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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 부림 홍씨 집성촌 한밤마을 팔공산 氣 피하려 북향…대청 위에 다락 만든 실용주의 건축 | ||||||||||||||||||
'비단으로 장막을 친 수레의 율리촌이오, 시골의 늙은이들이 와서 서로 먹여주는구나. 고요히 무현금을 연주하노니, 도연히 복희씨가 살던 시대로다.'(부림 홍씨 16대손 홍구명의 시 '한밤 십경' 중 이경 율리)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 속칭 '한밤마을'은 팔공산 자락 북쪽 끝머리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부림 홍씨 집성촌이다. 한밤마을은 처음에는 신청 강씨가 살았는데, 신라시대 홍란이라는 사람이 이주해 부림 홍씨 일족이 번창하면서 현재까지 집성촌을 이루고 있다. 한밤마을은 고려시대까지는 일야(一夜) 또는 대야(大夜)로 불렸으나, 1390년경 부림 홍씨 14대손 홍로라는 선비가 '밤 야(夜)가 좋지 않다고 해 율(栗)자로 바꿔 개칭했다'고 전해온다. 한밤마을이 조선시대에는 의흥현(義興縣)에 속했으나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로 변경됐고, 1990년에는 대율리를 대율1리와 대율2리로 분동됐다. 해방 전만 해도 한밤마을 가옥들은 전통 한옥을 이루고 있었지만, 근대에 들어 일부 주민들이 부분적으로 가옥을 개량해왔다. 하지만 상매댁(남천고택)이나 부림 홍씨 종택과 같은 전통가옥들은 지금도 옛 모습 그대로 꿋꿋하게 마을을 지키고 있다. 마을의 가옥 대부분이 북향으로 지어졌는데, 아무래도 팔공산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지리적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마을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돌담길이다. 이 돌담길은 한밤마을 전체를 감싸면서 6.5㎞ 정도 굽이굽이 이어진다. 사방은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마을은 온통 돌로 뒤덮여 있어 처음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육지 속의 제주도' 라고도 하고, 마치 '제주도에 온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 돌들은 1930년 대홍수 때 팔공산에서 마을로 떠내려 왔는데, 그 엄청난 돌들을 치울 엄두가 나지 않아 집집마다 돌담을 쌓았다고 한다. 이 마을 돌담의 특징은 아래쪽은 넓고 위쪽은 좁은 형태로, 높이가 1m 이상인 곳도 많다. 문화재청과 한국관광공사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돌담길'로 선정하기도 했다. 한밤마을 입구에는 송림이 있는데, 예로부터 대율리에서 빼어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곳으로 동제를 드리는 솟대가 있는 신성한 곳이자, 누구나 와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자연휴양지이다. ◆상매댁(남천고택) 경상북도 지방문화재자료(제357호)로 지정된 상매댁은 부림 홍씨 문중에서 가장 큰 가옥이다. 당시 의흥현에서 최고(最古)의 가옥으로 전하며 '남천고댁'(南川古宅) 또는 '쌍백당'(雙栢堂)이라고도 불린다. 상매댁은 250여 년 전 부림 홍씨 9대손 고려문하사인 경재 홍로 선생의 후손인 19대손 홍우태 선생의 살림집으로, 우태 선생의 맏아들인 남천 귀응 선생이 아버지를 위해 이 집을 지었다. 상매댁은 원래 이 집을 지은 20대손 남천 귀응 선생의 호를 따 남천고택으로 불렸으나, 1999년 3월 경상북도가 부림 홍씨 28대손인 홍세헌 선생의 부인인 이기남(2007년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남) 씨의 택호인 '상매댁'을 지방문화재자료 제357호로 지정하면서 지금은 상매댁으로 불리고 있다. 현재의 건물은 사랑채인 쌍백당 대청 상부에 남아있는 기록으로 보아 헌종 2년(1836년)에 새로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사랑채 대청 상부에 '숭정후 상지즉위이년 병신삼월십칠일 신시 수주 상량'(崇禎後 上之卽位二年 丙申三月十七日 申時 竪柱 上樑)이라는 상량문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상매댁의 형태는 원래 '흥'(興) 자형의 독특한 배치 형태를 이루고 있었으나, 해방 후 중문채와 아래채, 곳간채 등은 허물어져 철거되고 안채와 사랑채, 대문채, 사당만 현재의 모습으로 남아 있고, 대문채는 옮기면서 방향을 바꾸었다. 