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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사회 / 사회화
1) 사회화 개념
사회화에서 가장 중요한 관점은 인간은 다른 사람과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하지 않고는 결코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인격은 물론 자아(self)도 사회적 존재이지 생물학적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사람이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사회가 바라는 “사람다운 사람”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사회화라고 한다.
2) 인격발달에 관한 이론
(1) 쿨리(Charles H. Cooley)
자아개념은 타인의 눈을 통해서 인지된다고 본다. 그의 용어로는 “거울에 비친 자아”(the looking-glass self)이다. 개인이 자신을 알 수 있는 방법은 타인의 마음속에 비쳐진 자신의 모습을 이해함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이다. 타인의 “나”에 대한 평가는 그의 마음속에 그려져 있고, 나는 그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그의 마음속에 그려진 나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 타인의 마음이 곧 거울이다. 거울은 거울 앞에 선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여 비추어 준다. 거울 앞에 서있는 사람은 거울에 비쳐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비로소 자신의 얼굴에 무엇이 묻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즉 “자아”(self)란 타인의 마음이라는 거울 속에 비쳐진 자신의 모습이다.
(2) 미드(George H. Mead)
상징적 상호작용론(symbolic interactionism)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미드는 그의 저서 『마음, 자아, 사회』(Mind, Self, and Society, 1934)에서 자아와 마음의 발생, 그리고 그것을 형성시키는 사회적 훈련과정을 다음과 같이 논하고 있다.
① 갓 태어나 아기들 마음속에 自我란 없다. 자아란 부모와 친구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비로소 형성되는 것이다.
② 갓 태어난 아기는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자신과 타인을 구별조차 하지 못한다. 점차 자신과 구별되는 타인의 존재를 의식하게 되면서 타인이 아닌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아기에 自我槪念을 형성시키는 “중요한 他者”(significant others)가 된다.
③ 言語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아기는 부모와 가족 이외의 다른 사람들과도 상호작용을 하기 시작하면서 사회적 자아를 발전시키게 된다. 미드는 특히 언어와 기타 여러 가지 의사소통 상징들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들 상징을 매개로 하는 상호작용을 통해서 어린이들은 자아개념이 확립되고 사회적 자아도 생겨난다.
④ 언어와 기타 상징을 이해하고 구사하면서 친구와 이웃 사람들, 그리고 사회의 일반인들과 상호작용의 폭이 확대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어린이들은 선과 악에 대한 개념이 발전한다고 한다. 사회와 일반인들이 자신에게 어떻게 행동하기를 기대하는가를 파악하고 그 기대에 따라 행동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한 아기는 사회가 기대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사회화되는 것이다. 이 때의 사회와 일반인의 기대를 미드는 “一般化된 他者”(generalized others)라고 한다.
⑤ 미드는 자아(self)를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자아인 I와 객관적이고 객체로서의 자아인 Me로 구분한다. 한 인간의 내부에 존재하는 I와 Me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비로소 한 사람의 인격체를 가진 진정한 인간이 된다.
I: 주체적이고 능동적이며 본능적인 자아를 말한다. 자기 스스로를 지배하는 독립적인 자아이다.
Me: 사회에 의하여 형성되는 객체로서의 자아이다. 자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하는 객관적인 자아이지만 자기 자신이 판단의 대상이 되는 객체가 되는 것이다.
⑥ 대부분의 사회화는 가족 속에서 아동기에 형성된다.
역할학습의 3단계
미드는 어린이가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사회의 규범을 내면화하고 사회화되는 과정을 역할 학습의 단계로 설명한다.
① 준비단계: 단순한 모방 단계
② 유희단계: 역할의 의미를 이해하고 모방하는 단계
③ 경기단계: 친구들과 경기를 할 수 있는 단계로 게임의 규칙을 준수하고 상대방의 역할을 기대하고 또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자신의 역할까지도 예견할 수 있는 단계
이러한 과정을 거쳐 아동은 사회의 가치와 규범을 인식하고 성숙한 사회인이 되는 것이다.
