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정 사진전 ‘Moving memories - 움직이는 기억’ 2007년 3월 20일 ~ 3월 26일 Gallery with whi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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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기억Moving Memories
그래서 이 세계가 나의 지각에 나타나지 않을 때일지라도 나는 자연적으로 세계가 실재적이고 지속적인 어떤 것, 그 존재를 계속 유지하는 어떤 것이라고 간주하게 된다.
흄 David Hume, 인간 본성에 관한 논고(Treatise of Human Nature)
사진은 기억을 담기 위해서 태어났다. 특히 과거를 재현하고 상기시키는 데 적합한 매체다. 그러나 사진이 찍는 사람의의도에 따라 그다지 믿을만하지 못하다는 것은 이미 익히 알려진 바다. (물론 사진이 가진 그러한 조작성이 예술로서 매력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진을 찍으면서 기억과의 시간 놀이를즐긴다. 전소정 역시 사진을 가지고 어떤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애쓴다. 미묘한 정서를 환기시키는 어떤 공간, 중요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어떤 오브제, 의미 있는 순간을 만들었던 어떤 몸짓. 결국에는 사소한 일상과 결정적인 순간들이 양파껍질처럼 쌓여서 만드는 단단한 인생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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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소정의 사진은 보는 이로 하여금 표면의 디테일에 빠져들게 만든다. 언뜻 보아서는 잘 알아볼 수 없는 사진 속 검은 배경에 무언가가 슬쩍 나타났다 가라앉아 버렸다. 잠시 움직여간 실체를 잡기 위해 시선은 사진의 표면에서 내부로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그의 사진에서는 마치 무언가가 인화지를 스치고 지나간 것 같은 느낌을받는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전 속력으로, 존재감만 부여하고 사라졌다. 그러나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간 이미지들은 이상하게도 부동의 실체로 남아있다. 사진 속의 실체는 영속적인 느낌, 움직일 수도 변할 수도 없는 무게감, 존재감으로 사진 속에 존재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진의 대상이 되는 것들을 잘 알아보기는 힘들다. 오브제나 풍경의 일부분 같기도 하고 때로는움직임 자체 같기도 하다. 잠시 흔적만을 남긴 듯 한 형태에는 갖가지 색의 선들이 밀집되어 있다.
특히 형태의 아우트라인을 이루는 부분에는 빛의 스펙트럼을 연상하게 하는 세밀한 선들이 미세하지만 현란한 색을띄고 있어서, 아직 그 움직임이 끝나지 않은 듯한 떨림을 남긴다. 이 미세한 선들은 대상이 움직이고 있는 듯한 혹은 움직이는 가운데 카메라에 의해 포착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뒷받침해 준다. 정작 이 미세한 선들로 이루어 내는 형태가 우리에게 역설하는 것은 움직임이다. 작가는 존재와 움직임과 동의어로 생각한다. 존재한다는 것은 움직임 혹은 운동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그 움직임 때문에 존재 간의 만남이 가능하다. 실체가 나름의 속력과 움직임을 가지고 만남을 일으킨 것이다.
섬세함과 속도감을 동시에 갖춘 전소정의 사진이 보는사람들에게 불러일으키는 것은 한 가지로 정의 내릴 수 없는 ‘각자의 세계’일 것이다. 각자의 삶 속에 새겨진어느 한 겹의 순간, 그리고 그 순간이 세계와 얽혀진 거대한 기억들이 단편적이지만 깊이 있는 만남을다루는 작가의 사진 속에 담겨있다. 전소정은 이런 실험을 통해서 기억과 소통하는 수단을 넓혀가고 있다.
