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한전 입장과 대책위 입장을 동시에 게재하고 싶다고 하기에
원문 그대로 실어주는 조건으로 동의했습니다.
기사가 나서 읽어보니, 한전 부사장님은 글을 참 서정적으로 쓰시는 군요.
그런데, 사실관계는 별루 없고 곁다리로 자기 동네에 전기가 들어오던 날까지 거론하며
마구 서정적으로 쓰시네요. 이 글의 압권은 '문득 호국의 성지 표충사에서 생각에 잠겨본다'는 끝문장입니다.
화룡점정, 완전 용돼서 하늘로 날아가버리시는군요.
제가 학교에서 논술 가르치던 시절을 생각하니, 저는 이 글에 대해 대략 C+ 정도 주고 싶습니다.
"사실관계을 적시하기보다 불필요한 정서적 표현을 과하게 사용하여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논증해야 할 글의 성격상 설득력을 오히려 떨어뜨리고 있음"이라는 코멘트를 달아줄 것입니다.
논리학에서 말하는 오류 중에 '정서에 호소하는 오류'라는 범주가 있지요. ㅋ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서정적으로 쓸 걸 그랬어~~^^ 이런 생각을
마구 들게하는 참으로 서정적인 부사장님의 글입니다. [이계삼]
● 한전
밀양은 뜨거운 땅이다. 전국에서 최고로 뜨거운 땅답게 8월 폭염이 절정이다. 그런데 밀양의 열기는 비단 기온 때문만은 아니다.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송전탑 건설 문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밀양 송전탑 갈등의 뜨거운 열기를 시원한 얼음골처럼 풀어줄 해법은 없는 것일까.
해마다 많은 사람이 빼어난 절경과 유서 깊은 문화유산을 간직한 신비의 고장 밀양을 찾는다. 보물로 지정된 영남루, 사자평의 억새밭을 비롯하여 한여름 얼음골 계곡 등이 대표적인 명소이다. 무안면에는 임진왜란 때 의승병을 일으켜 백성을 구한 사명대사의 생가가 보존되어 있고, 그의 영정과 위패가 봉안된 표충사에는 참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표충사가 있는 이곳 단장면을 비롯한 몇 개 면에서는 오랫동안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협의체 결과를 토대로 갈등 해결을 기대했지만 전문가협의체의 의견을 수용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후 밀양시와 한전, 산업부가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반대 측 주민들과의 실질적인 대화는 어려운 실정이다.
지금 밀양에는 하루빨리 송전탑 갈등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주민도 많다. 송전탑이 지나는 5개 면 마을의 주민 대표들로 구성된 주민대책위원회는 송전탑 건설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현실적인 합의 노력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의 조용한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한전은 여러 방면에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방안을 거듭 고심하며 주민의 입장에 가까이 다가서고자 노력해 왔다. 경영진은 수시로 밀양에 내려가 현안을 살피고 직원들도 자발적으로 가족들과 함께 밀양을 찾고 있다.
또한 가칭 송전선로 주변 지역의 보상과 지원을 위한 ‘송주법’안이 내달 열리는 국회에서 최우선적으로 처리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하락 지가 보상과 주택 매수 청구제도가 신설되고 전기요금 감면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매년 시행할 수 있다. 특히 주민들이 원하는 경우 개별 지원을 즉각 시행할 수 있도록 이미 한전 특수보상 내규를 개정하여 지원 근거도 마련해 놓은 상태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밀양시의 중재 아래 ‘밀양 송전탑 갈등해소 특별지원협의회’도 발족하였다. 한전은 새롭게 구성된 특별지원협의회를 통해 주민과 더불어 실질적인 보상과 지원이 이뤄지도록 대화와 합의 노력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다. 165억 원의 지역특수보상안과 빛고을 밀양의 태양광발전사업, 항공방재 불가지역 보상과 500평에 달하는 농특산물 공동 판매시설 신축 등 기존에 한전이 약속한 13개 특별지원안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실행해 나가고자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기는 전국 3만9955기에 달하는 송전탑을 타고 1만5114km의 송전선로를 지나 전국으로 흐르고 있다. 한전은 지난 115년간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전기를 공급해왔다. 앞으로도 전기가 흐르는 한 주어진 사명을 다하기 위해 언제나 주민 곁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전기가 들어오는 날이 마을 잔칫날이었던 필자의 어린 시절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30여 년을 전력 현장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반대 주민들이 대승적인 이해와 용단으로 갈등 해결에 힘을 모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삶의 터전과 주민재산권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한전의 약속을 믿고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나서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조선의 명승이자 살생을 금하는 불법의 수호자였던 사명대사가 의승병을 이끌기까지의 고뇌를 그 누가 헤아릴 수 있겠는가. 사명대사는 지금 고향에서 벌어지고 있는 송전탑 갈등의 해법을 알고 있을까. 문득 뜨거운 밀양의 호국성지 표충사에서 생각에 잠겨 본다.
● 주민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왜 밀양만 이렇게 8년째 싸우고 있느냐’고. 변준연 전 한전 부사장의 표현처럼 밀양이 기가 세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그와 일부 언론들이 말하듯이 주민들이 가톨릭에 세뇌당해서 그런가? 나는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밀양 주민들이 이 765kV 송전선로로 입게 되는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노선을 잘못 그어도 너무 잘못 그었기 때문’이라고.
마을과 마을을 가로지르고, 논밭을 가로지르고, 주거지에서 500m 이내에 24시간 내내 100m가 넘는 거대한 철탑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는 주민들이 이 밀양 송전선로 구간에는 너무 많다. 100m가 훨씬 넘는 765kV 송전선로 좌우 1km 이내에는 부동산 거래가 거의 끊어지다시피 한다. 일생 동안 일구어온 재산의 가치가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린다. 345kV 송전탑의 4.7배에 달하는 초고용량 송전선이 내뿜는 기계음을 들으며 살아야 한다. 대체로 산악지형을 관통하는 다른 구간에 비해 밀양 구간은 민가에 너무 가깝게 설계되었다. 밀양의 오랜 갈등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한다.
