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별곡(相思別曲) - 작자 미상
인간리별(人間離別) 만사 즁(萬事中:많은 일 중에)의 독슈공방(獨守空房:홀로 빈 방을 지키는 일이) 더욱 셟다(서럽다)
㉠상사불견(相思不見) 내 진졍(眞情) 그 뉘 알니 (그리워도 못 보는 나의 진정을 뉘라서 짐작이나 할 것인가?)
친 셔름 이렁져렁 헛튼(괜한) 근심 다 후리쳐 던져두고 [맺힌 시름 근심 다 후리쳐(마음대로 휘몰아서 채거나) 던져주고]
㉡자나 깨나 깨나 자나 님 못 보니 가삼(가슴) 답답
어린 양자(樣子)(어른거리는 임의 모습) 고흔 소리(고운 임의 소리) 눈에 암암(눈앞에 삼삼하게 보이는 듯하고) 귀에 쟁쟁[귀에 쟁쟁하게(錚錚하다 - 쇠붙이 따위가 맞부딪쳐 울리는 소리가 맑다.) 들리니]
듯고 지고(듣고 싶구나) 님의 소리 보고 지고(보고 싶구나) 님의 얼골(얼굴)
비나이다 하나님셔 이졔 보게 심기소셔(지금 볼 수 있게 임 생기라 하느님께 빕니다.)
젼생차생[前生此生:전생과 차생(금생)] 무슨 죄로 우리 두리(둘이) 생겨나셔(태어나서)
그린 상사 한데 만나(함께 만나 서로 그리워하고) 잇지 마자 백년 긔약(百年期約:백년을 정하여 한 약속을 잊지 말자)
쥭지 말고 한데(함께) 잇셔 리별(이별) 마자(말자) 쳐음 맹셰(盟誓: 약속이나 목표를 꼭 실천하겠다고 다짐함.)를 하며,
천금 쥬옥(千金珠玉:귀중한 구슬과 옥) 귀에 빗기고 셰상 일불 관계랴*(세상의 값진 물건들에 아무 관심고 생기지 않고, 세상의 수많은 일들 또한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근원(根源) 흘너 물이 되야 깁고(깊고) 깁고 다시 깁고
사랑 모혀 뫼히(산이) 되야 놉고(높고) 놉고 다시 놉고
문허질(무너질) 줄 모로거던 어질(끊어질) 쥴 게 뉘 알니(그 누가 알리오)
화옹(化翁)조차 새음 발나(조물주가 시샘을 한 것인가?) 귀신(鬼神)됴차 희짓는다(귀신조차 장난을 친 것인가?)
일죠 낭군(一朝郎君:하루 아침에 낭군님과) 리별 후에 소식죠차 돈졀(頓絶)하니(:뚝 끊어지니)
㉢오날이나 긔별 올가(오늘이나 소식 올까?) 내일이나 사람 올까
기다린 지 오더니 무졍셰월(無情歲月:덧없이 흘러가는 세월) 졀로 간다(저절로 흘러 간다)
㉣소년 쳥츈(少年靑春:스무 살 안팎의 젊은 시절) 다 보고 옥빈홍안(玉鬢紅顔:곱디고운 얼굴과 머리칼은)* 공노(空老)로다 (헛되이 늙어가도다)
오동 츄야(梧桐秋夜:오동잎이 떨어지는 가을 밤) 밝은 달에 밤은 어이 수거 가며(쉽게 가며)
녹음방초(綠陰芳草:푸르게 우거진 나무와 향기로운 풀 - 여름철) 져믄(저문) 날에 해는 어이 더듸 가노(어찌 느리게 가는가?)
