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에 월간 "행복한 가정"에 실었던 글입니다. 유난히 커피가 정겹게 다가오는 이 아침 생각나는 추억이 있어 이 글이 생각났고 회원분들과 공유하고자 올려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SmileJo-
아름다운 커피숍, 커피가 있는 풍경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조주영
청주에는 아름다운 커피숍,「커피가 있는 풍경」이 있다. 청주 고속버스터미널 매표소 옆에 있다. 터미널은 그 특성상 다양한 사람이 오가기 마련이다. 그만큼의 사연이 묻어나는 곳이며 그 중에 일부의 사람들이 커피숍을 이용할 것이다. 필자도 아주 가끔씩 그 커피숍을 이용했다. 착한 가격이었고, 정성이 묻어나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 이상의 정보는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주엔 좀 더 각별한 경험을 했다. 이른 아침, 서울에서 있을 회의 참석차 매표를 한 다음 모닝커피를 마시고자「커피가 있는 풍경」을 들렸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했다. 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커피숍 안을 둘러보았다. 여러 시화들이 눈에 들어왔고 그 중에서 가장 끌리는 시가 “그리움”이었다.
[구름 없는 밝은 하늘에 / 그대 얼굴 그렸다 / 커피 잔 속에 / 그대 얼굴이 떠오른다 / 코끝으로 다가오는 커피 향에 / 그대 향기 묻어난다 / 찻잔에 담긴 / 그리움을 마시며 / 생각만 해도 / 사랑인 그대여....]가 “그리움”의 전문이다. 시를 읽고 감상하며, 훗날 또 감상하고 싶은 날이 올듯하여 시화를 카메라에 담았다.
커피숍 대표는 김동순 시인으로 그녀는 정성으로 만든 커피를 건네주며, “그리움” 이라는 시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쓴 시라는 사연을 들려주었다. 필자는 시인의 이야기가 흥미로웠지만 안타깝게도 차시간이 임박하여 다음을 기약하고 커피숍을 나왔다. 서울에서의 일정을 마친 다음, 시인의 이야기를 마저 듣고 싶어 다시「커피가 있는 풍경」을 찾았다. 시인은 손님들을 맞이하며 짬짬이 자신의 이야기를 흔쾌히 들려주었다.
그녀의 삶의 궤적들은 녹록치 않았다. 남편의 사업부도, 친정어머니를 위한 병간호 8년, 생활고를 극복하기 위해 해야만 했던 여러 일들, 오랜 내핍과 억척스러운 생활 등. 그럼에도 신앙생활과 긍정적 사고로 온갖 역경 속에서도 그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난항 속에서 때마다 “글”로 풀어내는 것도 시인이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한 몫을 해주었다.
지난 1998년과 1999년 시인의 남편 사업이 내리막길이었고 절망의 늪에 빠져 있을 때, 약사문인협회 주최의 “사랑의 편지”쓰기에 응모하여 당선하였다. 수십만 통의 응모자 중에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입선한 것이다. 입선한 작품들을 모은 책의 판매수익금이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활용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 그녀는 비록 땟거리가 없어 고전하고 있지만, 글을 쓰는 재능으로 남을 도울 수 있어서 위로가 되었고 감사했단다. 그 위로감에 한동안 힘을 얻었지만, 현실적 어려움에 맞서 생활하느라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잊고 지냈다. 다시 글을 쓰는 것에 관심을 갖도록 기회로 다가온 것은 청주시 1인 1책 펴내기 운동이다.
그녀는 그간 써온 편지글을 모아 1인 1책 펴내기 사업에 응모했다. 편지글은 주로 딸이 유치원 때부터 시작하여 초·중·고생 때까지 선생님이나 지인에게 인사드리고, 감사를 표현한 것들이다. 많은 분들이 답장을 보내주었고 그것들을 고이 모아놓았다가 정리하여 엮은 것이다. 또 딸에게 써준 글이나 받은 글들도 잘 모아 두었던 것을 딸 이름으로 함께 응모하여 둘 다 입상을 하였다.
6~7전부터는 지금의 [커피가 있는 풍경] 커피숍을 열었는데, 손님이 많지 않았다. 손님 기다리기에 지치고 지친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니 그 옛날 다른 사람에게 보탬이 되고자 했던 자신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지치다 못해 찌그러진 모습을 발견하고 회오하였다. 우선 얼굴부터 밝은 모습으로 관리 하고, 터미널의 스토리를 시로 승화시켜보자는 각오를 하게 된다. 요즘은 그런 자신의 생활 자세에서 희망을 얻는 사람도 있어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시인의 삶의 스토리를 본 칼럼 내용으로 하고자 허락을 받은 다음 그녀를 좀 더 이해하고자 시집 2권(1권: 진도 앞바다 달빛, 2권: 밤빛 수선화)을 읽고 감상했다. 수필가 김혜식은 시집, “진도 앞바다 달빛”에 대한 축하의 말에서 그녀에 대해 “치열한 작가정신과 생활인으로서의 성실함, 종교인으로서 투철한 신앙심이 한 자 한 자 시어로 창작되어 원고지 칸을 메우고 그녀의 가슴을 따뜻이 덥히고 나아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까지 안겨주고 있다.”고 적었다.
김혜식의 표현에 필자도 동감이다. 이글을 마무리하며 그녀의 두 번째 시집 “밤빛 수선화”에 실린 ‘하루치의 감사’를 옮겨 왔다. [깃털처럼 가붓한 아침이 / 눈을 뜹니다 / 햇살이 눈부신 날이나 / 빗줄기 흩뿌리는 날이나 / 눈송이 휘날리는 날이나 / 석양이 물든 서녘하늘에 / 감사 한 자락 얹습니다.] 시인이 만만치 않은 삶의 어려움을 향기 나는 삶으로 승화하고 감사의 나날로 이어가는 모습이 숭고하게 전해진다.
아침을 깃털처럼 가붓하게 맞이할 수 있는 감사의 삶. 어떤 환경 속에서도 감사하는 시인의 건강한 삶의 자세와 마음이 보다 많은 독자들에게 전해져 공명으로 이어지고 그들의 삶에 대한 사랑으로 깊어지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