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먹은 상추를 종이 가방에 넣고 버스를 갈아타고 대성초교 앞에 내린다.
반겨주신 안영주 원장님은 진료비를 받지 않는다.
의원을 나와 약국에 들른 다음 향교 쪽으로 걷는다.
아주 오래전에 익숙한 듯한 골목으로 들어가니 통샘이 보인다.
향교에서는 행사가 있었는지 정장을 차려입은 어른들이 나오고 계신다.
어머니들도 한복을 차려 입으셨다.
교육관 뒤로 들어가 문회재와 그 주변의 건물 기둥에 걸린 주련들을 읽어본다.
모두 소박한 일상을 경건히 하라는 내용이다.
나는 이런 글만 읽지 하는 행위들은 어긋나니 참 어리석다.
명륜장을 지나 대성전을 찾아 계단을 이리저리 찾는데 문이 잠겼다.
정문으로 나와 비림 안의 중수비들을 모양만 본다.
중수비를 쓴 이름을 보니 당대의 명사들이다.
박봉주라는 이는 친일행위자로 안내판이 붙어 있다.
숲사이 계단을 오르다 보니 언젠가 본 송덕비군이 생각나 돌아와 들어간다.
서헌 안규홍과 권율 장군의 비가 우람하다.
한쪽에 쓰러진 세개의 비석도 친일행위자들이다.
커다란 나무 숲사이로 걸으니 새로선 현충탑이 나타난다.
내일이 현충일이라고 추념식 현수막이 걸려 있고 행사업체는 커다란 스피커를 끌어오고 있다.
비비추와 어성초의 꽃을 보고 숲 아래 영랑과 용아의 나란한 시비를 본다.
심남일 의병장의 비를 대충 읽고 성거사지오층탑을 찍는다.
서동에 살았던 동주 집이 생각나지만 길모양이 변했다.
비탈을 내려와 시민회관 앞의 김군 동상을 만난다.
광주극장 1시 30분의 영화상영 시각까지는 시간 여유가 있다.
영안반점에 가 짬뽕을 먹고 천천히 극장 골목을 거닐다가 만원 주고 표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