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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한명숙 사건 속 '한만호의 진실', "검사와 증인들"
조현우 기자
승인 2020.09.01 23:36
'PD수첩'에서 한명숙 사건과 관련된 검찰 특수부의 개입에 관한 주제가 다뤄졌다.
1일 오후 10시 50분 방송된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에서는 '검사와 증인들'이라는 제목의 특집이 진행돼 눈길을 끈다. 이번 회차에서는 故한만호와 검찰에 대한 이야기로 꾸며졌다. 대검찰청 과학수사자문위원 김태경 교수는 "그 억울함이라든지 후회, 죄책감 이런 것들이 너무 진해요. 비망록을 보면요. 그런 것들을 억지로 지어냈다고 보긴 힘들 정도로 반복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도 그 사람이 그걸 지어내서 얻을 이익이 없어요"라고 한만호의 비망록에 대해 말했다. 故한만호가 검찰과 대적해 진술을 반복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공정식 교수는 "이 사람에서 돌아오는게 뭘까를 한번 생각해보면 어떤 이득이 있을까. 교도소 재소자에게 가장 무서운 사람은 검사예요. 서울시장이나 대통령보다 무서운 게 검찰이에요. 당연하지 않겠어요?"라고 묻는다.
김태경 교수는 "법정에서 허위 증언한 것이 진실이란 걸 인정받기 위해 허위 비망록을 썼다? 이거는 설득력이 없어요. 정돈된 생각만 비망록에 썼었어야죠. 결론만"하고 말했고, 공정식 교수는 "전반적인 내용들에 보면 감정이 실려 있어요. 그게 중요해요. 보통 목적성을 갖는 경우는 감정이 빠지는 경우가 많아요"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본다면 전반적으로는 신뢰도가 있는, 신뢰성 있는 사실적 글을 썼다고 판단할 수 있죠'라고 공교수는 덧붙였다.
당시 한만호 사건과 관련되어 사건을 맡은 신응석 검사. 그는 검찰 특수부 소속으로 패스트트랙 저지 국회 폭력 점거 수사,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의혹 수사 사건 등을 담당했다. PD수첩은 신응석 검사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PD수첩의 질문에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았다.
한학수PD는 "한만호 씨는 검찰과 다른 진술을 했고, 검사는 불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한만호 씨의 휴대폰에 한명숙 총리의 번호가 저장된 것은 불법 자금을 줬다는 때보다 훨씬 이후였습니다"라고 말한다. 2011년 2월 21일 7차 공판. 한만호의 동료 수감자 김 씨가 검찰측 증인으로 나섰다.
김 씨는 "달러하고 현금하고 준비해서 가방에 넣어줬다면서. 여행용 가방이라고 손동작까지 해가면서 설명해주시더라고요"라고 증언했다. 그는 구치소에서 한만호와 자주 만났다고 전했다. 수감 전날부터 일산에서 알고 지냈던 한만호가 구치소에서 만났던 날 사싱를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김 씨가 형이 이미 확정된 이였는데도 계속 구치소에 머물며 검찰에 끌려다녔다는 것이다. 김OO의 출정 기록을 보면 한만호와 같은 날 소환된 일이 많았다. PD수첩은 의혹을 풀기 위해 증인 김 씨를 찾았다. 수차례 설득 끝에 만날 수 있었다. "한만호 씨는 한명숙 총리 사건에 관련돼서 출정을 나가셨겠지만 선생님은 그런 개인적인 사건으로?"라고 묻자 "네, 저 같은 경우는 킨텍스에 대한, 거기서 수영장을 하고 있엇거든요. 콘서트를 할 때 한명숙 총리랑 저희 콘서트장에 와서 유세도 하고 그랬기 때문에 내사를 하고 있었는데 검찰 구치감이 같이 있다보니까 만날 수밖에 없던 거죠"라고 말하는 김 씨.
"한만호 사장님이 저한테 한 얘기예요. 자기가 대한통운 그때 당시 무죄 나온 사건을 비유하면서 똑같은 방법을 내가 쓸 거고 돈 준 사람도 나고 받은 사람도 있고 증거가 없으니까 자기가 재판부에선 번복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노트에 내가 사실이 아닌 걸 쓸 거다"라고 말하는 김 씨다.
