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의 마지막 인터뷰
오해수 지음
쪽수: 352쪽
판형: 152*225
ISBN: 979-11-6861-162-7 03670
가격: 25,000원
발행일: 2023년 7월 31일
분류: 서양음악(클래식)
책 소개
바그너의 음악이 연주되는 한 그는 살아 있다
21세기 바그네리안과 나눈 바그너 말년의 가상인터뷰
그는 19세기의 음악에 가치 있고 영속적인 공헌을 끼친 진정한 예술가이자 시인으로 간주될 것이며, 그의 가르침과 예시가 무엇이든 미래의 음악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_<런던 매일 뉴스> 1883년 2월 14일 바그너의 부고 기사에서
고인이 된 지 140년이 되었으나 자신의 음악으로 영생을 누리고 있는 바그너. 그와 나눈 인터뷰가 현재에도 의미 있는 이유는 뭘까?
『바그너의 마지막 인터뷰』는 1882년 9월 12일 오전 10시에 이루어진 바그너와 저자의 가상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위대한 오페라 작곡가이자 종합예술가인 바그너를 만나러 지금 떠나보자.
1부 ‘바그너와 함께 대화를’은 크게 바그너의 생애와 성품, 바그너의 오페라에 관한 문답으로 구성되어 있다. 바그너의 동물 사랑, 과소비, 지인 등과 더불어 반유대주의에 대한 논란을 얘기하고 바그너의 초기 오페라를 비롯한 그의 모든 작품(13개)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걸작으로 손꼽히는 중기 이후의 오페라는 물론 현재는 거의 상연되지 않는 초기 오페라도 주목하여 그의 음악 세계의 시초를 밝힌다. 인터뷰어인 저자는 바그네리안인 만큼 바그너에게서 능숙하게 대화를 이끌어낸다. 질문에 답하는 바그너는 능변가였던 만큼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능청스러움으로 자신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정하며 인간적 단점이 많았음에도 주변에 사람이 끊이질 않았던 이유를 보여준다.
2부 “코지마 바그너와 그 자손들”에서는 1부 인터뷰 이후의 바그너를 다룬다. 바그너가 반유대주의의 오명을 뒤집어쓰고 나치스의 선전도구로 이용된 것은 모두 그의 사후에 일어난 일이다. 저자는 바그너의 아내 코지마와 바그너의 자손들을 통해 바그너 가문의 반유대주의 행적을 설명하고 더불어 현재도 성황리에 개최되는 바이로이트 축제의 역사를 보여준다.
3부 “바그너의 영향력”은 종합예술가로서 바그너가 예술계에 끼친 영향력을 음악, 영화, 회화, 문학별로 훑었다.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는 트리스탄 화음에 영감을 받아 교향곡의 아다지오를 작곡했으며 클로드 드뷔시는 바그너의 영향을 받아 《펠리아스와 멜리장드》를 만들었다. 바그너가 구상한 인물의 성격과 사건을 암시하는 유도동기는 영화음악에도 적용되었다. 영화 <반지의 제왕>으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은 하워드 쇼어는 <반지의 제왕> 음악은 바그너의 유도동기를 염두에 둔 것이라 밝혔다. 또한 바그너 음악의 시각 효과는 모네, 고갱, 세잔느, 클림트, 칸딘스키 등 많은 화가에게 영감을 주었다. 빈센트 반 고흐는 “나는 진작부터 색채와 바그너 음악의 사이에 관계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기에 음악을 배우려는 시도를 해보았지”라고 말했다. 한편 바그너 음악의 분위기, 사랑과 구원의 주제 등은 문학가들을 자극시켰다. 오스카 와일드, T. S. 엘리엇, 조지프 콘래드, 토마스 만, 버지니아 울프, J. R. R. 톨킨 등이 바그너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바그너의 족쇄, 반유대주의
이제 루머와 악명으로 둘러싸인 바그너의 다른 면을 살펴볼 차례이다. 바그너의 음악적 업적을 부정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바그너의 음악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그를 둘러싼 반유대주의 논란 때문이다. 바그너는 반유대주의를 주장하는 에세이 『음악에서의 유대주의』를 썼으며 그의 음악은 사후, 히틀러에 의해 나치즘 선전에 사용됐다. 바그너는 정말 반유대주의자일까? 인터뷰어인 저자는 『음악에서의 유대주의』를 비판하며 반유대주의 사상의 진위를 묻는다. 이에 대해 바그너는 양부로 알려진 유대인 루드비히 가이어가 자신의 친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므로 자신은 반유대주의자가 될 수 없으며 자신은 그저 기회주의자일 뿐이라 답한다.
