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모로코에서 열린 제22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는 마라케시행동선언문을 발표하면서 막을 내렸다. 행동선언문에는 “전 세계에서 확인된 유례없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동력을 되돌릴 수는 없다”는 표현이 명시되어 있다.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irreversible)’ 이라는 표현은 미국 대선 트럼프 충격에 대한 회원국들의 입장을 반영했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미국의 정치상황에 좌우될 수 없으며 인류 전체의 생존 문제라는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2020년부터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들어가야 한다는 파리협정의 세부 이행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국가별 감축 방안(NDC) 작성 방식, 이행수단, 2020년부터 매년 1000억 달러(117조6,000억 원)씩의 재원조달방안을 논의했다. 녹색당은 파리협정의 구체적 실행방안을 마련한 마라케시행동선언을 환영하지만, 지금까지 각국이 제시한 감축목표를 달성한다 하더라도 지구의 온도 상승을 2도 이내로 제한한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각국의 노력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한국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 대비 37%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목표의 적정성에 대해 이미 부적합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추적하는 독립민간기구인 ‘기후행동추적자(Climate Action Tracker, CAT)’는 박근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이명박 정부보다 10년 후퇴한 목표이며, 한국이 녹색기후기금(GCF)을 유치하고도 석탄발전 프로젝트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를 토대로 기후변화 전문 온라인 언론인 ‘클라이미트 홈’은 한국을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2016년 기후악당’으로 뽑았다. 이렇게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책에 대한 국제적 불신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는 온실가츠 배출 전망치 대비 37%를 달성할 방법에 대한 로드맵조차도 내놓고 있지 않다. 정부가 수립하고 있다는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과 ‘2050 장기 저탄소 발전 전략’은 아직도 깜깜 무소식이며, 수립과정조차 확인할 수 없다. 이런 박근혜 정부에게 더 이상 기후변화대응 정책 수립을 맡길 수는 없다.
박근혜 정부에서 비선실세들은 법과 정책을 마음대로 바꿔가며 자신들의 사욕을 채우기에 급급했다. 그러는 동안 한국사회가 준비해야 할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전환, 경제전환 정책은 계속 미뤄졌다. 2020년부터 시작될 신기후체제는 전세계의 경제, 사회, 에너지 정책을 바꿀 것이다. 기후변화는 사기라는 트럼프의 독단을 전세계가 ‘불가역적(irreversible)’이라는 입장으로 막아섰듯이, 한국의 민주주의와 국정을 파탄으로 이끈 박근혜 대통령을 퇴진시키기 위한 민심의 흐름도 돌이킬 수 없는 ‘불가역적(irreversible)’인 흐름이다.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을 퇴진시키고, 기후변화대응을 비롯한 한국사회 미래에 대한 새판을 짜야 한다.
2016년 11월 19일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