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고성에는 도립공원인 연화산(524m)을 필두로 거류산(572m), 구절산(559m), 무량산(583m), 무이산(546m), 수태산(574m), 향로봉(578m) 등 500m대의 이름난 산이 여럿 있다. 대체로 평범한 산세지만 이 가운데는 향로봉처럼 운흥사, 천진암 같은 고찰을 품은 산도 있고 바다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500m대라고 해도 내륙의 700~800m급 산 이상 가는 땀을 흘려야 한다. 이런 가운데 400m대 초반의 높지 않은 산이면서도 바다에 가까워 기막힌 조망을 선사하는 산이 고성에 있다.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이 이번에 답사한 경남 고성군 하일면의 좌이산(左耳山·416m)은 고성의 서남쪽 바닷가로 동쪽으로 자란만을 바로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다. 정남쪽으로 통영 사량도를 바라보는 좌이산 정상에는 봉수대가 설치돼 있다. 바위 봉우리인 정상 봉수대에서는 동쪽으로는 거제도, 서쪽으로는 사천 와룡산과 남해도, 창선도가 손에 잡힐 듯하고 남쪽으로는 사량도 지리산이 정면에 보인다.
좌이산의 이름은 한자 풀이대로 용의 왼쪽 귀를 의미한다. 그런데 이 용이 어떤 용이냐는 것은 딱 부러지게 말하기가 어렵다. 사천 와룡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바다를 바라보면 산줄기가 뻗어 나간 왼쪽 끝에 있어 사천 와룡산의 왼쪽 귀라고 흔히 말한다. 하지만 좌이산 정상에서 북쪽에 있는 고성 향로봉에서 봤을 때 왼쪽 귀라고 하기도 한다. 고성 향로봉 아래 하이면 와룡리에서는 사천의 와룡산에 빗대 고성 향로봉을 고성 와룡산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와룡산의 한줄기로 봐서 와룡산 향로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사천 와룡산의 '왼쪽 귀'에서 이름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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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교산 취재팀이 봉수대가 있는 좌이산 정상에서 동쪽의 자란만을 조망하고 있다. 맑은 날이면 멀리 동쪽으로 통영과 거제를 조망할 수 있고 남쪽으로는 사량도가 지척이다. 산불감시초소 뒤로 보이는 섬은 자란도다. |
좌이산 산행코스는 고성에서 삼천포로 가는 77번 국도의 가리미고개에서 출발해~주차장·헬기장~삼거리~바위 전망대~가리미고개-명덕고개 갈림길~좌이산 정상(~다시 갈림길)~청룡사 갈림길~암릉~진양정씨 문중묘원~명덕고개~학림권역 생태체험장~지포마을~학림권역 농어촌체험센터를 거쳐 임포마을의 하일치안센터 옆 임포 버스정류장에서 마무리한다. 전체 산행거리는 10㎞ 정도로 순수 산행시간은 3시간~3시간30분, 휴식을 포함하면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전체적인 산행은 초반에 곧 급경사를 치고 올라 정상까지 오른 뒤에는 대체로 완만한 능선으로 명덕고개까지 내려간다. 이어서 해안을 따라 도로와 마을 길을 이어 걸으며 77번 국도의 버스정류장까지 돌아온다.
산행은 가리미고개에서 시작한다. 버스정류장은 없지만 미리 말해두면 버스를 세워 준다. 버스를 내리면 맞은편에 좌이산 등산로 주차장 안내판과 등산로 안내도가 서 있다. 그 사이 콘크리트 길로 올라가면 된다. 곧 주차장이 나오면 정면 완만한 흙길로 올라가고 바로 헬기장이다. 왼쪽으로 좌이산 정상부가 올려다보인다. 헬기장을 지나 내리막을 잠깐 가면 오른쪽 동산선원 일윤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 정면의 콘크리트 길로 올라간다. 3~4분 가면 무덤 앞에서 콘크리트 길이 끝난다. 무덤 앞에서 3시 방향으로 갈라지는 임도는 등산로가 아니다. 무덤 위 1시 방향으로 산길이 이어진다. 낙엽이 적당히 깔린 너른 흙길이다.
