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의 유래]
많은 사상자 남긴 '헤이마켓 시위'
1886년 노동자 4만명 참여하며 시카고에서 일어난 대규모 총파업
이후 노동절 '메이데이' 지정되며 세계 각국 노동자 위한 행사 열려
"메이데이(Mayday), 메이데이(Mayday), 메이데이(Mayday)!"
지난 3월 프랑스 남부 알프스 산악지대에 추락한 독일 저먼윙스 항공기의 마지막 교신 내용이에요. 우리말로 "도와줘요, 도와줘요, 도와줘요!"라는 의미인데요, 아마도 기장이 속수무책으로 추락하는 상황에서 구조를 요청한 것으로 보여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출발해서 독일 뒤셀도르프로 향하던 150명의 승객과 승무원 전원이 사망한 안타까운 사고였죠. 배를 타고 가다가 사고를 당하거나 항공기 운항 중 문제가 있을 때, 국제적으로 약속한 조난 신호가 바로 '메이데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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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86년 5월 4일 미국 시카고의 헤이마켓 광장에서 벌어진 노동자들의 시위 모습을 묘사한 삽화예요. 노동자 수만명이 모여 경찰의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고, 이때 누군가가 던진 폭탄에 경찰과 시위대 모두 크게 다쳤어요. 이 사건 이후 세계 곳곳에서 노동자의 권위를 보호하려는 시위가 조직적으로 벌어졌어요. /Credit-Corbis 토픽이미지
항공기의 경우, 무선전화로 연속해서 3번을 알리지요. 오죽 다급하면 3번이나 외칠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원래는 도와달라는 뜻의 프랑스어 '메데(m'aider)'를 영어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메이데이'가 됐다고 해요. 그런데 띄어쓰기를 넣어서 표현해보면 전혀 다른 뜻의 단어가 되죠. 5월 1일, 노동절을 뜻하는 메이데이(May-day 혹은 May Day)죠. 노동자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만든 세계 노동자들의 축제날이지요. 1886년 5월 1일의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메이데이. 그날 노동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18세기 영국에서 시작한 산업혁명은 짧은 시간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어요. 일단, 기계의 힘을 이용해 공장에서 수없이 많은 물건이 쏟아져 나왔죠. 장인의 손으로 한땀 한땀 만들던 옷 한 벌이 재봉틀만 있으면 뚝딱뚝딱 만들어졌죠. 농작물을 수확하는 것도, 목화솜을 트는 것도 더는 사람이 아닌 기계의 몫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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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86년 5월 시카고에서 사용된 노동자들의 시위 참가를 권하는 전단이에요. /위키피디아
대량으로 만든 물건은 철로를 따라 멀리 팔려 나갔고, 누구든 돈만 있으면 만들어진 것들을 손쉽게 살 수 있었어요.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기계가 움직이는 속도만큼이나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여야만 했죠.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모여들었어요. 하지만 일자리를 얻기는 쉽지 않았죠. 숙련된 기술자들도 이미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긴 상황이었어요. 임금이 싼 노동자들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만 하면 됐으니까요. 하늘 높이 들어선 시계탑은 빨리 일하러 가라며 재촉했어요. 도시에는 주택 문제, 실업 문제, 환경오염 문제, 범죄 문제, 빈부 격차 등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가득했죠.
산업혁명에 박차를 가하던 1886년 미국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어요. 인종의 전시장 같은 미국은 고루 섞이지 않은 샐러드 같았거든요. 밀려나는 원주민 인디언, 아프리카 출신 해방 노예, 아일랜드, 영국, 프랑스, 폴란드 출신 이민자와 인도와 중국의 이민자까지 온통 노동자가 넘쳐나고 있었어요.
중국인들은 똘똘 뭉쳐 차이나타운을 만들어 생활하기도 했으며, 곳곳에서 인종차별과 남녀차별이 나타났죠. 반면 철강왕으로 알려진 카네기나 석유왕 록펠러, 자동차왕 포드등 일부는 점점 큰 부자가 돼 갔어요. 빈부 격차는 더욱 심해졌고, 노동자들은 하루 15시간씩 일해도 부자가 될 수 없었어요.
자동차와 제철 공업이 발달했던 오대호 연안의 시카고는 특히 이민자가 전체 인구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곳이었어요. 여자와 어린이들까지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상황에서 가난과 삶의 고달픔은 노동자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어요.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임금을 더 받을 수 있다면' '좀 더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다면'하고 바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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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절이 만들어진 배경이 된 헤이마켓 시위를 기념하는 기념비예요. /위키피디아
결국 1886년 전국에서 노동자들의 시위가 일어났죠. 특히 5월 1일에 시카고에서는 노동자 4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총파업과 평화행진이 일어났어요. 기계가 움직이지 않았고, 생산은 멈췄죠. 가장 중요한 구호는 '1일 8시간 노동제 실시'였답니다. 왜 8시간이었을까 궁금하지요? 1817년 영국의 사회운동가 로버트 오웬이 말한 "8시간 일하고, 8시간 놀고, 8시간 자자"에서 그 의의를 찾았던 거죠.
5월 3일에는 파업을 방해하던 사람들이 노동자들에게 공격을 당했어요. 당시에는 파업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고용된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총에 맞아 6명이 죽고 수십명이 다치는 불상사가 발생했죠. 죽은 사람 중에는 여자아이도 있었어요. 군중의 시위는 5월 4일에도 이어졌어요. 그런데 뜻밖에 헤이마켓 광장에 모인 평화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폭탄이 터졌어요.
경찰의 사망이 잇따르고, 설상가상으로 분노한 경찰의 발포에 노동자가 또 사망하면서 최악의 난투가 벌어졌어요. 폭탄 테러의 원인은 결국 밝혀내지 못했지만, 주동자로 지목된 4명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사형됐어요.
그 후, 헤이마켓 시위를 기념하기 위해 많은 나라가 5월 1일을 노동자를 위한 날로 정하고 이날을 중심으로 노동자들의 시위가 조직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죠. 그리하여 5월 1일에 각국의 노동자들을 위한 기념행사를 치르기 시작했으며, 지금의 노동절에 이르게 된 것이죠. 오웬과 헤이마켓 시위의 구호였던 1일 8시간 노동은 1919년 국제노동기구(ILO)에 의해서 노동에 관한 국제기준이 됐답니다.
- 공미라 세계사 저술가 |
첫댓글 5/1일자 조선일보에서 발췌함. 오늘부터 황금연휴입니다.^^
"하늘 높이 들어선 시계탑은 빨리 일하러 가라며 재촉했어요"
생각하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