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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스트로스,《슬픈 열대》(Tristes Tropiques, 1955)
글 : 임준형
서구의 20세기 중후반을 풍미한 사상 사조인 "구조주의"의 완성자 레비-스트로스가 저술한
"20세기 최고의 기행문"이자
구조주의 인류학의 방법론이 드러나고 있는 책이기도 하며
"생태주의적 세계관에 입각한 서구문명 비판"의 선구자격인 책이기도 하다.
박진감 넘치는 기행문이자 웅숭 깊은 사유를 가진 사상서이면서
매우 유려한 문장의 자서전이자 고백록이기까지 한 이 책은
그러한 구분으로 규정당하는 것을 거부하며
형식의 독창성으로마저 우뚝 선
20세기 최고의 고전 중 하나이다.
별점은 당연히 별 네 개(만점).
(2007-09-11)
레비 스트로스,《슬픈 열대》(Triste Tropique, 1955) 세미나 1 발제문
ㅡ 여름의 끝자락에 체험한 열대로의 여행
일자 : 2007-09-01
글 : 임준형
Ⅰ. 들어가며
* 기행문도 대가가 쓰면 다르다 - 저 유려의 극치를 보여주는 말빨
* 제임스 조이스의 “의식의 흐름” 기법?
* "일몰" - 태양빛이 꺼지고 본 모습이 드러나는 세계를 조명하며 핵심 주제를 드러내다.
* 여행을 하며 자신 그리고 자신의 문명에 대하여 생각하다 - 비슷한 기행문들을 아는지?
* 현경 군이 농담하는 줄 알았으나, "진짜" 슬퍼졌다 - 사라져가는 원주민들의 문화를 보며, (저자의 유려한 문장 때문일 수도 있으나) - "Bonjour Tristesse" (슬픔이여 안녕)
* 서구 문명 비판 (65p) - "서구의 질서와 조화는 이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는 막대한 양의 해로운 부산물의 제거를 필요로 하고 있다. 여행이여, 이제 그대가 우리에게 우선 보여줄 것은 바로 인류의 면전에 그대로 내던져 버린 우리의 오물일 것이다."
- 환경 보호 주장과 연관된 서구 문명 비판이나 생태주의적 세계관은 서구에서 1960년대 이후(그러니까 레이첼 카슨,『침묵의 봄』(1962) 이후)라고 들었는데 이 책이 그 선구자 역할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 저자의 철저한 문화상대주의를 보니 오히려 고개가 갸우뚱한다 - 그것도 서구 문명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서구 철학의 최고 전문가 중 한 사람인 레비 스트로스가 말하니 더 그렇다 - (서구 문명 = 오지인 문명, 혹은 오지인 문명이 더 나을 수도 있다!) - 나도 서구 문명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생각해오긴 했지만, 이건 좀 = 저자의 시각에 동의하는지??? (Ⅱ. 구조주의 에서의 질문으로 연결)
Ⅱ. 구조주의 (構造主義, Structuralism)
1. 참조 자료 1 - "슬픈 열대"에서
* 구조주의는 "인간 정신"이란 동일한 메커니즘을 통해서 작용하는 것으로 간주 - "기본구조는 문명인의 문화나 원시인의 문화나 다 같다"
2. 참조 자료 2 - "일반언어학 강의"에서
Ⅲ. 내용 탐구
제1부
제1장
* 기행문 (44p) - 20세기 초 유럽에서 탐험(리빙스턴 류)이 유행했던 이유 - "탐험 정신" 같은 것 때문이 아니라 기행문이 잘 팔려서 돈이 되기 때문이었다
제2장
* 여행을 떠나기 전의 흥미진진한 묘사 - 쥴 베르느(타임머신, 달세계여행, 지저세계, 해저2만리 등으로 유명한 19세기의 SF 소설가)의 탐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 - 두근두근
* 앙드레 브르통 (52p) - 살바도르 달리, 루이스 부뉴엘과 함께 초현실주의 운동의 기수 중 한 사람 - 초현실주의 운동은 이후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제2선언(1929)에 의해 사회주의 운동으로 발전했는데 그래서 앙드레 브르통이 빅토르 세르주와 동행했을 것
* 목욕이여 안녕! (55p) - 유머 감각까지 풍부
* 볼테르ㆍ아나톨 프랑스 (58p) - 역시 개그 작살
제4장
* 문명 비판 (65p) - 上同
제2부
제5장
* 셀레스탱 부글레 (74p) - "오늘 정오 이전에 조르주 뒤마에게 확답을 해주어야만 하는 거라네" - 역사는 이렇게 어이없이 만들어지기도 =_=
* 상파울루대 - "경성 제대" 같은 느낌 - 본토의 꼬붕 내지 어용 대학, 원주민들의 파격적 신분 상승 수단
* "진짜" 슬픈 열대 (75~76p) - "심심풀이" - 브라질의 비극은 서양문명이 원주민 문화를 오염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심심풀이"로 "학살"하는데 있었던 것 - 상파울루의 3분의 2를 차지하던 원주민들이 한 사람도 남지 않았다.
* 빅토르 마르그리뜨 (77~78p) - "인물과 저서간의 모순 ~ 너그러운 인품에 반해서 저작품이 단순하고 거칠어 ~ 그의 결점 ㅡ 강한 허영심 - 너무 노골적인 평가? 대단히 직설적이다 - 우리나라에서 이런 비판을 할 수 있나? (진중권 정도? ^^;) 서구에선 되고 우리나라에선 안되는 건 왜인가?
