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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논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이론 강의가 있었습니다.
오전에는 수원국립농업박물관, 오후에는 안산의 바람들이농장 견학도 있었기 때문에
방문하여 느낀 점을 함께 적어둡니다.
1. 논의 다원적 기능
강사님은 논살림 사회적 협동조합의 이영선 선생님이었습니다.
왜 논이 소중한가? 선생님은 벼 생산 외에도 수자원과 환경을 보호하고, 생물 다양성을 증진하며, 식량안보에도 도움이 되며, 정서함양에도 도움이 된다는 등 여러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이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느낀 점은 많은 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논이 만들어주고, 빗물을 모아둠으로써 여러가지 좋은 기능을 논이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텃밭 안에 조그맣게라도 논이 있다면 여러가지 전통적인 문화를 체험하고 보존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논농사의 부산물로 나오는 볏집은 메주를 만들거나 떡, 혹은 음식을 하는데 여러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옛날에 사람들이 벼농사를 많이 할 때는 볏집이 매우 흔하여, 소여물로 사용하기도 하고, 닭들이 알을 품을 때 닭장에 넣어 주기도 하였습니다. 알을 나으면 달걀 꾸러미를 볏집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주변에서 보기 힘든 게 바로 이 볏집입니다. 벼는 1년에 1m 이상 자라고 또 풍성히 자라니 조그만 논이라도 잘 관리하면 생활에 필요한 볏집은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관리하는 밭 중간에 긴 도랑이 있는데 이 도랑을 1m x 30m 정도로 넓혀서 논을 만들어 보려고 구상 중입니다. 요즘은 비가 오면 한꺼번에 순식간에 내리고 마는 경우가 많은 데 그런 비를 모아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나가는 비가 그치고 바짝 말라가는 밭 중간에 이런 물을 가득 모아 둔 논이 있다면 밭 전체에 수분기를 오래 보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밭은 제초제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벌레도 많고 가끔은 개구리도 보입니다. 개구리가 주변 개울에서 벌레들을 쫓아 올라 오는 것 같은데 와서 쉴 곳이 없습니다. 만약에 둠벙이라도 있으며 그곳에서 쉴 수 있을 것 입니다. 그러면 개구리 울음소리도 들을 수 있겠지요. 논 주변에 수상 식물도 심고, 논 안에는 다슬기나 작은 물고기라도 기르면 아이들에게는 좋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에 아버지를 따라 시골에 가서 놀던 그 때의 추억과 같은 것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옛날에는 수많은 논이 있어 그 논들이 장마철에 홍수를 방지하고 수분기를 보존하여 산을 더 윤택하게 하였다는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새삼 주변의 논들이 자꾸 사라져 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봅니다. 전체 국토의 7%가 논이었고 그 논들이 장마철에는 인공댐의 역할을 하였으며 평소에는 습지로서 수자원을 보존하는 역할도 하였다니 , 제 어렸을 때의 이야기지만, 마치 남의 나라 이야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논에 들어가면 반드시 거머리에 물려 피를 빨리는 것이 일이였는데 요즘은 그런 거머리도 없다니 세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요즘은 시골에서 논을 밭으로 만들어 그곳에 비닐하우스를 세우는 것이 대세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농사를 계속지으려는 농민들이 많습니다. 세상이 알게 모르게 변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 수업은 그렇게 변해가는 우리사회의 한 모습을 회상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다랭이 논에 대해서는 여러가지로 신기하게 들었습니다. 그 규모가 커서 놀랐고, 또 그 기능이 단지 산비탈에 빗물을 가두어 벼농사가 가능하도록 돕는데 그치지 않고 산 자체의 물기를 보호하여 높은 곳에서 샘물이 나오도록 돕는다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저는 '다랭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습니다. '써레질'이라는 말도 몰라서 수업시간에 찾아봤습니다. 논에 물을 댄 후에 흙덩어리를 부수어주고 논 바닥을 평평하게 고르는 작업이 써레질이라고 합니다. 논을 만들 때는 이 써레질을 열심히해야 바닥에 가는 흙이 쌓여 물 빠짐을 막아 준다고 합니다. 아니면 진흙으로 논 바닥을 발라두면 물빠짐을 막을 수 있다니 주변에 있는 진흙을 찾아봐야겠습니다.
