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1348년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피렌체에 무서운 페스트가 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고 절망 속에 풍기는 문란해져 도시 전체에 황폐한 빛이 감돌았다. 돈이 있는 자는 마구 술을 퍼마시며 조금이라도 공포를 잊으려 했고, 가난한 사람들은 별도리 없이 두문불출,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상태였다. 또 어떤 자는 집도 재산도 버리고, 자기들의 별장이나 남의 별장을 빌어서라도 연명하려고 애썼다. 이러한 혼란 속의 어느 날, 산타마리아 노베루라 사원에서 고귀하고 총명한 일곱 명의 숙녀와 교양 높고 지체 높은 세 명의 청년이 만나서 가공할 전염병을 피하기 위해서 피렌체 교외의 별장으로 가서 즐기기로 작정했다.
각각 한 사람의 머슴이나 하녀를 데리고 열 명은 샘물이나 숲에 둘러싸인 시골의 아름다운 별장에 와서, 그곳에서 따분하지 않게 이야기와 노래와 춤으로 10여 일을 보내는 것이다. 그들은 매일 한 사람씩 번갈아 가며 사회자를 선택해서, 그의 명령에 의해서 하루의 일과를 진행했다. 이야기의 제재도 사회자가 골라서 주는 것이다.
첫날 여왕으로 뽑힌 것은 연장자인 팜피네아였다. 여왕은 첫날의 이야기 주제를 각자가 자유롭게 정하게 했다.
둘째 날 여왕에 뽑힌 것은 필로메나였다. 여왕은 이야기의 주제를 '고난 끝에 행복이 온다'는 것으로 정했다.
셋째 날에는 네필레가 여왕으로 뽑혔다. 그녀는 이야기의 주제를 '자기가 바라던 것을 노력하여 차지한 사람, 또는 한번 잃었던 것을 되찾은 사람'으로 정하였다.
넷째 날에는 필로스트라토가 여왕으로 선발되어 '그 사랑이 불행한 결말로 끝난 사람들'을 주제로 정했다.
닷새째 날에는 피안메타가 여왕으로 뽑혀 '연인이 불행한 사건 뒤에 행복해지는 이야기'로 정했다.
엿새째 날에는 여왕은 엘리자였다. 그녀는 재치를 이야기의 주제로 정하였다.
이레째 날에는 왕은 디오네오 청년이었다. 그는 '부인들이 사랑 때문에 그 남편을 우롱하는 이야기'를 주제로 정했다.
여드레째 날에는 라우레타가 여왕이 되어 남녀가 서로 속고 속이는 내용을 주제로 했다.
아흐레째 날에는 에밀리아가 여왕이었다. 그녀는 주제를 제한하지 않고, 각자가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했다.
열흘째의 왕은 팜필로였다. 그는 너그러움을 주제로 정하였다.
열흘째의 각자의 이야기가 끝나고 별장을 떠나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에서 해산한다.
<작품의 이해와 감상>
(1)
'데카메론' 책제목의 뜻부터 말하자면, 희랍어로 10일이라는 뜻이다. 일곱 사람의 귀부인과 청년들이 모여 하루에 한가지씩 이야기한 내용을 모아서 보카치오가 책을 쓴 것이다.
구조상으로 본다면 아라비안 나이트와 비슷한 작품이다.
내용상으로 보면 데카메론은 서론에서 이 책은 "사랑에 빠진 부인들의 도움과 기분풀이를 위해 썼노라" 하였는데 정말 온통 내용이 사랑에 관련된 수많은 이야기이다.
문체의 단백함이라든가, 이야기의 길이를 생각하면 짧막 짧막한게 꼭 동화같이 읽기 편했다. 어떤 사람은 무척이나 어리석고, 또 다른 사람은 명석하여 사랑을 찾는 다는 이야기, 혼자만이 그저 짝사랑을 하다가 고백하는 사람 등... 여러 가지였다. 하지만 거의가 다 사랑을 찾고, 고백한다는 이야기이다. 모두 애정을 이야기한 것. 사람에게 이런 일도 있는 가 했다. 어떤 이야기는 실현이 불가능한 이야기를 적어 놓은 것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책이 놀랄 만큼 유쾌하고 익살맞으며 그러면서도 풍자와 교훈을 잊지 않은 드물게 싱싱한 고전이라는 것이다.