지난 8년의 투쟁 과정에서 주민들은 너무 많은 상처를 입었다. 수차례 공사 강행 과정에서 현장 인부들로부터 당했던 말할 수 없는 인권 유린, 고소 고발 남발에 따른 경찰 조사, 심지어 분신까지 초래한 용역 투입은 일평생 농사지으며 정직하게 살아온 농민들의 분노와 모멸감을 자극했다.
정부와 한전은 여전히 ‘보상’을 이야기한다. 그 어떤 보상안도 주민들이 입게 될 피해와 고통을 해소할 수 없다. 예컨대, ‘송주법’을 통해 송전선로 좌우 180m 이내 주민 주택을 사들이겠다고 한다. 그러면 190m 지점에 사는 주민들은 어떻게 되는가? 그리고 180m 이내에 살아서 주택이 팔리더라도, 그 돈으로 다시 다른 곳에 집을 구해 매일 논밭으로 출퇴근해야 하는가? 지금 부동산 가격을 고려했을 때 그 돈으로 다른 주택을 제대로 구할 수 있을까?
주민들은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가 영남권 전력수급 해소를 위해서 건설된다는 사실도 믿기 어려워한다. 고작 대구권 이남의 전력 부하 감당을 위해 이런 초고용량의 송전선로가 건설되어야 한다는 한전의 논리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전력대란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밀양 송전탑 공사를 마무리짓고 신고리3호기 전력을 수송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신고리 핵발전소 3호기는 부품성적 위조로 완공 시기가 언제가 될지 한수원조차도 제대로 된 계획을 내지 못하고 있다. 설령, 부품성적서 위조로 인한 공사 지연이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밀양 구간 공사 기간과 발전기 시운전 기간을 고려할 때 신고리3호기가 내년 여름철 이전에 전력계통에 병합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전문가협의체를 통하여 밀양 송전선로를 건설하지 않고도 기존 3개 선로를 통해 송전이 가능하며, 송전선로 과부하로 발전기가 탈락하여 발생한 광역정전은 지난 13년간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밀양 구간 지중화도 한전이 주장하듯 2조7000억 원이 아니라 5900억 원 수준에서 가능하다는 것도 확인했다.
우리가 막무가내로 이 사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만들어진 전기는 어떻게든 송전되어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노인들의 삶의 근거지를 결딴내면서, 그들이 일구어온 일생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면서 그들의 피눈물을 타고서 이 전기가 흘러가야 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TV토론을 열어 밀양 송전탑 문제에 관한 쟁점들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 공론 기구를 통해 밀양 문제의 4대 쟁점(타당성, 재산권, 건강권, 대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노인들의 피눈물을 타고 흐르는 전기로 영위되는 일상 속에서 과연 누가 행복할 수 있을 것인가? <= 요 문장에 뽀인트를 줬는데, 편집 과정에서 빠졌더라구요.^^
박규호 한국전력공사 부사장
이계삼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
첫댓글 샘, 이 글을 부사장이 썼을 리가 없잖아요. 쟤들은 글 써주는 사람도 있을 거란 말이죠. 어쨌든 잔머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굴리네요.
사실관계로는 도저히 납득시킬 수 없으니...감정에 호소하는 듯 합니다...노력은 가상하나^^...그래도 765송전탑은 안돼~!!
그 기사 봤습니다
땅은 땅대로 남고 지가하락분 보상해준다니 '그거 괜찮네'생각하는 주민들도 있던데 절대 아닙니다
쥐꼬리만한 보상액에 금지옥엽 내땅 한전에 팔은꼴이 됩니다
농번기엔 눈만뜨면 날마다 나가서 일을해야 하는데
새끼밴 소도 유산을하고 가재도 살지 못한다는 그 무시무시한 송전선밑에서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을 할 수 있습니까?
'에라~헐값에라도 팔아치우자'해도 누가 사야지요
집 매입해주고 이주를 도와준다고하니 그럴싸 하지요
그도 현시세대로 사줍니까?
그돈 가지고는 전세도 들어가기 힘들겁니다
그것도 180m이내의 가옥이랍니다
몇집이나 될까요?
그럼181m에서 1000m는 어찌하고
참 한전 속보입니다
매년 24억을 준다나?
그돈 5개면으로 나누면 1개면에 대략5억 되겠지요
1개면에 10개 마을이라치면 1마을에 5000만원 됩니다
한 마을에 50가구라 치면 나눈다면 1년에 한집당 100만원
"와 평생 년100만원씩 연금타는 텍이네"
천만에요
그렇게 쓸수있는 돈도 아닐뿐더러 설령 갈라쓴다해도 귀신도 못가릅니다
땅많은 사람,땅적은 사람
송전선에서 가까운 사람, 먼사람
불만없이 절대 못가릅니다 귀신도..
철탑 들어서면
땅을 치고 통곡해봐야 끝입니다
나라가 내 재산 내 생명 지켜주지 않으면 내가 지켜야 합니다.
송전탑 싸움하면서 알게 된 것은 시골 어르신들이 한전 간부들이나 관계 부처 장관보다 더 똑똑하다는 사실입니다. 차라리 우리 밀양 송전탑 싸움하는 어르신들이 한전 간부나 관계 부처에서 일을 하신다면 더 합리적이고 이 나라를 위해 더 좋은 대안이 나올 것 같습니다. 우리 어르신들을 무식한 시골 할매, 할배라고 보지마라. 어르신들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