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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왔네요
문봄 회원님들 모두 하루하루가 행복한 봄날이기를 바랍니다
나도 엄마를 닮고 싶어요
지붕 모양으로 우뚝 솟은 오서산 자락에 문수골 골짜기가 있어요. 골짜기엔 이제 막 겨울잠에서 깬 옹달샘이 있지요. 이곳에 금방 알에서 태어난 아기 올챙이 삼 형제가 살아요. 다른 올챙이들은 저 아래 넓은 웅덩이로 내려갔지요.
삼 형제가 졸졸졸 노랫소리에 맞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요. 또 엄마 개구리가 알려주는 대로 바위에 붙은 이끼를 먹지요. 또 작고 얇은 물풀도 먹는데 부드럽고 맛나요. 이따금 운이 좋으면 잠자리의 유충을 먹을 수도 있어요. 어찌나 고소한 맛인지 형 몰래, 동생 몰래 재빨리 쏙 냠냠 먹지요.
어느 아침, 아기 산토끼가 물을 마시러 옹달샘에 놀러 와요. 물이 너무 차가워 아기 토끼는 입만 살짝 담갔다가 도리질해요. 올챙이 삼 형제는 그런 아기 토끼를 보고 장난치고 싶어져요. 첫째가 말해요.
“아기 토끼야! 이리 들어와. 물속에 들어오면 아주 따뜻해.”
“뭐라고? 물이 이렇게 차가운데 그게 무슨 말이니?”
둘째가 말해요.
“너 아침에 일어날 때 추워서 일어나기 싫지?”
“맞아. 어떻게 알았지?”
이번에는 막내가 말해요.
“그런데 일단 일어나서 움직이면 하나도 안 춥지?”
“그래, 맞아!”
“이 물도 마찬가지야. 입만 살짝 대면 춥지만 일단 물속에 풍덩 들어오면 얼마나 따뜻하다고.”
“그래? 그게 정말이야?”
안 그래도 큰, 토끼의 눈이 더 동그랗게 커져요. 아기 토끼는 깊은 물 속까지 한 번에 풍덩 들어가기 위해 뒤로 뒷걸음질 쳐요. 뒤로 물러났다가 뛰면 한 번에 풍덩 들어갈 수 있거든요. 아기 토끼가 펄쩍 뛰어오른 바로 그 순간! 엄마 토끼가 나타나 아기 토끼의 꼬리를 덥석 물어요.
“아가야! 멈춰!”
“어? 엄마!”
“장난꾸러기 올챙이들! 우리 아기 토끼, 놀리면 못써.”
올챙이 삼 형제는 아기 토끼를 놀려먹지 못해 아쉬워요. 그러면서도 엄마 토끼가 무서워 뾰로롱 헤엄쳐 물 위에 떠 있는 낙엽 밑에 숨어요. 막내가 말해요.
“피이. 아기 토끼 놀릴 수 있었는데. 아쉬워.”
둘째가 말해요
“맞아. 그런데 아기 토끼는 엄마 토끼랑 똑같이 생겼네!”
첫째가 대꾸해요.
“어! 그러네.”
막내가 엄마에게 물어요.
“엄마! 우리는 왜 엄마를 닮지 않았어요?”
엄마가 빙그레 웃자, 삼 형제가 또 엄마에게 한마디씩 말해요.
“엄마는 다리가 있어서 숲속을 폴짝폴짝 뛰어다니시잖아요.”
“맞아요. 우리는 꼬리만 있어서 물속을 나갈 수가 없어요.”
“힝, 속상해요. 엄마.”
삼 형제는 속상한데 엄마는 또 빙그레 웃으며 말해요.
“아가들아! 걱정하지 마. 너희들도 조금 더 자라면 엄마를 똑 닮을 테니까.”
엄마 개구리가 흐뭇하게 웃으며 올챙이들을 바라봐요.
삼 형제가 잡기 놀이하며 놀다 보니 어느덧 오후에요. 숲속을 종종종 누비고 다니던 아기 새들도 목을 축이러 옹달샘에 와요. 박새와 동고비, 곤줄박이는 옹달샘 단골이지요. 아기 박새가 옹달샘 가장자리에서 물 표면을 톡톡톡 부리로 쪼며 올챙이들을 불러요
“장난꾸러기들! 아침에 토끼 엄마한테 혼났다면서?”
