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박명환의 히말라야 이야기 (41) - 경남인, 히말라야에 ‘기록’을 남기다

[soomountain]

산악인 박명환의 히말라야 이야기 (41)

경남인, 히말라야에 ‘기록’을 남기다
경남산악연맹, 난벽 연이어 등정
“8000m 거벽에 2개의 캠프를 설치하고 등정한 것은 세계 산악사에 전무후무한 일이다. 대원들의 뛰어난 등반력을 바탕으로 한국 히말라야 원정 사상 새로운 루트 ‘코리안 하이웨이’를 개척할 수 있었다.” -박상수 2002시샤팡마남서벽 원정대장. 경남산악연맹의 히말라야 등반은 1990년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알프스에서 실력을 닦은 산악인들은 히말라야로 진출, 경남 산악인의 등반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1992년 브로드피크(8047m) 도전에 이어 낭가파르바트(8125m) 한국초등, 초오유(8201m), 시샤팡마(8027m) 등 한 해에 8000m 4개 봉에서 활약했다. 1994년 마산산악동지회는 세계 2위봉 K2(8611m), 안나푸르나 남벽(8091m), 1995년 에베레스트 남서벽 한국초등을 이뤄냈으며 1999년에는 가셔브롬4봉(7925m) 세계 2등, K2 남남동릉 등반 등 굵직굵직한 등반을 펼쳤다. ●빛나는 벽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르다 경남산악연맹의 등반력을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것은 파키스탄 카라코롬산맥에 위치한 가셔브롬4봉 등정이다. 1999년 경남산악연맹 가셔브롬4봉 원정대(원정대장 김재수)는 7월 1일 오후 4시15분 가셔브롬4봉을 등정해 경남산악인의 기개를 세계 산악계에 떨쳤다. 가셔브롬4봉 원정대는 1986년 세계 초등한 북서루트를 통해 등반한 후 마지막 북봉 밑에서 루트를 변경, 북동릉을 경유해 정상에 올랐다. 원정대는 5월 8일 한국을 출발, 5월 22일 해발 4900m에 베이스 캠프를 설치했으며, 27일 캠프1(5400m)을 건설한 후 6월 3일 캠프2(6400m), 6월 8일 캠프3(6800m), 6월 15일 캠프4(7400m)를 세웠다. 가셔브롬4봉 원정대는 마지막 공격캠프가 완료되자 6월 20일과 29일 두 차례 정상 공격에 나섰지만 강한 바람과 폭설로 모두 실패했다. 4캠프로 일단 후퇴, 전열을 정비한 윤치원, 강연룡 대원은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리다 기회를 잡았다. 7월 1일 보름달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위로 올라오자 윤치원, 강연룡 대원은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빛나는 산’이라는 뜻의 가셔브롬4봉은 보름달을 받고 쌓인 눈으로 인해 더욱 빛났다. 그러나 정상으로 나아가는 대원들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했다. 1캠프부터 정상까지는 대부분 깎아지른 절벽과 빙벽, 폭설이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새벽 1시 마지막 캠프를 출발한 대원들은 부족한 산소와 험난한 바위를 돌파했으며, 북봉에서 북서루트를 북동릉으로 루트를 변경했다. 윤치원, 강연룡 대원은 마지막 캠프를 출발한 지 13시간여 만인 7월 1일 오후 4시15분 드디어 가셔브롬4봉 정상에 섰다. 강연룡, 윤치원 대원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북서루트를 통해 정상에 서는 영광을 누렸다. 가셔브롬4봉은 눈부신 흰색 피라미드로 히말라야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으로 알려져 있지만 위험한 등반루트로 악명이 높아 많은 산악인들이 외면하고 있는 산이다. 하지만 경남산악연맹은 1999년 7월 1일 윤치원, 강연룡 대원을 가셔브롬4봉 정상에 올림으로써 뛰어난 등반력을 한국산악계는 물론 세계 산악계에도 명성을 알렸다. 당시 필자는 약 4시간 거리에 있는 K2에서 등반을 하고 있었으며 이들의 등정 소식을 무전기로 통해 알게 됐다. 