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 신청자가 637명이고 그 가족 동호회 응원단 자원봉사자 진행요원등 많은 인파가 넓지않은 체육공원에서 출렁이고 있다.참가
42km 마라톤만 할게 아니라 100km울트라도 한번은 뛰어야 마라토너로써 자부심이 생길것 같아 기회를 봐 왔는데 6/28일 오늘에야 이루어졌다.
게시판에 강변역에서 양수리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해서 전철 타고 강변역에 갔는데 버스 타는곳도 잘 모르겠고 물어보니 2000번 버스는 40분에 한번 온다 한다.답답해서 덕소행 아무 버스나 탔더니 빙빙 돌아서 교문 사거리로 올라왔다 덕소로 내려간다.상봉에서 갔으면 가까운데 너무 많은 시간과 거리를 손해보니 기분이 안좋다.
덕소역에서 양평행 버스를 기다리는데 어떤 자가용이 멈춰서며 타란다.반가워서 얼른 탔더니 울트라 강원지맹 회장이고 이번 대회 감독관인 김주영씨다.
편하게 양수리 양서체육공원 대회장에 16:20경 도착하여 사 가지고 간 김밥 한줄과 물 한병을 먹은후 배번호와 울트라T를 수령하고 출발 준비를 한다.울트라T를 입고 배번호를 앞뒤에 달고 반짝이를 단 울트라 배낭을 메니 나는 이미 울트라 전사가 되었다.
자들의 다부진 모습이 진짜 전쟁터 나가는 사람처럼 진지하고 결의에 차 있다.
수원마라톤 대단한 울트라맨 이정옥님을 만나서 울트라 50회를 축하했고 이종애 나영숙씨와도 인사를 나눴다.뜻밖에 국민은행 강창규가 나타나 인사한다.시각 장애인 이용술도 해피레그 클럽과 함께 나왔는데 한반도 횡단 308키로 연습주라 한다.
18:00 출발이다.오후부터 내일 오전까지 장맛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인데 아직 비는 안오고 흐리고 덥다.잠시후 일몰과 함께 선선해지기를 기대하며 달려나간다.양수리에서 출발-신청평대교-남이섬입구 50키로를 왕복하는 머나먼 코스이다.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지만 제한시간 15시간내에 꼭 완주하리라 다짐해본다.
양수리 시내를 벗어나 서종면 면사무소를 한참 지나서 10키로 팻말이 보이고(이후 거리표시는 한군데도 없음) 시계를 보니 51분이 경과됐다.또 너무 빠르다.듣기에 어떨지 모르지만 속도란게 올리기도 어렵지만 낮추기도 어렵다.거리표시가 없어 내가 어떻게 뛰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조금 줄여 조심하고 가는데 15키로 지점에서 길고 가파른 언덕을 만난다.걸어도 다리 아프고 땀나는 언덕이다.신청평대교를 막 건너는데 주로 안내원이 후레쉬를 켜라해서 후레쉬를 꺼내들었다.
20:25경(2:25경과) 25키로 급수대에 도착했는데 급수대가 그렇게 반가울수 없다.수원마라톤 자봉 총감독직을 수행중인 정진우님을 여기서 만나니 더더욱 반갑다.정진우님이 챙겨준 꿀차를 마시고 수박 방울토마토를 집어먹고 다시 달린다.27키로부터 비를 맞았다.이 비는 골인때까지 한번도 안그치고 계속 내렸다.30키로부터는 고질병인 오른쪽 무릎이 시큰거리고 사타구니 쓸림현상이 생겨 많이 따갑다.빗물과 땀으로 젖은 펜티가 마찰되면서 살갗을 벗겨내고 있다.이제야 김무언 선배님의 타이즈 착용 충고가 생각나지만 버스는 이미 지나갔는데 어쩌랴! go go 밖에 없다.
청평댐 호반에는 팬션 모텔 수련원 기타 유흥장 불빛이 즐비하고 화려해서 깜깜한 밤이 적막하지 않다.여름 휴가철도 아닌데 놀러온 가족 단체가 많아 사람 소리 시끌시끌한 곳이 많다.이곳이 산천경개가 수려하다는 증거이다.