(3) 프로이드(Sigmund Freud)
쿨리와 미드는 사회화 과정에서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프로이드는 인간의 생물학적인 충동 즉 본능을 얼마만큼 충족했는가의 정도가 개인의 인격형성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았다. 특히 그는 5세까지 어린이의 욕구충족의 경험이 매우 중요하며 그 영향이 평생동안 지속된다고 보았다. 그에 의하면 ① 갓 태어난 영아는 입을 통해서 사물을 인지하고 입을 통해서 본능적인 욕구를 충족한다고 본다. 조금 더 자란 아기들은 ② 항문을 통해서 만족을 느끼고, 더 자란 아동은 ③ 성기를 통해서 만족을 느낀다고 한다. 각 단계에서 ④ 아동이 경험한 만족과 불만족의 정도가 잠복기를 거쳐 ⑤ 사춘기에 이르고 성인이 되면 아동기의 경험이 인격형성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이와 같이 아기가 자라는 과정에서 매 단계마다 욕구를 충족하는 신체부위가 변하고 그 때마다 모든 단계에서 충분히 욕구를 충족한 아동은 원만한 인격이 형성되고, 불만이 쌓인 아동은 成人이 된 후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애정결핍증, 결벽증에 시달리거나 사회질서를 안 지키는 등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프로이드는 자아개념을 id, ego, super-ego로 나누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Id: 본능적, 충동적인 자아이다. 인간 성장을 뒷받침하는 힘의 원천이다.
Ego: 이성적이고, 합리적, 타산적인 자아이다. Id의 충동을 통제하고 조정 하는 역할을 한다.
Super-ego: 사회적 양심으로 작용하는 초자아라고 한다. 선과 악을 판단하는 사회적 자아로서 사회적 산물이다.
(4) 에릭 에릭슨(E. H. Erikson)
에릭슨은 프로이드와는 달리 개인의 인격발달은 일생을 통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사람은 성장해감에 따라 주위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으며 사회적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단계별로 겪게되는 사회적 경험이 개인의 인격형성에 영향을 주고 이와 같은 과정은 일생 동안 계속된다고 한다. 에릭슨은 개인의 인격발달을 8 단계로 설명했다.
① 영아기(0-1세): 신뢰감과 불신감 형성의 단계
② 유아기(2-3세): 자율성이 개발되는 단계이다. 무엇이든지 자기 스스로 해보고 싶어하는 단계이다. 이 시기에 칭찬과 격려를 받으면 자율성이 발달하지만, 과잉보호되거나 꾸지람을 들으면서 자라면 의구심과 수치심이 형성되는 단계이다.
③ 취학전 아동기(4-5세): 진취성 또는 죄의식이 형성되는 단계.
④ 아동기(6-11세): 근면성 또는 열등감이 형성되는 단계.
에릭슨은 이 단계부터 가족, 학교, 사회와 같은 사회제도가 아동의 사회화에 영향을 끼친다고 본다.
⑤ 청소년기(12-18세): 자아정체감이 형성되기도 하고, 정체감 혼돈과 역할 혼돈에 빠지기도 하는 단계. 사춘기까지의 경험이 개인에게 신뢰감을 주고 자율 성과 진취성, 그리고 근면성을 길러주면 자아정체감이 확고한 자아개념이 발달한다고 본다.
⑥ 청년기: 친밀한 인간관계를 확립하는 단계이다. 애정이나 우정을 나누는 사람과 감추는 것 없이 모든 것을 다 드러내 보이면서도 부끄러움이 없는 관계 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이런 경험을 하지 못한 사람은 고립감과 고독감을 경험하게 된다.
⑦ 장년기: 창의력 발휘 또는 침체의 단계.
자신보다는 자녀와 주위 사람들, 그리고 국가와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도움이 되어 주려고 노력하는 단계이다. 반대로 자기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주위 사람들에게 외로움과 서운함을 느끼고, 자녀에게 항상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⑧ 노년기: 자아의 완성 또는 절망의 단계.
비로소 인격적 완성을 이룬다고 한다. 영아기에서부터 불신감, 죄의식, 자아정체감의 혼돈, 고립감을 경험한 사람들은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기몰두에 빠지고 생애의 마지막 단계인 노년기에 와서 절망을 경험하고 일생을 후회하는 단계이다.
(5) 피아제(Jean Piaget)
피아제는 아기가 주위 세계를 이해하고 종합하는 능력, 즉 인지성숙의 정도가 아동의 성품 형성에 영향을 준다고 보았다. 갓 태어난 아기는 주위 세계에 대한 인지능력이 없기 때문에 이기적이고 자아 중심적이지만, 점점 주위 세계에 대한 인지능력이 성숙하면서 자기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본다. 모든 사람은 아래의 모든 단계를 순서대로 거치며 한 단계를 뛰어서 다음 단계로 직접 발달하지는 못한다고 본다.
① 지각동작단계(0-1.5세): 모든 감각(미각, 후각, 시각, 청각, 촉각)이 발달하고 감각과 활동을 통해서 사물을 인식하는 단계.
② 조작전기단계(1.5-7세): 단순 모방 단계. 아직은 사고와 감정이 자기중심적이지만 사물을 이해하고 내재화시킨다.