논은 또 토양 침식을 예방하며 수질 정화의 기능도 있고, 대기 정화, 유기물 분해 기능도 있다고 하니 주변에 논이 있음을 감사히 여겨야겠습니다. 논 아래는 산소를 싫어하는 혐기성 미생물이 살고 공기와 닿는 윗부분에는 산소를 좋아하는 호기성 미생물이 살아 유기물 분해기능이 매우 뛰어나다고 합니다. 여러 종의 많은 미생물이 뒤엉켜 사니 아무래도 분해를 잘 하겠지요. 기후 순화기능도 있어 논이 있는 곳은 도심지보다 온도가 3도 이상 낮다고 하니 텃밭 중간에 논이 있으면 무더위를 조금이라도 식혀줄 수 있겠습니다.
인간은 깨끗한 물을 좋아하지만 식물은 유기물이 혼합된 다소 더러운 물을 좋아한다고 하니 논은 사람이 버린 물도 잘 정화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재나 비눗물 등을 제외하고 일상적으로 흘려내려 보내는 물을 논에 잘 가두어 두면 벼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고 물 정화에도 도움이 되니 일석이조입니다. 또 밭에서 사용하고 남은 여러가지 거름기가 빗물에 흘려내려갈 때 논에 가두어 두면 벼는 필요한 영양분을 거기에서 얻고 물은 거름기가 빠지고 정화될 수 있으니 밭 옆에 논을 만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소중한 논의 기능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2. 수원 국립농업박물관
오늘은 오전 5시에 일어나 부지런히 김포로 달려갔습니다. 대기한 차량에 올라타고 오전 10시경에 도착한 곳이 수원의 국립농업박물관이었습니다. 농업진흥청 자리에 만들었다고 하는 이 박물관은 세운지 얼마 안되는지 건물 안이 매우 깨끗했습니다. 전문적으로 설명해주는 분이 있어 여러가지 설명을 많이 들을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안내원이 맨 처음 소개한 곳은 스마트 팜이었습니다. 최신식으로 농사를 짓는 스마트 팜은 작물 선반이 고정된 곳과 움직이면서 회전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키우고 있는 작물은 이름이 생소한 로메인, 버터헤드, 롤로로사, 바타비아 등이었습니다. 상추나 고추, 깻잎 등이었으면 더 관심이 갈 텐데 모두 유럽의 식물로 이상한 거리감을 느꼈습니다. 여기서 키우는 작물은 맛은 좋으나 덜 질기고 연하며 쉽게 물러진다고 합니다. 아직은 개발단계로 여러가지 점이 미흡하다고 하는데 양액관리, 기계관리, 그리고 양액의 누수와 기계의 고장도 가끔 발생한다고 합니다. 수직농장이라고도 부르는 이 스마트 팜은 아직은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작물을 키워서 3천만원의 소득을 올렸는데 전기세 등 비용이 3천만원이었다고 하니 쉽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마곡의 서울식물원 부근에도 이러한 수직농장이 있어서 들린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관리하는 사람들, 즉 '농사짓는 사람들'을 보았는데 농부가 아니라 의사의 모습이었습니다. 흰 가운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호미를 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무슨 조사표 같은 것을 들고 있었습니다. 벌이나 나비 등 곤충도 날라다니지 않고, 흙도 없고 오직 LED 전등이 농작물 위에 켜져 있고 환풍기가 돌아가고 습도며 온도는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 같았습니다. 농장에 있다는 느낌 보다는 병원의 병실에 있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안내원이 다음으로 안내한 곳은 농업관련 서적이나 도구들을 모아놓은 전시실이었습니다. 전시실 입구에도 커다란 화면에 영상이 소개되었는데 "오래된 미래 우리 농업", ''전통 농업에서 과학 기술의 농업으로", "진화하는 농업", "희망의 미래로 나아가는 농업" 등의 문구가 커다랗게 적힌 영상이 계속 흘러 나왔습니다. 안내원의 설명에 따르면 그동안 농사와 관련하여 많은 혁명적인 변화가 있었는데 스마트 팜은 새로운 농사 혁명이라고 합니다. 영상과 각종 전시물에서 그러한 점을 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구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온난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기후 변동도 극심해지니 스마트 팜과 같이 안정적인 환경 조성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작물 생산의 측면에서도 정책 입안자들에게 스마트 팜 농사는 매력적일 수 있을 것입니다. 돈이 많은 투자자나 기업가들에게도 스마트 팜은 또 하나의 사업 아이템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먼 미래에 지구 환경이 더 나빠져 인간이 달이나 우주로 이주를 해야한다면 스마트 팜이 인류 구원의 농사법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땅에서 작물과 씨름하는 농부의 입장에서 볼 때 스마트 팜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농사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스마트 팜 안에 설치되어 육중하게 위아래로 돌아가는 작물 선반과 그것을 돌리는 철제 체인 그리고 수많은 전등과 양액 파이프가 농부 보다는 엔지니어가 더 필요하게 느껴졌습니다. 