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직선 초대 교육감 취임 이후 1년 6개월여가 지난 민병희 교육감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친환경 급식지원과 고교평준화 도입 등 민 교육감의 핵심 공약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때문이다. 지난 한해 동안 각종 교육정책을 놓고 제기된 찬·반 논란에 대해서는 다양한 사회적 의제가 발굴되고 토론되는 과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새해 아침 민병희 교육감으로부터 올해 역점 추진 사업 등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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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병희 도교육감(사진 오른쪽)이 진민수 강원도민일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건강하고 질 높은 급식 제공
고교평준화 조기 안착 주력
무상교육 사업 추진 노력
교육인권 문화 축제 추진
- 주민직선 초대 교육감으로 취임한 이후 많은 변화를 주었다. 지난 시간을 스스로 평가한다면.
“강원교육의 미래상인 ‘모두를 위한 교육’이 학교현장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기 시작한 한 해였다고 자평한다. 그리고 학생과 학부모, 교사, 그리고 지역사회 모두가 교육의 주체로 참여하도록 노력한 한 해이기도 하다. 지난 한 해 가장 큰 성과는 뭐니뭐니해도 유·초등학교 친환경 급식지원과 고교평준화 도입이다. 지난해 12월 16일, 제 215회 강원도의회 정례회에서 ‘유·초등학교 친환경급식관련 예산’과 ‘고교평준화와 관련한 조례 일부개정안’이 통과됐다. 강원교육이 도약하는 역사적인 날로 기억될 거라는 생각이다. 이 자리를 빌려 학생들의 미래와 학부모의 간절한 열망을 담아 의결해 주신 도의원님, 한결같은 마음으로 강원교육을 응원해 주신 도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 지난해 강원도의회에서 예산안 심사를 통해 유·초등학교 급식지원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부터는 △유치원 만5세 이상 원아 및 초등학교(춘천 제외) 전체 △벽지·면 지역 80명 이하 및 읍·도시지역 60명 이하 중·고등학교 전체 △횡성·정선의 중·고등학교, 고성의 중학교 전체 △저소득층 및 셋째이상 자녀에 대한 급식비가 전액 지원된다. 앞으로 철저한 품질 관리를 바탕으로 질 높은 급식을 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8월 도와 협약한 대로 안전한 급식 재료 공급과 먹거리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시·군 급식지원센터가 설립,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사람은 먹는 대로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다. 먹는 음식은 우리 몸의 일부가 될 뿐 아니라 성격을 형성하는데도 많은 영향을 준다. 그렇기에 도교육청은 친환경 농산물, 저염, 저당, 저지방, 무화학 조미료 사용 급식을 통해 우리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해질 수 있도록 힘쓰겠다.”
- 춘천시가 유·초등 친환경 급식지원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는데.
“현재 도내에서 춘천시를 제외한 17개 시·군은 2012년에 유·초등학교에서 친환경무상급식을 지원하기로 했다. 우리 나라의 중부권에 위치해 있는 서울, 경기, 인천, 강원 중에서 친환경 급식 지원을 하지 않는 지자체는 춘천이 유일하다. 도교육청은 춘천시도 처음 약속한 대로 이루어져 도내 어느 한 곳도 소외받는 곳이 없기를 기대하고 있다. 친환경 급식지원은 이미 전국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지자체 재정자립도가 낮은 광주, 충남, 충북, 제주, 전북 등에서 100% 초등학교 전면 급식지원을 하는 것을 보면 예산의 문제라기보다는 의지의 문제이다.”
-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할 교육정책은.
“올해 강원교육은 학교와 교실의 변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이다. 올해는 우리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실에서 창조적인 질문이 많이 쏟아지길 바란다. 새로운 질문과 상상이 교실에서 일어나도록 온 힘을 다하려고 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와 교실을 허용적인 분위기로 만들어야 한다. 자신과 친구들을 다치게 하는 일만 아니라면, 오늘의 나가 어제의 나보다 뒤처지는 일이 아니라면 허용과 공감의 분위기가 넘쳐나야 한다. 이를 위해 도교육청은 행복더하기학교 운영을 통한 공교육 모델 창출과 작은학교 희망 만들기에 역점을 두려고 한다. 또 기초학력 맞춤형 책임교육에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복식수업을 해소하고, 기초학력 종합지원 센터 등을 운영할 것이다. 아울러 성 평등 교육과 학생들이 체계적인 건강관리로 올바른 생활습관을 갖도록 하기 위한 비만예방관리에도 많은 애정을 쏟겠다. 그 밖에도 미래를 내다보는 진로·상담교육을 하기 위해 행·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학생의 학교생활 적응을 위한 종합적인 안전망을 갖추고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와의 협력으로 만족도 높은 다양한 진로·상담교육을 추진하겠다.”