제6장
* 귀스타브 로드리고 (78~79p) - "나는 그와 같이 소박한 확신이 보다 빈약한 사고와 결부되어 있는 것은 결코 본 적이 없다" - 역시 노골적
* 변증법 (79p) - "준비할 시간을 10분만 주면 버스와 전차의 각각의 우월성에 대해 변증법적으로 한 시간 동안 강연할 수 있다" - 이 재능이 있으면 사시 진짜 쉽게 붙을텐데 (개념 10000개만 외우면 된다)
* "내가 받은 철학 교육은 지능을 연마시킴과 동시에 정신을 고갈시켰다" (80p) - 역시 천재라 기존의 철학에 만족하지 못했다
* 기존 철학ㆍ기존의 학문방법론에 대한 비판 (80p) - "지적 기교가 진리에의 애호를 대신하였던 것이다"
* 신석기 시대의 인간 (81p) - 천재 자랑;;;
* 법ㆍ의 vs 문리대 비교 - 흥미롭다
* 레비 스트로스 역시 통섭(統攝)의 학자 - 법학, 철학, 정신분석학, 지질학, 마르크시즘, 그리고 인류학의 비조(鼻祖)
* 민족학을 접한 후의 기분 (88p) - (구두 인용) - 철학을 하기엔 너무 자유로웠던 그?
제7장
* "일몰" - 上同
* 선상 노트 - "나는 배부르다"
- 耿君 - "구석기 시대, 아직 풍족한 식량을 확보하지 못하였던 얼굴 거멓고 힘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 감정이라는 것은 상당히 생경한 것임에 틀림없었을 것이나, 오늘날을 살아가는 자들의 경제적 활황이라는 것은 포만감이라는 감정을 너무 쉽게 느끼게 되어버린 건 아닌지 모르겠다. 중국의 어느 성인 군주를 보고 배를 두들기며 땅을 치며 "왕이 무슨 소용이냐" 외쳤다는 노인의 심정으로 나는 배를 쓰다듬으며 석양을 바라보고, 다시 마쉬멜로우와 코코아를 찾는 모순적인 느낌에 빠져드는 것이다"
- 그러나 조낸 유려한 문장력 인정
제3부
제8장
* 여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5가지 변화 (112~114p)
- 시간, 공간(기후, 경제 상황, 상이한 문명), 사회적 서열
* 당시 프랑스에서도 대학에서 도서 구입이 힘들었다 (129p) - 역시 세계 어디서든 돈 안되는 학문하는 일은 힘들다; (프로이트와 칸트의 교수 임용 사례)
참조 자료 1 - 반덕진,『동서고전 200선』 중 "슬픈 열대"
『슬픈 열대』(Tristes topiques, 1955)
저자 : 레비-스트로스 (Levi-Strauss, 1908~ )
현대 인류학에 지대한 영향을 남긴 레비-스트로스의 자서전으로 간주되는 이 저작은 철학으로부터 인류학으로 이행한 저자의 지적 여정이 담겨 있다. 이 저술은 저자가 브라질에 체류하면서 경험했던 원주민들에 관한 기록으로, 서구사회의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이 브라질 인디언들의 풍속에 끼친 폐해를 다루면서, 인간과 사회에 대한 포괄적인 시각과 동시에 현대문명의 제반문제에 대한 의미 성찰의 기회를 던져주고 있다.
프랑스 구조주의 창시자
현대 사상의 한 조류인 구조주의의 창시자로 평가되는 레비-스트로스. 그는 벨기에의 브뤼셀에서 출생했다. 유태계 프랑스 인인 그의 부친은 베르사유 궁전에 근무하는 화가여서 레비-스트로스는 출생 직후 베르사유 궁전 부근으로 이사하여 그곳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그의 숙부도 화가였고 그의 조부는 베르사유의 유대교 율법선생으로 교회를 관리하고 있었으므로 어려서부터 교회의 벽화나 성화 등을 접할 수 있었다. 이러한 영향은 (슬픈 열대)에서 카두베오 족이나 보로로 족의 신체장식이나 조각의 무늬를 분석함에 있어 놀랄 만한 심미안을 보여준다.
파리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그는 특히 1931년에는 철학교수 자격시험에 23세로 합격하는 비상한 재능을 보였다. 대학 졸업 후 한동안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았고, 1934년 브라질의 상파울로 대학에서 사회철학을 강의했다. 여기에서 그는 생의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브라질에 체류하고 있는 동안 브라질의 원주민에게 관심을 갖게 되어 아마존 강 유역의 원주민 사회를 답사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1938년에는 브라질 정부의 후원으로 브라질 내륙지방의 원주민 사회조사단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었고, 이때 조사한 4개의 원주민 부족에 관한 민족지가 바로 (슬픈 열대)의 주요 내용을 이루고 있다.
제2차 대전이 발발하자 그는 프랑스로 귀국하여 영불간의 통역장교로 근무하게 되었다. 프랑스가 독일에게 패하자 유태계 프랑스인이었던 그는 미국으로 탈출한다. 당시 미국은 유럽에서 피난 온 교수와 과학자를 위해 신사회과학원을 설립했는데 그도 여기에 참여하여 학문의 폭을 넓혔다. 이 기간동안 그는 미국에 소장되어 있는 인류학 관계문헌을 모두 소화하고 저명한 인류학자들과도 친분을 맺었다. 무엇보다 큰 성과는 그가 소련에서 망명해 온 언어학자인 야콥슨을 만난 것이었다. 구조언어학의 대가였던 그로부터 구조언어학의 방법론을 습득했으며, 두 사람은 공동으로 (언어학과 인류학에 있어서의 구조적 분석)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1948년에는 파리로 돌아와 인류학 박물관의 부관장직을 맡게 되고, 다음해에 (친족의 기본구조)라는 방대한 저서를 출간하여 구조주의 방법을 결혼 및 친족체계에 적용했는데, 이 저서로 그는 인류학자로서의 확고한 명성을 얻었다. 이어서 (슬픈 열대)(1955), (구조인류학)(1958)을 저술한다.
1959년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사회인류학 연구실이 특별히 레비-스트로스를 위해 개설되었고, 그의 취임 강연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곳에서 그는 사회인류학을 강의하면서 그의 구조주의 방법을 두번째로 적용하기 위해 신화학의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특히 1962년에 출간된 (야성적 사고)는 그 난해성과 사르트르의 역사관에 대한 비판으로 당시의 사상계에 던진 충격과 파문은 굉장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다음에 나타나는 (신화학)의 사상적 기초에 해당하는 하나의 전주곡이었다.