현장에서 질문도 "선반 하나가 고장나면 어떻게 고치는가요? 전체 선반을 다 멈춰야하는지 아니면 선반 하나를 뜯어내 고치는가요?"라고 하여 농사일이 아닌 기계관리 관련 질문이었습니다. 이러한 사업에 투자하는 기업의 사장이라면 농부보다는 엔지니어를 고용할 것 같습니다. 이익을 내는데 농사 기술 보다는 엔지니어 기술이 더 필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안내원은 로봇농업, 정밀농업, 드론을 활용한 농업, 그린 바이어 등의 미래를 보여주는 전시물을 소개했습니다. 그곳을 지나면서, 기계가 아니라 흙과 작물에 매달려 거기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전시물이 어디쯤에 있을까 생각하면서 다음 전시실로 이동했습니다. 씨오쟁이, 겨리쟁기, 자리틀, 삼태기, 매통, 돌확, 나락뒤주 등 지금은 볼 수 없는 많은 전통 농기구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조선시대에 간행된 농서인 <농사직설>, 실학자 서유구의 <임원경제지> 등 서적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식물의 수분을 담당하는 곤충들을 전시한 곤충관, 그리고 열대 식물을 키우고 있는 식물관을 나오면서 박물관 견학이 끝났습니다.
마곡의 서울 식물원에도 제법 큰 열대 식물관(온실)이 있습니다. 그곳을 둘러보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만, 우리나라 식물원에 열대관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기후가 열대로 바뀌게 된다면 학습차원에서 열대 식물을 미리 봐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좀 엉뚱한 생각이지만 식물원에 일부러 비싼 난방을 인공적으로 하지 않고, 그냥 우리나라 현재의 기온 상태 그대로 놔두고,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을 잘 키워서 보여주는 것은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국민학교, 중학교 다니던 시절에 식물원에 가면 커다란 선인장을 보고 신기해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40여년 전의 일입니다. 그때는 인터넷도 없었고 해외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한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이 발달하고 해외여행이 쉬워졌습니다. 신기한 외국 것 보다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우리 것이 더 신기하게 느껴지는 시대입니다.
우리나라 식물 중에는 독초이면서 귀중한 약제로 쓰이는 애기똥풀부터 봄에 이쁜 보라색 꽃을 피워올리는 개부랄 풀, 그리고 고부간의 갈등을 이름으로 말해주는 며느리 밑씻개, 며느리 배꼽 등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긴 많은 식물들이 있습니다. 잡초들 중에는 현재 약품 원료로 사용되는 것도 있으며, 식용이 가능한 것도 있고, 외래종인 것도 있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도 있고, 모양이 괴상하게 생긴 것도 있습니다. 나무들 중에서도 정말 다양한 나무들이 있으며,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희귀한 나무들도 있습니다. 미스김 라일락, 미선 나무 등이 그것입니다. 그런 것들을 전시하여 자라는 아이들에게 우리 식물의 소중함을 전하고 고령화시대에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사라져버린 옛 풍경속의 식물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그런 식물원은 어떤가 생각해봤습니다.
3. 안산 바람들이 농장
점심을 하고 오후에는 안철환 선생님이 가꾼 바람들이 농장을 방문했습니다. 수업시간에 들었던 먹거리 숲의 모습을 실지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먹거리 숲은 영어로 Forest Garden(숲 정원, 숲 밭), Food Forest(먹거리 숲) 등으로 표기됩니다. 외국에서 만든 먹거리 숲은 밭에 나무를 많이 심어 밀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혹시 그렇게 가꾸셨을까 궁금했는데, 방문하고 그런 모습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위치는 안산의 부곡동 산림욕장 들어가는 길목에 있습니다. 산으로 올라가는 초입에 조선시대 실학자 이익이 살았던 생가 청문당이 있습니다. 이곳은 이후에 안정복, 강세황, 김홍도 등 조선시대 유명인들이 드나들었던 유서깊은 곳이라고 합니다. 이 집을 지나 좁고 작은 굴다리를 빠져나간 뒤, 산으로 조금 올라가다보면 오른 편 계곡에 바람들이 농장이 보입니다.