(2)
이미 데카메론의 인물들은 종교적 의무감의 속박도, 남녀간의 정절이라는 굴레도, 선한 자만이 축복을 받는다는 신앙도 갖고 있지 않다. 공공연히 매매되고 타락의 온상이 된 성직자들과, 부부로의 의무를 강조하기보다는 젊은 여인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무능한 남편을 비난하며, 일평생 악행만을 행하다가도 한 순간의 거짓말로 세상의 평판을 뒤엎을 수도 있다는 허위의 승리가능성을 긍정한다. 이미 그들의 생각은 중세 종교적 세계관의 일의 성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전통적 가치와 규범은 해체되어 가고 있다.
데카메론에 반영되어 있는 가장 특징적이고 중요한 태도는 '사랑과 자연'의 기교이다. 성도덕에 있어서의 기독교적 교의와 청교도적 속박에 대한 근대인적 '반항'은, 여기에서처럼,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과 욕망에 대한 긍정의 방향을 취한다. 이것은 다른 말로 하자면 '기독교적 교의의 반자연성'을 웅변하는 것이며, 그에 대한 '인간의 자연적 본성'의 해방을 찬미하는 것이다.
데카메론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이미 접근할 수 없는 여주인이거나, 신성한 이념의 화신이 아니라 성욕의 대상이다. 사랑이 모든 미덕과 인간에게 있는 고상한 모든 것의 모태이며 용기와 자기의존과 희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전해주며, 또한 명민함과 사교적 재능을 발전시켜 준다는 궁정 문화적 교의는, 사라할 수 있는 권리에 뿌리박은 완전히 실제적이고 세속적이며 확연한 도덕률로 된다.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내가 숙녀들의 환심을 사려고 애쓰는 것이 밉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네 숙녀들을 좋아하는 나의 타고난 본성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내가 숙녀를 좋아하고 또한 숙녀의 사랑을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나도 틀림없는 사실로서 인정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나는 대체 그것이 무엇이 나쁘냐? 고 묻고 싶습니다. 만일 그들이, 숙녀 여러분들이 때때로 허락해주는 사랑에 넘친 입맞춤, 달콤한 포옹, 그리고 이 세상에 둘도 없는 그 관능의 쾌락은 고사하고라도 여러분들의 고귀한 모습, 황홀한 아름다움, 그리고 그 형언하기 어려운 우아함과 정숙함에 조금이라도 도취될 줄 아는 사람들이라면 나의 경우 나쁘다는 말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
'수녀가 되면 무욕의 석녀가 된다던가, 곡괭이와 삽질을 하고 나쁜 음식을 먹으며 빈곤 속에서 허덕이는 노동자는 肉慾을 잊어버린다는 생각은 어리석은 것이다.'
데카메론의 특출함은 그것이 종교와 기존 가치들에 대해 취하고 있는 '자유로운 관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바라보고 이야기하고 있는 인물과 삶들에 대한 보카치오의 '근대적 시선'에도 있다. 관용구와 수사적 기교, 과장된 감정표현, 형용사를 통한 직접묘사, 자신의 비통함이나 슬픔 등을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는 과장되고 거친 방식의 이제까지의 글 쓰기에서 벗어나 '추상적인 도덕적 해석 없이 모든 현상에게 제가끔 특정한 그리고 세밀히 구별된 도덕적 가치를 배당하는' 근대적 시선이 그것이다. 도덕적 가치나, 비판의식은 현상들 자체로부터 자연스럽게 솟아 나온다. 그것은 작가가 대상에 대해 취하고 있는 '비판적 거리'에 의해서 가능해진 것이다.
<기타>
중세에 포르노그라피는 널리 퍼져 있었지만 평판이 나빠 주로 수수께끼와 저속한 농담 및 엉터리 시와 풍자시의 형태로 표현되었다. 중요한 예외는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이다. 여기에 실린 100편의 이야기 가운데 일부는 음탕한 외설문학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중세의 포르노그라피가 다룬 주요주제는 수도승을 비롯한 성직자들의 성적 방탕을 묘사함으로써 그들의 위선을 폭로하는 것이었다. 인쇄술의 발명은 야심적인 포르노그라피 문학작품을 되살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문학작품은 익살과 낭만의 요소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았고, 성적 흥분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려는 의도도 갖고 있었다. 이러한 작품들은 거의 고전 문학에 의존해 부부 사이의 속임수와 부정행위가 자아내는 기쁨과 슬픔을 다루었다. 앙굴렘의 마르가리타가 쓴 <엡타메롱heptamerom>은 여러 사람이 차례차례 음탕하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장치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데카메론〉과 비슷하다.