◇ 가림없는 봉수대 동서남북 조망 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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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리미고개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돌길. |
완만하던 길은 곧 가팔라진다. 나무계단에 이어 돌계단이다. 10분 정도면 돌탑이 서 있는 작은 너덜을 지난다. 뒤로 하일면 소재지와 자란만이 보인다. 길은 더 가팔라진다. 띄엄띄엄 돌계단이 설치된 길을 잠시 오르면 왼쪽으로 살짝 길을 벗어난 곳에 두 개로 쪼개진 바위 전망대가 있다. 올라서면 북쪽으로 향로봉, 북서쪽으로 와룡산이 눈에 들어온다. 잠시 더 오르면 집채만 한 바위 옆을 지나 급경사의 나무 계단을 오르면 완만해지면서 돌탑이 하나 서 있는 곳에 오른다. 남쪽으로 봉수대가 있는 정상이 가까이 보인다.
살짝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면 곧 정상 직전에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다. 왼쪽 길이 하산로인 명덕고개(2.5㎞) 방향이다. 오른쪽의 철계단을 오르면 곧바로 좌이산 정상이고 자란만이 내려다보이는 쪽에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크고 작은 섬들이 눈에 들어오고 고성의 산들과 거제, 사천, 남해 방향으로도 시야가 트인다. 남서쪽으로는 하얗게 빛나는 고성공룡박물관도 알아볼 수 있다. 하산은 정상 직전 삼거리에서 명덕고개 방향이다. 200m쯤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청룡사(1.2㎞)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진다. 직진한다.
잠시 뒤 낙엽이 푹신한 흙길을 올라 작은 암벽을 돌아 오르면 바위 봉우리에 오른다. 봉우리 직전에 동쪽으로 튀어 나간 전망대에서는 뒤로 좌이산 정상과 동쪽의 자란만이 잘 바라다보인다. 급경사를 내려갔다가 다시 작은 바위 봉우리에 오른다. 명덕고개까지 이어지는 내리막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사량도가 한결 가깝게 보인다. 왼쪽의 나무계단으로 내려간다. 바윗길을 잠시 가면 급경사 내리막이다. 이전에 산불이 지나간 곳이라 죽은 나무들이 많고 조망은 시원하게 열린다. 10여 분 내려가면 산불 피해 지역을 벗어나 완만한 숲길로 들어선다.
다시 급경사 바윗길이 나오지만 10분 정도면 끝나고 곧 무덤을 잇달아 지난다. 산책하듯 넓고 편안한 흙길을 내려가면 진양정씨 문중묘원을 지나고 곧 1010번 지방도의 명덕고개에 내려선다. 산길은 여기서 끝나고 이후는 도로와 마을 길을 걷는다. 왼쪽으로 도로를 따라간다. 곧 길가에 정자가 있고 '대군막' 버스정류장과 부경대 수산과학기술센터 입구를 지난다. 10분 정도면 도로가 바닷가 가까이 내려간다. 잠시 뒤 수산회사 양식센터를 지나 약간 오르막을 가면 벤치가 여러 개 있는 언덕이다. 이곳을 지나 곧바로 오른쪽으로 꺾어 포구 쪽으로 내려간다. 번거롭다면 도로를 따라 임포까지 계속 가도 된다.