③ 구체적 조작단계(7-12세): 단순 이론적 사고의 단계. 질량보존의 개념이 생기고, 사물을 배열하고 범주화하는 능력도 생긴다.
④ 사춘기(12-14세):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증명하는 방법을 생각해 내는 등의 추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단계. 그러나 사고의 폭이 한정되어있다.
⑤ 사춘기 이후 단계(15세-사망기): 복잡한 논리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단계.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 이 단계까지 인지가 성숙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3) 사회화의 내용
사회화의 내용은 자아정체감이 생기고 자신에게 합당한(혹은 주어진) 지위와 역할을 인식하는 것이다.
지위와 역할
모든 사람은 지위를 갖는다. 지위는 높고 낮음을 나타내지 않고 다만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나타낸다. 아버지와 아들과의 관계는 아버지라는 지위와 아들이라는 지위로 표현된다. 스승과 제자 사이의 관계도 스승이라는 지위와 제자라는 지위를 가진 사람 사이의 인간관계이다. 그러므로 지위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사회적 위치를 말한다. 역할은 특정 사회적 지위에 기대되는 행위를 말한다. 사회화되었다는 말은 개인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인지하고 그에 상응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사회화 과정에서 습득되는 자신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인식이 곧 사회화의 내용이며 이것이 개인을 더 큰 사회제도와 연결시켜주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귀속적 지위와 획득적 지위(ascribed status and achieved status):
지위를 형식적, 비형식적, 또는 공식적, 비공식적 등의 몇 가지 방법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분류가 귀속적 지위와 획득적 지위의 분류이다. 귀속적 지위는 개인이 태어날 때부터 주어지는 지위를 말한다. 개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국적, 가문, 신분, 성별 등을 갖고 태어나는 것이다. 획득적 지위는 개인의 노력에 의해서 성취하는 지위를 말한다. 직업, 학력 등이 이에 속한다. 부모가 잘 살아야 대학에 진학할 수 있지만, 아무리 부모가 잘 살아도 개인의 노력 없이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학력은 획득적 지위라고 본다.
4) 사회화의 피해자
사회화는 기존 사회의 가치와 규범을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행동하도록 가르치는 과정이다. 그런데 기존 사회의 가치와 규범은 현재의 상황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즉 돈 있고, 권력 있고, 명예를 가진 사람들에게 유리한 가치와 이념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므로 사회화란 현재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불리한 가치와 규범을 받아들이도록 가르치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사회화의 피해자가 생겨나게 마련이다. 이런 현상을 피해적 사회화(victim socialization)라고 한다. 피해적 사회화라는 용어는 어떤 아동들을(대체로 현재의 사회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아동들) 낮은 사회적 지위와 불리한 역할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사회화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여자 어린이에게 “오빠는 집안의 기둥,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하도록 사회화시키고, 남자 동생은 “남자니까 공부 못하게 머리를 쥐어박지 말라!”고 사회화시키면서 그 중간에 낀 여자 어린이의 자존심은 대단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경우를 말한다. “여자가 언감생심...” 하면서 여성의 장래를, 여성의 발언권을 원천 차단하는 행위가 여성으로 하여금 사회화의 피해자가 남성과의 경쟁은 되도록 피하려고 하는 소극적인 여성상을 만들어 놓았다. 대표적인 사회화의 피해자 집단이 여성이고, 미국의 경우는 흑인, 멕시코계 미국인, 기타 소수민족 집단들이다.
5) 사회화의 대행자
아기의 사회화는 주로 가족 내에서 이루어지지만 점차 성장해 가면서 사회화를 도와주는 대안자의 범위도 넓어진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사회화가 어린 시절에 끝나는 것이 아니고 성인이 된 후에도 평생을 통해 사회화는 진행된다는 점이다. 한 인간을 사회화시키고 또 사회화 과정을 도와주는 사람이나 기관을 사회화의 대안자라고 한다. 아무런 사회화도 되지 않은 개인에게 일정한 가치관, 이념, 도덕성 등을 사회화시키는 과정을 일차적 사회화, 그리고 일차적 사회화를 시키는 사람들을 일차적 사회화의 대안자라고 한다. 그리고 일차적 사회화가 된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치관이나, 역할, 신념, 등을 주입시키고 변화시키려고 하는 사회화 과정을 재사회화라고 하고, 재사회화시키는 사람이나 기관을 재사회화의 대안자 또는 재사회화 기관이라고 한다.
일차적 사회화의 대행자로는 ① 부모와 형제 ② 친구집단 ③ 학교 ④ 직장 그리고 ⑤ 신문, TV 등의 대중매체 등을 들 수 있다. 재사회화 기관으로는 ① 교도소 ② 강제 수용소 ③ 정신병원 ④ 군대 등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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