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 윤학원 지휘자와의 대화
1. 인천시립이 정기연주회 100회를 맞아 ‘뮤지컬오라토리오’ ‘모세’를 선보였습니다. 젊은 지휘자들도 감히 생각하지 못한 착상입니다. 구상과 의도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또 용어 정립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3년 전 전임 작곡가 우효원씨와 100회 정기연주 기념으로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모세”라는 오라토리오를 작곡하기로 하고 일단 중심이 되는 큰 곡들을 교회음악협회가 주최하는 획기적 합창 세미나에서 발표하였습니다. 2003년에 “예수나의기쁨”4집에 “가라모세”를 발표하고 다음해2004년에 10가지 재앙인 “내가 이스라엘을 보내리라”를 예수나의 기쁨5집에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16곡들은 2006년 전반기에 모두 작곡한 곡들입니다. 처음에는 오라토리오로 구상했지만 요즈음 청중들은 움직이는 것을 좋아 하기 때문에 뮤지컬 형식과 오라토리오를 접목시키기로 하였습니다.
‘모세’의 주인공이 모세가 아니고 합창단이기 때문에 합창단이 중심이 되는 뮤지컬 오라토리오로 구상을 했던 것입니다. 다른 뮤지컬들이 100억대 제작비를 드리는 것이 비해 4,000만원 밖에 없던 저희로서는 어떻게 재정적인 열세를 극복 할 것이냐 하는 것도 커다란 과제 였습니다. 이런 것 들을 극복하기 위하여 많은 시간 아이디어를 짜고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의 과제를 연구하는 날들이 많았었습니다.
2.창작은 작곡가의 몫만이 아니라 진정한 지휘자의 정체성과 예술적 이데아라고 봅니다. 창단 이후 창작 작업을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 인천시립합창단을 재창단하면서부터 전임 작곡가를 시에 요구하여 오종찬이라는 전임작곡가를 두었었습니다. 한국의 대학에서는 합창을 작곡하는 과목이 흔치 않기 때문에 전임 작곡가를 두어도 합창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될만하니까 미국으로 공부하러 가버렸습니다. 그 이후 서울 레이디스싱어즈의 전임 작곡가로 있던 우효원씨를 2대 전임 작곡가로 영입하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그동안 제가 지휘했던 작품들 중 한국작곡가들의 창작품 중 큰 것들만 말씀드리면
박정선교수의 인천매쓰(Mass)를 배놓을 수 없죠. 인천시립합창단재창단을 하면서 한국적이며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자고 요구했고 몇 번씩 고쳐가며 심혈을 기울인 작품입니다. 이 곡은 이미 세계 현대음악사전에 오를 정도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곡이 되었습니다. 우효원씨의 Gloria도 외국합창단들이 많이 연주하고 있고 또 독일에서 있었던 세계 합창경연대회에서 인도네시아합창단이 연주하여 대상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이제 괘도에 올라선 우효원씨가 ‘메나리 알렐루야’ 등을 작곡하였는데 뉴욕에서도 큰 호평을 얻었습니다. 그 동안 저를 위해 좋은 곡들을 써 주신 작곡가들을 소개하면 박정선. 이동훈. 이건용. 허방자. 우효원. 오종찬. 이현철. 박지훈. 박정규. 박성일. 함태균. 이문승. 김선하. 박선영등 수없이 많은 분들이 곡을 써 주고 있습니다. 그 분들에게 이 기회를 빌어 다시금 머리 숙여 감사를 전합니다.
3.위에서 말씀하셨듯이 오래전부터 창작에 대해 글로벌한 시각을 가지고 작업을 해왔고 이것은 그간의 오랜 해외 공연의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 저는 하나님의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이지요. 선명회합창단과 대우합창단 중대 매스터코랄, 서울레이디스싱어즈, 인천시립합창단 등 훌륭한 합창단들을 지휘하게 되므로 인해 글로벌한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계적인 무대에 서야하는 프로합창단의 지휘자로써는 한국적이면서 현대적이고 세계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작업을 시작하니 모두가 새로운 것을 직접 만들고 시도해야 하는 것이 때문에 작곡가와 지휘자는 늘 공부하고 의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4.월드컵 축구가 한창입니다. 예술에서도 파트너십은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오페라 작곡가가 대본가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듯. 합창 지휘자(예술감독) 역시 합창 작곡가의 관계 속에서 작품의 완성도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창작을 위한 긴밀한 대화의 중요성이 타 음악 장르에서도 골고루 확대되었으면 합니다.