바그너는 이외에도 여성 편력, 채무불이행 등의 논란이 있다. 인터뷰어는 그의 행적을 물으며 과오를 비판하는 한편 루머의 실체를 밝힌다. 그의 모든 잘못을 옹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람은 선한 면과 악한 면을 모두 가지고 있어 한 면만 보고 평가할 수는 없다. 바그너 역시 마찬가지이다. ‘여러 형체로 얼굴을 바꾸는 악마’ 바그너. 악명에 가려진 그의 진짜 모습을 만나보자.
바그너의 광활한 음악세계로
바그너의 오페라는 열세 편으로 많지 않으나 모두 높은 완성도와 무게감 있는 예술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바그너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통적 형식에서 탈피하여 드라마, 교향악, 무대장치가 함께 어우러지는 종합예술, 뮤직드라마(악극)를 창조하였다. 악극의 실마리를 보인 작품은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이다. 바그너 음악의 시금석이라고도 평가받는 이 작품은 사랑을 위한 희생과 사랑을 통한 구원의 주제를 처음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탄호이저》는 오페라에서 뮤직드라마(악극)로 나아가는 음악적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며 성악이 관현악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연결하는 이행기법을 처음 시도한 곡이다. 《로엔그린》은 뮤직드라마 전 단계의 오페라로 잘 구성된 유도동기가 가사를 모르고, 무대를 보지 않아도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바그너는 네 편의 뮤직드라마를 작곡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뮤직드라마에 속하는 첫 작품이자 바그너의 오페라 중 최고작으로 꼽힌다. 여기에서 바그너는 자신이 고안한 무한선율(단락감이 없는 가창선율)을 통해 복잡한 사건을 단일하게 압축하고, 간단한 사건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거》는 중세 노래 경연을 C장조로 풀어내어 환희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니벨룽의 반지》는 이른바 반지 4부작으로 불린다. 바그너는 장대한 음의 파노라마로 극을 이끄는 동시에 거대한 연출 규모를 보여주어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바그너의 마지막 작품 《파르지팔》은 기독교와 불교 등의 종교적 요소를 띠고 있으며 그의 오페라 중 가장 다층적인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3편의 초기작은 앞서 말한 중기 이후의 작품에 비해 저평가되어 현재 거의 연주되지 않으나 짜임새 있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바그너는 《요정》에서 독일의 민족적 낭만주의 양식을, 《연애금지》에서 선율과 성악에 치중한 이탈리아 양식을, 《리엔치》에서 프랑스의 그랜드 양식을 시도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기의 역작을 작곡했으며 악극으로 불리는 후기의 대작들을 창작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바그너의 전 작품을 다룸으로써 바그너의 음악과 그의 삶을 통시적으로 만날 수 있게 했다. 인터뷰어는 오페라의 배경이 된 신화와 설화를 통해 오페라의 서사를 이야기 들려주듯 설명한다. 또한 바그너가 확립한 무한선율과 유도동기가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고 어떠한 느낌을 주는지를 상세히 묘사하여 그의 음악을 눈으로 들을 수 있게 했다.
그는 처음부터 네 개의 음이 함께 울리면서 끝 모를 듯 팽팽하게 이어지는 트리스탄 화음과 해결을 무한정으로 미루는 불협화음을 사용하여 이른바 무한선율을 시도했다. 이로써 사랑과 죽음의 음악적 동기를 나란히 전개하기도 하고 대립시키기도 하면서 음악이 드라마가 되고, 드라마가 음악이 되는 종합예술을 만들었다.
