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도중 해당 지역의 특별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여행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백두대간에 걸쳐 있는 경상북도에는 조선, 신라, 가야 등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음식들이 있다.
그중 유교 정신이 살아있는 안동에는 옛 선조들의 이야기가 있는 음식이 다양하다. 전통 음식과 이야기를 찾아 경상북도 안동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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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동을 대표하는 전통음식인 '안동간고등어'의 모습.
육지에서 가장 맛있는 맛을 내는 '안동 간고등어'
"촤악~" 석쇠 위에 올라간 생선이 맛있게 익어가는 소리를 낸다. 석쇠 아래로 기름기가 빠지면서 고소한 냄새를 풍기기 시작한다. 바삭하게 익은 생선은 윤기가 흐르고 살이 도톰해 더욱 먹음직스럽다. 안동을 대표하는 음식인 '간고등어'다.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은 과거, 내륙지방에 위치한 안동서 고등어를 맛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안동서 가장 가까운 바다인 영덕은 80km나 떨어져 있어 고등어를 가져오자면 꼬박 하루가 넘게 걸렸다.
이동시간 때문에 안동 사람들은 고등어를 보존하기 위해 염장법(소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여 생겨난 것이 바로 '안동 간고등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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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동간고등어'가 조리되는 과정(사진상단)과 '간고등어'를 이용해 만든 '고등어 찜'의 모습(사진우측 하단).
영덕에서 출발한 고등어는 날이 저물면 배를 갈라 왕소금을 뿌려놓았다. 소금을 뿌린 고등어는 안동까지 오는 동안 바람과 햇볕에 자연 숙성됐다. 또 비포장 길에서 흔들리는 달구지로 인해 자연스레 물기가 빠져 나오면서 안동에 도착할 즈음엔 육질이 단단해지고 간이 잘 배게 됐다.
안동간고등어 양반밥상 박중길 사장은 "소금에 절인 간고등어는 특유의 비린 맛을 빼내고, 숙성 후에는 육질이 더욱 맛있게 변해요."라며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가장 맛있는 맛을 내는 고등어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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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동간고등어' 정식에 나오는 음식들의 모습.
유생들이 거짓제사를 지낸 뒤 먹었던 '헛제사밥'
놋그릇에 각종 나물과 밥을 넣어 '쓱쓱' 비빈 뒤 간장과 깨소금으로 간을 한다. 잘 비벼진 밥은 탕국과 전, 산적 등에 곁들어 먹으면 고소하고 감칠맛이 난다. 이는 안동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인 '헛제사밥'이다.
이 음식은 쌀이 귀하던 시절. 안동지역의 유생들이 제사음식을 차려놓고 축과 제문을 지어 풍류를 즐기며 거짓으로 제사를 지낸 것에서 유래됐다.
헛제사밥은 담백하게 볶은 각종 나물에 비빔밥의 형태로 밥을 비벼 먹는 것이다. 고추장을 넣지 않고 간장과 깨소금으로 간을 한다. 거기에 전과 산적을 곁들이고, 고기와 무를 넣어 만든 탕국과 함께 먹으면 특유의 감칠맛과 담백한을 함께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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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동댐 인근에 위치한 이곳에서는 제사를 지내지 않고도 제사음식을 먹을 수 있다.
맛 50년 헛제사밥 전명자 사장은 "헛제사밥은 유교문화의 본고장인 안동지역의 특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향토음식이에요. 제사음식이기 때문에 가장 좋은 재료에 정갈한 손맛과 정성도 들어가죠. 이렇게 귀한 음식을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안동식혜를 맛볼 수 있다. 무와 고춧가루, 생강즙을 넣어 엿기름물로 발효시킨 안동식혜는 명정음식과 잔치음식에 반드시 내어오는 후식이다. 끓이지 않았기 때문에 유산균이 살아 있어 먹은 음식의 소화를 돕고 입안의 느끼한 기분을 가뿐하게 가셔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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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헛제사밥'에는 각종 제철 나물과 전, 산적, 고기와 무를 넣은 탕국, 안동식혜 등이 나온다.
면을 삶아서 건져두었다가 말아내는 '건진국수'
밀가루와 콩가루로 만든 반죽을 종잇장처럼 얇게 밀어, 썰어낸 후 뜨거운 물에 삶아 건져놓는다. 미리 준비해 놓은 육수에 면을 넣고 고명을 얹어내니 든든한 한 끼 식사가 완성됐다. 이는 안동지역에서 맛볼 수 있는 '건진국수'이다.
안동시 풍천면에서 50년이 넘도록 건진국수를 만들어 온 박재숙(67.여)할머니를 만났다. 박 할머니는 "손국수는 얇아야지 맛있지."라며 직접 국수를 만들어 보였다.
박 할머니는 밀가루를 '고슬고슬' 뿌려가며 약 30분간 반죽을 밀어냈다. 반죽이 종잇장처럼 얇아지자 반죽을 얇게 썰어내기 시작했다. 면이 완성되자 면을 뜨거운 물에 삶아 건져놓은 뒤 찬물에 다시 헹궈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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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천면에서 만난 박재숙(67.여)할머니가 직접 건진국수의 반죽과 면을 만드는 모습.
그리고 난 뒤 면을 그릇에 담고 미리 차갑게 얼려둔 멸치 육수를 부었다. 그 위에 깨소금과 달걀지단, 잘게 다져 볶은 쇠고기, 김 가루 등을 올리니 국수가 완성됐다.
박 할머니는 국수와 함께 조밥, 제철 나물로 만든 반찬을 함께 내어 놓으며, "국수는 소화가 잘되기 때문에 조밥과 함께 먹어야 든든해."라고 말해 주었다.
이어 "요즘 하회마을 구경 온 외국인들이 국수를 먹으러 우리 집에 찾아와. 외국인에게 우리나라 음식을 대접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 앞으로 국수 뿐만 아니라 안동의 전통음식을 대접하고 싶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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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진국수'는 각종 제철나물과 함께 나온다.
■ 찾아가는 길
○ 안동간고등어/헛제사밥 거리 : 경상북도 안동시 상아동 513번지
○ 건진국수 명가 :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광덕 1리 7번지 Tel : 054-853-27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