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 첩
김 영 호
“경첩은 돌쩌귀처럼 창문이나 출입문 또는 가구의 문짝을 다는 데 쓰는 철물의 하나,
두개의 모양이 같은 쇠 조각을 맞물려서 만든 것이다.
따사로운 날씨 덕에 오늘은 집안일들을 하나둘 하다 보니 경첩을 새로 달아야 할 일이 생겼다.
한 달 전에 소형 태풍만큼이나 몰아친 바람 때문인지, 대문 옆에 있는 샤시로 된 작은 문 하나가
떨어져 나간 것이다.
집사람이랑 며칠 전 외출할 때 이야기 도중, 내가 부산에 나가 있어서 자기가 바람 부는 날 나가서 줄로 문을 꽁꽁 묶어 놓았다고 한다.
오늘은 그 생각이 나서 현장에 가 봤더니 생각보다 일이 좀 커 보였다.
간단히 드라이버로 하면 될 거란 나의 생각과는 달리 경첩이 부러져 달려있던 경첩 세 개를 모두
떼어 내어 달아야 했다.
드라이버로 수 십 개의 나사못을 뺐지만 녹이 쓸어 잘 빠지지 않는 것도 있고 해서 전기 드라이버를 빌리러 나섰다.
몇 군데 빌릴만한 곳을 찾아 갔는데 없어서 허탕치고 되돌아왔다.
오래전에 집사람이 전기 드라이버를 하나 구입해 놓아야 할 것 같다고 해도 별로 쓸 일이 없을 것 같아 들은 체도 안한 것이 후회스럽다.
요즘은 나이가 한 살 한살 먹으면서 마누라가 선생님처럼 여겨 질 때가 눈에 뛰게 많아진다.
집에 와서 수동으로 안간힘을 다해 봐도 역부족이다.
3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 덕에 한 일은 별로 없는데 땀방울이 맺히는가 싶다. 힘도 들고 해서
어디 가서 빌려야 할까
생각하다 집 앞 천주교에 가봤다. 마침 사무장님이 안면이 있던 터라 쉽사리 빌려 주었다. 전기
드라이버를 이용해 작업하니 금세 일에 속도가 붙는다. 하지만 예전에 나사못이 박았던 자리에
쉽게 들어가지 않는다.
이 못 저 못 갔다 박던 중 샤시에 잘 들어가는 나사못으로 먼저 구멍을 내고 안 들어가는 나사못을 나중에 박아 넣었다.
나사못을 박고 있잖니, 사람이나 나사못이나 원 주인이 떠난 자리에 새로운 식구를 맞이한다는
것은 왠지 낯설고 적응하기까지 쉽지 않는 인고에 고통의 따른 다른 생각이 든다.
샤시문에 경첩 박는 작업을 마치고 문을 닫았다.
문이 아주 잘 닫히지는 앉는다. 문과 문짝이 크기가 다른 게 원 인이다.
새집을 짓고 나서 몇 년은 새 차처럼 고장이 안 나서 손 볼 때가 없는 문이었다 그러다 몇 년이
흐르면서, 비바람에 체이고 길 나그네에 발길질에도 가끔 수난을 당하다보니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때부터 수리한다고 했지만 조금씩 문과 틀 사이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연인사이, 친구사이 또한 수레바퀴처럼 평소에는 잘 돌아가다가도 사소한 일에 틀어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멀어져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처음에 뉘우치고 사과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고 세월이 흐른 뒤에야 뒤늦은 후회를 하는 것을
주위에서 종종 듣게 된다.
살다보면 괜한 자존심 때문에 큰일을 그르치고, 분위기를 망치는 일들이 허다하다.
그 순간은 얼굴 빨개지지만 "솔직히 미안하다. 내가 잘못해서 그런 것 같다. 앞으로 더 잘 할께" 라고 진정 어린 마음으로 다가서면 어떨까 싶다.
반성하고 용서 받을 일이 주위에 있거들랑, 밤하늘에 별님에게만 고백하지 말고 술 한 잔을 핑계 삼아 용서를 구해보자.
그말을 듣는 당사자는 그보다 더 좋은 술안주가 없을 듯 싶다.
첫댓글 경첩을 달면서 여러가지 인생에 관해 조명한 좋은 수필 잘 읽고 갑니다.^^
제주는 장맛비가 멈출 날이 없네요.
서울 날씨 온도보니 찜통 더위인가 봅니다.
장마철에 건강 유의 하기고 행복 천사가 함께 하길 빕니다.
망가진 경첩에 대한 교훈 삶의 귀감이 가는 글 잘 읽고 갑니다.
건필 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