1964년부터 1971년에 걸쳐 그는 그의 지성과 화려한 천재성을 4권의 (신화학)에 담았다. 즉, 1964년에는 (신화학) 제1권인 (날 것과 익힌 것)을, 그리고 1971년에는 (벌거벗은 인간)이 출간되어 신화학의 전 체계가 완성되었다. 물론 이 저서에 담긴 내용과 분석방법에 대해 논란이 적지 않았지만, 제1권인 (날 것과 익힌 것)에 주어진 인류학자의 최고 명예라 할 수 있는 바이킹 재단상 수상을 고려하더라도 우리는 그의 이 업적이 얼마나 큰 인류학적 가치를 지닌 것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구조주의와 레비-스트로스
레비-스트로스 하면 연상되는 구조주의는 프랑스에서 1960년대 초 실존주의의 뒤를 이어 나타난 현대사상의 한 조류로서, 그 범위는 매우 넓어서 철학문학민족학정신분석학 등 다방면에 걸친다.
구조주의
이 사상의 특징은 인간과 자연에 나타나는 표면적인 현상보다 그 배후에 있는 심층적인 구조를 밝혀내여 보편적인 법칙을 발견하고 이 법칙을 근거로 다양한 현상을 파악하여 한다. 아직 명확한 학파나 기준을 분류하기는 어렵지만 종래의 인간중심적 사고와 역사종교라는 개념을 파기한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는 듯하다. 구조주의는 하나의 방법론을 넘어 세계관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데 이러한 구조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구조주의의 창시자라 불리는 레비-스트로스를 통해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세 가지 만남
그는 그에게 구조주의에 관한 영감을 준 3가지 만남을 (슬픈 열대)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다. 첫째는 마르크스와의 만남이고, 둘째는 프로이트와의 만남이며, 셋째는 지질학과의 만남이다.
마르크스의 상하부 구조론은 모든 상부현상들의 밑바닥에는 그것들을 결정하는 하부구조 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고, 프로이트의 심층심리학은 모든 의식현상 밑바닥에는 이를 지배하는 심층구조(무의식 세계)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지질학은 지상의 표면 밑에는 보이지 않는 지층이 깔려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셋은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실을 각각 사회 인간 자연의 영역들에서 증명해주고 있다.
곧 모든 표면적인 현실은 더 근본적인 다른 하나의 현실에 근거한 것이라는 것, 따라서 참다운 진실은 표면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밑바닥에 숨어 있다는 것, 그러므로 감추어져 있는 진실은 철저한 발굴작업을 통해서만 드러난다는 것 등이다. 지질학자가 그의 훈련된 눈으로 지표 밑바닥에 있는 기본구조를 꿰뚫고보듯이, 그는 인류학자이며 사회학자로서 인류문화와 사회현상의 표면을 뚫고 그 밑에 숨어 있는 근본구조 를 찾아내려는 것이다.
구조주의 언어학의 도움
이와 같은 미지의 구조, 곧 다양한 표면현상에 질서를 부여하는 이러한 미지의 구조가 실재한다는 것은 레비-스트로스의 생애를 결정한 위대한 발견이었다. 그의 학문적 과제는 이와 같은 미지의 구조를 찾아내는 일이다. 그런데 그는 이러한 과제를 구조주의 언어학 에서 배운다. 특히 프라하 학파가 발전시킨 음운론의 방법과 그 성과에 그의 구조주의는 큰 도움을 받는데, 마치 핵물리학이 자연과학 전체를 위해서 혁명적인 역할을 한 것처럼 음운론은 인간과학 전체를 위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그는 보았다.
원시인 연구로 서구문명 비판
(슬픈 열대)는 어떤 체계적인 이론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사상적 편력과 그 귀결이 집약되어 있는 하나의 입문서다. 이 책에서 그는 섬세한 관찰력을 독특한 문체로 표현하는 뛰어난 문학적 자질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책에는 1937~1938년 사이에 그가 브라질 내륙에 살고 있던 4개의 원주민 부족, 즉 카두베오 족보로로 족남비쿠아라 족투피카외히브 족의 사회를 조사하여 기술한 일종의 민족지이자 기행문이다.
그러나 그의 이 책 속에는 자신이 민속학자가 된 경위로부터 자신의 사상편력에 이르기까지 자기 고백을 담아냈다. 그리하여 원주민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 저편에 자리하고 있는 자신의 내면과 자신의 학문적 기초로 삼고 있는 구조주의 에까지 독자로 하여금 다가오도록 배려하고 있다.
먼저 그는 인류학자가 되는 과정에서 그에게 새로운 시야를 열어준 세 가지 만남으로서 마르크스주의정신분석학지질학을 들고 있다. 그에게 마르크스 의 변증법적 유물론은 모든 상부구조가 하부구조에 의해 규정됨을 제시했고, 프로이트 는 의식의 기저에서 무의식의 세계가 지배하고 있음을 밝혀주었으며, 지질학은 지표 밑에 존재하는 지층의 중요성을 인식시켜주었다.
결국 이 세 가지 학문은 모두가 참다운 이해란 어느 한 유형의 현실을 다른 유형으로 환원시키는 과정을 의미하며, 참된 현실이란 외형적으로 두드러진 현실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외피의 내부에 숨겨진 심층구조에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진리란 우리의 탐색을 회피하여, 스스로를 은폐하려는 그 내밀성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이 같은 그의 입장은 체험과 실재 사이에 연속성을 추구하려는 현상학을 거부하며, 개인적 선입견들을 철학적 문제나 휴머니즘의 영역으로 승격시키려는 실존주의도 비판한다. 개인의 주체성보다는 보편적 구조를, 자유보다는 결정론적 과정을 중시하는 그는 후일 사르트르와의 필연적인 논쟁을 예고한다.
그가 주장하는 구조주의는 새로운 문명과 혹은 현대 문명비판론의 성격을 지닌다. 인간정신 (헤겔의 절대정신과 유사)이란 동일한 구조적 메커니즘을 통해서 작용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구조주의는 원시사회와 현대사회의 차이를 야만과 문명, 혹은 비논리와 논리로 대비시키지 않는다.
