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녘에 서서 / 洪 海 里
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버리고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
- 시집『푸른 느낌표!』(2006)
* 마음을 버리면 스스로 빛이 납니다.
옛날 어떤 올곧은 분이 못 들을 소리를 들었다 하여 귀를 씻고 있었다는 얘기가 전해 오지요.
사실 시끄러운 세상,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이 판치는 세상에서는 눈감고 귀 막고 사는 것도 한 좋은 방법이라고 할 겁니다.
그렇지만 산다는 게 어디 그리 뜻대로만 되는가요.
눈 감아도 귀 막아도 들려올 건 다 들려오게 마련이지요.
그러니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 가지 묘책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음을 내려놓고, 미움을 모두 버리는 것이지요.
그러면 몸과 마음이 가뿐해지고, 다시 가슴속 저 깊은 곳으로부터 새 마음이 샘물처럼 초록초록 솟아오르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람보다 자연이 더 지혜롭다는 것을 깨닫곤 합니다.
저 가을 들녘을 보십시오.
한 해 동안 열심히 땀 흘리다가 풍요로운 가을걷이 끝내고 나면,
그냥 그렇게 무심한 마음으로 겨우내 자신을 텅 비워 버리지 않습니까? 그러니 자연은 우리들에게 큰 스승일 수밖에요.
우리도 더 가을 들녘의 자세와 마음을 배워야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자신을 위해, 또한 이웃을 위해 노력하면서 마음속에 부질없는 생각들을 비워야겠습니다.
그러고 나면 눈물겨운 마음자리가 오히려 스스로 빛나지 않겠습니까?
- 김재홍(문학평론가. 경희대 국문과 명예교수)
* 연암 선생은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에서 눈과 귀만 믿는 자는 보고 듣는 것이 병이 된다고 했다.
외물外物에 현혹되어 사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인간은 보고 싶은 걸 보고, 듣고 싶은 걸 듣는다는 이야기도 부정하긴 어렵다.
눈과 귀는 선입견과 오류의 온상인 데다 욕망이 들어오는 창구이기도 하니 시인의 말처럼 “눈멀고”, “귀먹으면” 어떨까 싶다.
눈과 귀를 통해 마음이 움직이기도 하겠지만, 마음에 따라 눈과 귀를 보완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마음공부는 절실한 일이지만 시인은 그 마음마저 버리라고 한다.
집착하는 마음, 소유하려는 마음, 내 뜻대로 하려는 마음에서 풀려나야 한다는 의미로 와 닿는다.
“텅 빈 들녘”는 시인이 지향하는 마음자리다.
다 버리고, 다 주어버리고, 눈과 귀가 방해되지 않는 자리, 그 자리에 있고 싶은 거다.
- 이동훈 (시인)
첫댓글 좋은 시 문화글판에 걸리게 된 것 축하합니다.
많은 이들의 마음이 맑아져 세상이 환하게 밝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홍해리 선생님, 한국방송 “아름다운 사람들” 출연에 이어
선생님 작품 <가을 들녘에 서서>가
부산시청사 <문화글판>에 추천, 게시됨을, 참 기쁜 마음으로 축하합니다!
홍해리 선생님, 축하합니다.
크게 내걸렸으니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맑은 바람으로 닿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시이기도 합니다.
지난 금요일 홍선생님 방송을 꼭 보려고 달력에 체크를 하고 기다렸는데 그만 회의가 밤 12시에 끝나 놓쳐버린 아쉬움이 너무 컸습니다
그런데 또 좋은 소식을 접하니 반갑고 기쁘기 이를데 없습니다
이 가을에 선생님의 시처럼 마음이 익어가 귀막고 마음 내려 놓으면 더 좋은 가을을 만나게되겠지요
회장님!
아름다운 詩 선물 고맙습니다.
축하드려요.
텅빈 들녘에서 많은 것을 깨닫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선생 님.^^
많은 사람들이 선생님 시의 맑은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고향 부산에 10월 행사에 가면 봐야겠지요.
그 곳에서 가을 들녁에 서서 시를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요?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가을 들녘에 서서 인생을 접합니다. 많은 사람에게 감명을 줄 것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감동으로 가슴에 간직하고 있겠습니다.
암기력을 높여서 읽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졸시를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고마운 말씀을 올립니다.
작은 등불 하나 켜 놓습니다.
읽고 읽고 읽어봅니다. 짧고 아름다운 시,
축하드립니다.
서울에서도 銀河를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秋分인데 새벽 세 시에 밖에 나가니 우이동 하늘에도 별이 많이 떠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귀뚜라미 소리는 줄어들고 별은 더욱 초롱초롱했습니다.
아침엔 둥근잎나팔꽃의 분홍이 투명하도록 맑았습니다.
가을은 시의 계절인가 봅니다.
축하드립니다 선생님 . 가을이 참 아름답습니다 ,
고맙습니다.
가을맞이를 해야 할 때가 오는가 봅니다.
즐겁고 풍성한 가을이 되기 바랍니다.
너무 좋아서 읽고 또 읽었습니다.
마음 비우는 연습이라도 해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이윤 님!
시를 향한 마음이 풍성한 가을이 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