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 소개
우리말 지킴이가 ‘한글날’을 맞아 펴낸,
생각과 삶을 바르게 가꾸는 ‘사자성어’ 다시 읽기
각고면학하며-> 온힘 다해 배우며 / 교언영색으로 ->입에 발린 말로
그들은 대부분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리며 일하자고 막무가내다
-> 그들은 으레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리며 일하자고 떼를 쓴다
사자성어와 고사성어를 배우기 위한 책들은 많이 나와 있지만, 사자성어나 고사성어를 쓰지 않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써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책은 이 책이 처음입니다. 우리는 뜻도 모르는 사자성어를 느낌으로만 쓰며, 학습으로 사자성어를 배웁니다.
그러나 이 책은 ‘사자성어’를 비롯한 ‘한자말’을 ‘한국말’로 번역하고 풀어 썼습니다. 사자성어를 쓰지 않고도 말과 글을 쓰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더 의미가 잘 전달되는 우리 넋과 말과 삶을 담은 한국말을 살려 써야 합니다.
책에서는 ‘네 글자로 이루어진 한자말’인 사자성어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가를 살피면서,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얼마나 슬기롭게 쓰거나 어리석게 쓰는가를 돌아봅니다.
이 책은 130권의 책에서 쓰인 사자성어와 잘못 쓴 말들을 뽑아내어 예로 들어 설명하며, 우리가 잘 사용하는 사자성어 420개를 담고 톺아봅니다. 오자성어와 육자성어도 함께 담았습니다.
우리 넋과 말과 삶을 담은 한국말
한국사람은 ‘한국말’과 ‘한자말’과 ‘미국말’ 이렇게 세 가지 말을 쓰며 살아갑니다. 이 가운데 ‘한국말’은 한국사람으로서 오랜 옛날부터 쓰던 말이랑 새 삶과 터에 걸맞게 새로 짓거나 들여온 말로 이루어집니다. ‘한자말’은 중국사람이 중국땅에서 빚은 낱말이거나 일본사람이 일본땅에서 빚은 낱말이 거의 모두를 차지하고, 때때로 한국땅 지식인과 권력자가 빚은 낱말이 드문드문 차지합니다.
책에서는 오래도록 이 땅에서 살던 붙박이가 쓰는 한국말이든, 한국을 새로운 고향마을로 삼는 이주노동자이든, 한국에서 원어민강사 일을 하러 찾아온 서양사람이든, 한국땅에서 지내며 한국사람이랑(또는 한국사람이 되어) 쓸 한국말이란, 겉과 속이 하나 되는 가장 아름다우며 빛나는 한국말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국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쓸 한국말은 뿌리부터 잎사귀와 꽃과 열매까지 싱그러이 빛나는 한국말이어야 합니다. 오늘 쓰는 말을 뒷사람한테 물려준다고 생각한다면, 아무 말이나 섣불리 쓸 수 없기에 우리가 물려줄 말과 글을 알차고 싱그럽게 가꾼 다음 물려주어야 합니다.
2. 본문 중에서
사자성어를 한국말로 옮기려 합니다. 깊이 살피지 않고 쓰는 중국말이 아닌, 깊이 살피면서 쓰는 한국말을 찾아보려 합니다. 지식을 내세우거나 학식을 뽐내는 중국 한자말이나 중국 옛말이 아닌, 널리 사랑하며 고루 아끼는 한겨레 말글이나 한겨레 새말을 갈고닦고 싶어요. - 본문 중에서
한자말은 한국말이 아닌데, 자꾸 한자말을 한국말인 듯 잘못 생각하기 때문에 이처럼 말풀이를 엉터리로 붙이고 맙니다. 한자말은 중국사람이 쓰려고 지은 말입니다. 한국말이 될 수 없어요. 다만, 이 나라 옛 지식인과 사대부와 임금들이 중국한테서 중국글을 빌어 중국말을 하면서 하나둘 스며든 낱말이 있고, 이렇게 스며든 낱말 가운데 여느 사람한테까지 살며시 파고든 낱말이 있습니다. 저절로 녹아들어 한국말이 된 한자말(중국말)이 있을 텐데, 이렇게 스며든 낱말은 한자로 어떻게 적는지 알 까닭이 없는 한국말입니다. 따로 한자를 밝혀야 하거나 배워야 하거나 알아야 하는 낱말일 때에는 한국말이 아닌 한자말, 곧 중국말입니다.