원시인들의 사고방식이 삶의 세계에 포함되는 모든 사실들을 총체적인 체계와 질서 속에서 추상화하는 것이라면, 문명적 사고는 특수한 몇 개의 영역들만을 구분하여 취급하는 제한적 결정론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시사회를 야만적 혹은 미개적 이라고 부르는 것은 현대인의 편견일 뿐이다. 비록 원시사회가 기술적으로는 낙후되었을지 모르나 나름대로의 합리성과 집단적 조화, 그리고 인간적 만족을 유지하고 있다. 어쩌면 레비-스트로스가 시사하듯이 원시인들은 과열된 동적 사회의 현대인이 누리지 못하는 인간적 교환과 종합의 재능을 향유하고 있는 것이다.
원시사회란 단지 우리와는 다른 종류의 사회일 뿐 결코 열등한 사회가 아니다. 그런데 오늘날 신비스런 조화의 구조를 가진 원시사회가 현대문명에 의해 훼손되고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소멸되어가는 열대의 원주민은 슬픈 것이다. 그리고 이 사라지는 실체를 탐구하도록 재촉받는 인류학자의 직업 또한 슬픈 것이다.
결국 저자는 역사가 인간사회를 더 좋은 사회로 인도할 것이라는 환상을 거부한다. 그리하여 그는 실존주의자들이 가정하는 행위의 자유로운 주체자로서 인간이 갖게 되는 특권적 영역을 과대 평가하지 않는다.
"인간은 죽었다"라고 외친 푸코의 절규가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에도 메아리친다. 단지 그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이 역사적 진보라는 환상 속에서 노예적인 구속을 감수하는 비인간성으로부터 해방될 것을 호소할 뿐이다.
이 같은 그의 태도에는 불교적 선을 연상시키는 일종의 우주론적 체념이 있다. 그것은 어쩌면 일찍이 루소가 시도했던 이미 존재하지 않고 과거에도 결코 존재하지 않았으며, 미래에도 결코 존재하지 않을 어떤 상태 를 정확히 알고자 하는 시도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불교와 마르크시즘의 융합을 모색하면서 다음과 같이 알듯 모를 듯한 독백을 우리에게 던져놓고 있다.
"인간을 그 첫번째 사슬로부터 해방시키는 마르크시즘의 비판과 그 해방을 완결시키는 불교도의 비판 사이에는 아무런 대립이나 모순이 존재하지 않는다. ... 그들은 동일한 과업을 상이한 수준에서 각각 행하고 있을 뿐이다. 세계는 인간없이 시작되었고 또 인간없이 끝날 것이다.
대륙문학의 기반 위에 영미학문 소화
레비-스트로스는 뒤르켐과 모스의 프랑스 사회학의 전통을 계승하고 그 뒤에 독일의 사회철학인 마르크시즘과 당시 유행하던 프로이트에 접근했다. 이어 영국의 사회인류학과 미국의 문화인류학을 소화한 뒤에 남미 현지를 조사하고 현지감각을 갖게 되었다. 말하자면 프랑스와 독일로 대표되는 대륙학문의 기반 위에 영미계통의 학문을 소화하고 구조언어학의 방법을 도입하여 인류학에 구조주의를 창시한 것이었다.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적 시각에 의한 학문적 업적은 크게 4분야로 요약할 수 있다. 친족제도 연구, 토테미즘 연구, 신화 연구, 철학적 공헌 등이 그것이다.
친족제도 연구
인류학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영역이 친족연구로 (친족의 기본구조)에 그의 생각이 잘 나타나 있다. 그의 구조주의는 언어현상과 원주민들간의 친족관계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이 성과가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구조주의의 시작이다.
그는 여기에서 종래의 민속학자들이 사용했던 생물학적개별주의적 관찰방법을 지양하고, 사회학적보편주의적 방법을 통해서 모든 친족관계의 기본구조를 발견했는데, 이것이 교환의 법칙 이다. 그는 모든 결혼제도의 공통적 기반을 교환 으로 보고 씨족들 사이에 교환되는 사절의 역할을 하는 것이 여자들이라는 것이다. 근친상간의 금지는 인간의 가장 값진 존재를 다른 가족들과 교환함으로써 비로소 연결된 사회를 이룩하고 이 교환을 통해서 비로소 문화가 가능하게 되었다고 그는 주장했다.
토테미즘 연구
이처럼 그는 친족관계의 기본구조를 연구한 다음 토테미즘을 연구한다. 그는 토테미즘에 대한 인류학적인 검토를 한 후 토테미즘이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지금까지 인류학자들이 설명한 그러한 현상들은 언제나 경멸적으로 설명하려는 문명인들의 버릇이 창조한 것이라고 보았다.
그들은 그렇게 특수하게 설명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이미 특수하게 그 현상을 묘사하고 파악한다. 그에 의하면 토테미즘은 경멸적인 것이 아닌 자연과 문화라는 개념들이 일정한 형식으로 결합하여 생겨난 보편적인 법칙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신화분석
그의 구조주의는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방법이다. 구조주의 방법이 최종적으로 추구하려는 것은 표층 밑에 존재하는 심층구조를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문화에 표층문화가 있고 그 밑에 하층문화가 있으며, 이 하층문화의 기충에 존재하는 기본구조는 문명인의 문화나 미개인의 문화와 같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문명과 미개를 망라한 모든 인간들이 갖는 기본구조는 같은 것이며, 이것을 규명하는 것이 인류학의 목적이고 이것을 위한 분석방법이 구조주의라는 것이다.
이러한 전 인류의 공통분모인 기본구조를 분석하는 데 복잡한 문명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것보다는 단순한 원시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유리하고, 원시사회에서도 잡다한 의례나 일상생활보다는 신화를 분석하는 것이 보다 가까운 길이라 했다.
이러한 취지에서 저자는 4권의 (신화학)을 저술한다. 이 4권의 신화는 모두 50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저서들로 제목과는 달리 남미 여러 부족의 신화를 총망라하여 신화 속에 감추어진 자연과 인간의 대립상,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갈등과 조화를 분석하여 인간의 심성에 있는 2항 대립적 기본구조를 확인한 것이었다.