이탈리아의 대문호 보카치오가 그의 저서 데카메론 을 처음 발표하였을 무렵 당시 지배계층이자 지식층이었던 교회는 이를 음란 작품으로 여겨 혹평을 하였으나 시간이 흐른 후 지금의 문학 비 평가들은 르네상스 시대의 진수를 담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손꼽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광수의 무정 , 정비석의 자유부인 도 발표되었을 당시 지식층과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그 내용 이 음란하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현재에는 데카메론 의 경우와 같이 찬사를 받고 있다. 이렇게 작품의 평가가 달라진 이유는 예술적 가치관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헌법에서는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중 언론, 출판의 자유는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 윤리를 침해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그 의미가 모호하다 고 할 수 있다. 로렌스의 차탈레부인의 사랑 의 경우, 근대 일본 법원에서 음란 외설 작품으로 판결되어 출판과 유포를 금지 당했다.
하지만 지금 어느 누구도 이를 음란 외설 작품으로 여기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남성 우월적인 당시에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혁명적 작품으로 평가한다. 검열이 행정기관의 사전 심리라는 형태가 아닌, 사법 기관의 사후 심사라는 형태로 나타난다고 해서 법적인 검열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러한 주관적인 예술 가치관 등에 기초한 사법적 판결은 작가의 표현의 자유와 신체적 자유, 재산권 등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출판사의 재산권마저 위협하기에 행정기관의 그것보다도 더 큰 심각성을 가진다.
이와 같은 이유로 단순히 작품의 내용 중 일부를 문제삼아 작가를 법정에 세운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뿐만 아니라 언론 탄압과 예술행위에 대한 탄압이라는 악용의 여지가 있기에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 작품 속에 나타난 여성의 지위 ≫
피렌체에 흑사병이 덮쳤을 때를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 중 「아무리 아름답고 예의바른 부인이라도 일단 병에 걸리면, 남자 하인을 부리고, 부인은 간호를 맡았다는 명분 아래 남자 하인 앞에서 서슴없이 발가벗고 모든 부분을 드러내 보였습니다.」라는 대목과 7명의 부인이 3명의 청년을 만나기 전, 필로메나의 「여자들만 모여봤자 남자들의 지도 없이는 통제가 되지 않고 여자는 변덕이 심하고 다투기 좋아하며, 의심과 겁이 많고 무서움도 탈 뿐 아니라 이끌어줄 남자가 없으면 이 모임은 해산되어 버린다는 내용」, 또 엘리자의 대사 중「남자들은 여자보다 훌륭하고 남자들의 도움이 없으면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내용, 여성의 아름다움을 미모로만 측정한다거나 (열 번째 이야기) , 욕정, 여색을 즐기는 남자보다는 여자를 죄의 근원으로 생각하는 듯한 대목 등은 여성을 비하시키는 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1명의 『여왕』을 뽑아 여왕의 지시에 따라 행동한다거나, 다섯 번째 이야기의 내용 중 현명하고 영리한 부인이 강대한 나라의 왕의 행동을 우아한 경구로 훈계한다거나, 아홉 번째 이야기의 내용으로 가스코뉴의 어느 귀족 부인이 겁쟁이 왕을 용감한 왕으로 바뀌게 하는 것은 여성의 지위가 남자 혹은 왕에게도 거리낌없이 훈계할 수 있을 만큼의 높은 지위를 알려주는 것 같다.
이 작품 속에서 느껴지는 당시의 여성의 지위는 여성 스스로는 남성이 여성을 지휘해서 이끌어 나가고 보호해야 하는 존재로 생각하지만, 여성이 최고가 되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이끌어 나가고 남성의 잘못된 점을 바로 잡아주는 등 이중성 있다.
이탈리아의 르네상스시기 (14C) 에는 사교면 에서 여성이 남자와 대등하게 취급되었다고 한다. 남자들과 같은 책을 읽고 문학에서의 참여도 남자 못지 않았으며 남성에 못지 않게 모든 점에서 특징과 완전한 개성을 이룩하기 위해 노력하고 지성과 감정을 필요로 하였다. 그 당시 <여장부> 라는 호칭이 완전한 명예였으며 당시 여성들의 지위나 능력, 연애, 사교 등은 자유로 왔다고 한다.
출처: http://www.namju.h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