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노동청이 지난 달 22일 부터 시작한 한국타이어 산업안전보건분야 전반에 대한 특별감독이 오늘(5일) 마무리된다. 때맞춰 <법무법인 한강> 고창우 변호사가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집단 돌연사 파문을 지켜본 단상을 보내왔다.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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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타이어 사망자 유가족들이 대전공장앞에서 사인규명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 심규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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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타이어생산 1위 회사인 한국타이어는 최근 1년 반 동안 근로자들이 14명이나 숨졌다고 한다.
지난 9월 2일 새벽,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사원인 45살 권모씨는 자신의 집 화장실에 갑자기 쓰려졌다. 사망원인은 심근경색이었다. 작년 5월부터 지금까지 1년 반 동안 한국타이어 직원 가운데 사망자는 모두 14명, 그중 절반이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
한국타이어공장 직원들 중에는 화학물질 솔벤트로 인해 두통과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MBC는 한국타이어 현장에서 사용되는 솔벤트를 확보해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솔벤트를 흡입한 쥐들은 1시간 정도 지나나 경련을 일으키며 운동성이 크게 저하됐다. 솔벤트를 흡입한 쥐들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뇌와 심장근육에 이상이 발생했을 때 높아진다는 심근 일탈효소 중 하나인 크레아틴 포스포키나아제(Creatine Phosphokinase : CPK) 지수가 흡입하지 않은 쥐들보다 최대 7배 가까이 놓은 수치를 나타냈다고 한다.
한국타이어 근로자들의 유가족들은 사망한 근로자들이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유해한 화학물질로 인하여 심장질환에 걸렸고 이로 인해 돌연사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타이어 근로자들은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사망한 근로자들이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망한 근로자들이 돌연사를 했다고 하는데 과연 돌연사가 무엇인지 그 개념부터 먼저 살펴보자.
돌연사한 근로자, 산재 인정받을 수 있을까
돌연사란 증상이 갑자기 발생하여 1시간 이내에 사망하는 경우를 말한다. 즉, 이전에 건강했지만 기존에 있던 질병 등이 갑자기 악화되어 1시간 이내에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경우를 일컫는다.
돌연사는 뇌혈관계질환과 간질환이 원인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심장질환으로 인하여 발생한다. 심장성 돌연사의 원인질환으로는 허혈성 심질환·확장성 심근증·비후성 심근증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특히 허혈성 심장질환이 돌연사의 80%를 차지한다.
사망한 한국타이어 근로자들이 평소에 건강하다가 갑자기 사망했고 대부분 심근경색증과 같은 허혈성 심장질환이 원인이므로 돌연사에 해당된다. 그러나 한국타이어 근로자들이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갑자기 사망하였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산재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업무와 질병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업무와 질병사이의 인과관계는 근로자들이 입증할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다.
한국타이어 근로자들이 허혈성심장질환으로 사망하였다고 하더라도 만약 이것이 업무와 무관한 개인질병이라면 산재를 인정받을 수 없다. 그러므로 한국타이어 근로자들의 유가족들은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유해한 화학물질로 근로자들이 허혈성심장질환에 걸렸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산업의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반인이 업무와 질병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란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산재를 관장하고 있는 근로복지공단은 노동부 산하에 있는 산업보건연구원에 역학조사를 의뢰하여 근로자들이 해당 사업장에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있는지 조사를 하고 있다.
노동자 돌연사 책임, 엄히 따져 물어야
만약 역학조사를 통하여 유해화학물질이 노출되고 있고 그 노출농도가 심장질환에 영향을 줄 만한 정도로 심각하다면, 근로복지공단은 산업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를 받아들여 근로자들의 사망을 산재로 인정해 주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산업보건연구원이나 관련기관의 역학조사가 실시되고 있는데, 이 역학조사결과에 따라 산재인정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간혹 가다가 산업보건연구원이나 노동부·근로복지공단 등이 역학조사를 할 때 회사가 근로자들의 산재를 은폐하기 위하여 작업장을 청소한다든지, 아니면 유해물질을 다른 곳으로 숨긴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역학조사를 방해하기도 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벌써부터 회사 측에서 역학조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소문이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고 이러한 회사 측의 방해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강력한 처벌규정을 두는 것이 좋은데, 아직까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조사방해에 대하여 과태료 50만원이 고작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번 사건은 회사 측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관계전문기관의 역학조사를 통하여 업무와 질병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쪽으로 기우는 것 같아 사망한 근로자들이 산재를 인정받는 데 문제가 없을 것 같이 보인다.
대법원도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사이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 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물질이 있었는지 여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의 근무기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또는 그에 따른 사망과의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근로자가 발암물질로 알려진 석면과 유리규산에 노출된 작업환경에서 8년 이상 근무하다가 폐암으로 사망한 사건' '근로자가 벤젠 등 발암화학물질에 노출되어 발병 1주일 여만에 급성골수성백혈병로 사망한 사건' '근로자가 이황화탄소에 폭로될 위험이 높은 작업에 종사하다가 고혈압에 의한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 등에서 근로자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전국 사업장 실태조사 벌여야
이번 사건도 이미 역학조사를 통하여 어느 정도 인과관계가 인정되고 있고 대법원 판례도 근로자 측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으므로 유가족들이 산재를 인정받지 못할 경우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승소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망한 근로자들의 산재인정여부를 떠나서 이번 사건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우리나라에서 이름만 대도 아는 굴지의 기업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영세한 사업장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 우리나라 타이어업계 1위 기업에서 일어났다는 것은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전국의 모든 사업장에 대하여 실태조사를 벌여 근로자들이 유해화학물질에 어느 정도 노출되어 있는지 한 번 확인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근로자들이 기준치 이상의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있다면 그 사업장에 대해서는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련법에 의하여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