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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탄신일을 사흘앞두고 청주 가덕 성모산 자락에 있는 ‘마야사’를 찾았습니다. 마야사의 ‘마야’는 부처님의 어머니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부처님은 기원전 563년 지금의 네팔인 인도 북부 카필라 왕국에서 사카족의 슈도다나와 마야 부인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마야사 주지인 현진스님은 부처님을 탄생시킨 마야 왕비의 마음처럼 중생을 바른길로 인도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사찰을 창건했다고 합니다.
전국에 ‘마야사’로 이름을 붙인 사찰은 대략 대여섯곳입니다. 이중에서도 청주 가덕 마야사는 창건 12년으로 역사는 짧은 편이지만 가장 분위기가 독특할 겁니다. 마치 불교색채가 짙은 전원카페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가람의 배치 양식에서 벗어날뿐만 아니라 정원을 세심하고 참하게 가꾸었습니다. 결코 크지 않은 사찰에 정갈한 템플스테이, 안도다다오풍 카페, 넓직한 갤러리, 불교용품 매장, 꽃이 만발한 산책로 등 대형사찰에만 볼 수 있는 구색은 다갖추고 있습니다.
이날 마야사를 찾은 것은 친구의 제의로 사찰내 갤러리에서 ‘싱잉볼에 꽃피었네’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하고 있는 이채운 명상가를 만나기 위해섭니다. 그는 청정한 불성을 의미하는 백련과 희망을 상징하는 해바라기 등 100여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더군요.
하지만 내 눈에 띈것은 갤러리 한가운데 바닥에 가지런히 놓아둔 방짜유기 형태의 20여개 다양한 ‘싱잉볼’입니다. 처음엔 아프리카 부시맨이 콜라병을 처음 보고 신기해 한것처럼 “대체 뭐하는 물건인고?’하는 궁금증을 유발했습니다.
이 때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초면의 이채운 명상가 개량한복 차림으로 등장해 싱잉볼에 대해 설명해주었습니다. 싱잉볼은 이를테면 노래하는 명상주발입니다. 티벳 불교에서 사용하는 도구로 싱잉볼 표면을 문지르거나 두들려 울림 파장을 일으키는 일종의 종입니다.
티베트에서 싱잉볼 공부를 하고 왔다는 이 명상가는 “싱잉볼을 치면 응~~하는 규칙적이고 미세한 소리가 발생하는데 이 때 진동이 함께 공기로 전달된다”며 “몸속의 깊은 세포까지 전달돼 온 몸을 이완하는데 도음을 준다”고 설명하더군요.
그의 권유로 직접 싱잉볼을 전용봉으로 친뒤 양쪽귀에 번갈아가면서 대보았더나 플라시보 효과때문인지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이 명상가와 대화를 나누는데 주지인 현진스님이 들어왔습니다. 텃밭을 가꾸느라 작업복을 입은 스님은 작달막한 키에 수더분한 인상이더군요.
스님에게 “마야사가 정통사찰과는 결이 다른 독특한 개성과 아름다운 정원, 갤러리가 돋보인다”고 덕담을 하자 그는 “정원을 가꾸고 갤러리를 만든 것은 사칠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것"이라며 "궁극적으로 불교의 대중화를 위한 것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스님은 마야사 작은 정원이 이곳을 찾는 모두에게 작은 위안이 되길 소망했습니다.
갤러리를 나와 정원을 둘러보았습니다. 2년전 ‘소설(小雪)’에 방문할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바람이 불면 저절로 종이 울리는 ‘명상의 집’을 지나 산책로를 걸으니 봄꽃이 지천입니다. 풍성한 불두화와 널직한 프랑스 국화밭, 붉은색 작약이 경내 이곳저곳을 환하게 밝혔습니다.
현진스님은 저서 '수행자와 정원'에서 "나도 남은 인생 꽃처럼 웃다가 친절을 베풀며 아름답게 지고 싶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에겐 '수행자'보다는 '사업가'의 면모도 돋보입니다. 친구과 나의 공통된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