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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도와 매물도 3박4일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여독이 채 풀리기도 전에 선배가 또 유혹한다. '한산도에 거처하였던 후배녀석이 지리산 둘레길 인근에 거처를 잡았으니 같이 가자'고... 아내의 눈치에다 정기적으로 하는 도보와 수영 등 스캐쥴이 있고 터밭도 손봐야 하는데, 어쩌면 좋을까? 떠나기 전 날까지도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떠나는 날 아침에 결심을 하였는데, 그 근거는 단순했다. 다른 것은 다음에 하면 되겠지만 지리산행은 늘 있는 기회가 아니란 것과 지리산 둘레길이 주는 매력이었다. 아내에게 마지막 여행이라는 다짐을 하고, 기본적인 여행 물품에 김치 1박스와 양주 한 병을 얹힌 배낭을 매고 집을 나섰다.
9월 15일 17시경 하동군 적량면 동리(삼화실) 보건소 앞에서 기다리던 친구를 따라 골짜기 외딴 곳에 있는 오두막에 여장을 풀었다. 곧이어 어둠이 내리고, 흐리고 적막한 산속에서 준비해 간 막걸리로 여행의 제 1막을 열었다.
이튿날, 아침부터 추근추근 비가 뿌렸다. 지리산 구석구석을 잘 아는 친구를 따라 자동차 여행을 나섰다. 먼저 청암면에 있는 하동호로- 하동호는 지리산 둘레길 10코스의 종착이고 11코스의 시작점이다.
다음코스는 청학동
조작돤 냄세가 물씬 나는 삼성궁을 잠간 들러고 중산리에 도착했다. 비는 그치지 않았다.
중산리 인근에 있는 친구 이모의 별장. 그 친구가 머무는 지리산 거점의 하나인데, 이모는 추석 쇠러가고 비어 있었다.
돌아 오는 길에 친구가 자주 들른다는 길 가 식당에서 막걸리로 시작된 점심을 먹었다. 우리 보다 열 살 가량 위인 주인장의 빨치산 이야기로 한 참을 역사 공부하였다. 무고하게 희생된 수많은 영혼들의 혼령이 지금도 지리산을 떠돌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숙소로 돌아 오니 시간이 좀 일러, 숙소 뒤에 귀농한 50대 중반 부부의 농장을 찾았다. 손수 지었다는 황토방이다.
3만평 가량의 토지에 고사리와 블루베리가 주작물이다. 고품질의 고사리는 이미 내년 분 예약이 끝났다 한다. 블루베리는 내변부터 수확이 시작된단다. 7년 동안 일궈 놓은 결과가 놀랍다. 그런데 약간 지친 기색도 비췬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 하다가 연고도 없는 이 곳 까지 따라와 준 그의 아내가 존경스러웠다.
세쨋날 아침
가져 갔던 양주 한 병을 삼겹살 안주로 간밤에 다 비우고 적량면에 있는 우체국을 찾았다. 친절한 우체국장이 손수 커피를 한 잔씩 대접했다. 시골 인심이 옛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둘레길 11코스를 역으로 걷기 시작했다.
하동호에서 삼화실까지 이어지는 11코스를 역으로 걷되, 삼호초등학교 학생들이 걷던 둘레길을 버리고 풍광이 더 좋다는 우회 숲길을 택했다. 당초에는 이 길이 둘레길로 계획되었었단다.
구재봉으로 오르는 안내판. 구재봉까지 7.5km다.
대로변에서 한 할머니가 토란 줄기를 다듬고 계신다. 이 곳 주변에 토란밭이 더러 보였는데, 큰 손이 가지 않다 보니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심으신다 한다.
이 길을 걷기 위하여 멀리도 둘러 왔다.
아! 이 모습은 좀 웃기는 장면인데... 둘은 모두 엄청 골초인데, 친구가 선배에게 담배곽을 던졌는데, 조금 모자라자 선배가 일어날 힘도 없었는지 친구가 스틱으로 밀어 주고 있다.
친구의 강아지는 24시간 일편단심이다.
11코스 본류를 만나기 전에 제법 큰 위락시설을 만났다.
1만 5천 평 부지에 물썰매,팬션,식당 등이 들어 섰었는데, 사업에 실패하여 지금은 세번 째 주인이 경매(감정가 28억을 12억에 낙찰)를 받아 그 일부만 운영하고 있다.