막내가 대꾸해요.
“응, 맞아.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벌써 숲속에 소문이 다 났어.”
“우린 너무 심심해. 너희들처럼 숲속을 여기저기 구경을 하고 싶어.”
“조금만 기다려봐. 어! 첫째는 조금만 더 있으면 다리가 생길 것 같은데?”
둘째가 깜짝 놀라 말해요.
“우리 형이? 그게 정말이야?”
아기 박새가 첫째를 살피며 말해요.
“저기 봐봐! 꼬리 옆으로 검정 다리가 사알짝 보이잖아.”
“우와, 신난다!”
첫째가 좋아하자, 막내가 부럽다는 듯 말해요
“와~ 큰형은 좋겠다.”
둘째와 막내는 큰형의 다리를 자세히 들여다봐요. 정말 까만색 다리가 보이는 것 같아요. 그때 박새가 둘째와 막내에게 말해요.
“너희들도 금방 다리가 나올 테니까 실망하지 마. 그럼, 내일 또 올게. 안녕!”
아기 박새는 엄마 박새를 따라 종종종 노래하며 옹달샘을 떠나요. 아기 박새는 엄마 박새를 똑 닮았어요. 하얀 가슴에 까만 넥타이를 맨 모습이 똑같거든요. 막내가 말해요.
“우리도 얼른 자라서 엄마를 똑 닮으면 진짜 좋겠다!”
올챙이 삼 형제는 부러운 눈으로 아기 박새의 뒷모습을 바라봐요. 그때 옹달샘 옆 바위 뒤에서 무섭게 생긴 누군가가 삼 형제를 지켜보네요. 가늘고 긴 혀를 날름거리면서요.
며칠 후 드디어 첫째에게 뒷다리가 생겨요. 둘째와 막내가 환호성을 질러요. 첫째는 신이 나서 뒷다리로 쓱쓱 밀며 헤엄쳐요. 막내가 말해요.
“형아! 정말 멋지다.”
둘째와 막내는 형이 부러우면서도 희망이 가득 차올라요. 자기들도 곧 형처럼 다리가 나올 거라고 믿은 거예요. 하루에도 몇 번씩 서로 다리를 찾지요.
그러다가 나흘 후 둘째도 뒷다리가 나오기 시작해요. 그 사이 첫째 형은 벌써 앞다리도 나오고 꼬리도 사라져요. 둘째가 엄마에게 말해요.
“엄마! 엄마! 우리 좀 보세요. 정말 엄마를 닮아가고 있어요.”
“그래, 축하한다. 하지만 옹달샘 밖으로 나오게 되면 위험한 천적들을 만나게 될 거야. 그러니까 늘 조심해야 해. 알았지?”
“네, 엄마!”
그때 옹달샘 옆 바위 뒤에서 무시무시한 누군가가 혀를 날름거려요. 그러다가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어디론가 가네요. 아무래도 막내를 노리나 봐요.
“이제 곧 막내가 혼자 남겠군. 크크.”
또다시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막내는 뒷다리가 나올 기미가 전혀 없어요. 엄마는 막내도 곧 다리가 나올 테니 안심하라고 하지만, 도무지 낌새가 보이지 않아요. 막내는 초조해요.
둘째와 첫째는 꼬리가 모두 사라져서 옹달샘을 떠나야 해요. 이젠 올챙이가 아니라 개구리예요. 개구리는 옹달샘을 떠나 숲에서 살아야 하거든요. 두 형이 막내에게 말해요.
“막내야. 옹달샘에 자주 놀러 올게.”
“그래, 너무 걱정하지 마. 너도 곧 우리처럼 개구리가 될 수 있을 거야.”
막내는 형들이 걱정해 주는 마음을 알지만, 그래도 속상해요. 힘없이 알았다고 하고는 바위틈으로 들어가네요. 슬픈 모습을 형들에게 보이기 싫은 거예요. 너무 슬퍼서 볼이 퉁퉁 부었거든요. 곧 터질 것만 같아요. 엄마는 막내가 안쓰러워요. 형들이 떠나고 막내가 엄마에게 물어요.