그리고 K2에서 가셔브롬4봉 등정을 축하하기 위해 소주 원액(약 80도)을 배낭에 메고 직접 베이스 캠프를 방문, 대원들과 축배를 들었다. ●K2 한국 최초 무산소 등정 1999년 영남과 호남 산악인들이 모였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K2를 등정하기 위해서다. 5월 22일 경남산악연맹 박정헌, 유순욱, 하태영, 그리고 필자는 호남 산악인 3명과 함께 K2 등반을 위해 출국했다. 당시 등반루트는 남남동릉이었다. K2에서 가장 어려운 루트 가운데 하나인 남남동릉은 1986년 스페인 바스크팀이 처음 개척했지만 등반 난이도가 높아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루트였다. K2원정대는 8월 중순까지 남남동릉 루트를 통해 해발 8000m 지점인 숄더 부분까지 진출했지만 악천후로 실패하고 말았다. 원정대는 102일간 K2와 사투를 벌였으며 히말라야 원정 사상 가장 오랫동안 등반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1999년 K2 등반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2000년 영호남 산악인들은 다시 원정대를 구성, 등정에 나섰다. 2000한국K2원정대에 경남을 대표하는 산악인들이 총출동했다. 박정헌(삼천포산악회) 대원을 비롯해 윤치원(진해산악회), 강연룡(경남히말라얀클럽), 유순욱(경남대산악회OB) 대원이 참가했다. 호남지역에서도 이정현(순천대산악회OB), 주우평(〃), 김주형(한국도로공사산악팀) 대원 등 당시 최고의 클라이머들로 원정대를 구성, 막강한 등반력과 조직력을 갖췄다. 2000년 5월 파키스탄으로 향한 대원들은 지난해에 오르다 실패한 남남동릉 루트를 선택했다. 해발 5400m에 베이스 캠프를 설치한 후 5월 말부터 본격적인 등반에 나섰다. K2는 등정 후 하산하다 숨지는 산악인이 많아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산으로 유명했으며, 최근 3년간 세계 산악계에서 단 한 명의 등정자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0년 K2원정대는 대원들의 팀워크와 지난해 등반경험을 토대로 착실히 캠프를 건설했으며, 6월 25일 3캠프(해발 7900m)에 4명의 대원이 정상 공격을 준비했다. 6월 26일 오전 4시30분께 박정헌, 강연룡 대원 등 4명의 대원은 3캠프를 출발, 정상을 향했다. 4명의 대원은 무릎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며 교대로 전진했다. 하지만 많은 눈은 그들의 전진을 가로막았다. 체력과 기술 등 모든 면에서 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산악인들이었지만 K2는 쉽게 정상을 허락하지 않았다. 대원들은 11시간의 사투 끝에 마침내 정상에 섰다. 6월 26일 오후 3시30분께 그들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곳에 서 있었다. 30여분간 촬영을 마친 대원들은 하산하기 시작했다. K2 원정대의 영광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틀 뒤인 6월 28일 밤 10시30분 윤치원, 유순욱 대원을 비롯해 4명의 대원들로 구성된 2차 공격조가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대원들은 1차 공격조가 뚫어 놓은 루트를 따라 전진했으며, 9시간 만인 6월 29일 오전 7시50분 해발 8611m의 K2 제일 높은 봉우리에 섰다. 경남의 젊은 산악인들이 참여했던 2000년 K2는 숱한 기록을 세웠다. 1954년 이탈리아 산악인 4명이 등정한 최다 등정자를 8명으로 늘렸을 뿐만 아니라 박정헌 대원은 무산소로 정상에 올라 한국 최초 무산소 등정 기록을 남겼다. 경남산악연맹은 1994년 한국 최초 안나푸르나 등정, 1995년 에베레스트 남서벽 한국 초등, 1999년 가셔브롬4봉 세계 2등, 그리고 2000년 K2 세계 최다 등정자 배출·한국 최초 무산소 등정 등 대한민국 산악계를 리드하는 성과를 이어 갔다.

                                                                               --- 자료출처 : 인터넷 경남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