이내 상사(相思)(이러한 나의 그리움) 알으시면(아시면) 님도 응당 늣기리라(마땅히 느끼리라)
독슈공방(獨守空房) 홀노 안 반야 잔등(半夜殘燈) 벗슬 삼아(한밤중의 희미한 등불로 친구로 삼아 – 의인법)
일촌간장(一寸肝腸:한 마디 간장과 창자=마음)) 셕은 물(화자의 힘겨운 마음과 슬픔을 비유)이 소사나니 눈물이라(솟아나는 것이 눈물이라)
가삼(가슴)속에 물이(눈물이) 나셔 퓌여나니 한슘이라(피어나는 것이 한숨이라)
눈물이 바다 되면 배를 타고 아니 가랴(갈 수 있지 않겠느냐? - 설의법, 과장법)
한숨 에(끝에) 불이 나면 님의 옷셰 당긔리라(임의 옷에도 불을 댕기리라 – 임도 화자처럼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갖게 하리라 – 대구법)
교태(嬌態) 겨워* 웃든 우슴(아양을 부리던 태도를 이기지 못해 웃던 웃음) 생각하니 목이 멘다
디쳑(咫尺:가까이) 동방(洞房:신방 – 신랑,신부가 첫날밤을 치르도록 새로 차린 방) 쳔 리(千里) 되야(멀리 떨어져) 바라보니 암암(暗暗)토다(아득하도다)
만쳡 쳔희(萬妾千姬:만 명의 첩과 천 명의 여자 – 아름다운 모습) 그려 낸들 한 붓으로 다 그리랴(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낸들 임의 모습을 한 번에 그릴 수 있으랴. - 설의법)
날개 돗친 학(임에게 가고 싶은 마음을 담은 화자의 분신)이 되면 나라가다 아니 가랴(날아가다 보면 임에게 가지 않겠는가 – 설의법)
산은 쳡쳡 고개 지고(고개를 만들고) 물은 즁즁(重重:겹겹으로 겹쳐)[산, 물=장애물] 흘너 근원 되니
텬디 인간(天地人間) 리별 즁에 날 갓트니 잇는가(나 같은 이별이 있겠는가? - 설의법)
츤 퓌여 졀노 지고 해도 다 져물것다 (꽃은 피었다가 지고, 해도 다 져무는데 – 대구법)
㉤초로(草露) 갓튼 이내 인생(人生)(풀잎에 맺힌 이슬. 인생을 아침이면 금방 사라지는 이슬에 비유 – 직유법) 무슨 죄로 못 쥭는가(임이 없는 슬픔으로 인해 죽고 싶으나, 죽지도 못 하는가? - 절망적 심정)
바람 부러 구진비(궂은비)와 구름 여 져믄 날에
오락가락 빈방으로 혼자 셔셔 바자니며(바장이다 – 부질없이 짧은 거리를 오락가락 거닐다)
님 계신 데 바라보니 이내 상사(相思) 허사(虛事)로다(그림움이 헛일이다. - 임이 오지 않기 때문)
공방 미인(空房美人) 독상사(獨相思)는 예로붓터 잇것마는(홀로 그리워함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나 혼자 그리는가 님도 날을 그리는가(대구법)
노류장화(路柳墻花:길 가의 버드나무와 담 밑의 꽃-화류계 여인, 다른 여인)* 거 들고 봄빗츨 놀내는가(봄빛을 즐기며 놀러 다니는가?)
날 사랑하든 에 남 사랑하시는가(나에 대한 사랑을 끝내고 다른 여자를 사랑하시는가?)
산계야목(山鷄野鶩:산꿩과 물오리 – 길들이기 어려운 짐승=사람=나의 임) 길을 드려 노흘 쥴을 모로는가(길을 들여 돌아오게 할 줄을 모르는가?)
노류장화 거 들고 봄빗츨 놀내는가
가는 길이 자최(흔적이) 나면 오는 길이 무되리라(무디리라. 오기 어렵다 – 대구법)
한번 쥭어 도라가면(한번 죽고 나면) 다시 오기 쉬울년가(쉽지 않다)
- 작자 미상, 「상사별곡(相思別曲)」
*셰상 일불 관계랴: ‘세사 일분(世事一分) 관계하랴’의 착오인 듯함. 세상일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겠다는 뜻.
*옥빈홍안: 옥 같은 귀밑머리와 붉은 얼굴이라는 뜻으로, 아름다운 젊은이를 이르는 말.
*겨워: 이기지 못하여.
*노류장화: 길가의 버드나무와 담 밑의 꽃.
{해제}
이 작품은 12가사의 하나로, 총 196구로 되어 있다. 18세기에는 가창(歌唱)으로 존재했던 것이 19세기에 대표적인 잡가로 광범위하게 전파되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4음보 연속체의 기본 형식을 유지하고 있으나, 중간중간 음보의 결손 현상이 나타나 가창 가사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남녀 사이의 순수한 연정을 주제로 한 이러한 상사류의 가사 가운데 전형성을 보이는 작품이다.
{주제}
독수공방의 외로움과 임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
{구성}
•1~7행: 독수공방의 서러움
•8~38행: 이별로 인한 외로움과 임에 대한 그리움
•39~46행: 임과의 재회에 대한 소망
◉ 핵심 정리
* 연대 : 미상
* 작자 : 미상
* 갈래 : 애정 가사
* 성격 : 애상적
* 표현 : 반복법, 대구법, 은유법
* 어조 : 여성적, 독수공방의 처지를 한탄하는 어조
* 제재 : 떠난 임과 독수공방의 처지인 '나'
* 형식 : 196구의 가사로 가창가사의 특징을 나타냄
* 주제 : 남녀사이의 연정, 독수공방의 외로움과 임에 대한 그리움
* 특징 : 4음보 연속에 의한 운율 형성, 서민적 어휘와 양반층의 어휘가 혼재하고, 화자의 정서를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의 요소를 적절하게 활용했고, 조선 전기 대부분의 사대부의 연군 가사들이 남녀 간의 연정을 임금에 대한 충정의 우의적(寓意的 : 다른 사물에 빗대어 비유적인 뜻을 나타내거나 풍자함. 또는 그런 의미) 표현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성리학 이념에 따른 것인데 반해, 이 노래는 그러한 이념적 틀에서 벗어나 남녀 간의 순수한 연정을 표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기 가사와 구분된다.