“엄마! 저는 엄마가 낳은 알이 아닌가요? 혹시 주워 온 거 아니에요?”
“그게 무슨 소리니?”
“저는 아무리 기다려도 엄마처럼, 형들처럼 변하지 않잖아요.”
“그건 아니야. 조금 늦을 뿐이지, 너와 형들은 절대로 다르지 않아.”
막내는 속상한 마음에 투정한 거예요. 엄마도 은근히 걱정되어 마음이 아파요. 막내는 눈물이 나지만, 물 밖에 있는 엄마는 그 눈물을 보지 못해요. 물속에선 눈물이 나오자마자 샘물과 섞이니까요. 막내는 자기 눈물을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더 개구리가 되고 싶은 거예요.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어느 날, 엄마도 잠시 옹달샘을 떠나기로 해요. 며칠째 첫째와 둘째가 보이지 않거든요.
“막내야! 형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찾아보고 올게. 잘 지내고 있어.”
아직도 마음이 풀리지 않은 막내는 엄마 말에 대답하지 않아요. 괜히 짓궂게, 기어가는 고동을 꼬리로 톡톡 쳐요. 막내가 걱정됐으나 엄마는 어쩔 수 없이 숲으로 가요. 바로 그때 바위 뒤에 숨어있던 아기 뱀이 얼굴을 빼꼼 내밀어요. 삼 형제를 지켜보며 혀를 날름거리던 누군가예요. 뱀이 막내에게 말해요.
“잠깐, 꼬마 올챙이? 배고픈데 넌 언제 자라는 거니?”
막내는 깜짝 놀라 허둥지둥 어쩔 줄 몰라 해요. 그 모습을 보고 뱀이 말해요.
“너무 겁내지 마. 우리 엄마가 올챙이는 맛이 없다고 했거든. 대신 네가 개구리가 될 때까지 기다릴게.”
막내는 너무 무섭고 서러워서 바위틈에 숨어 엉엉 울지요. 그런데 이튿날 드디어 막내도 뒷다리가 살며시 나오기 시작해요.
“어! 엄마! 엄마!”
막내는 너무 기쁜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엄마를 부르지만, 엄마는 없어요. 아직 돌아오지 않았거든요.
“빨리 엄마한테 보여주고 싶은데 어쩌지?”
막내는 엄마에게 투정 부린 게 죄송해요. 기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더 크지요. 또 아기 뱀이 다시 나타날까 봐 무서워요. 엄마가 보고 싶어 눈물이 나지요.
하루, 이틀, 아무리 기다려도 엄마와 형들이 돌아오지 않아요. 금방 나올 것 같던 다리도 더는 나오지 않네요. 몹시 슬퍼요. 그때 아기 박새가 포르르 날아와요. 막내가 다짜고짜 물어요.
“박새야! 혹시 우리 엄마 못 봤니?”
박새는 막내를 요리조리 살펴요. 막내는 아직 개구리가 아니에요. 꼬리도 여전히 남아 있고요. 막내가 슬퍼 보여요. 어쩌면 막내는 개구리가 못 될 것만 같아요. 잠시 고민하던 박새가 이렇게 말해요.
“막내야, 너무 놀라지 마. 너희 엄마랑 형들이 모두…….”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사실은 너희 엄마랑 형들이, 커다란 엄마 뱀에게 잡아먹혔어. 어쩌지?”
“뭐라고? 우리 엄마랑 형들이?”
막내는 너무 슬퍼서 눈물을 한없이 흘려요. 엄마가 떠날 때 인사도 못 하고 투정만 부려서 너무 죄송해요. 막내는 펑펑 울며 아직 남아 있는 꼬리를 원망스럽게 바라봐요. 큰 뱀을 찾아가서 엄마를 돌려달라고 애원하고 싶어요. 슬픔에 잠긴 막내를 아기 박새도 걱정스레 바라봐요.
그러다가 사흘 후 드디어 막내도 뒷다리가 나오더니, 시간이 더 흐르자, 앞다리가 나오고 꼬리도 사라져요. 드디어 개구리가 된 거예요. 숲에서도 뛰어다닐 수 있게 된 거죠. 이젠 막내도 올챙이가 아니라 개구리예요.
