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봉산에서 조망, 가운데가 접산(?)
꽃도
귀양사는 곳
절터더랬는데
바람도 모이지 않고
山 그림자 슬핏하면
사슴이 일어나 등을 넘어간다.
―――― 정지용, 『九城洞』에서
▶ 산행일시 : 2013년 10월 26일(토), 맑음
▶ 산행인원 : 5명
▶ 산행거리 : 도상 14.9㎞
▶ 산행시간 : 8시간 20분
▶ 교 통 편 : 15인승 봉고차 대절
▶ 시간별 구간
06 : 30 - 동서울터미널 출발
09 : 00 - 영월군 수주면 두산리, 산행시작
09 : 50 - 회봉산(回峰山, △764.0m)
10 : 23 - 717m봉
10 : 33 - 732m봉
11 : 02 - △787.0m봉
11 : 33 - 초치(初峙)
12 : 13 ~ 12 : 52 - 910m봉, 점심
13 : 32 - 989m봉
13 : 44 - 978m봉
14 : 11 - 매봉산(△1,093.1m)
15 : 56 - 응봉(△852m)
16 : 31 - 중치(中峙)
16 : 51 - 640m봉, Y자 능선 분기봉
17 : 20 - 영월군 수주면 두산리 두만교, 산행종료
1 등로의 단풍나무
▶ 회봉산(回峰山, △764.0m)
이번 주말도 단풍놀이 가는 행렬은 고속도로에 차고 넘친다. 이아침 중부고속도로는 호법분
기점 훨씬 전부터 차량들이 길게 줄서기 시작하더니 영동고속도로는 기다 멈추다를 반복한
다.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만원이다.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들어 원활한 교통을 보
인 차들이 치악휴게소에 다 모여 있는 같다.
주천강을 두산교로 건너고 왼쪽 산모퉁이 도는 도로로 300m쯤 가서 허름한 다리로 두산천
건너고 콘크리트 포장한 좁다란 농로 따라 회봉산 북쪽 산자락으로 접근한다. 산자락에는 별
장인 듯 양풍의 전원주택들이 들어섰다. 차를 돌릴 수 있을만한 공터에 차를 세우고 산행채비
한다. 회봉산 등로가 있을 턱이 없다. 택지조성 공사하는 굴삭기 기사님이 여기는 길이 없다
고 손사래 친다.
우리도 길이 없을 것으로 알고 있으니 너무 염려하지 마시라 다독이고 공사장 옆의 가파른 생
사면을 오른다. 맨 뒤에 오던 도~자 님이 굴삭기 기사님에게서 전원주택시장 조사했다. 이곳
은 북향인데도 평당 30만원, 분양단위 450평 내외. 대지만 1억 3천만 원이 넘는다. 나라면 거
저 살라고 해도 서슴없이 싫다고 하겠다.
회봉산을 다섯 피치로 오른다. 첫째 피치는 가시나무 섞인 잡목 숲 헤치며 가파른 사면을 엉
금엉금 기어오른다. 마을 텔레비전 안테나선인 동축케이블과 함께 오른다. 엉겁결에 산초나
무 붙잡아 손바닥이 한참동안 알알이 쑤신다. 나지막한 봉우리에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그 옆
의 텔레비전 안테나는 망가졌다.
둘째 피치, 예전에 임도를 냈었는지 능선마루를 복원하려고 잣나무를 열식(列植)하였다. 완만
하여 숨 고르는 구간이다. 셋째 피치, 서진에서 남진으로 방향 틀어 가파르게 올라 암봉을 넘
는다. 넷째 피치, 산행 시작하자마자 보이지 않게 튕겨나갔던 신가이버 님이 산 위에서 쫓기
듯 내려온다. 뱀을 보았나 벌집을 건드렸나 했더니 내리막이 절벽이란다.
능선마루는 숨은벽 절벽으로 끊겼다. 10m 슬링이 닿지 않겠다. 옅은 인적 더듬어 왼쪽 사면
으로 돌아 넘는다. 이래서 회봉산이라고 작명하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다섯째 피치, 일로직등
한다. 회봉산 정상은 노송 어울린 암봉이다. 오늘 산행 중 조망이 가장 좋았다. 서로는 치악산
의 장쾌한 연릉이 매화산을 향하고, 동으로는 영월의 천봉만학이 그림 같다.
