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용재 오닐을 사랑하게 된 건 몇 년 전 그가 무릎팍도사에 출연했을 때부터이다.
최고의 비올라 실력 뒤에 숨어있는 그의 가정사인 미국 입양 그리고 정신지체인 어머니에 대한 사랑등이 심금을 울렸고, 그가 연주하는 동요 '섬집 아기'에 눈물을 흘렸던게 시작이었다.
용재 오닐의 음반 모두를 가지고 있고, 그의 공연을 거의 찾아다니는 광팬이 된 건 클래식 음악이 아니라 그의 애틋한 엄마에 대한 사랑이 담긴 동요 연주가 준 감동 때문이다.
어쨌든, 이번 롯데 콘서트홀에서 열린 공연은 역시 최고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은 연주회였다.
임동혁의 슈베르트 즉흥곡으로 막을 올리고, 연이어 브람스의 소나타 120, 그리고 베토벤의 마술피리 중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소나타 3번 작품69가 연이어 연주되었다.
브람스의 소나타120은 어렵기도 하지만, 단순하고 간결한 음악이다.
독신주의가 깨질까봐 제자 삼기를 꺼려했던 여인과 누나의 죽음으로 삶에 대한 관조적 태도와 고독과 우수 나아가 종교적 체념이 오롯이 담겨 있는 브람스의 곡은 어쩌면 용재 오닐이기에 그토록 애절하게 영혼의 울림을 가능케 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든다.
내가 처음 용재 오닐의 "섬집 아기"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을 때 느꼈던 바로 그 울림이 브람스의 곡을 통해 데자뷰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삶의 경험과 진실이 담긴 비올라 소리는 영혼의 울림을 전달한다.
마지막 곡 베토벤의 소나타 3번은 첼로를 위한 곡이며, 첼로 소나타라 불리우는데, 첼로 역사상 가장 빛나는 역작이라고 한다.
이 곡은 몇 년 전 첼리스트 송영훈의 콘서트에서 감동 받았던 곡으로서 비올라로 어떻게 표현해 낼지 자못 궁금했다.
어쨌든,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3번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구약성서라면, 신약성서에 비견되는 명곡으로서 힘과 정열뿐 아니라 귀여움과 밝음을 특징으로 한다고 한다.
첼로보다 가벼운 비올라이기에 스케르초풍의 이 곡을 더 밝고 가볍게 연주할 것이라는데에는 의문이 없었으나, 과연 어느 방법으로 첼로만큼 아니 그보다 더 중후하게 연주해냈을까...궁금하기 시작했다.
전공자가 아닌 막귀를 가진 내가 판단컨데, 첼로를 능가했던 부분이 바로 피치카토 주법으로 연주하는 부분이었고 외려 첼로보다 더 힘있고 강렬하게 표현해냈다고 본다.
용재 오닐에 대한 애정과 그의 가정사 그의 인품등이 편견으로 작용했을 터이지만, 커튼콜까지 합쳐 거의 두 시간을 그의 음악에 빠져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용재 오닐의 음악은 용재 오닐만이 나타낼 수 있는 맛이 있고, 나는 용재 오닐의 그 맛을 감히 느낄 수 있다고 자부한다.
나는 그의 음악을 사랑하고 그의 열정과 노력을 존중한다.
용재 오닐 덕분에 흘린 감동과 행복한 눈물에 감사함을 표한다...




첫댓글 후기도 최고시네요!!!
무릎팍도사 다시보기 해야겠어요.
마치 제가 연주회를 다녀온 듯한 생생한 후기 감사합니다. ^^
후기 읽다가 용재 오닐의 연주도 다시 찾아 듣고, 인터뷰랑 강연까지 한참 빠져들었었네요~
와아~~용재오닐. 더멋져졌네요^^ 순수함이 묻어나는연주♡
후기보고 용재오닐 연주들어봐야겠다는생각이드네요♡
용재오닐 최고^^ 저도 용재오닐 앨범을 샀는데 좀 아쉬운 것은 비올라가 그런지 용재오닐이 그런지 약간 슬픈 느낌 때문에 들으면 그날은 한번만 들어요. 보통 좋으면 여러번 반복듣기하는데.
그래도 용재오닐이 새로 녹음한 앨범 연주는 꼭 들어보려고 합니다. 용재오닐 아니었으면 비올라 솔로곡은 아예 안들었을 것 같아요.
연암님 후기 생생하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뿜님 댓글 덕분에 글 다시 읽었는데 ㅎㅎ 더더더 생생하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