서구철학 비판
그리고 저자는 서구의 편협한 철학을 맹렬히 공격했다. 이를테면 서구철학은 이성과 감정을 분리하고 다시 감정은 억제되어야 하며, 이성만이 중요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서양인이 무시하는 원주민은 이성과 감정을 조화시킨 철학을 갖고 있으며, 더 나아가 자연과 인간을 조화시킨 철학을 가졌다. 따라서 저자는 이러한 원시민의 철학을 정돈하여 서구의 교만한 철학자를 공격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말하자면 문명비판이 된다.
참조 자료 2 - 반덕진,『동서고전 200선』중 "일반언어학 강의"
『일반언어학 강의』(Cours de Linguissstique Generale, 1916)
저자 :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 1857~1913)
1916년 간행된 소쉬르의 이 저작은, 인간언어의 본질에 대한 과학적 탐구를 표방하는 일반 언어학을, 새로이 구성된 기호학의 조망 속에서 20세기의 주요한 독립적인 인간과학의 하나로 정립시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이 저서는 언어에 대한 과학적 연구영역에서 필연적으로 조우하게 되는 일련의 기본적인 개념을 체계화하고 있는데, 역사 실증주의적 연구와 단절을 이루는 그 내용은 현대 구조주의 언어학의 초석이 되었다.
조숙한 천재
스위스의 언어학자인 소쉬르는 제네바에서 출생했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자연과학 분야에서 활약한 인재들을 많이 배출했다. 15세에 (언어의 일반체계)라는 논문을 발표하여 주위를 놀라게 하는 등 어릴적부터 천재성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라이프치히 대학 재학중인 21세 때인 1878년 저술한 (인도유럽어의 원시모음 체계에 관한 논문)은 기존 학계난재를 투철한 논리와 박식함으로 해결한 명저로 오늘날에도 빛을 발하고 있다.
그는 고대 그리스 어, 라틴 어, 고대 페르시아 어 등에서부터 불어, 독일어, 영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언어에 정통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그는 독일학계에서는 냉대를 받았으나 파리에서는 크게 호응을 얻어 24세 되던 해에는 브레아르의 뒤를 이어 고등연구소의
강사가 되어 비교법을 강의했다.
만년에는 제네바로 돌아가 일반언어학에 관해서 세 차례 강의했다. 그의 강의는 그때까지 언어학을 지배하고 있던 역사주의나 실증주의 등을 극복하고 언어학의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었다. 역사주의 언어학이란 언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즉 사회문화제도 등을 대상으로 연구경향을 말하는데, 이는 언어학을 언어사로 환원시켜버릴 우려가 있었다.
소쉬르는 이러한 태도를 비판하고 언어를 언어 그 자체로서, 즉 언어가 내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유한 구조 를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는 언어는 언어 외적인 현상을 연구하지 않고도 완전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일반언어학 강의)의 대미를 장식하는 다음 문장에 잘 나타난다.
"언어학의 유일하고도 진정한 대상은 언어인데 언어는 그 자체로서, 그것만을 위하여 고찰되어야 한다. "
그때 수강했던 학생들의 노트와 소쉬르의 강의노트를 제자들이 정리하여 편찬한 것이 (일반언어학 강의)로서 그의 사후에 출간되었다.
이런 관계로 이 저서에 기술되어 있는 내용 하나하나에 대해 소쉬르가 실제로 한 말인가에 대해 논란이 일기도 한다. 아무튼 이 책은 구조주의 언어학의 출발점이 되었다.
소쉬르의 언어학적 혁명
언어에 대한 전통적 사고방식
언어나 기호가 갖는 가장 일반적인 특징은 그것이 기호사용자의 의도를 대신한다는 것이다. 즉, 우리는 기호를 통해 어떤 사물을 지시하거나 어떤 의도를 표현한다. 예를 들면 강아지 라는 기호는 실제 강아지의 이름 이다. 잠잔다 라는 말은 자는 행위를 가르키고, 그 기호를 사용하는 것은 자는 것과 관련된 어떤 의도를 표현하기 위함이다. 여기서 기호가 지시하는 대상(강아지)을 보통 지시체라 한다. 기호나 언어에 대해 갖는 생각은 강아지 라는 기호와 실제 강아지(지시체)간에 상응일치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즉, 기호는 지시체를 반영한다는 이러한 사고방식을 언어나 기호에 대한 전통적 사고방식이라 할 수 있다.
소쉬르 혁명
소쉬르는 이러한 사고방식에 전면적으로 반대했다. 그것은 기호와 지시체간에는 어떤 유사관계나 일치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호들의 의미는 대체 무엇이고 어떻게 정해질까? 이에 대한 소쉬르의 견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언어학의 대상과 특징을 들 수 있다. 그에 따르면 언어활동에는 랑그(langue, 언어)와 파롤(parole, 화언)이 있는데, 언어학이란 랑그 를 대상으로 한다고 말한다. 나는 고전을 읽었다 는 말은 고전을 나는 읽었다 라고 말할 수 없는 어떤 동일한 규칙과 순서로 표현해야 되는데, 이러한 언어사용 규칙을 랑그 라 한다. 반면 나는 고전을 읽었다 는 말을 전라도 사투리로 표현할 때와 강원도 사투리로 표현할 때 분명히 다른 억양과 음색을 가지게 되고 또 동일인이 시간적 간격을 두고 말할 때도 달리 표현되는데, 이처럼 성대를 울려나오는
소리를 파롤 이라 한다. 이것은 음악에 있어서 추상적 악보와 실제적 연주와의 관계를 비유해볼 수 있다.