막내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옹달샘 밖으로 폴짝 뛰어나와요. 바로 그 순간 바위 옆에 숨어있던 아기 뱀이 스르륵 기어 나와요. 막내가 개구리가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지요. 개구리는 바로 눈앞에서 뱀과 마주치자 너무 놀라 꼼짝할 수가 없어요. 얼음처럼 얼어붙은 거예요. 빨리 도망가야 하는데 다리가 덜덜덜 떨려서 도무지 움직일 수가 없지요. 아기 뱀이 막내를 한입에 꿀꺽 삼키려 해요. 바로 그때 아기 박새와 엄마 박새가 포르르 날아와요. 아기 박새가 말해요.
“뱀아! 이리 와. 우리랑 술래잡기하자.”
아기 뱀이 두 박새를 번갈아 쳐다봐요. 그렇게 한눈을 판 순간, 누군가가 막내를 풀썩 등에 업고 숲으로 뛰어가요. 막내가 말해요.
“앗, 엄마!”
“쉿! 막내야. 걱정하지 마.”
엄마가 막내를 업고 나뭇잎 뒤로 숨어요. 나뭇잎 색깔과 개구리 피부색이 똑같아 개구리가 보이지 않지요.
“휘이익~ 우리는 여기 있지롱!”
그때 어디선가 첫째 형과 둘째 형이 나타나 아기 뱀을 정신없게 해요. 그때 엄마 박새가 뱀에게 이렇게 말해요.
“아기 개구리들을 놀라게 하면 나한테 혼난다!”
아기 뱀이 두 눈을 질끈 감고 말해요.
“아이, 정신없어. 너희들 모두 우리 엄마한테 이를 거야! 우리 엄마에게 혼날 줄 알아! 흥!”
약이 오른 아기 뱀이 엄마를 찾아 스르르 옹달샘을 떠나요. 그제야 막내가 엄마를 안고 엉엉 울어요.
“엄마, 엄마! 엉엉엉.”
엄마가 막내 눈물을 닦아 줘요. 물 밖에 나오니 눈물이 보이는 거예요. 막내는 자기 눈물을 엄마에게 보여줘서 너무 좋아요. 자기 슬픔을 엄마가 알아주니까요. 그렇게 울다가 아기 박새에게 물어요.
“왜? 우리 엄마와 형들이 모두 죽었다고 한 거야?”
“그게 말이야, 정말 미안해. 사실은 네가 개구리가 못 될 것만 같아서 위로하려고 그렇게 말한 거야.”
“그게 무슨 뜻이야?”
“개구리가 되면 오히려 천적들에게 잡아먹히니까, 개구리가 못 돼도 슬퍼하지 말라고 말이야.”
그러니까 박새는 슬픔에 빠진 막내를 걱정해서 거짓말을 한 거예요. 개구리가 못 되더라도 엄마와 형들을 잊고 씩씩하게 살아가라고요.
“진짜 미안해, 나는 네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 그만 그렇게 거짓말을 한 거야.”
“아니야, 박새야. 이젠 네 마음을 알았으니 괜찮아. 그리고 걱정해 줘서 정말 고마워. 또 네 덕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어.”
막내가 엄마에게 말해요.
“엄마, 죄송해요. 괜히 엄마에게 투정 부리고 심술부려서요. 조금 늦어도 꼭 엄마처럼 될 거라 믿고 기다려야 했는데 말이에요.”
“괜찮아, 아가야. 네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개구리 삼 형제와 엄마, 그리고 아기 박새와 엄마 박새는 만세를 불러요. 그러고는 숲속으로 나아가지요. 숲속엔 무시무시한 뱀이 살지만 자유롭게 어디든지 갈 수 있어요. 멀리 여행할 수도 있고요.
오서산 문수골 골짜기의 옹달샘에는 오늘도 수많은 작은 생명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어요. 저마다 예쁜 꿈을 꾸면서 말이에요.
첫댓글 조은영 작가님! 구성 좋고 의미도 있고 재밌게 잘 읽었어요ㆍ
항상 감사드립니다
잘 읽었어요.
주변의 위험은 여전하겠군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