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제妻弟는 아내의 여동생을 말한다. 한국에 사는 오 모 씨댁의 셋째 딸을 차지한 프랑스 매트는 밤쇠와 먹쇠를 누르고 금메달을 거머쥐었지만, 두고두고 느낄 아쉬움 하나가 있었음을 그때는 몰랐을 거다. 바로 막내딸과 결혼함으로써 자네에게 처제가 없다는 것이다. 나도 처제가 없어 처제에 대한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결혼과 동시에 남자는 장인, 장모 등 새로운 가족이 생기지만 그중에 제일의 선물은 처제다. 특히 여동생이 없는 남자의 경우 처제는 더 각별한 존재일 테고,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해도 언니와 비슷하면서도 언니보다 더 싱그런 처제는 그저 귀엽고 보호해주고 싶은 대상이 되기도 했다.
사람의 관계라는 것은 형태와 정도를 달리하지만,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벽이라는 것이 생기는 법인데 형부와 처제는 이런 부분에서도 탈 이해적이고 편안하다. 장모가 사위에게 잘해주는 것은 자기 딸로 그 애정이 돌려지기를 바람이지만, 형부에게 잘하는 처제는 그런 생각까지 진도를 나가지 못한다. 사위가 장인에게 잘해드리는 것은 결국 자기 아내가 시부모에게 잘해줄 것이라는 보상심리가 있지만, 처제에게 잘해주는 형부는 그런 식으로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는다.
부부싸움이라도 한 날이면, 원수 같은 아내를 험담하면서 속을 풀 수 있는 대상으로 처제만큼 ‘딱’ 맞은 사람도 없다. 같은 상황에서 처남이라면 제 누이 편을 들 것이지만 처제는 끝내 형부 편을 들 것이라는 근거 없는 확신을 남자들은 가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세상의 형부들은 처제 앞에서 늘 부처님상이 되어 처제가 뭔가를 부탁이라도 하면 언니 모르게 기꺼이 흑기사가 돼버릴 수밖에.
처제가 이모가 되었을 때, 처제를 향한 형부의 사랑도 한 단계 더 진화한다. 내 아이들에게 이모는 한없이 좋은 친구이며, 이야기 상대며 또 하나의 엄마가 되기도 한다. 정말 아이러니하다. 어느 집이든 똑같은 조카를 두고 고모보다는 이모가 더 가깝다. 우리 집안만 그런가? 하다못해 ‘이모네 밥상’. ‘이모네 분식집’은 있을지언정 ‘고모네 식당’, ‘고모네 칼국숫집’은 보이지 않는다. 식당 아주머니에게 “이모”라 부를지언정 “고모”라고 부르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이렇듯, 고모가 엄숙함과 무게감의 느낌을 줄 때 이모는 경쾌한 친근함으로 분위기를 살리는 것이다. 이것을 모계사회의 단면이라고 볼 수도 있고 남매 쪽보다는 자매 쪽이 더 살가운 정을 나누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어쨌든 내 아이를 자기 새끼처럼 보살펴주는 처제를 보면 형부들은 무슨 보험이라도 들어놓은 양 든든하고 고마운 것이다.
예전을 돌이켜보니, 보너스가 하나 더 있었다. 결혼을 앞둔 남자에게 예쁜 처제가 있을 때, 친구들이 보이는 호감지수가 급격히 상승한다는 것 ‘제보다 잿밥’에 관심 많은 늑대의 무리로 인해 예식장이 하객으로 꽉꽉 채워진다는 것도 처제가 주는 특별한 부록의 혜택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지만, 서양에서는 장모와 사위 관계가 껄끄럽다. ‘사위가 고우면 요강 분지를 쓴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사위가 처가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는 뜻이다. 또, 사위 반찬은 장모 눈썹 밑에 있다는 속담처럼 그야말로 백 년 손 대접을 받는 사위가 서양에서는 장모를 공항에 배웅하고 돌아올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구시렁거린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의 처가 풍속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금지옥엽 외동딸에 대한 사랑이 도를 넘거나 사위로 친아들 삼으려는 장인이 문제지만, 까칠한 사위를 바라보는 장모 시선도 예전 같지 않다. 몇 해 전, 어느 매체에선가 설문 조사를 해봤더니, 시어머니 명절 선물로는 립스틱, 장모님 선물로는 명품 가방이 손꼽혔다 한다.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설문 결과에 아들 둔 어머니들의 장탄식이 이어졌지만, 딸 둔 어머니들의 반론도 만만찮았다. 그게 다, 아이 키워주는 조건이 달린 선물이기 때문이며, 친정어머니의 마지못한 희생도 한몫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처제 사랑이 장모 사랑이라는 것을! 10년을 사귀었고, 귀한 사위를 얻은 덕이라 생각하며, 여러 번에 걸쳐 같은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게 결혼이 아닌가. 그리고 자네에겐 장모가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