◇ 고개 내려선 뒤 해안길 따라 산책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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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이산에서 명덕고개로 내려가는 암릉. |
해안 길로 10분가량 가면 학림권역 생태체험장을 지나고 다시 10분 정도면 지포마을이다. 아스팔트 길을 따라 동네를 벗어나면 정자가 있는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200여 m 가서 오른쪽 바닷가로 향하는 콘크리트 길로 접어든다. 해안을 따라가면 오른쪽에 산책로가 조성된 곳이 뭍과 연결된 솔섬이다. 솔섬 산책로로 들어서기 직전 왼쪽으로 꺾으면 곧 학림권역 농어촌체험센터다. 멀리서도 센터 건물이 잘 보이므로 길을 따라가기는 어렵지 않다. 센터를 지나면 곧 다시 1010번 지방도다. 오른쪽으로 꺾어 계속 길을 따라가다가 임포에 들어선 뒤 사거리에서 도로표지판의 '삼천포·고성' 방향으로 가면 곧 하일치안센터가 나온다. 버스정류장은 하일치안센터 옆에 있다.
# 떠나기 전에
- 산아래 소을비포 성과 연결하던 봉수
고성은 여러 역사 유적이 산재해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바닷가이다 보니 특히 왜구를 막기 위한 방비가 여럿 있다. 이번 좌이산 산행에서는 정상에서 봉수대를 볼 수 있고 가까이 같은 하일면의 동화리에는 성터가 남아 있다. 경남 기념물 제138호인 좌이산 봉수대는 왜구의 침입이 극심하던 조선 초기에 설치한 봉수대 가운데 하나다. 바위 봉우리라 사방으로 조망이 뚫린 곳이어서 봉수대를 설치할 적지로 보인다.
이곳 봉수대는 전체 면적 240.5㎡로 둘레가 70여 m인데 현재는 36m의 석축만 남아 있다고 한다. 좌이산은 통영의 우산 봉수대에서 연락을 받아 사천의 각산 봉수대와 사량진 봉수대, 하일면 바닷가의 소을비포 진영에 전달하는 중계 기지 역할을 했다. 좌이산의 한자는 지형도에는 왼 좌(左)로 나오지만 봉수대의 경남 기념물 안내판에는 도울 좌(佐)로 표기돼 있다.
봉수대에서 남쪽으로 뻗어내린 곶의 서쪽에는 움푹 들어온 자그마한 만이 있다. 명덕고개에서 답사로와 반대 방향인 덕명 쪽으로 가다가 처음 나오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펼쳐진 곳으로 해안을 따라가면 곧 옛 성터가 나온다. 이곳은 조선 초기에 왜구의 침입에 대비해 설치한 소을비포(所乙非浦) 군진이 있던 곳으로 경남 기념물 139호로 지정됐다. 좁은 만 안에서도 바다 쪽으로 툭 튀어 나간 낮은 야산에 해안의 경사를 이용해 타원형으로 쌓은 산성이다. 인근의 봉수대와 연결돼 비상시 적을 막는 전초기지 역할을 했던 곳으로 추정하고 있다.
# 교통편
- 고성터미널에서 하일행 버스 갈아타야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고성으로 간 뒤 하일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사상터미널에서는 남마산을 거쳐 통영으로 가는 버스가 고성을 거쳐 간다. 오전 5시40분부터 30~4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고성에서 돌아오는 버스는 오후 8시40분까지 있다. 동래 방면으로 가는 버스도 1시간~2시간30분 간격으로 드물게 있다.
고성에서는 삼천포행 버스를 타고 하일면 소재지를 지나 가리미고개에서 내리면 된다. 오전 8시20분, 11시, 오후 2시, 6시30분 4차례 운행. 돌아올 때는 임포 버스정류장에서 오후 1시, 5시40분쯤에 지나고 군내버스가 오후 7시께 지나간다.
승용차를 이용할 땐 남해고속도로 사천IC에서 내려 사천 쪽으로 가다가 사천공항 직전 삼거리에서 고성·통영 방면 33번 국도를 탄다. 상리면 소재지 고인돌공원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2㎞가량 가면 나오는 삼거리에서 하일·상족암군립공원 방향으로 좌회전해 가면 하일면 사무소가 나온다. 여기서 삼천포 방향 77번 국도를 타면 곧 가리미고개에 닿는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