- 본문 중에서
〈교수신문〉은 해마다 새 ‘사자성어’를 하나씩 내놓습니다. 이른바 “올해의 사자성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교수신문〉이기 때문에 이 나라 교수들이 머리를 맞대어 빚거나 찾는 새 ‘사자성어’입니다. 그런데 대학 교수이든 지식인이든 기자이든, 새해를 맞이해 새로운 ‘사자성어’는 뽑을 줄 알지만, 막상 새로운 ‘한겨레 말글’은 빚을 줄 모릅니다. 한국땅에서 살아가는 한국사람으로서 한국말을 알차고 아름다이 빚는 길을 열지 않습니다. “올해를 빛낼 한국말”을 빚어 널리 알리면서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어요. - 본문 중에서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지난날 사람들이 알뜰살뜰 우리 말을 빚어내지 않았다면 오늘날 우리들이 빚어내면 됩니다. 옛사람이 빚어내지 않았으니 우리 또한 안 빚어내도 그만이라고 여길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옛사람과 견주어 우리들은 ‘오늘사람’이지만, 우리 뒤를 이어 살아갈 사람을 헤아리면 우리들은 ‘오늘사람이면서 옛사람’이 되거든요.
오늘 쓰는 말을 뒷사람한테 물려준다고 생각한다면, 아무 말이나 섣불리 쓸 수 없습니다. 오늘 살아가는 이 땅을 뒷사람한테 고스란히 물려주기 때문에 깨끗하고 알차게 일군 채로 물려주어야 하듯, 우리가 물려줄 말과 글 또한 알차고 싱그럽게 가꾼 다음 물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본문 중에서
3. 차례
미리읽기
머리말
가. 사자성어 톺아보기 (ㄱ~ㅅ)
가렴주구/가타부타/간난신고/갑론을박/개봉박두/격물치지/격세유전/견강부회/골육지계/
괄목상대/구사일생/극악무도/대경실색/대동소이/동고동락/동병상련/동분서주/동상이몽/
두두물물/마이동풍/막무가내/만고불변/만장일치/명실상부/명약관화/목불인견/무임승차/
문전박대/물심양면/박학다식/백배사죄/백척간두/부전자전/분기탱천/불가사의/불구대천/
불철주야/비몽사몽/빙산일각/사면초가/사생결단/산전수전/선견지명/설상가상/섬섬옥수/
성심성의/속전속결/솔선수범/수구초심/승승장구/시기상조/신신당부/신토불이/십년감수/
십시일반/십중팔구
나. 사자성어 톺아보기 (ㅇ~ㅎ)
아연실색/애시당초/애이불비/어부지리/어불성설/언감생심/예의주시/오리무중/오만방자/
온고지신/왈가왈부/우문현답/우여곡절/우왕좌왕/우유부단/위풍당당/유명무실/유일무이/
유치찬란/의기소침/의미심장/이구동성/이실직고/인과응보/일목요연/일사불란/일사천리/
일석이조/일자무식/일장춘몽/일확천금/자아도취/자초지종/자화자찬/적반하장/전도유망/
전무후무/정론직필/조반석죽/족탈불급/좌우지간/주유천하/죽마고우/지지부진/진퇴양난/
차일피일/천방지축/천생연분/천차만별/촌철살인/추풍낙엽/타산지석/탁상공론/파란만장/
패가망신/학수고대/혈기왕성/호시탐탐/혼연일체/홍안백발/화기애애/황당무계/희로애락/
희희낙락
다. 오자성어·육자성어 톺아보기
공수래공수거/남아수독오거서/맹모삼천지교/일상다반사
라. 사자성어 가다듬기 300
4. 작가소개
최종규
1975년에 인천 도화1동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에 인천 배다리 ‘아벨서점’을 만나면서 마음밭 살찌우는 책을 읽습니다. 1994년에 ‘우리말 한누리’라는 모임을 만들면서 글쓰기를 처음 했고, 이때부터 <함께살기>라는 이름으로 우리말 소식지를 2004년까지 만듭니다. 2001년부터 세 해 동안 국어사전 편집자로 일했습니다. 2003년 9월부터 이오덕 선생님 글과 책 갈무리를 맡았습니다. 2004년에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학교 강사 노릇을 했고, 2006년에 ‘민들레사랑방’ 푸름이하고 글쓰기랑 책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한글학회에서 ‘공공기관·지자체 누리집 말다듬기’를 했습니다. 딸 사름벼리, 아들 산들보라, 옆지기 전은경하고 전남 고흥 동백마을 시골자락에서 바람과 달빛과 햇볕과 함께 새소리를 들으면서 지냅니다.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생각하는 글쓰기》《사진책과 함께 살기》《어른이 되고 싶습니다》같은 책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