둘째, 소쉬르는 언어현상을 기호학이란 관점에서 해명하려고 시도했다. 즉, 기호와 지시체의 관계가 그것이다. 소쉬르는 기호를 기표(signifiant, 시니피앙)와 기의(signifie, 시니피에)로 나눈다. 기표는 표시하는 것 이고 기의는 표시되는 것 이다. 예를 들면 책 이란 발음은 그 물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 그 물건을 가리키기 위해 잭 이나 착 으로 사용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책 이라고 발음하기로 한 것은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에 달리 발음해서는 안된다. 새로 약속을 바꾸어 착 이라 한다면 이제 우리는 사전에서 착 이란 철자를 찾으면 된다. 이런 식으로 기표는 그 대상과 무관하게 사용되는데, 이 말은 기호는 자의적 이란 뜻이다.
셋째, 공시성(synchrony)와 통시성(diachrony)에 관련된 것이다. 공시성이란 어떤 기호를 사용하는 데 동시적으로 갖추여야 할 조건들을 말한다. 예를 들어 주어는 동사와, 타동사는 목적어와 함께 써야한다는 것이다. 반면 통시성이란 어떤 단어가 탄생부터 겪어온 역사적 변화를 말한다. 따라서 그가 보기에 언어학에는 공시언어학 과 통시언어학 이 있을 수 있다. 통시언어학은 언어의 변천과정을 연구하는 것이고, 공시언어학은 언어의 규칙과 체계를 연구하는 것이다. 소쉬르는 이 둘 중에서 언어학의 중심영역은 공시언어학이라고 말한다.
넷째, 소쉬르는 기호의 가치 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말은 좋다, 나쁘다 를 말하는 가치 가 아니다. 의미 라는 말과 유사한데, 사실은 의미라는 말과 달라지는 내용을 표시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다. 이와 관련하여 소쉬르는 양 이란 단어를 든다. 프랑스 어의 mouton은 양이란 뜻인데 영어의 양은 sheep이다. 이런 점에서 의미 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프랑스 어의 mouton은 살아있는 양이나 죽은 양이나 또는 양고기 일체를 가리키는 반면, 영어의 sheep은 살아 있는 양만 가리킨다. 이런 점에서 가치 는 다르다. 영어로 mutton은 죽은 양이나 양고기만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mouton와 mutton은 가치 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강아지 와 개새끼 는 모두 개의 새끼 를 뜻한다. 그러나 누가 봐도 그건 다른 가치를 갖는다. 후자는 주로 욕을 할 때 사용한다. 만약 이게 강아지 와 같은 뜻이라면 이 단어를 별도로 사용할 이유가 없다. 다시 말해 어떤 단어로 쓰이는 것은 다른 언어와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개새끼 란 기호의 가치는 개 나 강아지 란 기호와의 차이에 의해 정해진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호의 가치는 차이(difference) 에 의해 결정된다고 소쉬르는 말한다.
언어의 구조적 측면에 관심
칸트의 비판철학이 철학에 있어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으로 비유되듯이, 소쉬르의 언어학은 언어학에 있어서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에 비유된다. 그러나 칸트와 다른 점은 칸트는 자신의 철학적 업적이 혁명 임을 주장한 반면, 소쉬르는 그러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언어학자의 주장이 대체 무엇 때문에 그런 철학적 혁명에 비유되었던 것일까? 다시 말해 소쉬르가 언어학에 새로 제기한 명제들은 대체 어떤 의미와 효과들을 가질까?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는 체계적인 구조를 이루는 언어와 그 언어를 사용하는 개개의 주체 사이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앞서 본 것처럼 랑그는 개인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약속된 규칙체계다. 개인들이 말을 하기 위해선 그 규칙에 따라야 하고 그 규칙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의미는 개인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언어체계 안에서 랑그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며, 개인들은 그 규칙에 따라 의미를 말하고 또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다면 사고나 판단은 개개의 주체 가 아니라 언어의 의미체계(구조) 속에 있는 것이며, 개인들은 그것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런 점에서 의미나 판단 또는 사고가 주체 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언어구조에 내장되어 있다는 말이고, 거꾸로 주체 들이 사고하고 판단하기 위해선 이 언어구조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언어를 통해 의미나 사고판단을 객관화하는 것이다. 그 결과 주체는 더이상 자기가 말하고 받아들이는 행위의 중심이 아니며, 그 중심은 오히려 주체 외부에 있는 언어라는 객관적 구조에 있다는 게 분명해졌다. 이래서 소쉬르는 그 자신은 구조 란 말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구조주의 창시자 라고 불려진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소쉬르의 언어학은 주체를 중심으로 회전하던 근대철학을, 그 중심을 해체함으로써 궤도에서 벗어나게 할 가능성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것은 세계의 중심을 다시 주체 외부로 옮겨놓은 코페르니쿠스적 혁명 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소쉬르의 언어학에는 내적 모순이 있다. 예를 들어 사랑은/ 가을을 끝낸 들녘에 서서/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김남주, 사랑은 )에 나오는 사과 라는 기호와 빌헬름 텔은 총독이 아들의 머리 위에 얹어놓은 사과를 향해 떨리는 가슴으로 활시위를
놓았다 에 나오는 사과라는 기호를 비교해보자.
전자는 '사랑' '가을' 등과 같은 기호들 속에 자리잡고 있어서 정감과 온기가 느껴지는 반면, 후자는 '총독' '아들의 머리 위' '화살'의 기호 속에 자리잡고 있어 긴장감을 준다. 이 두 개의 사과 는 말 그대로 기호들간의 관계에 의해 각자 가치를 갖게 된다. 다시 말해 사과 라는 동일한 기호에 새겨진 기호의 흔적이 다른 것이다. 위의 두 문장이 나름의 소중한 의미를 갖는 것은 바로 이러한 차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하나의 기호는 일단 약속이 성립한 후에는 언제나 동일한 의미를 가질 것이라는 앞의 명제와 모순되지 않을까?