- 2013학년도부터 춘천, 원주, 강릉지역 22개 고교에 고교평준화 정책이 도입될 전망이다. 그동안 해왔던 일과 앞으로의 계획은.
“재작년 7월 교육감에 취임하자마자 바로 고교평준화 실무팀을 꾸리고,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고교평준화를 1년 반 동안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7가지 정도 있다. △학교간 거리, 교통의 발달정도 등에 비춰 학생의 통학 가능 여부 △향후 5년간 중학교 졸업생수와 고등학교 입학정원의 적정 균형 여부 △학교군 설정 △학생배정 방법 △학교 간 교육격차 해소 계획 △학생 및 학부모의 비선호 학교 해소 계획 △단위 학교별 교육과정의 다양화·특성화 계획이 그것이다. 고교평준화와 관련해 올해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다. 먼저 1~2월에 학교군 설정 및 고시를 하고, 3월에 2013학년도 고입전형 기본계획을 공고한다. 이어 4~6월에 학생 배정 방법에 대한 학부모·학생 설명회를 개최한 후, 11월에 최종적으로 2013학년도 고입전형계획을 발표하면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들부터 고교평준화를 실시할 수 있다. 지금까지도 그렇게 해 왔지만 앞으로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할 것이다. 앞으로 고교평준화제도의 안착을 위해 학교 간 교육여건 격차 해소, 비선호학교에 대한 대책 마련, 종합고등학교에 대한 대책 마련, 일반고등학교의 질 향상, 대중교통 상황 개선 등에 더욱 더 역점을 두겠다.”
- 또 다른 무상교육 사업인 무상교복, 무상수학여행을 비롯한 여학생 앞가림판 설치 등은 차질을 빚고 있는데.
“현재 거의 모든 학교에서 학생들이 교복을 착용하도록 학교생활규정에 명시하고 있는 만큼, 교육활동 필수품인 교복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것이 공교육의 취지에 맞다고 생각하고 추진했다. 그리고 지자체에서도 기초생활보장법을 근거로 매년 중·고등학생 신입생에게 교복을 지원하고 있다. 그렇기에 교육감도 교복을 지원한다고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선관위에서 조례가 필요하다고 하기에 조례제정을 추진했는데, 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조례안이 부결되는 바람에 어렵게 됐다. 수학여행 경비 지원도 이와 같은 취지로 추진했다. 현재 도교육청은 여러 가지 법적제약으로 인해 초등학교, 특수학교, 저소득층에게만 수학여행비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해 나가겠다. 그리고 여학생 책상 앞가림판은 원활한 교육활동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책상을 새로 구입하거나 보수할 때 보완해 가려고 한다.”
- 주요공약 사항 가운데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될 예정인 (가칭)교육주체인권조례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예상된다. 앞으로의 계획은.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와 교직원의 권리와 책임을 규정하는 가칭 학교인권조례나 학교권리선언 등으로 명칭을 개정해 제정을 추진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에 앞서 교육현장의 인권보장 문화 정착을 위한 인권 문화 축제를 실시하고, 학교인권 관련 교육주체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다음, 올 하반기쯤에 가시적인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육감의 권한을 제한하는 제도를 잇따라 내놓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은.
“교과부가 교육자치의 정신에 맞게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지방교육의 특수성을 존중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우리 교육의 기본방향은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에서 충분히 밝히고 있는 만큼, 교과부와 시·도교육청이 이에 충실히 복무하는 자세를 갖춘다면 이견을 좁힐 수 있다고 본다. 아울러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좀 더 이루어졌으면 한다. 가령 최근 교과부가 발표한 고교내신 절대평가제의 경우에도 현행 입시제도의 개선이 전제되지 않으면, 자사고와 특목고는 특혜를 보지만 농산어촌고교와 일반고는 황폐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렇기에 교과부는 유·초·중등 교육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는 시·도교육청과 긴밀한 협의를 해나가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각 시·도교육청에서 의견을 제시하면 적극적 자세로 수렴하길 바란다.”
- 도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난 한 해 도민들의 관심과 사랑이 있었기에 좋은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려 도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말씀을 드린다. 사회가 어려울수록 교단에서 중심을 잡아 가야 한다고 본다. 올 한해 선생님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며 민주주의를 배우고 가르치는 학교문화를 일궈 가겠다. 학생의 배움과 교사의 가르침이 어울리는 강원교육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지켜봐 주시고 많은 격려 부탁드린다.”
진민수 jinminsu@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