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2월호
[202302]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지구의 부르짖음에 대한 응답
양기석 스테파노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202302 살아보기
가장 발달한 과학문명과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것이 현시대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한 것도 바로 이 시대입니다. 바로 인류 멸종이라는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 상황인 기후위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는 인간에 의한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과 소비문화, 그리고 육식 위주의 식습관으로 인한 것입니다. 축산업과 그 부산물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의 51%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전 인류가 친환경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루고, 과도한 탄소배출을 유발하는 소비생활과 식습관을 비롯한 생활 전반의 변화를 이루어야만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생산 과정뿐만 아니라 유통 거리가 짧은 가톨릭농민회원들이 생산한 우리농 제품이나 지역 농산물을 이용하는 것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방법인 이유입니다.
2020년 6월, 교황청은 “공동의 집을 돌보는 길을 향해 -‘찬미받으소서’ 그 5년 후”를 공개하여 교황청의 노력을 세상에 드러냈습니다. 교황청은 건물의 조명기구를 LED등으로 교체하고,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여 에너지 비용을 70∼80% 절감했습니다. ‘찬미받으소서’의 정신에 따라 유기농 기반의 소규모 농업과 협동조합, 종자은행, 무담보 소액대출 장려, 음식물 쓰레기 감축, 빗물 재활용, 1회용 페트병 사용 자제, 순환 경제를 위해서 자원을 재활용하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물건의 사용을 지양하며, 포장하지 않는 생활 문화 등의 내용을 실천하고 있다고 교황청은 밝혔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20년 12월, 기후정상회담(Climate Ambition Summit)를 맞아 보낸 메시지를 통해 교황청과 바티칸시국이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중립)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전 세계 정상들에게 코로나19와 기후위기로 드러난 환경, 윤리, 경제, 정치 문제들이 가난한 이들과 사회적 약자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 존엄과 공동선을 중심에 둔 ‘돌봄의 문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요청하셨습니다.
소비 중심의 생활 방식의 대전환, 이것이 신앙인들의 책무
교황님께서는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의 첫 번째 목표로 ‘지구의 부르짖음에 대한 응답’을 권고하셨습니다. 구체적인 행동으로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기후위기로 깨끗한 물을 얻지 못하는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생물 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을 위한 노력에 함께 해줄 것을 촉구하셨습니다. 우리 사회가 우선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친환경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과 소비 중심의 생활 방식의 대전환입니다. 이것은 이 시대 신앙인들의 책무가 되었습니다.
한국천주교회 주교회의는 2020년 추계 정기총회를 마치며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 앞에서”라는 특별 사목교서를 통해 “우리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기후변화에 관하여 차등적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생태적 회개를 실천하여 복음을 선포할 것을 다짐”한다고 천명하였습니다. 또한 자라나는 후손들에게 파멸로 치닫는 지구를 유산으로 물려줄 수 없(기에), 주교단은 기후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각 교구가 지속적으로 생태적 회개에 대한 미래 방향을 제시하고, 교구와 본당, 각 단위들을 통해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가겠다고 천명하였습니다. 그 결과 현재 수원교구와 대전교구가 2030년까지 교구 본당의 에너지 사용을 태양광 기반의 친환경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하고 행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