# . 외국작품을 아무리 잘해봐야 흉내 내는 것 밖에 되지를 못합니다. 제가 대우합창단과 독일의 뮌헨에서 연주하려고 할 때 칼 오르프 합창단 지휘자에게 Bach의 Motet를 연주하겠다고 하였더니 ‘제발 뮌헨에서는 Bach의 음악을 연주하지 말라’고 충고하여 주었습니다. 외국합창단이 우리 민요를 부른다면 귀엽게는 봐줄 수 있으나 훌륭한 연주로 보기에는 미흡한점이 많을 것입니다.
5. 박정선, 우효원으로 이어지는 ‘합창 만들기’는 ‘윤학원 합창’의 의지가 담긴 구체적 표현이고 창작의 방향제시란 점에서 주목이 갑니다. 두 작곡가에서 얻고 있는 합창 세계는 어떤 것입니까
지휘자가 좋은 작곡가를 만난 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입니다
제가 인천시립합창단을 재창단하면서 서울 레이디스 싱어즈 지휘를 할 때 저를 위해 많은 작품을 써 주신 ‘박정선’ 교수에게 부탁하여 인천 매쓰를 쓴 것은 커다란 축복이었습니다. 그 곡은 대단히 한국적이면서 그냥 민요조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한국을 개발해 간 곡입니다. 박교수님은 좋은 곡을 쓰고자 하는 열망이 대단한 분이십니다.
‘우효원’이라는 작곡가는 성신여대 학생시절에 제가 지휘하는 영락교회 시온찬양대 성가대원이었던 관계로 만났지만 하나님께서 저를 위해 준비한 대단한 보물이었습니다. 여성이지만 남성보다 더 뛰어난 파워가 있고 센스가 있으며 탄탄한 화성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효원씨와 나는 비록 나이차이가 많지만 작품을 논할 때는 친구처럼 거칠 것 없이 서로 이야기 하고 의논하며 만들어 갑니다. 우효원씨를 통해서는 한국적이지만 세계무대에서도 놀랄만한 작품들을 쓸 수 있다는 것이 기쁩니다. 우효원씨는 내가 요구하는 것이면 무엇이던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메나리’나. ‘모세’도 그런 모험에서 나온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6.전국의 시립합창단들 가운데도 창작을 중요시 하는 합창단이 적지 않지만 전임 작곡가의 대우 문제나 창작 예산 확보로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행정 설득의 노하우를 좀 알려 주십시오
제가 인천시립합창단의 예술 감독 제의를 받았을 때 첫 번째 요구가 작곡가였습니다. 행정 설득의 노하우는 원래 없는 사람이구요 지휘자하는 조건이 작곡가였기 때문에 안 해 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7.능력 있는 젊은 지휘자는 많은데 지휘자로서 명쾌한 캐릭터, 즉 세상을 향해 좀더 힘 있게 치고 나오는 모습이 약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합창계의 후계 구도와 리더십 문제로 합창 전체의 위상이 약화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는 것 같습니다. 빠른 세태에 합창 지휘자들에게 말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 지금 젊은 지휘자들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을 안 합니다. 왜냐하면 모두 외국에서 많은 공부들을 하고 왔고 보고 왔습니다. 조금 부족한 것이 있다면 국내사정에 좀 약하다는 것인데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 될 것입니다. 우리가 합창을 시작할 때에 비하면 너무나 좋은 조건들을 가졌습니다. 단 하나 일자리가 많지 않다는 것이 걱정되는 점입니다.
8. 일부 직업 합창단에서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고 갈등으로 합창의 기능이 저하되고 있습니다. 시립 단체의 진로에 대해...