회봉산 정상 표지석은 2005.5. 영월군에서 설치하였다. 그 뒤의 삼각점은 낡아 판독불능이다.
정상 비킨 나무 그늘에 들어 탁주로 정상주 분음한다.
2. 회봉산 정상에서 조망
3. 회봉산 정상에서 조망, 멀리는 삼태산과 가창산(오른쪽)이 아닐까?
4. 치악산 비로봉
5. 회봉산 정상 표지석
6. 회봉산 정상에서 북동동쪽 조망, 옥녀봉(590m)으로 보인다
▶ 매봉산(△1,093.1m)
회봉산 정상 살짝 내려 녹 쓴 철골조만 남은 산불감시망루를 지나고 뚝 떨어져 내렸다가 그만
큼 오르면 717m봉이다. 부드럽고 호젓한 산길이 이어진다. 등로 주변에는 울긋불긋 채색한
일목일초가 저마다 가을을 주장한다. 요즈음 산더덕을 찾아내기가 그리 쉽지 않다. 어떤 모습
일까, 어떤 색상일까 좀체 가늠하기 어려워서다. 풀숲 누벼보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으니 번번
이 빈눈이다.
5명의 단출한 인원인데도 홀로 가는 산행이다. 신가이버 님이 일어섰다하면 예의 쏜살같이
내빼버리곤 하니 그 뒤를 쫓아가느라 바쁘다. 732m봉에는 거목의 노송이 즐비하다. 사열한
다. 영월 쪽의 운해 위로 솟은 첩첩산이 나뭇가지에 가려 감질나게 보인다. 저 앞에서는 잘 보
일까 주춤주춤하며 봉봉을 넘는다. 길 헷갈리기 쉬운 넙데데한 사면을 휘젓다가 묵은 헬기장
지나 △787.0m봉이다. 풀숲에 묻힌 삼각점은 안흥 471, 1989 복구.
초치 가는 길. △787.0m봉을 남진으로 가파르게 내리고 야트막한 안부에서 오른쪽 사면을 비
스듬히 질러가야 한다. 등로가 햇낙엽에 가려 분명하지 않아 초치로 내리는 주능선을 잡기가
그리 쉽지 않다. 뚝뚝 떨어져 내려 곧바로 올라야 할 876m봉을 가뜩 높인다. 감악산이 잠깐
모습을 보이다가 876m봉 산릉 뒤로 숨어버린다.
초치. 임도가 지나는 안부다. 여태의 산행을 완전무효로 돌리고 다시 시작한다. 876m봉 오르
기가 무척 되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다. 가파르기를 넘어 곧추 선 등로다. 대자인 갈지자
(之)를 숱하게 그리면서 비지땀 쏟아 등로를 적신다. 코를 땅에 박았기도 하여 풀무질하듯 들
이마셨다 내쉬는 숨에 낙엽이 흩날릴 지경이다.
어렵게 876m봉 오르고 가쁜 숨 진정하려 제자리걸음하기보다는 완보하여 더 나아가서 910m
봉 정상에서 멈춘다. 오순도순한 공터다. 점심자리 편다. 신가이버 님이 일품요리를 선보인
다. ‘신파구리’란다. 너구리 대신 신라면을 넣었다. 산중별미다. 산봉우리는 초동이다. 주변의
나목이 그러하고 식후 이내 한기를 느낀다.
이다음에 일행이 모두 모일 데는 매봉산 정상이리라. 910m봉 약간 내렸다 오르면 릿지성 등
로다. 인적 드문 바윗길 날등을 덤비지 않고 돌아 넘는다. 슬랩 또한 낙엽에 가려 있어 찬찬히
살펴 내린다. 매봉산 정상이 시야에 잡히지만 산색이 다르게 보이는 먼 산이다. 등로는 왼쪽
황둔에서 오르는 ┤자 갈림길부터 한층 튼튼해졌다.
989m봉 넘고 느긋이 내렸다가 바짝 오르면 너른 공터인 978m봉이다. 내쳐간다. 내리면서 쉬
므로 막 가는 것이다. 뱀골 건너편 응봉으로 이어지는┣자 갈림길을 지나고 묵은 헬기장 풀숲
헤쳤다가 한 피치 오르면 매봉산 정상이다. 신가이버 님은 일치감치 매봉산 정상을 다녀와서
갈림길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다. 매봉산 정상. 북쪽을 제외하고 나무숲이 지난해보다 더 자
라서 조망이 더 시원찮아졌다. 북사면은 절벽이라 시야가 트여 치악산 비로봉 연릉이 가깝게
보인다.