호명리 지나 35키로쯤에서 진짜 큰 언덕을 만난다.정말 인정머리 없이 길고 가파르다.이걸 넘고나니 기운이 빠지고 마음도 심란해진다.도대체 여기가 어딘지 몇키로쯤 왔는지도 모르겠고 시간도 잘 안보이고 막연히 뛰고만 있으니 엄청 지루하고 반환점이 어서 나오기만 간절해진다.
머나먼 50키로 반환점! 남이섬 입구! 반가운 그곳에는 23:46경(5:46경과)에야 도착했다.비닐텐트 속에 차분히 앉아서 급식으로 나오는 닭죽을 한그릇 먹고 더 달라해서 두그릇 먹었다.정진우님이 미역국을 먹으라는데 이미 배가 불러 안되겠고 물만 보충하고 출발한다.굉장히 힘들었는데 배가 부르니 한결 낫다.반환점을 향해 뛰어오는 달리미들과 교차하니 분위기도 대회답고 활력이 생기는것 같다.또 내 뒤에 사람들이 많구나 생각이 들고 60키로 지나서도 뛰어오는 사람을 보니 저 사람들은 언제 오지?하고 쓸데없는 걱정도 해본다.
65키로에서 다시 그 지긋지긋한 언덕을 넘는데 잘 모르지만 15분은 걸은것 같다.70키로 지나니 또 배가 고프고 옆 사람과 얘기중 배고프다 했더니 배낭을 열고 랲으로 싼 떡 한덩어리를 꺼내준다. 배고파서 이미 물은 다 먹어버리고 떡만 먹는데도 정말 맛있다.침도 잘 나오고 꼴딱꼴딱 잘 삼켜진다.비상시국에 남한테 베푸는게 쉬운 일이 아닌데 고마웠다.그게 요기가 되어 또 달릴만 하다.먹기만 하면 힘이 생기니 울트라는 배 부른 운동인가 보다.
03:20경(9:20경과) 다시 75키로 급수대에 도착했다.정진우님이 챙겨준 인절미와 식혜로 배를 채우고 또 물병을 보충하고 일어섰다.
그런데 갑자기 몸에 이상이 온다.온몸이 춥고 떨리고 팔다리가 굳어지는 느낌이고 도저히 뛸수있는 상황이 아니다.고민하다가 주최측에서 준비한 따끈한 커피를 한잔 마셨으나 소용이 없어서 소아암대회에서 받은 바람막이 자켓을 꺼내 입었다.바람도 빗물도 안들어오니 아주 적절한 대처가 되었다.그러나 마냥 기다릴순 없어 천천히 출발한다.고통을 참고 약 3키로쯤 가니까 몸이 더워지고 살아났다.
그러다가 83키로 쯤에서 또 문제가 생겼다.내가 달리면서 비틀비틀하고 있다.옆사람이 보고 많이 졸리시는것 같다며 어디서 좀 쉬었다 가란다.그 말을 듣고도 달리다가 꾸벅, 걷다가 꾸벅을 계속한다.이러면 안된다고 자기암시를 줘도 소용없다.어느 처마 밑에 앉아 잠깐 졸다 갈까 생각해봤으나 이 차가운 빗속에서 졸다가 누워버리면 큰일 날것 같고 도저히 방법이 없다.한참을 그렇게 몸살했는데 고비가 지나갔는지 잠이 달아나고 몸이 가벼워지고 속도가 붙는다.내가 생각해도 이 부분이 불가사의다.
내가 상당히 선두권에 있고 간격이 벌어져 앞뒤 사람이 없었는데 계속 안걷고 달리니 90키로부터 한두사람씩 보이고 그들이 걷다뛰다 하니까 내가 추월하고 또 추월하고 골인지점 다 와서도 여러명을 추월했다.
여러번 위기가 있었는데 어찌하여 막판 15키로를 거의 안 걷고 달릴수 있으며 그 팔팔한 젊은이들을 앞설수 있었는지 믿기지 않는 일이다.참 별일이다.