김 씨와 한만호는 첫 만남부터 전혀 다른 주장을 한다. "한만호 증인, 김OO 증인 처음 만난 날 한명숙 정치인에 뇌물을 줬다, 이렇게 말했다고 하거든요."라고 검사는 물었고, "저는 거기 검찰 구치감에서 김OO를 처음 봤고, 처음부터 한 총리님에게 어떤 뇌물이고 정치자금이고 이런 얘기는 한 적이 없습니다"라고 한만호는 말했다.
한만호는 김 씨가 자신에게 했던 얘기를 재판에서 말했으나, 계속해서 두 사람은 엇갈린 주장을 했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까? 전문가에게 진술 분석을 의뢰했다. 전 경찰수사연수원 교수 권일용은 "과학적 단서들을 바탕으로 해서 각각의 언어적 태도, 심리적 특성을 분석하는 기법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SCAN'기술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권일용은 "일시 장소와 주변에 있었던 사람과 또 그 사람들이 입었던 옷과 대화 내용과 이것을 모두 포함한 기억을 인출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합니다"라고 김 씨의 증언에 대해 말한다. 김 씨는 한만호와 대질 상황에서 시간을 분 단위까지 얘기하며 모든 상황을 정확하고 아주 구체적으로 말했던 바 있다.
권일용 전 교수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마치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부각시킨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고 김태경 교수는 "제일 인상적이었던 게 김 씨는 사회에서 한만호 씨를 알고 있었다 말하잖아요. 사회에서 알고 지냈다는 것에 대한 답변은 근데 김 씨가 안해요"라고 말한다.
엄희준 검사에 김 씨는 "구치소 내에서는 제가 사동 5중에 나왔을 때는 거의 한만호 사장님 방 철창에 붙어서 얘기한 게 그것도 횟수로 셀 수가 없고요"라고 말한다. 김태경 교수는"이게 되게 의미가 커요. 여기 쟁점은 원래 친한 사이였냐, 원래 안면 있는 사이여서 믿고 얘기했냐, 이거잖아요. 그런데 이 사람은 원래 사회에서 알고 지냈는 얘기는 안해요. 대질 과정에서. 뒤에 구치소에서 친하게 지냈단 얘기만 해요"라고 말했다.
권일용 전 교수 또한 김태경 교수와 같은 의견을 얘기하며 "한만호와 김 씨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두 사람의 주장과 진술은 김OO이 거짓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그런 자료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PD수첩은 김 씨가 수영장을 운영했다는 일산 킨텍스를 찾았다. 그런데 킨텍스에는 수영장이 없었다. 그렇다면 2007년에는 있었을까. 킨텍스 직원은 "전시장 안에 놀이공원처럼 꾸며서 하는 건데요. 수영장이라고 보통 지칭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분이 다른 분에게 장소까지 대여해줄 수 있는 그런 거였나요?"라고 PD수첩 측이 묻자 킨텍스 직원은 그 정도 권한은 없다고 말한다. 김 씨는 "저 같은 경우도 아이가 구속된 지 모르는데 검사한테 아이하고 전화 한번 하면 안되냐, 했는데 죄수가 어떻게 윗도리를 벗을 수 있겠어요. 번호표 돼 있는 걸. 죄수복을 벗고 화상전화를 했단 말이에요. 딱 까놓고 검찰에서 저한테 너 협조해, 너 강제로 뭐해, 안 한다고요. 그런데 저는 제 생각에 윈윈이라 생각한 거예요"라고 말했다.
김 씨는 검찰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의미심장하다. "검사는 없는 죄도 덮어씌울 수 있단 생각을 갖고 있어요. 검사는 기소권을 갖고 있잖아요. 이게 무죄가 낫을 때 검사가 옷 벗어야 한다면 안 하겠죠. 이런 일이 없잖아요, 근데"라고 말하는 김 씨.
이어 세번째 증인 최OO. 최 씨 역시 한명숙에게 한만호가 돈을 준 사실을 자신에게 털어놓았다고 증언한다. 한만호의 동료 수감자 최OO는 김 씨와 똑같은 이야기를 했고, PD수첩은 최 씨를 만나 사실을 확인해보려 했지만 그는 접견을 거절했다. 그런데 당시 최 씨가 법정에서 언급한 사람이 있었다. 최 씨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한은상'.