드디어 둘레길 본류를 만났다. 길 가에 계곡물이 너무 좋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잘 자리 잡은 집이 잘도 지어졌다.
필시 제초제를 뿌린 듯 -
둑길을 따라 가는데 갑자기 하천을 건너란다.
징검다리 물살이 보통이 아닌데, 무사히 건널 수 있을까? 강아지를 배낭에 넣고 어정어정....ㅎㅎ
몸이 부실한 선배는 완죤 써크스 수준이다. 이하....ㅎㅎ
청암면사무소
면소재지인데도 찻집 하나 없고, 그나마 막걸리 집을 찾아 갔더니 아저씨 말씀이 20분즘 기다라면 밭에 가있는 아주머니가 와서 안주 준비 할 수 있다고, 지금바로는 막걸리만 된다고... 우리는 기다릴 인내심을 잃고 있었나 보다. 지나가는 아저씨를 붙들고 항의(?)를 한다. 무씬 이런 동네서 살고 있냐고? 그랬더니 저~기 고깃집에서 막걸리를 판단다. 부랴 달려 간다. 근데 안주는 고가 뿐이라네? 하는 수 없이 돼지 두루치기를 하나 시키고 막걸리를 한 잔 하는데, 봉인도 안 된 이 막걸리 맛이 일품이라, 그 이름은 청암막걸리...900ml짜리 네 병을 마시고 진주 가는 막차를 타고 횡천면에서 내렸다.
횡천면은 제법 면소재지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면을 가로지르는 다리끌에 앉아서 한참을 낯선 시골을 흐르는 강과 저녁을 감상했다.
어둠이 내릴 즈음 숙소가 있는 적량면 삼화실로 향했다. 친구는 4km 되니 한 시간 쯤 걸으면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친구가 자전거로 목측한 그 거리에는 오차가 컸다. 인터넷으로 자동차 길을 조회하니 7km 정도. 어쩻든 우리는 지친 발걸음으로 밤길을 두 시간 가량 걸었다. 중도에 불이 켜진 비닐하우스에 초대(?) 받아 '곰보배추' 공부도 하고 차 대접도 받았다.
다음 날 지리산 둘레길 12코스를 걷을 요량으로 집을 나서는데 엉겅퀴가 화사한 낯으로 길손을 반겨 주었다.
삼화실 지리산둘레길 안내센터가 보인다.
산길의 시작
일편단심 '나나'는 주인을 아프게 한다. 주로 지리산 산길을 뛰고 걷다 보니, 아파트에서는 용변을 못 본단다. 그래서 어쩌다 집에 가면 매 번 잡 밖으로 데리고 나와 숲길에서 용변을 보여야 한다. 집에서는 며칠 동안이고 용변을 안 본다니... 2년 밖에 안 된 나나를 친구는 벌써 걱정한다. 본인에게 무슨 사정이 생기면 저 놈을 누가 거두어 줄까하고.....
이 길을 지나가면서 밤을 하되박은 주운 것 같다. 하늘에서 '툭' '툭' 떨어지고, 발길에 밟힌다.
서당마을 초입에 친구가 한 분 계신다. 성은 박씨이고 73세다. 숲에 가려진 저 집에서 거처하며 고사리며 농사일을 하신단다.
조그만한 연못에,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가을 하늘을 카메라는 잡아 내었다.
후박나무 열매가 익어 터졌다.
집 앞 바위정자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다. 쥔장 아저씨 말씀이, 하루는 고사리를 삶고 있는데 아줌마 둘이 이 곳에 앉아 쉬더라네. 사람도 귀한데다 몸씨 이쁘게 보여서 쳐다 보다가 그만 삶던 고사릴 다 망쳤단다.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는데도 혼자서 고생하며 산골에서 사는 까닭을 아는 사람은 알리라...
지리산을 닮았나요?
매일 소주 네뱡을 까신다고- 건강진단을 받아보고 술을 좀 줄여야 되신다고 하니, 그 말뜻은 알겠는데 오래 살기 위해서 그렇게 할 뜻이 없으시다고 단호히 거절 하신다.
여기서 둘레길을 이탈하여 적량면으로 향한다. 친구가 또다른 친구와 적량면 소재지에서 만나기로 약속했기 때문-
둘레길을 걷다가 버스를 탈려면 불편한 점이 많다. 버스가 많지 않고 일찍 끊기기 때문이다.
