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25일,
프로축구 ‘승부조작’ 파문
2011년 5월 25일에 K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역 선수 2명에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K리그 승부조작 사건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이 사건이 본격적인 발단은 2011년 5월 6일에 K리그 구단 인천 유나이티드의 백업
골키퍼로 활약하던 윤기원이 차량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자살하는 사건부터이다. 이
충격적인 자살 사건으로 한때 루머로만 돌던 K리그의 승부조작 의혹이 네티즌들과 언론 사이에서 강하게
일었다.
2016년 2월 17일 방송된 KBS2 '추적 60분'에서는 축구선수 윤기원 사망 사건과 관련해 경찰과
윤기원 지인들의 엇갈린 증언으로 윤기원의 죽음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윤기원은 2011년 5월 서초구에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숨진 채 발견돼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윤기원이 발견된 차량에는 타다 만 번개탄이 있었고 부검 결과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윤기원 죽음을 단순 자살로 수사를 종결했다
곪아가던 상처는 5월 25일에 터졌다. 5월 21일에 승부조작 사건을 수사하던 경남 창원지검 특수부가 승부
조작을 종용하던 브로커 2명을 구속하고 현역 축구선수 2명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이 25일에 언론에
노출되면서 K리그의 승부조작이 사실로 밝혀지기 시작했다. 특히 전 대한민국 국가 대표 선수였던 상주
상무의 김동현이 승부조작 사건에 깊게 관련되어 있음이 확인되면서 K리그 축구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후 검찰에 자진으로 출두한 이들은 더욱 충격적이었는데, 스타 플레이어 출신 선수가 여럿 연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대표팀 선수로 24경기를 뛰어 2골을 기록했고 올 시즌 부진과 부상으로 제 실력을 못
보여줬지만 제대 후 성남 일화 천마에서 이적하자마자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주장까지 맡았던 최성국이
2010년 광주 상무 시절에 김동현의 제의로 승부조작 사전 모의를 했다고 검찰에 자진 출두하면서 한국
축구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승부조작이 터져 K리그 전체 워크숍에 참석했을 당시만 해도 최성국은 “승부조작이 나한테는 없었다. 모르는
전화는 안 받는다. 여태껏 부끄럼 없이 살았다”며 결백을 주장했지만 수사 압박이 이어지자 한 달이 지나서
승부 조작 사실을 자진 신고하면서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유럽 유학파 출신 권집과 어경준의 승부조작 연루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어경준은 2002년 대한축구협회
우수선수 해외유학 지원프로그램 1기로 프랑스 리그 FC 메츠에서 활약했으며, 권집은 같은 해 독일 FC 쾰른
유소년팀에 들어가 현재 독일 축구 최고 스타 루카스 포돌스키와 어깨를 나란히 했을 정도로 기량이 출중했던
선수였다.
그 밖에도 성실한 선수로만 알려졌다 실망감만 안긴 승부 조작 연루 선수들도 적지 않았다. 조광래 감독의
꾸준한 관심을 받았던 수비수 이상덕, K리그 베테랑 김정겸, 박병규, 소속팀 팬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던
장남석, 송정현, 백승민, 전 올림픽대표 출신 골키퍼 김지혁, K리그 최장거리 골 기록을 갖고 있는 도화성
등이 승부 조작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8월 25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승부 조작에 직, 간접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드러난 선수
또는 선수 출신 브로커 47명에 대해 영구 제명 중징계를 내렸으며, 이 가운데 자진 신고한 25명에게는 일정
기간 보호관찰 후에 선별적으로 복귀를 허용하는 안을 확정, 발표했다. 뿌리 자체를 뒤흔들었던 승부 조작
사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담했던 선수 전원을 K리그 무대에
발을 들여놓지 않게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었다.
승부조작으로 영구 제명된 이경환은 다음 해인 2012년 4월 14일 오후 2시25분께 인천시 남동구 장수동
ㄱ아파트 15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이 아파트 경비원이 땅에 떨어져 있는 이경환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기던 도중 숨졌다. 2009년 대전 시티즌에서 프로로 데뷔한 이 선수는 두 시즌 동안 42경기를 소화하는 등
주전급 선수로 활약했다.
당시 수사 과정을 통해 밝혀진 승부조작 방법은 기상천회 하다. 보이지 않는 손-조폭-행동대원-브로커-선수
로 이어진 피라미드 구조에서 브로커들이 선수들의 신상정보를 활용해 학연과 지연으로 신분을 가장하거나
팬으로 위장해 비밀리에 접근한다. 비밀을 지키기 위해 공갈협박은 기본이고 꼬리가 밟히지 않게 ‘통장거래는
절대 하지 않는다’ ‘돈은 현금으로 차 트렁크에 넣고 다니며 쓴다’ ‘값비싼 차를 사지 마라’ 등 증거를 남기지
않는 기본 철칙을 만들어 지키게 한다. 골을 넣고 허용해 줄 수 있는 공격수와 수비수, 골키퍼가 포섭
대상이다. 이와 상관이 없는 미드필더는 거의 포섭하지 않는다.
일단 포섭이 되면 경기 때 실수나 어쩔 수 없는 것처럼 골을 허용한다. 골키퍼는 일부러 늦게 점프하거나
프리킥 상황에서 펀칭을 하지 않는다. 혼전 중에는 어쩔 수 없었던 것처럼 상대가 아닌 아군과 몸싸움을 한다.
수비수는 상대선수와 경합할 때 일부러 넘어진다. 또 오버래핑 나갔다 늦게 돌아온다. 상대 공격수와 미리
입을 맞췄을 경우에는 슈팅할 때 절묘하게 피한다. 공격수는 골을 넣을 상황에서 엉뚱한 곳으로 차고 마치
실수한 것처럼 제스처를 취한다. 승부조작의 온상 중국에서 오랫동안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 이장수 광저우
감독은 “비디오로 한번 봐서는 모른다. 4번 정도 봐야 어떤 선수가 승부조작에 관여했는지를 알 수 있다”며
아주 교묘히 승부조작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