이 농장은 수리산의 서쪽으로 내려가는 끝자락 계곡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서향입니다. 동쪽으로는 수리산을 바라보고 북쪽과 남쪽으로 수리산의 작은 줄기들이 감싸고 있고 서쪽이 트여 있습니다. 오후에는 트인 서쪽에서 햇빛이 밝게 들어오는 곳입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정면에 바람들이 농장이라고 쓰인 정자가 있고 주변으로 높은 나무들이 보입니다. 입구 주변의 큰 나무들은 10m 이상되는 것 같고, 정자 뒤에 북쪽으로는 30m는 됨직한 참나무가 높이 솟이 있어 웅장했습니다. 조금 더 들어가면 키가 작은 나무들이 몇그루 보이고 대부분의 땅은 통나무로 구분된 밭으로 되어 있습니다. 햇빛이 잘 들어오고 바람이 잘 통하는 먹거리 숲이었습니다.
이곳도 당연하지만 비닐멀칭을 하지 않고, 화학비료를 쓰지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유기물 퇴비를 모으는데 오늘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마주친 것이 여러 포대의 톱밥이었습니다. 이 톱밥을 사람 똥과 섞거나 음식물이나 채소, 과일 남은 것과 섞어 보관하여 발효시키는데 톱밥이 더 많게하여 1:1.5정도의 비율로 섞는다고 합니다. 질소질 퇴비보다는 톱밥을 발효시킨다는 개념으로 톱밥을 많이 넣고 잘 버무린 뒤 붉은 고무통에 넣고 뚜겅을 닫아 발효를 시킵니다. 발효통은 밑에도 옆에도 자그마한 구멍을 여러 개 뚫어놓아 공기가 드나들도록 해줍니다. 호기성 발효를 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저는 붉은 고무통은 삭을까봐 햇빛에 내 놓는 것을 꺼려했는데 선생님은 그런 점은 개의치 않고 입구 한쪽에 마치 장독대처럼 발효통을 늘어놓고 발효를 시키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퇴비 만드는데 진심이시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퇴비 장독대 뒷쪽에는 생태 화장실이 있었는데 화장실 구멍(일 보는 곳)아래에 타원형의 붉은 통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이 붉은 통에 똥과 오줌을 싸고 톱밥을 뿌려놓으면, 바깥에서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 꺼내 발효통에 담습니다. 그때 사용하는 발효통의 아래에는 침전된 오줌과 똥물이 흘러나오게 구멍이 뚫려있고 그곳으로 호스가 나와 패트병으로 들어갑니다. 이때 수거한 액비는 오줌 액비보다 효력이 강력하다고 합니다.
텃밭의 가운데 쪽에도 퇴비장이 있었는데 그곳은 풀을 산더미같이 쌓아 두고 있었습니다. 이 퇴비장은 지붕이 없고 개방되어 있습니다. 그 안는 오직 탄소질의 퇴비만 있기 때문에 쥐나 벌레들이 들끓지 않는다고 합니다. 바람들이 농장의 퇴비만들기에는 톱밥이라는 탄소질 퇴비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톱밥은 나무가 많은 곳에서는 나무 전지를 한 뒤 잘라낸 가지를 말리고 작두기로 잘개 썰어서 톱밥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른 풀을 이용해도 됩니다. 50만원 정도하는 농사용 파쇄기를 구입하면 나뭇가지로 퇴비만드는데 좋다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바람들이 농장의 먹거리 숲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무수히 많은 식용 잡초들입니다. 산채(산나물)라고 불리는 이 풀들은 어수리, 냉이, 방충나물, 참나물, 산마늘, 전호, 둥글레, 부지갱이, 곰취, 참취, 눈개승마, 전호 등 매우 많습니다. 50종류 가깝게 자란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 많은 산채를 모으셨는지 감탄이 나왔습니다. 먹거리 숲은 이러한 산나물을 잘 모아서 그늘과 양달에 잘 배치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산야초는 씨 받기가 어렵고 특히 발아가 어렵다고 합니다. 주변에 나는 것을 잘 떠와서 심고, 가능하면 한 종류를 많이 심어두는 것이 요령입니다. 아마도 그래야 따먹는데 부담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 두그루만 있다면 너무 아까워서 손을 못댈거니까요. 3월 중순경부터 5월까지는 이러한 풀, 즉 산채를 먹고 5월 중순부터 농사를 지어 상추 등 야채를 먹습니다.