#프로합창단이 먹고 살기 위한 수단으로만 되었을 때는 비참해 집니다. 무언가 예술가로서의 긍지를 갖고 예술작품을 만들어 갈 때 프로라는 단체가 살아난다고 생각합니다. 시립합창단은 아마추어로써는 할 수 없는 새로운 시도나 예술적인 작품을 완성도 있게 만들어내는 데 보람을 갖는 단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9.언젠가 로버트 쇼처럼 ‘윤학원 코랄’을 만들 것이란 말씀을 하셨는데 이에 대한 실현은
# 이미 1년 전에 시작을 하여 가끔 연주도 하고 있습니다. ‘윤학원 코랄’ 단원들은 아마추어이던. 프로이던. 정말 합창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1주일에 한번 목요일에 저희 코러스센터에서 연습하는데 모두가 합창을 사랑하는 모습이 한 눈에 훤히 보입니다.
그러나 누구에게 보이고 싶어서라기보다 본인들이 즐기는 합창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10. 새롭게 유학에서 돌아온 지휘자들의 일자리가 급합니다. 합창계도 합창 직업화를 위한 전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선 각 대학에서 합창전임교수를 뽑아야 합니다. 두 번째는 각 교회가 ‘음악 감독’ 제도를 실현시켜서 교회성가대 지휘자가 직업이 될 수 있도록 되어야 합니다.
세 번째는 합창을 하면 돈을 내고 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야 합니다. 한국은 음대 나온사람들은 합창하면 무조건 돈을 받으려 합니다. 돈을 내면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한국에 수많은 직업 지휘자들이 생길 것입니다. 이것은 꿈이 아니고 현실입니다. 이웃 일본은 그 결성이 잘되고 있고 대만, 싱가포르도 잘되는데 유독 한국만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리라고 봅니다.
11. 합창의 기초라 할 학교 합창, 교회 합창에서 단원들의 시창, 가창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청중에 영합하는 수준 낮은 교회 합창도 문제고, 아울러 남녀 성비의 균형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입시 때문에 생긴 비극입니다. 그렇다고 한탄만 하고 있을 수 는 없지요
어린이 합창단을 많이 만들어 시창능력을 가르치고 합창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르쳐야 합니다. 요즈음은 너무 경연대회 치중하다보니 한 곡가지고 1년을 하다보니 합창하면 지겨운 것이라는 관념이 생깁니다. 쉽고 재미있는 생활합창운동을 펼쳐야합니다.
남자가 모자라면 SAB파트로 노래하면 됩니다.
12.일본에 비하면 합창 인구의 확대가 더욱 필요합니다. 점차 민간합창과 전문 합창의 경계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본은 프로합창단이 동경혼성합창단 하나있는데 상업적으로 하는 합창이 많아서 오히려 아카데믹한 것은 아마추어 합창단이 많이 한다고 합니다.
민간합창단이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서로가 모두 다른 개성이 있어진다면 자연히 전문합창단과의 경계가 생겨 날 것입니다.
13.앞으로 구상하고 있는 작품을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 인천시립합창단이 내년엔 본격적인 해외활동에 들어갑니다.
세계 합창계에서도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는데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연구해야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인천시립합창단에 작곡가가 한 사람정도가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14. 긴 시간 대화 감사합니다. 우리 합창계에 밝은 전망을 느끼게 하는 오랜 체험에서 우러나온 생산적인 토론이 합창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위에서 제시된 합창인들의 인식 전환, 전임 작곡가 제도, 창작 예산 확보 등의 다양한 합창계 현안에 대해 저희 예술비평가들 모임인 ‘21세기 문화광장’이 정책 대안을 만들 때 특히 합창계 원로들과 현 합창계 중진 리더들의 많은 협조를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http://blog.naver.com/musictak
첫댓글 모두들 잘 아시는 윤학원 선생님 인터뷰입니다.
특별히 직업 합창단 답게 전임 작곡자를 요구한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우리도 비상임으로라도 작곡/편곡자를 두고 그들의 곡을 올려보는 건 어떨까 싶네요.
너무 길어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봐야 되겠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