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羅泰柱) - 떠나야 할 때를
떠나야 할 때를 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잊어야 할 때를 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내가 나를 안다는 것은 더욱
슬픈 일이다
우리는 잠시 세상에
머물다 가는 사람들
네가 보고 있는 것은
나의 흰 구름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너의 흰 구름
누군가 개구쟁이 화가가 있어
우리를 붓으로 말끔히 지운 뒤
엉뚱한 곳에 다시 말끔히 그려 넣어 줄 수는
없는 일일까?
떠나야 할 사람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잊어야 할 사람을 잊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나를 내가 안다는 것은 더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나태주(1945~, 충남 서천 출생) 시인은 초등학교 교사, 교장을 역임한 시인으로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1973년 첫 시집 ‘대숲 아래서’를 출간한 이래 ‘막동리 소묘’ ‘산촌엽서’, ‘눈부신 속살’, ‘시인들 나라’, ‘황홀극치’ ‘세상을 껴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등 35권의 개인 시집을 출간하였습니다.
산문집으로는 ‘시골사람 시골선생님’, ‘풀꽃과 놀다’, ‘시를 찾아 떠나다’, ‘사랑은 언제나 서툴다’, ‘날마다 이 세상 첫날처럼’ 등 10여권을 출간하였고, 동화집 ‘외톨이’, 시화집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너도 그렇다’, ‘너를 보았다’ 등을 출간하였고, 선시집으로 ‘추억의 묶음’, ‘멀리서 빈다’, ‘사랑, 거짓말’ ‘울지 마라 아내여’ 등을 출간하였습니다.
시인은 황조근정훈장을 비롯하여 흙의 문학상, 충청남도 문화상, 현대불교문학상, 박용래문학상, 시와시학상, 편운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고운문화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습니다.
*위 시는 시인의 시집 중 “꽃을 보듯 너를 본다”에 실려 있는 것을 옮겨 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