고추 직파에 대한 설명도 있었습니다. 저는 고추 직파를 시도하다 대부분 실패를 하였는데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요령은 음력 3월 초순에 직파를 하는데 먼저 두번 정도 풀을 매주고, 씨앗을 뿌린 뒤 그 자리를 표시를 해두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추 싹이 나오면 잘 솎어주면 됩니다. 기후 위기 시대에 단작(하나의 작물만 집중하여 심는 것)은 위험하며 한 종자만 심는 것도 위험하다고 합니다. 고추를 심으면 여러 종자를 잘 관리하여 같이 키우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환경이 심하게 변해도 살아남는 종자는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풀 매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풀은 생장점이 줄기와 뿌리의 경계선에 있답니다. 그러므로 줄기가 나온 지점의 땅속 1cm쯤에서 잘라 주는 것이 좋습니다. 삽괭이로 흙의 안쪽을 쳐내듯이 풀의 생장점을 쳐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뿌리를 뽑는 것보다는 생장점만 잘라주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그러면 남은 뿌리는 땅속에서 썩어서 숨구멍, 물구멍이 되니 더 좋다고 합니다. 풀 관리는 때가 중요한데 씨앗이 맺치기 전에 잘라주는 것이 좋고 음력 9월초에 밀 씨를 뿌려 잡초를 억제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통밀을 심어서 수확을 하여 통밀밥을 해먹을 때, 껍질을 안벗기고 그대로 밥을 하면 맛있다고 하니 한번 시도해볼 만합니다.) 다른 곳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겨울에 추워지기 전에 풀 멀칭을 해두고 비가 내려 그것이 얼면 봄까지 땅을 보호하고 풀을 억제하는데 좋다고 합니다. 겨울철의 얼음 멀칭입니다.
진짜 농부는 씨받는 농부, 거름 만드는 농부랍니다. 토종 종자가 없어져버린 식물도 꾸준히 노력하면 복원할 수가 있다고 합니다. 아무리 잡종이라도 유전자에는 원래 가지고 있던 특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죠. 토종씨앗 받는 것이 정말 재미있다고 하니 그 재미를 맛보도록 노력해봐야겠습니다. 밀농사가 주농사인 서양의 농사는 휴경이 중요한데 동양은 휴경이 없답니다. 벼농사를 하기 때문이지요. 월동농사와 다년생 농사가 우리나라 농사의 기본입니다. 나물을 많이 먹고 채식을 많이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입니다. 우리나라 채식은 자연산 독초를 먹는 것입니다. 도토리를 먹는 나라는 세계에서 2나라 뿐인데 폴투갈과 우리나라입니다. 해산물도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먹습니다. 생선 외에 미역, 김, 다시마, 톳, 파래등 바다에서 나는 것들을 많이 먹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는 빙하기가 짧아 이러한 음식문화가 발달했다고 합니다.
바람들이 농장은 규모가 있는 비닐하우스가 1동이 있는데 육모장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모종을 만들어 팔기도 하는데 모종키우는 전용 하우스입니다. 모종의 종류도 다양하고 그 양도 많은 것에 놀랐습니다. 저는 고구마 모종을 키우다 못키우고 사서 심었는데, 고구마 모종이 한 상자 가득 자라고 있었습니다. 땅을 안갈고 농사를 짓는 무경운 농사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과도하게 땅을 갈면 오히려 땅이 굳어진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밑거름도 위에서 뿌려주는데, 네기로 흙과 조금씩 섞어주는 정도에 그친다고 합니다. 뉴질랜드에서 먹거리 숲을 가꾼 어떤 부부는 잡초도 뽑지 않고 농기구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연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연 스스로 변해가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한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곳 바람들이 농장은 그정도는 아니고 텃밭과 숲이 공존하는 먹거리 숲이었습니다.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힘들었지만 이것 저것 정말로 많이 배운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