7회와 8회차 공판 기록에서 동료 죄수들은 수차례 한은상이란 이름을 말한다. 증인들은 한은상이 한만호와 가장 가까웠다 증언한다. 사건을 맡은 변호사가 "다음 증인은 한은상 씨인가 봅니다"라고 얘기했을 정도라는데, 한은상은 증인석에 나오지 않았다. 무슨 이유였을까.
PD수첩은 한은상을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그는 현재 광주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한은상은 PD수첩 접견 요구에 응했고, 정보공개요구를 통해 녹음파일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한때 상장사 대표를 지냈고 개인 횡령 등의 혐의로 19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한은상은 "한만호 씨는 사실이 아닌 부분을 사실인 것처럼 본인하고 검찰하고 각본을 짜고서 진술 조서를 썼고, 그게 기소가 됐다. 그러면서 이 부분은 다 거짓인데 원상태로 돌려야 하지 않겠냐 하면서 저한테 제가 아는 검사한테 모든 사실을 이야기해달라고 그래요"라고 말했다.
당시 한만호가 구치소에서 한은상에 털어놓은 사실은 충격적이기 그지없었다. 한은상은 당시 자신을 조사했던 부서의 검사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고 한다. 한은상은 "홍기채 검사한테 얘기하니까 홍기채 검사가 그 담당수사 검사가 신응석 검사라고 자기 동기래요. 그러냐고 그러면서 그럼 신응석 검사를 부를테니까 얘길 해 줄 수 있냐고. 홍기채 검사실로 검사 하나가 왔어요"라는 한은상.
당시 왔던 검사는 임관혁. 그러나 그 후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법정에서 한만호는 진술을 번복했고 이후 특수부에서 한은상을 부르기 시작한다. 한은상은 검찰에 출정 요구를 거부했다. 자신의 말을 거부했던 특수부를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자 특수부는 19살에 불과했던 한은상의 아들을 소환했다.
한은상은 "아들 한지훈(가명)이 미성년자인데 계좌정보제공에 대한 동의를 해야 하니까 오후 출정에 거부하지 말고 나오라고 해서, 다시 서울구치소에서 어쩔 수 없이 그날부터 나가기 시작했고 합류된 겁니다"라고 말한다. 곧 아들을 만나 그때의 일을 물어봤다. 한은상 증인의 아들 한지훈(가명)은 "검찰에서 아버지께서 어떤 조사를 받고 있는데 제가 같이 가야된다고 하더라고요"라고 말한다.
주식 관련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한은상의 아들은 말했다. 아들이 볼모로 잡히는 이상, 검찰이 불러주는대로 진술서를 쓰고 할 수밖에 없었다는 한은상. 한은상은 "특수 2부 1048호 영상녹화실, 주로 거기서 교육을 받았어요. 그때 제가 이를 악물었는데 그때부터 제가 철저하게 협조하는 연기하고"라고 말한다.
한은상은 연습한대로 법정 진술이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검찰이 구체적으로 김OO에게는 한만호가 한 전 총리한테 돈을 줬다는 얘기, 그리고 김OO은 그 얘기를 저에게 했다는 얘기 이걸 교육을 시켰고"라고 말한다. 이어 김 씨의 증언 중 허위 증언인 부분을 한은상이 골라 사실이 아니라 주장했다.
"제게는 김OO의 이야기가 맞고 최OO의 이야기가 맞고 한만호 씨가 양심선언하는 것은 거짓이라고 증언하라고 했다"고 말하는 한은상. 실제로 김OO와 최OO, 한은상이 같은 날, 같은 검사실에 나간 기록이 있다. 이렇게 증인들이 함께 검사실로 불려나간 건 문제가 없을까.
한국범죄심리학회 이사 공정식 교수는 "원래 진술이라 하는 건 여러 사람이 섞이면 오염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그걸 굳이 10여 차례 불러서 조사를 했다는 건 굉장히 이례적으로 보여요"라고 말한다. 셋이서 배달음식을 시켜먹은 일도 여러 번 있었다 한다. 한은상의 아들은 "그분들 식사하실 거랑 초밥은 확실하게 기억나네요. 담배는 꽤 많이 사갔던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당시의 출입내역과 영수증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한은상 동료 수감자는 "특수수사나 기업 범죄 수사에서는 이런 일들 많이 일어나요. 이런 것보다 더한 일이 많이 일어나죠. 거기서 술판도 벌어지고. 죄수를 불러놓고. 그리고 애인도 만나고 해서 그런 일도 실제 있어요"라고 증언한다. 검찰에 협조하기로 하고 한은상은 아들을 서둘러 미국으로 보냈다. 한은상의 아들은 "아버지가 진짜 급하게 보냈어요. 이유야 전혀 몰랐고, 그냥 급하게 미국에 가라고"라고 증언했다.