앞의 명제는, 언어구조 자체 내에서 기호의 의미를 언제나 고정된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 그리고 주체가 기호를 사용하는 것은 언제나 그 고정된 의미를 갖다 쓰는 것이라고 본다는 점에서 구조주의적 입장과 직결되어 있다. 반면 후자의 명제는 이런 구조주의적 명제를 흔들고
있으며 체계화된 기호의 망 속에서도 기호의 의미(가치)가 얼마나 가변적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점은 나중에 구조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에 의해 강조되고 부각된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모순 역시 앞서처럼 근대적인 측면과 탈근대적인 측면이 소쉬르 언어학에 공존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쉬르의 영향과 구조주의 사상가들
소쉬르의 언어학을 가장 적극적으로 발전시킨 사람들은 프라하 학파 의 언어학자들이다. 야콥슨을 필두로 하는 이들의 이론을 구조주의 언어학 이라고 부른다. 특히 야콥슨은 2차대전으로 미국에 망명해 있던 레비-스트로스와 같은 학교에서 지내면서 그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구조주의 언어학은 레비-스트로스에 의해 언어학 차원을 넘어 인문 사회과학의 다양한 분야로 흘러들어간다.
현대의 서구철학은 언어학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레비-스트로스, 라캉 등의 프랑스 학자와 러셀, 비트겐슈타인, 프레게, 오스틴 등의 분석철학자들이 그들이다. 분석철학자들이나 논리 실증주의자들은 모든 철학적 문제는 언어의 문제라고 한다. 인간이 언어 속에서 사고할 수
밖에 없다면 결국 이 언어를 연구함으로써, 또는 사람들이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연구함으로써 인간의 삶과 사고에 대해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위에서 본 것처럼 일반적으로 구조주의의 근원지는 소쉬르의 언어학이고, 구조주의의 실질적인 창시자는 레비-스트로스로 간주되고 있지만, 구조주의에는 적어도 독립적인 4명의 인물을 포함해야 한다. 레비-스트로스가 인류학에서 구조주의를 발견응용하고 있듯이, 심리학 분야에서는 라캉, 마르크시즘에서는 알튀세르, 문학평론분야에서는 바르트, 철학에서는 푸코가 구조주의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앞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한다.
라캉
프로이트 이후 최고의 정신분석학자인 라캉은 프로이트의 무의식을 구조주의로 재해석하여 무의식은 언어처럼 구조되어 있다 는 명언을 남겼다. 그는 성공적인 치료를 위해 의사와 환자와의 실체적 주체가 해체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나는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 존재한다 라고 하여 데카르트 제1철학의 원리를 뒤집었다.
알튀세르
알튀세르는 소쉬르적 방법을 마르크스학 속에 도입하여 마르크스의 사상을 헤겔의 변증법에서 해방시킬 것을 주장하고 상부구조하부구조 개념, 즉 경제적 토대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는 해석을 거부하고, 모든 구조는 다원적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바르트
바르트는 어떤 종류의 언어의 사용형태가 발휘하는 숨은 작용의 해명에서 출발하여, 이윽고 넓은 문학 및 사회의 여러 현상에 숨어 있는 기호작용을 분석하는 구조주의적 기호학자의 한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후에 체계적인 기호학에 의심을 품고 문학적 기호학의 방향으로
선회했다. 우리 나라에도 서서히 그의 붐이 일고 있다.
푸코
푸코는 철학의 대상에서 인간을 제외하고 오로지 언어에만 관심을 쏟았다. 그는 인간이 없는 곳에는 지만이 남고 그 구조분석이 철학의 과제로 된다고 주장하고, 각 시대에는 갖가지 지의 타입이 있는데 그것들 사이에는 연속적인 변화는 없고 다만 비연속과 단절에 의한 변형만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끊임없이 진보하는 인간이라고 하는 이미지와 결부된 직선적이고 연속적인 역사를 거부하는 것이 문제로 되어 있다.
레비 스트로스,《슬픈 열대》(Triste Tropique, 1955) 세미나 2 발제문
ㅡ “구조주의 인류학” 탐구, 그리고 남아메리카는 무엇을 낳았는가
일자 : 2007-09-08
발제 : 임준형
Ⅰ. 지난 세미나에서는...
1. 총론
* 서구 문명 비판 (65p) - "서구의 질서와 조화는 이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는 막대한 양의 해로운 부산물의 제거를 필요로 하고 있다. 여행이여, 이제 그대가 우리에게 우선 보여줄 것은 바로 인류의 면전에 그대로 내던져 버린 우리의 오물일 것이다."
- 환경 보호 주장과 연관된 서구 문명 비판이나 생태주의적 세계관은 서구에서 1960년대 이후(그러니까 레이첼 카슨,『침묵의 봄』(1962) 이후)라고 들었는데 이 책이 그 선구자 역할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 저자의 철저한 문화상대주의를 보니 오히려 고개가 갸우뚱한다 - 그것도 서구 문명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서구 철학의 최고 전문가 중 한 사람인 레비 스트로스가 말하니 더 그렇다 - (서구 문명 = 오지인 문명, 혹은 오지인 문명이 더 나을 수도 있다!) - 나도 서구 문명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생각해오긴 했지만, 이건 좀 = 저자의 시각에 동의하는지??? (Ⅱ. 구조주의 에서의 질문으로 연결)
2. 구조주의 (構造主義, Structuralism)
① 참조 자료 1 - "슬픈 열대"에서
* 프로이트, 마르크스, 지질학
* 구조주의는 "인간 정신"이란 동일한 메커니즘을 통해서 작용하는 것으로 간주 - "기본구조는 문명인의 문화나 원시인의 문화나 다 같다"
② 참조 자료 2 - "일반언어학 강의"에서
* "주체"가 아니라 "구조"
3. 내용 탐구
제1부 제2장 * 앙드레 브르통 (52p) - 살바도르 달리, 루이스 부뉴엘과 함께 초현실주의 운동의 기수 중 한 사람 - 초현실주의 운동은 이후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제2선언(1929)에 의해 사회주의 운동으로 발전했는데 그래서 앙드레 브르통이 빅토르 세르주와 동행했을 것
제2부 제5장 * "진짜" 슬픈 열대 (75~76p) - "심심풀이" - 브라질의 비극은 서양문명이 원주민 문화를 오염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심심풀이"로 "학살"하는데 있었던 것 - 상파울루의 3분의 2를 차지하던 원주민들이 한 사람도 남지 않았다.