지금의 상매댁은 ∩자형의 안채와 一자형의 사랑채, 사당이 있고 주위는 자연석 돌담으로 경계를 이루고 있다. 상매댁의 특징은 사랑채 쌍백당의 한문 현판과 안채 대청 위의 다락, 사당 안의 300여 년 된 잣나무 2그루다. 사랑채의 '雙栢堂' 한문 현판은 한호 한석봉 선생의 친필로, 분실 등의 이유로 안채에 보관하고 있다. 대청 위의 다락에는 남북으로 각각 3개의 작은 창문을 두고 있는데, 이 봉창들은 가로×세로 30㎝가량의 쪽문 2개를 통해 외부의 바람을 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다락에는 음식과 과일 등을 보관하기도 하고 여름철 피서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다. 부림 홍씨 29대손으로 이 집을 지키고 있는 상매댁 4남 2녀 중 막내인 홍석규(57) 씨는 "어릴 적에는 대가족이어서 대청 위의 다락에서도 생활하며 잠을 자곤 했다"며 "대청이나 헛간 위에 다락을 둔 특이한 형태의 가옥은 눈여겨볼 만한 살림집 구조이자 실용주의 개념을 건축에 도입한 사례로 주거사(住居史) 연구에 매우 소중한 자료"라고 소개했다. 또 "한밤마을은 팔공산 자락의 작은 봉우리 4곳의 중심지에 마을을 이루고 있고, 상매댁은 그 중심지에 지어졌다"며 "한밤마을 가옥이 대부분 북향으로 지어진 것은 팔공산의 드센 기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한밤마을 대청 한밤마을 상매댁 바로 옆에는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62호(1991년 지정)로 지정된 대청이 있다. 이 건물은 원래 조선 초기에 부림 홍씨 문중에서 건립한 서당으로 선조 25년(1592년)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으나, 인조 10년(1632년)에 중창돼 학사(학문을 닦는 곳)로 사용되던 곳이다. 그후 효종 2년(1651년)과 숙종(1705년) 때 각각 중수된 바 있으며, 근대에서는 1992년에 완전 해체 보수를 했고 이때 부식재와 기와가 교체되었고 기단도 보수됐다. 현재는 마을 경로당과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건물 구조는 정면 5칸, 측면 2칸 크기의 누각형(사방이 탁 트이게 높게 지은 다락)으로 서쪽 툇간에만 간주가 서 있고 기와로 된 맞배지붕 건물이다. 기단은 막돌로 한 층을 쌓은 위에 화강암으로 1단을 더 쌓았고 그 위에 자연석 주춧돌을 놓고 두리기둥을 세웠다. 현재의 바닥에는 전부 우물마루를 깔았고 사면이 개방되어 있지만 중창 당시에는 가운데 마루를 두고 양옆에 방을 둔 형태로 건축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청에 내걸린 '대율동중서당' 현판은 100여 년 전에 완산군이 쓴 친필의 탁본이고, 친필은 분실을 우려해 문중에서 보관하고 있다. 대청 앞 잔디밭에는 2008년 국립민속박물관이 마을 조사를 실시했다는 표지석이 있다. 이 표지석에는 '돌담과 함께하는 부림의 터' '한밤마을' 등 두 권의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적고 있다. ◆관광지와 먹을거리 한밤마을 인근에는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지천에 널려 있다. 볼거리로는 한밤마을 바로 옆의 제2석굴암과 고로면의 인각사, 군위댐 등이 유명하다. 먹을거리로는 부계 한밤마을에서 군위읍 방향으로 10분 정도 차를 타고 가다 오른쪽에 보면 '이로운 한우'(054-382-9800), '참좋은 한우'(054-382-8260)라는 전문한우식당이 있다. 1층에서 고기를 산후 2층에 올라가 먹는데, 한우로 유명한 군위 쇠고기의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 또 한밤마을에서 효령면 소재지 방향으로 가다 보면 효령면 거매마을이 나오는데, 이곳은 매운탕촌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도 원조격인 거매매운탕(054-382-9007)은 토란 등 직접 생산한 양념류를 넣어 끓인 매운탕이 얼큰하고 속을 확 풀어준다. 효령매운탕(054-382-9088)도 유명하다. 군위 팔공산 주변에도 맛집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15년 전통의 오리요리전문점 주홍산장(054-382-8050)이 유명하다. 군위 쪽에서 팔공산 한티재 올라가기 전에 위치한 주홍산장은 물레방아와 방갈로가 있는데 밤에는 조명과 함께 어우러져 그림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