◉ 이해와 감상
12가사 중의 하나로 18세기의 만언사와 19세기의 한양가에 이 작품의 제목이 인용되고 있어, 18세기에는 가창(歌唱)으로 존재했으며, 19세기에도 대표적인 잡가로 광범위하게 전파되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청구영언 등의 가집과 '증보신구잡가'를 비롯한 각종 잡가집, 그리고 소설 '부용의 상사곡' 등에 전한다. 각 이본들 사이에는 표현상에 다소 차이를 보이기는 하나 크게 다른 점은 없다. 그 중 '남훈태평가'에 전하는 이본을 보면, 4음보 1구로 계산하여 전체 49구이며, 율격은 4음보 4보격 무제한 연속체로써 가사의 율격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가끔 음보의 추가와 결손 현상을 상당히 보여 가창 가사의 특징을 나타낸다. 내용은 인간의 이별 만사중에 독숙공방(獨宿空房)이 더욱 섧다는 것으로 시작하여, 기다리는 마음과 상사(相思)하는 마음을 여러 각도로 묘사한 다음, 한번 죽어가면 다시 오기 어려우니. 옛정이 있거든 다시 보게 태어나길 기원하는 것으로 끝나고 있다. 남녀 사이의 순수한 연정을 주제로 한 이러한 상살류의 가사 가운데 전형성을 보이는 작품으로 이 작품의 문학사적 위치를 설정할 수 있다. 또한 이들 상사류의 가사는 조선 전기의 사대부 가사 가운데 '충신연주지사'라 할 수 있는 '사미인곡(思美人曲)'계열의 가사를 계승한 것이지만, 후자에 있어서 남녀간의 연정은 신하(여성화자)가 임금(임)을 흠모하는 충정의 우의(寓意)라는 점에서 주자주의(朱子主義)라는 이념의 고리에 속박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 상사류는 그러한 이념적 질곡에서 벗어나 남녀간의 순수한 연정을 무한정 표출한다는 점에 그 특성이 있다.
상사별곡의 음악적 형식은 각 절의 길이가 서로 다른 11개절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절은 ' 仲 林 仲 仲 太黃 黃 黃'이라는 반복되는 종지형에 의하여 구분되며 맨 마지막 절의 종지형은 다르다. 한편, '자나 깨나 ~부터 ~귀에 쟁쟁'까지의 내용을 '가삼이 답답'에서 나누어 전체를 12절로 표시하고 있다. 장단은 5박, 구성음은 黃·太·仲·林·南, 음의 장식 기법은 계면조적이다. 또한 창법은 가성을 많이 쓰며 음을 요성(搖聲)할 때에는 궁중 음악계통의 특징과 민속음악적인 특징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전성기법은 그리 두드러지지 않아 경과적인 장식음으로 처리되고 있으며, 퇴성(退聲)은 임종에서 중려로 하행진행할 때 태주에서 황종으로 하행진행할 때와 거의 규칙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음악의 종지형에 근거한 장별 구분 및 사설은 위의 본문 일부와 같다.
■ 심화 자료
상사별곡에 나타난 화자와 대상의 관계
'상사별곡'에서 화자 '나'와 대상 '임'의 관계는 '과거 - 현재 - 미래'로 나누어 살펴 볼 수 있다. 과거의 '나'와 임은 '죽지마자하고 백년 기약'을 맺었던, 뜨거운 사랑을 나누던 관계이다. 그러나 현재는 임이 떠나고 '나'만 그 임을 그리워하고 있다. 이러한 처지 때문에 전생에서부터 이어져 온 임과의 인연마저 '죄'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의 화자의 심정은 '섧다, 설움, 답답'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외로움과 괴로움이며, '보고지고, 듣고지고'에서 알 수 있듯이 임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러나 떠난 임은 소식이 없으며, 그럴수록 임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은 깊어 간다. 화자는 그러한 상황을 자연물의 심상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의심까지 하고 있다. 이 역시 임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절절한가를 반어적으로 보여주는 심리이다. 그러나 화자가 비탄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미래에는 임과의 재회를 통한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는데, 그것을 맨 마지막 구절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출처: http://blog.daum.net/beikhyung0410/4866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