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뒷담화] 잊혀질 '틈' 안주는 '집권 7년차' 문 전 대통령 '속내'
잼버리 파행도 내 탓? 발끈한 文
안녕하세요. 일요서울신문사 입니다.
정부여당의 '전 정부 탓'은 과거
'문모닝'(아침마다 문재인 때리기)만큼이나
빈번하게 사용된 탓에
이미 고유명사로 자리 잡은 상황인데요.
앞서 여권은 ▲난방비 폭등 ▲북한 무인기 침범
▲건설노조 파업 ▲초등학교 교사 사망
▲전세사기 ▲마약범죄 등의 문제를 두고
전 정부 시절의 문제점을 짚은 바 있다습니다.
방점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의 '네 탓 공방'이랍니다.
지난 4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준비 기간은 문재인 정부 때였다.
전 정부에서 5년 동안 준비한 것"이라며
"나중에 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실무 준비는 지자체(전라북도)가 중심이 돼서
한 것으로 보고받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 13일 자신의 SNS를 통해
"대회 유치가 확정된 것은 문재인 정권 시절인
2017년 8월이다. 그 후 문재인 정권과
전북도는 매립과 기반 시설 확충,
편의 시설 등 대회 준비를 위해
제대로 한 것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전임 정부의 청와대 인사들도
반격에 나섰는데요.
문재인 정부는 취임 9개월 만에
열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근거에서 랍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등이
과거의 기억을 쏟아냈습니다.
특히 탁 전 비서관은 지난 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유례없는 태풍이 오고 있다.
우리 문재인 정부가 대비를 잘 해놨어야 하는데 벌
써부터 걱정이다. 집권 7년차, 갈수록 힘에 부친다"며
여권의 전 정부 탓을 우회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이어서 문 전 대통령도 직접 지난 13일
자신의 SNS를 통해 "새만금 잼버리 대회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국격을 잃었고,
긍지를 잃었다.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됐다.
사람의 준비가 부족하니 하늘도 돕지 않았다"며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사과의 말을 남겼습니다.
문 전 대통령의 이례적인 비판에
정부여당은 어떤 야당 정치인의 공격보다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대통령실은
'적반하장이자 후안무치한 행태'라고 지적한
한 일간지의 사설을 인용하며 반박했습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지난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잊혀지고 싶다'더니,
자기 부정이었다. 전직 대통령의 부적절한
정치 개입에 뒷감당은 국민 몫이 됐다.
국격 잃고, 긍지 잃은 게 아니라,
전직 대통령을 또 잃은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15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문 전 대통령의 사과가
진심으로 이 잼버리에 대한
사과라고 저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진단이 잘못된 상태 속에서
이런 정치공세성 성격의 사과를
사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습니다.
'작은 여의도' 평산의 영향력
문 전 대통령과 정치권의 상호작용은
비단 여당과의 실랑이에서 끝나지 않는다.
민주당이 지난 21대 총선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승을 거둔 기저에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성과가 미친
영향을 고려하면 당연한 수순이랍니다.
이렇다 보니 야권 인사들은
앞다투어 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위치한
경남 양산의 평산마을에 방문한 바 있습니다.
정치 복귀를 암시한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현역 의원들도 평산을 찾아
문 전 대통령과 인증 샷을 남겼습니다.
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 사이에선
총선 홍보용이란 비판도 나올 정도.
특히 올 초에는 문 전 대통령의 전언을 둘러싼
계파 간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위기가 고조된
지난 1월경 평산을 방문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단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비명계(비이재명계)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바로 평산을 방문해 문 전 대통령에게
박 전 원장이 말한 전언의 진위 여부를 물었습니다.
박 의원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의 ‘이’자도 꺼내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아울러 최근 친문계(친문재인계)는
향후 당권의 향방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는
대의원제 개편을 두고 집단 대응을 펼친 바 있습니다.
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대의원제 개편을 두고
친명계(친이재명계)는 당원의 권리를 강화하는
당내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입장입니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해석의 여부를 떠나
문 전 대통령의 역할론이 부상하는 현상 자체가
민주당의 상황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하는데요.
민주당의 현재 권력인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에서
파생된 악재들로 인해 리더십의 타격을 입고 있는 반면
문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건재함을 과시하는 중이기 때문.
'잊혀질 권리' 행사한 적 없는 文
'시사저널'이 한국갤럽과 함께
전문가·일반국민 1000명 설문조사를 통해 선정한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는
문 전 대통령의 건재함을 잘 나타내기도 합니다.
시사저널의 '올해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전체 영향력' 전문가 조사에서
문 전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함께
나란히 5위(6.6%)를 기록했습니다.
해당 조사의 1위부터 3위는
윤 대통령·이 대표·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문 전 대통령은 아직도
행정부·입법부·재계의 수장들에
다음가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는 문 전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들과는 달리
평탄한 은퇴 생활을 보내는 것과 더불어
문 전 대통령 스스로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 앞에 나타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문 전 대통령은
어느 현역 의원 못지않게 SNS를 잘 활용합니다.
지난해에는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를 비방하는
SNS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가
키우는 반려묘가 잘못 눌렀다는 취지로
해명한 해프닝도 존재합니다다.
SNS상에서 주로 좋은 책을 추천하며
소통하는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김희교 교수의
'짱깨주의의 탄생'을 추천했습니다.
해당 서적은 문 전 대통령의 언급과 동시에
전주 대비 판매량이 83배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퇴임 1년 만인 지난 5월 10일에는
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의 삶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가 개봉하기도 했지만
책 추천의 파급력과 평산 책방의 성공과는 달리
해당 영화의 흥행 성적은 저조했습니다.
'문재인입니다'라는 영화의 흥행 부진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기도 하지만
'문재인입니다'가 정치적 색채가
강한 영화라는 시각은 동일하다.
그 이유는 역시 주연 배우인
문 전 대통령이 퇴임한지 채 1년이 안된
대통령이란 지적입니다.
흥행에 성공한 '노무현입니다'는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9년 뒤인
2017년 개봉한 영화로 일반 관객들이
노 전 대통령을 역사의 일부로 인식하기엔 충분한 시간.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다르다.
'문재인입니다'의 관객 수부터
투자금까지 모든 부분이 정치적 해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영화의 예고편에서 공개된
문 전 대통령의 "5년간 이룬 성취가 무너졌다"는
취지의 발언은 곧바로 정치적 논쟁의 대상으로 부상.
영화의 흥행 부진은 곧 문 전 대통령이
현실 정치에 깊게 남아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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