한은상은 아들을 미국으로 보내고 증인 출석을 거부했다. 검사는 기억나냐는 물음에 한은상은 엄희준 검사를 꼽았다. 자신에게 위증을 하라고 했던 이는 엄희준 검사라는데, 그는 박근혜정부의 세월호참사 청와대 보고와 관련된 검사다. 이어 PD수첩은 엄희준 검사를 찾았지만 엄희준 검사는 만날 의사가 없다 전했다.
이어 비장의 카드였다는 증인 X. 그는 진술서까지 썼다. '시장 선거 전인 4-5월 경 한사장님이 김 씨에게 경찰에서 이미 사실을 인정해놓고 다르게 말하겠단 식으로 하니, 김 씨가 그래도 준 건 사실 아니에요?라고 물었고 한사장님은 그건 맞지만, 하고 말했다'고 증인 X는 적었다. 김 씨는 PD수첩과의 만남에서도 X를 만나보라고 적극 권했다.
오랜 수소문 끝에 PD수첩이 X를 찾았다. 그는 복역 중이었다. 접견을 신청하고, 그를 만난 PD수첩 측. 이어 검찰을 두려워하는 X의 편지가 제작진에 도착했다. '검찰의 강제 조사를 받을까 두렵다', '제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라는 편지의 내용. 다시 접견 신청을 하고제작진은 X를 찾았다.
그는 지난 10년동안 어디에도 말하지 않았던 사실을 털어놓았다. 먼저 그가 검찰이 써낸 진술 가운데 검찰에 의해 조작된 부분을 짚어주었다. '한총리에게 아파트도 주었다고 하던데, 맞아요. 라고' 이 부분은 거짓이라고 X는 애기했다. 이어서 '한총리가 선거에서 이겨야 내 회사를 살린다'는 부분도 거짓이라고 말했다.
'갑자기 언성을 높이면서 "아이 내가 누구때문에 여기 와 있는데(서울구치소)"'라는 부분도 검찰이 불러준대로 썼다고 말했다. X는 증인 출석을 하기로 한 검찰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사실 그는 법정까지 갔었지만 사람들이 하는 얘기에 겁을 먹었고, 결국 잠적을 했다 한다.
한명숙 총리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그런데 2심 재판부는 단 네 번의 공판으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2015년 대법원 판결도 한만호의 진술을 토대로 유죄로 판결이 났다. 검찰은 진술을 바꾼 증인을 기소할 예정이라고 밝혔었다.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한 대가로 한만호는 위증죄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김OO와 최OO의 증언이 옳다는 한만호를 위증죄로 기소한 건 엄희준, 임관혁 검사였다. 2년 만기 출소한 한만호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지하 단칸방. 재기를 도모하던 중 다시 옥살이를 하며 모든 걸 잃었다. "가족 잃었죠, 엄마 돌아가셨지, 여동생 죽엇지, 제가 알기론 자살했다 들었어요. 엄마랑 여동생. 망해도 어느 정도 망해야죠. 쌀을 정말 배급받아서"라고 한만호 회사 투자자는 증언한다. 출소 1년 이후 한만호는 생을 마감했다.
"그냥 운이 없는 거야. 검찰한테 걸린 게 운이 없는 거야. 특수부 수사로 비참한 중에서도 이 사람이 손가락 안에 들 거라고"라고 주변인들은 얘기한다. 한학수PD는 이 사안에 대해 명확하게 진실이 가려져야 한다며 얘기하면서 "결국 이 사건은 한만호 씨가 자신에게 득이 되지도 않는데 진술을 뒤집으면서 검찰이 원하는 대로 결론이 났습니다"라고 말한다. 다음 주에는 특수부에서 어떤 식으로 수사가 진행되는지 살펴보겠다는 예고와 함께 오늘의 에피소드가 끝났다.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은 매주 화요일 오후 10시 5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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