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에 걸리지 말라
선남자여, 수행자는 네 가지 병을 여의어야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다.
첫째, 인위적으로 무엇인가를 지어야 한다는 병이다. 혹 어떤 사람이 ‘나는 본심 자리에 여러 가지 행을 지어서 원각을 구하리라’라고 하는 이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원각의 성품은 지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이를 작병이라고 한다.
둘째, 그대로 맡겨둔다는 병이다. 혹 어떤 사람이 ‘나는 지금 생사를 끊지도 않고, 열반을 구하지도 않는다. 열반과 생사는 생 하거나 멸한다는 생각이 없나니, 저 일체에 맡겨 모든 법성을 따름으로서 원각을 구하리라’라고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원각의 성품은 맡겨 두는 것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임병이라고 한다.
셋째, 멈추거나 그침을 염두에 둔 병이다. 혹 어떤 사람이 ‘나는 지금 마음에 모든 망념을 영원히 쉬어 일체 성품이 고요하고 평등해짐으로서 원각을 구하리라’라고 한다면, 이는 그릇된 병이다. 원각의 성품은 멈추거나 그치는 것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지병이라고 한다.
넷째, 모든 것이 사라지고 소멸되는 것에 집착하는 병이다. 혹 어떤 사람이 ‘나는 지금 일체 번뇌를 영원히 끊어 몸과 마음이 공하여 아무 것도 없거늘 어찌 하물며 근과 진의 허망한 경계이리요? 일체를 고요하게 하고 적멸케 하여 원각을 구하리라’라고 한다면, 이 또한 그릇된 병이다. 원각의 성품은 고요한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네 가지 병을 여읜 이는 청정함을 알고 있는 것이요, 이런 사람의 수행관을 정관이라고 한다.
반면 앞의 네 가지 병에 걸려 있는 사람은 잘못된 수행관을 가진 사관이라고 한다.
-제 10 보각보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