12월에 출하될 딸기 농장. 그런데 1m가량 높이에 심겨져 있다. 줄기가 옆으로 퍼지지 않고 아래로 처지게 된다. 사림이 작업하기 수월하다.
적량면에 기다라는 친구를 만나고 택시를 타고 숙소로 와서
숙소 바로 앞에 있는 계곡물로 몸을 씻는다. 나나 이빨을 딱아 주고 있는 친구를 선배가 물끄러미 쳐다 본다. 사실, 본인이 먼저 여기에서 목욕을 하고 그들을 찍고 있는 것이다....ㅎㅎ 이 날 우리 일행 넷은 말끔히 옷을 차려 입고 적량으로 나갔다. 그 동리에 살고 있는 지인과 저녁을 하기로 며칠 전에 약속되어 있었다. 네 번 째이며 마지막인 밤을 마무리하는-
5일 째 아침이 밝아오고 라면으로 아침을 때운 후 어거적 거리는 일행을 참지 못 해 혼자서 구재봉으로 나섰다.
차도가 끝나자 긴 데크로드가 이어졌다.
일부러 누군가가 길을 막은 것인지 군데군데 큰 나무로 길을 막아 놓았다.
두 시간 만에 정상 정복.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정자에서 준비해간 빵 2개와 맥주캔을 마시고 진행 방향으로 섬진강을 찾아 내려 갔다.
신촌재에 도달 할 때까지 인적은 하나 없고 길에는 거미줄과 멧돼지 흔적인 듯 흙 페인 곳만 보였다. 대낮인데도 무서움을 느낄 정도.
둘레길(12코스)을 만나니 반가웠다. 앞 서 가는 사람이 하나 보였다.
먹점마을에서 먹점재로 가는 둘레길을 우측으로 하고 섬진강이 있는 아래로 길을 재촉했다.
길가에 흐르는 물에 얼굴을 적시기도 하고-
구재봉에서 한 시간 반 쯤 걸어 섬진강변을 따라 하동읍으로 향하다 보니 무량원이라는 첫 식당이 눈에 들어 왔다. 이 곳에서 청국장으로 점심을 하며 막걸리를 한 잔 하였는데, 화개장터막걸리였다. 청암막걸리에 반했었는데 다시 한 번 반했다. 7도. 하동은 먹걸리 고장인가 보다. 식사 중에 '등겨장'이라는 광고가 보여 물어 보니 130년 전통의 쌈장이란다. 함께 한 친구들에게 선물할 요량으로 5개를 사서 30분 가량 기다리니 선배가 데리러 왔다. 앞 서 간 친구 차에 전화를 걸어 휴게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남산동 선배가 자주 가는 횟집에서 해단식을 가졌다.
5일 중 첫 2일은 비를 만나 자동차로 움직였고, 이틀은 둘레길을 걷고 마지막 날은 구재봉을 넘었다. 길을 걸으며 산속에 사는 사람도 만나고 동리에 사는 사람도 만났다. 도시를 떠나서인지 집을 떠나서인지 모르지만 스트레스가 무엇인지 느끼지 못하고 지난 날들 같다. 그들은 모두 다 순수했으니까...지리산을 닮아서 인지도 모를 일이다. 초대해 준 선배와 구석구석 지리산을 설명하며 안내해준 친구에게 감사를 드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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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중산리와 산청 계곡 깊은 곳까지 나무를 베어내고 경사진 언덕을 평지로 만들어 펜션,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들어차 있었지만 성수기가 지난 9월에는 한적하였다. 한여름에 수천,수만 인간들이 쏟아내는 오물과 오수가 계곡을 오염시켰지만 9월의 계곡에 흘러내리는 물은 차고 맑아보였다. 산 깊숙히 까지 뻗어있는 임도, 그 길 따라 곳곳에 사람사는 집들이 하나둘씩 들어서고 있었다. 세월이 지나면 이곳 역시 폐허화될 것이다. 법때문에 개인은 자연을 파괴할 힘이 거의 없다. 법을 만든정부가 개발 명목으로 허가를 남발, 합법적으로 자연을 파괴시키고있는 실정이다.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자연보전인 것을 정부도 알고 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