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추천받은 <모스크바의 신사>를
코로나 덕분에 이번에 읽었다.
재빨리 책을 읽어버리지 못하는 나로서는 아무리 좋은 책이라 해도(소설이고 아니고 간에)
너무 부피가 큰 책은 일단 들기가 망설여져 밍기적거리는 편인데
이번에 뜻하지 않게 긴~ 시간을 그놈이 안겨주어,
선뜻 칠백 쪽 두꺼운 책도 부담 없이 들게 되었으니
덕분이랄밖에~~
(얼마전 읽은 호세이니의 소설도 그렇고)
서두가 기네~~^^;
제목에서 알려주는 대로 진짜 ‘모스크바’의, 진짜 ‘신사’ 얘기 맞다.
작가는 미국인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모스크바를 비롯 러시아의 몇 지역을
어찌 그리 제 집, 제 고향처럼 묘사할 수 있는지...(아무리 픽션을 가미했다 해도 말이다.)
그리고 음식, 문학, 역사, 철학, 예술에 이르기까지 여러 나라를 넘나드는 그 많은 지식과 교양..
놀라움을 넘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단하다 싶었는데, 책표지에 쓰인 작가 소개글을 읽고
의구심이 사라졌다. 다음 책이 언제 나오냐는 독자의 질문에 토울스가 말하길,
장편소설을 완성하는 데 4년의 집필과 1년의 독서시간을 갖는다고~
또 곁다리 얘기가 길어지네~
(그 밖에도 ‘옮긴이의 말’에서 작가의 세심한 면모를 알 수 있는
다른 얘기도 있으니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꼭 읽어볼 것~)
어차피 책 내용을 여기서 얘기할 것도 아니니 곁다리를 더 긁어보자!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이야말로 줄거리가 아니라, 섬세한 묘사에 속속들이 집중해야..
아니 집중할 수밖에 없을 터~ (그렇다고 줄거리가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어느 책보다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지게 만들기도 했으니~~^^)
이 소설은 역사적인 러시아의 고전문학을 잠깐 떠올리게도 하지만, 옮긴이의 말마따나
대중적인 ‘재미’라는 면에서 자신만의 성공을 이루었다고 할 만하다.
술술 넘어가는 얘기에 약간의 브레이크라면, 러시아 사람의 이름이나 처음 듣는 갖가지 명칭이랄까..
하지만 이것도 작가의 세심하고 친절한 신사적(!) 태도에 따른 묘사로 충분히 넘어갈 수 있었음을~~^^
모스크바의 신사인 로스토프 백작이 그의 수양딸이 된 소피야를
큰 세상으로 떠나보내기 전날 밤, 둘만의 이별을 준비한 자리에서
부모로서 딸에게 한 충고는 다음 두 가지!
“인간이 자신의 환경을 지배하지 못하면 그 환경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
“가장 현명한 지혜는 늘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는 것”(몽테뉴의 말 인용)
소설 전반에 흐르는 주제인 이 말들을 옮기며 감상을 끝맺으련다~
** 네댓번을 읽었다는 친구처럼은 아니더라도 한 번은 더 읽고 나서
글을 썼어야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자기검열(?)이 슬쩍 올라오긴 하지만,
영화와 달리 책은 이어서 두 번 읽지 않는 성향이기에.. 그냥 이정도로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