다. 광안대교 수영톨게이트를 지나 광안대교를 쳐다보면서 앞으로 뛰었다. 얼마 안가 급수대가 있어 타는 목을 적셔야 했다.
발아래 보이는 수영요트 계류장과 고층 아파트군을 보니 내가 마치 외국의 어느 도시에 나온 느낌이었다.
저 눈앞에 보이는 현수교를 보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금문교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배를 타고 오클랜드로 들어갈 때나 샌프란시스코항에 들어갈 때 보면 배의 마스트에 다리가 걸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나 가까이 가서 보면 다리가 훨신 높았다. 그런데 싱가폴에선 터그보트(예인선)가 석유시추선을 토잉하다가 센토사 섬으로 가는 케이블카 의 케이블을 파손시키는 바람에 타고 있던 케이블카가 바다로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다.
동명정보대 앞의 반환점을 향해 갈 때는 광안대교 상판으로 뛰어갔다. 우측편으로 푸른바다위에 하얀 배 한척이 두둥실 떠 있고 저멀리 비치에서는 모래사장이 황금빛으로 치장을 하고 있었다. 광안리헤수욕장, 남천동 아파트 군이 잘 어우러져 보였다. 이번 행사도 부산의 아름다운 바다를 홍보하기 위한 속내도 들어 있는 것 같다. 한참 뛰다가 보니 젊은 참가자들이 앞서 나가기 시작하였다. 아무렴 젊은이들이 앞장서야 할게 아닌가. 이제 우리는 뒤로 물러나서 자리를 양보하고 자문에 응할 나이가 됐지 않은가. 나이들어 욕심을 부리면 추하게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용호동으로 빠지는 출구앞에 급수대와 바나나 초코파이를 제공하고 있었다. 먼저 마시고 버린 이온음료가 길바닥에 엎지러져 신발바닥이 쩍쩍 올라붙었다. 기분이 묘하게 느껴졌다. 아마 설탕 때문인 것 같았다.
출구에서 빠져 나가 다시 육교 오르막을 기어 올랐다. 숨이 가빠져 왔다. 그래도 동명대 앞의 반환점은 쉽게 눈에 보이지 않았다. 지난 봄에는 신발이 나빠 고생을 했는데 이번에는 새 신발을 구입했더니 발에는 이상이 없었다. 한참 달려가니 반환점을 돌아 나오는 선수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이 한없이 부러웠다.
이윽고 반환점을 돌았다. 이제부터는 한걸음 한걸음이 결승점을 향하고 있다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뿌듯해져 왔다. 다시 왔던 광안대교 램프를 오르니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옆에서 뛰고 있던 여자 한명이 "이 맛에 마라톤을 한다'면서 한마디를 뱉었다. 동감이었다.
왔던 상층 아래 하층도로로 계속 뛰었다. 2시 15분 페이스메이카들이 앞으로치고 나갔다. 당초예상으로는 2시간내로 들어가는 것이었으나 추석이후 제대로 연습을 하지 못한데다가 어제저녁에는 동료교수가 맥주 한잔 하자는 바람에 끌려나가 억지로 두어잔을 마셨더니 당장 표시가 나는 것 같았다. 어휴 이러다간 2ㅣ시간 반에도 들어가기 힘들겠다는 생각에 미치자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각오가 다시 되었다. 18km지점에서 걷는 자들이 속출하였다. 호흡을 가다듬은 후 다시 힘을 내어 속도를 조금씩 내기 시작하였다. 해운대로 빠지는 톨게이트에선 여자 요금징수원들이 나와서 열렬히 응원을 보내주고 있었다. 출구로 빠지는 내리막길에선 저절로 발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결승점을 앞에 두고서는 젖 먹던 힘까지 냈다. 골인하면서 시계를 보니 12시 26분이었다. 하프코스에서 2시간 20분대로 주파하기는 처음이었다. 너무 얕본 탓이기도 하고 연습을 게을리 한 탓도 있었다. 하지만 완주한 것에 만족해야지. 어차피 마라톤이란 자기와의 싸움 아닌가?
칩을 반납하고 기념메달과 먹거리를 한봉지 받아들고 지하주차장으로 향하였다. 차 안에서 젖은 내의만 겨우 바꿔입고 급히 차를 끌고 마고 체육대회가 열리고 있는 사직운동장으로 향하였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동래역 부근에서 차가 많이 밀렸다. 사직구장에 도착하니 1시였다.
차를 주차장에 파킹해 놓고 우리기수의 부스가 있는 곳으로 찾아갔더니 반가운 얼굴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반갑게 악수를 나눈 후 우선 허기진 배를 채워야 했다. 문회장님과 서총무가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지만
흰 살바과 시락국을 남겨 놓았었다. 시락국에 밥을 한 숟갈 퍼 넣고 말아 먹으니 천하일미였다.
우리기수는 오전에 족구시합을 36회와 하였으나 분패하고 말았다고 한다. 내년에는 족구도 마지막이라니
이제 우리기수도 원로에 들어가는 모양이다. 축구팀에서 밀려난지 몇년 안된 것 같은데 벌써 족구까지 밀려 나다니... 마음은 아직도 학창시절과 같은 청년인데 말일세.
조금 있으니 홀짝 기수 대결 릴레이 경주가 있었다. 우리기수에선 이상목친구와 박종노부회장이 대표로 나갔다. 각주자들은 400m 트랙 1/4바퀴 100m 를 달리는데 모두 다 옛날 같지 않은 모양이었다. 오버 페이스로 넘어지는 선수가 두어명이나 나왔다. 결과는 홀수기수 승리였다. 경품추첨에선 박영기친구와 이무원 친구에게 행운이 돌아갔다.
한편 한쪽에선 친구몇명이 둘러 앉아 서양화 그림전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2시쯤 되니 오전에는 그렇게 날씨가 좋더니 하늘엔 먹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하여 빗방울이 떨어졌다. 무대에선 노래자랑 순서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파장 분위기가 역력했다. 우리도 부스를 서서히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바쁜 친구들은 하나 둘 먼저 간다며 인사를 하고 빠져 나갔다.
오랫만에 만났는데 그냥 헤어지기 섭섭하다고 노창환 수석부회장님이 우리 동기들을 위해 2차를 한벙 쏘시겠다고 하는 것을 다른 일때문에 함께 가지 못하고 먼저 일어서게 되어 미안했다.
창원에 있는 박한억친구도 와서 반가웠다. 마산회장단이 참석하려고 하는 것을 일기예보에서 비가 온다고 하여 괜히 불편만 준다고 오지 말라고 했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