제6장
* 기존 철학ㆍ기존의 학문방법론에 대한 비판 (80p) - "지적 기교가 진리에의 애호를 대신하였던 것이다"
* 신석기 시대의 인간 (81p) - 천재 자랑;;;
* 레비 스트로스 역시 통섭(統攝)의 학자 - 법학, 철학, 정신분석학, 지질학, 마르크시즘, 그리고 인류학의 비조(鼻祖)
* 민족학을 접한 후의 기분 (88p) - (구두 인용) - 철학을 하기엔 너무 자유로웠던 그?
제7장
* 선상 노트 - "나는 배부르다"
- 耿君 - "구석기 시대, 아직 풍족한 식량을 확보하지 못하였던 얼굴 거멓고 힘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 감정이라는 것은 상당히 생경한 것임에 틀림없었을 것이나, 오늘날을 살아가는 자들의 경제적 활황이라는 것은 포만감이라는 감정을 너무 쉽게 느끼게 되어버린 건 아닌지 모르겠다. 중국의 어느 성인 군주를 보고 배를 두들기며 땅을 치며 "왕이 무슨 소용이냐" 외쳤다는 노인의 심정으로 나는 배를 쓰다듬으며 석양을 바라보고, 다시 마쉬멜로우와 코코아를 찾는 모순적인 느낌에 빠져드는 것이다"
- 그러나 조낸 유려한 문장력 인정
Ⅱ. 들어가며
* 제1부~제4부가 "유럽"이었다면 제5부~제9부는 진짜 "남미"의 묘사
* 보르헤스,『픽션들』(1956) 읽기 제안 - "슬픈 열대"가 무엇을 만들어냈는지를 알기 위하여, "포스트 구조주의"와 "포스트 모더니즘"을 알기 위하여
* 세계를 뒤흔든 대안 문명 - 남아메리카에서는 태어났고 아프리카에서는 태어나지 못했다 - 차이는 뭘까? - 아시아는 이들과 어떻게 달랐나?
Ⅲ. 내용 탐구
제5부 카두베오족
제14장
* 코로 (애벌레, 160p) - 백인들이 비웃는 것에 부끄러워 했다 - 그러나 편견 없이 맛을 묘사하는 레비 스트로스 - 맛의 묘사에 경탄했다
제17장
* 얼굴 그림 (185p) - 분석에 경탄
제7부 남비콰라족
제21장
* 아메리카 원주민의 기원에 대한 가설 (244~248p)
제23장
* 남비콰라족 (268p) - 이들은 인류의 유년시대를 상상하도록 만든다 - 예찬 - 인류 본연의 모습 탐구 - 니체적
* 레비 스트로스의 간계 (274p) - 분쟁을 일으켜서 이름을 알아냈다 - 비윤리적이긴 하나 귀엽다
제24장
* 남비콰라족의 성행위 (282p) - 오지인 남성들에 대한 의문 - 발기가 일어나면 어떻게 하나? - 그들은 평정심을 갖추고 있다 - 그들에게 성행위는 육체적인 것보다는 유희적ㆍ감정적이다 - 육체적 쾌락만을 추구하는 21세기 서구 문명의 남자들은 이들보다 얼마나 나은가?
* 남비콰라족을 바라보는 2개의 상이한 시선 (289~291p) - 관찰자가 얼마나 따뜻한 마음과 섬세한 관찰력을 지녔는지에 따라 한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
제25장
* 글쓰기 (297~299p) - "글쓰기의 원초적 기능은 다른 인간들을 용이하게 예속화 시키는 것 - "글쓰기는 인간 지식을 공고하게 만들지는 않았고 하나의 영속적인 지배체계의 확립에 불가결한 존재가 되어왔던 것"
* 레비 스트로스의 외국어 습득 능력 (300p) - 이미 상당히 많은 외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데 원주민 언어들에도 능숙하다는 것을 발견 =_=
* 몽테뉴,『수상록』(1560) 의 기록 (309p) - 고전 200선
* 족장 (309~310p) - 족장의 분석을 통한 남비콰라족의 사회구조 분석
제8부 투피 카와히브족
제27장
* 아마존 요리 (321p) - 먹고 싶다!
* 인종 차별 (322p) - 흑인에게 구애받은 백인 소녀의 외침
* 노새들이여 안녕! (322p) - 자주 나오는 표현
* 에미디오의 이야기 (323p) - 재미있다
* 미지의 세계에 발을 딛는 민족학자로서의 흥분 (325~326p) - 그러나 훼손되어 버린 세계에 대한 아쉬움
제28장
* 문데족을 마지막에야 만난 것에 대한 아쉬움 (334p) - 이 극도로 예민하고 섬세한 감수성이라니 - 고전100선의 석학들의 글을 논하며 대개 매우 냉혹하고 재수없을 거란 느낌들을 공유했었는데 이 학자는 너무 감상적이고 따뜻한 사람인 것 같다
* 남미의 원주민이 르네상스의 정치사상(마키아벨리즘?)이 프랑스 혁명으로 이어지는데 영향을 미쳤다? (336~337p) - 굉장한 주장을 하면서 논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제29장
* 세 편의 시 (346~347p) - 멋진 시와 멋진 번역(불문학자 번역)
제9부 - 귀로
제30장 - 구조주의 인류학을 엿볼 수 있다
* 민족학자의 갈등 (351~352p) - 자신의 사회가 아닌 다른 사회에 헌신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갈등
* 루소 (360p) - 지난 시간에 서구 문명 비판의 계보를 루소-니체-레비 스트로스로 언급했는데 드디어 나왔다 루소 - 니체, 프로이트, 맑스가 20세기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들을 만든 것은 루소라고 생각한다 - 루소를 이해해야 (참조 자료 1)
* 현경 군의 분석이 맞았다 - 지난 시간에 현경 군이 이 작가가 원시문명을 예찬한다고 했는데 신석기 시대 이야기가 나온다 (361p)
* 마지막 문단 - 안녕~!! - 자신의 인류학 방법론을 역시 유려한 문장으로 제시하면서 끝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