이수영(미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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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위 적으로 파편처럼 튀어 오르는 삶의 소소한 사건들은 실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비록 겉보기에 서로 개연성이 없는 짧은 순간들의 연속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은 은밀한 내부를 웅크리고 정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거대한 코끼리와도 같이 느껴지곤 한다. 부분을 두들겨 전체를 추측해 볼 뿐이겠지만 때때로 음흉한 그것은 순간을 통해 자신의 정체를 살며시 내 비치기도 하는 것이다. 이 모든 사건들은, 사소한 일렁임은 나를 통과하여 지나간다. 그것들은 얇은 레이어가 되어 내안에 차곡히 쌓여 나를 만들어간다. 그 찰나와 같았던 순간들은 기록되어지지도 어떠한 형태의 흔적으로도 남아있지 않지만 일정한 형태의 움직임을 가지고 기억 속에 저장되어지곤 한다. 스스로 에너지를 가지고 있던 사물이나 사람들이 움직임을 가지고 나에게 전해져 일종의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러한 기억 속에 내재된 지극히 개인적 감정들을 불러내와 이미지로 재구성 해보는 것이 이번 작업이었다.
개인 작업실을 처음 얻었을 때의 감정 이라 던지 여행 중에 만난 이집트 소년의 눈빛에서 받았던 인상, 함께 작업을 하던 친구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느낌, 지금은 곁에 없는 친구에게서 받은 화분에서 느껴지는 감정 등이 삶의 수많은 레이어 가운데 결정적 한 순간이 되어 삶을 이끄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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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 사진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정확하게 내가 떠올리는 이미지나 사건을 동일하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때로는 빠르게 지나가는 색 면의 덩어리로, 때로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뭉뚱그려진 추상적 그림으로, 자신들이 가진 지식의 총체적 지식과 경험의 테두리 안에서 내 사진을 바라보고 이해하리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그들 개개인의 기억 속에 내재된 감수성이 자극되고 나의 그것과 만나는 어떤 접점이 형성되어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이다. 저마다의 일생에는, 특히 그 일생이 동터오는 여명기에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다시 찾아내는 것은 어렵다. 그것은 다른 수많은 순간들의 퇴적 속에 깊이 묻혀있다. 다른 순간들은 그 위로 헤아릴 수 없이 지나갔지만 섬뜩할 만큼 자취도 없다. 결정적 순간이 반드시 섬광처럼 지나가는 것은 아니다. ....
나의 최초의 기억은 여러 해에 걸친 시간 속에 흩어진 꿈처럼 어렴풋한 기억이다. 그때 나는 몇 살이었을까? 어느 한 그루의 보리수 그늘 밑에 가만히 누워 구름한점 없는 하늘에 눈을 던지고 있다가 나는 문득 그 하늘이 기우뚱하더니 허공으로 송두리째 삼켜져버리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내가 처음 느낀 무無의 인상이었다. 그 인상은 어떤 풍부하고 충만한 생존의 인상에 바로 잇달아 느끼게 된 것이었기에 더욱 생생했다. 그 후 나는 왜 한 가지는 다른 한 가지에 잇달아 나타나는 것인가를 알려고 애를 써왔다. 그날부터 나는 사물들이 지니고 있는 현실성이란 실로 보잘것없다는 사실에 대하여 생각을 되씹어보기 시작했다. <그날부터>라는 말은 적당하지 못할 것 같다. 우리의 삶 가운데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은 - 하여간 내면적인 사건들은 - 내부의 깊숙한 곳에 감춰져 있던 것이 차례차례로 드러나는 일에 지나지 않는 것임을 나는 확신하고 있는 터이니까 말이다.
公의 매혹 中 - 장그르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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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정(Jun, Sojung) 서울대학교 조소과 졸업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미디어아트학과 재학 2007 The virtual self <가상자아> 展, KIMI ART, 서울 도시. 사진적풍경 , 갤러리 NOW, 서울, 갤러리 고토, 대구 2006 대한민국II, house buying , 서울대학교 우석홀 제5회 에너지+에너지 展 , gallery with white 제5회 시사회 展 , alternative space team_preview 하대리 숲속미술제 live art show 5to9 展 , 횡성 연락처 : 011-353-8395 E-mail : j-cricket@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