06:47 마지막을 세게 달려 피니쉬 매트를 밟았다.즉석에서 기록증을 주는데 12:47:55 !
두려움 잠재우고 내가 해냈고 처음으로 울트라맨이 되었다.정말 뿌듯하다.
정진우님이 국밥을 챙겨주시고 그득한 국밥을 국물까지 깨끗이 비우니 배도 부르고 완전히 살았다.
인근 목욕탕 탕에 들어가니 사타구니가 아파 얼굴이 찡그려진다.목욕탕 차가운 바닥에 누워 깜박하고 일어났더니 머릿속도 개운해졌다.밖에 나오니 비 까지도 그쳤다.모든 상황이 잘 끝났다.
( 도봉마라톤 훈련부장 황춘남과 동시 골인 )
(구간별 기록은 25키로=2:25 50키로=3:21 75키로=3:34 100키로=3:27 합계=12:47임)
(이번 울트라대회는 참가자 637명중 100km가 384명이고 그중 300명이 완주하였으며 나는 74등으로 최종 공지되었음)
목욕후 정진우님과 함께 상계동에 돌아와 국수 한그릇 먹고(밥 먹은지 3시간도 안됐는데 뱃속이 허전해서) 사무실 의자에서 잠시 눈을 붙혔다.그러나 의자가 편하지 않고 몸을 움직일때마다 사타구니에서 나온 진물이 펜티에 달라붙었다 떨어지는 통증과 허벅지 다리 통증으로 곤한 잠이 되지 못한다.
12:30 일어나서 중랑천대회 참가하신 회원님들 마중하러 대회장에 나갔다.날씨가 더워 대부분 정상기록보다 늦게 들어오신다.목욕후 16:00부터 한강달 창립 7주념 기념연이 시작 되었다.사정사정해서 마누라도 오게 하고 처음으로 나의 연고지인 상계동에서 하는 회식이고 울트라도 완주했고... 괜히 내가 주인공처럼 over했다.또 피곤한 몸에 맥주 보드카 양주 소주 호프로 회원님들과 일순배하였더니 나만 취해버렸다.회원님들 배웅을 잘 했어야 했는데 끝판을 어떻게 했는지 아무 기억이 없다.남들은 말짱한데 혼자만 취했다고 마누라 한테 혼났다.
이렇게 일생에 남을 추억을 또 하나 만들었다. 끝!
(정진우님! 남을 위해 잠 못자고 고생하셨습니다.지극정성으로 저를 챙겨주셔서 고맙습니다.아무도 모르는 허허벌판에서 든든한 보호를 받은일 잊지 않겠습니다)
첫댓글 명실공히 울트라맨이 되심에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밤새 비 맞으며 고생 하였음에도 쿨 코스을 뛰는 회원들을 챙기시는 님의 저력에 거저 놀라울 뿐입니다. 몸 조리 잘 하십시오.
밤새도록 비를 맞으며100k를 풀코스 뛰듯 쏜살같이 끝내버린 실력이 놀랍습니다. 울트라 첫완주를 축하 합니다. 평생 달릴몸입니다.부상당하지 않도록 항상 주의를!!
1박2일 동안 김정덕선배가 자랑스러웠고 뿌듯했습니다.신기록수립과 함께 완주를 축하합니다.
마라토너에서 울트라맨 타이틀까지 정말 대단한 실력이십니다. 추카추카 드립니다. 이제 더 욕심 부리지 말고 롱런 펀런 하세요
走로 라기보다는 등산로 같은 북한강울트라,생각만해도 다리가 뻐근합니다.완주 축하합니다.조속 회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서바이벌 울트라는 꿈의 마라톤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나긴 고통의 어두운 밤이 지나가고 여명이 밝아 올 때, 드디어 해냈다는 나에 대한 신뢰가 삶의 활력이 되어 오래동안 가슴 속에 남아 있습니다.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장맛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투혼으로 좋은 기록으로 완주하심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참으로 인간의 몸과 생명력은 불가사의한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믿음이 있기에 멋진 추억도 만들어 가지 않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