_「바그너의 오페라에 관하여」 중에서
바그너는 후대의 음악, 영화, 회화, 문학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은 바그너 음악뿐만 아니라 현대 예술의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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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15-16
그에게는 별칭이 많았다. 사람들은 그를 다방면의 능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괴물 같은 천재’로 불렀고, 천년 만에 등장할 수 있는 천재란 뜻에서 ‘천년의 인간’으로 불렀다. 또 해마다 축제를 열어 바이로이트 극장을 관객들로 붐비게 한다는 점에서 ‘바이로이트의 피리 부는 사람’‧‘바이로이트의 돈 먹는 괴수’‧‘백만금의 인간’‧‘희대의 슈퍼스타’로 불렀으며, 그 같은 인물을 다시 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거성들의 마지막 주자’로도 불렀다. 이처럼 그의 천재성은 찬탄의 대상이 되었고, 그의 음악은 찬사를 받았다.
p59
선생님께서는 어릴 때 악몽을 자주 꾸셨다는데, 저는 상상력이 뛰어난 결과로 보고 싶군요. 나쁜 꿈을 자주 꾸면 좋은 꿈도 자주 꾼다는 말이 있습니다. 모두 양면이 있다고 봅니다.
“나에게 꿈은 영감의 한 원천입니다. 한 예로 『라인의 황금Das Rheingold』에서 전주곡은 낮잠을 자면서 꾼 꿈을 통해 얻은 선율입니다.”
p87
바그너는 《음악에서의 유대주의Das Judentum in der Musik》를 발표한 반유대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실제 아버지로 간주되는 가이어는 독일계 유대인이었으며, 그 또한 유대인들과 친교를 맺어왔다. 그래서 바그너는 겉은 반유대주의자였으나 속은 친유대주의자였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다면 그는 왜 반유대주의자로 행세했을까.
p211
“반지 4부작처럼 규모가 큰 악극을 관객에게 이해시키려면 음악과 극이 한 치의 어긋남이 없어야 합니다. 유도동기는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이음매 역할을 하지요. 눈으로 보는 극을 음악으로 청각화한다는 아이디어인데요. 그것도 눈을 사로잡는 사건이나 인물에 귀를 잡아끄는 음악을 입힌다면 관객을 몰입시킬 수 있습니다.”
p291
바그너의 음악은…알프레드 히치콕이 〈현기증Vertigo〉(1958)에 삽입한 ‘마들렌느의 주제’에서 들을 수 있다. 이 선율은 버나드 허먼이 극적인 효과를 노리기 위해 트리스탄 화음에 따라 지은 것으로 극중 주인공이 상대 여성에게 집착하는 심리를 잘 묘사한다. 히치콕 감독은 그 전에 〈살인Murder!〉(1930)의 배경음악으로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전주곡을 사용한 적이 있었다.
저자 소개
오해수
공직생활을 마친 뒤 고전음악에 관한 글을 써왔다. 저서에 고전음악 에세이 『신의 소리를 훔친 거장 1, 2』, 『혼을 깨우는 음악』과 푸치니의 삶과 음악을 소설로 엮은 『노래극의 연금술사』, 바그너의 객관적 모습을 그린 『인간 바그너』 등이 있으며 『니벨룽의 반지』(안인희 옮김) 총 해설 부분을 집필했다.
목차
머리말
1. 바그너와 함께 대화를
리하르트 바그너라는 인간
활기 넘치는 풍모와 거침없는 입담
어린 시절의 기억과 가족
동물 사랑과 건강에 관하여
환상과 망상
별난 성품과 과소비 버릇
정치적 견해에 관하여
반유대주의에 관하여
여성은 내 인생의 음악
지인들에 관하여
바그너 오페라에 관하여
오페라는 내 음악의 보고
초기의 오페라
세 편의 로맨틱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탄호이저』
『로엔그린』
뮤직드라마
『트리스탄과 이졸데』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거』
『니벨룽의 반지』
『파르지팔』
2. 코지마 바그너와 그 자손들
바이로이트 극장의 여제
코지마의 딸들
코지마의 아들
지그프리트의 자손들
3. 바그너의 영향력
바그너와 바그네리안
음악에서의 바그너 수용
영화에서의 바그너 수용
회화에서의 바그너 수용
문학에서의 바그너 수용
부록 1. 헌시 <바이로이트의 마법사>
부록 2. 리하르트 바그너 연보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