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말 우리얼》제46호(2005년 9월)에서 ‘국립번역청(가칭)’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2007년 1월 국회 유기홍 의원을 비롯한 여러 의원들이 ‘한국고전번역원법안’을 내놓아 8월에는 ‘한국고전번역원법’을 공포하고 11월에는 교육부 아래 한국고전번역원을 세웠다. 세웠다고 하지만 실은 ‘(재)민족문화추진회’를 끌어안은 것이며, 외국명저는 외면한 채 번역청도 아닌 번역원이지만 한문유산만이라도 정부가 나서서 제대로 뒤치겠다면 우선 반갑다.
이를 디딤돌 삼아 널리 외국명저까지 뒤치는 번역청으로 자라기를 바라며, 한 가지 주문을 하고자 한다. 값진 한문고전을 모든 국민이 마음껏 읽고 즐길 수 있도록 우리말답게 뒤쳐 달라. 박석무 원장 인사말에도 “누구나 읽기 쉬운 국민 고전을 보급하기 위한 대중성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 했고, 민족문화추진회 적부터 초등학생까지 읽도록 ‘민족문화문고’를 펴내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 참된 우리말 고전으로 거듭나기에는 어려운 한자말을 너무 많이 썼다. 쉽고 아름다운 우리 토박이말을 살려 참다운 우리말 고전으로 거듭나게 하려면 번역 일꾼들의 우리말 솜씨를 제대로 갈고닦는 길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우리 주장의 참뜻을 알아듣기 쉽도록 원장님 인사말 마지막 문장을 미안하지만 우리말답게 고쳐 보이겠다. “새롭게 변모해나갈 한국고전번역원의 사업은 우리 미래의 세대가 고전을 통해 우리의 정체성과 가치를 재발견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나갈 바탕이 될 것이다.” 이것은 그분의 인사말 가운데 한자말이 가장 적은 문장이지만 아래와 같이 고치면 더욱 우리말다워진다. “새롭게 탈바꿈해나갈 한국고전번역원의 일은 우리 겨레의 앞날을 짊어질 사람들이 값진 고전에 힘입어 우리의 빛깔과 값어치를 되찾고 새로운 문화를 일으켜 나갈 바탕이 될 것이다.”
첫댓글 번역원 원장이 박석무씨라면 쉬운 문장으로 번역하는 건 어려울 거 같습니다. 14대 국회의원일 때 그에게 한글 이름패를 쓰라고 권했더니, 학생들이 한자를 너무 모르니 한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국회의원 이름패를 한자로 써야 한다고 말한 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