7. 감악산, 초치 내리는 길에
8. 초치에서 올라야 할 876m봉 전위봉, 저기 오르는 길이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였다
9. 멀리가 삼태산과 가창산(?)
10. 초치로 내리는 도중 건너편 능선의 추색
11. 매봉산 정상 표지석
▶ 응봉(△852m)
매봉산 정상 올라온 길 내린 갈림길에서 응봉 가는 길은 흐릿하다. 풀숲은 다 시들었다. 미역
줄나무덩굴도 이제는 별수 없는 추초(秋草)다. 발아래 산골짜기 군데군데의 단풍이 특히 곱기
에 수종(樹種)을 의문했는데 햇살이 구름 틈새로 무대조명처럼 비추어서였다. 카메라 앵글 들
이댈라치면 금세 조명을 이동한다.
매봉산이 근처 산릉의 맹주로 가장 높으므로 앞으로의 등로는 그저 내리막일 거라는 예단은
성급했다. 한차례 쭈욱 내리는 것으로 맹주 대접하고 나자 군웅이 할거하는 산릉이다. 잠시도
그냥 가지 않는다. 고만고만한 높이의 봉봉을 오르내린다. 철쭉 억센 가지 헤치다 사면으로
비켜가는 도중에 향긋한 손맛을 보고이후로 사면을 들락날락한다. 도~자 님의 눈썰미가 일
취월장하였다. 더덕조의 당당한 일원이다.
응봉 가는 길은 외길이다. 응봉은 옛날에 이산에서 매를 놓았을 것 같지 않은 나무숲 우거진
한낱 산등성이다. 삼각점은 안흥 467, 1889 재설. 응봉 넘고 중치로 내리기가 그럴듯한 지능
선들이 유혹하여 좀 까다롭다. 그예 오른쪽 뱀골로 빠지려다 사면을 대 트래버스 하여 중치로
내린다. 중치도 임도가 지나는 안부다.
완만한 자작나무 숲길을 한 피치 오르면 잡목이 극성스런 능선마루이고 곧 652m봉 정상이
다. 사광의 조명으로 눈부신 산길을 간다. Y자 능선 분기봉인 640m봉은 우람한 소나무 숲이
옹위하였다. 왼쪽은 황정교로 내리고 오른쪽은 두만교로 내린다. 오른쪽이 0.3㎞ 더 길다. 우
리는 당초 계획한 산행코스를 늘려 두만교 쪽으로 내리기로 한다.
등로 주변은 간벌하였지만 잔해를 치워놓아 걷기 좋다. 더구나 소나무 숲길 그 낙엽이 쿠션을
느낄 만큼 알맞게 깔려 있어 아껴 걷는다. 그래도 금방 두산교 앞이다. 아까 연락 받은 기사님
이 우리가 어디로 내릴지 몰라 뱀골을 훑고 내려오던 중 마침 만난다. 주천으로 간다. 상고대
님이 진작 주천면사무소를 통하여 목욕탕과 삼겹살집을 알아냈다.
주천은 다하누 쇠고기가 특화된 지역이라 돼지고기집이 귀하다. 그래서인지 주천으로 출발
하면서 삼겹살집을 예약하자 우리더러 목욕탕을 들리지 말고 곧바로 오시란다. 배짱이다. 아
니, 산을 가는 이유가 산행 후 목욕하려는 데 있고, 그래야 더덕주 술빨 또한 맛나게 받을 터
인데 이를 거스르라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요구다.
산행으로 땀 냄새가 진동하니 목욕한 후 가겠노라 사정하였다. 그런데 그럴 만했다. 주천 사
람들이 쇠고기에 심히 물렸는지 쇠고기집보다 돼지고기집이 더 북적거려 상고대 님이 예약
할 때 공손하지 못했더라면 자리를 잡지 못할 뻔했다.
12. 매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치악산 연릉, 맨 오른쪽은 매화산
13. 중치 지나 자작나무숲
14. 640m봉의 소나무숲
15. 하산 길에서
16. 하산 길에서 바라본 회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