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선은 행복했습니다.
몸에 통증이 찾아와도
가려움이 생겨도
저림이 있어도
그것 때문에
그곳에 머무는 것이 불편하지 않습니다.
밖에서 소리가 들려와도
싫다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탐욕도
성냄도
그곳에 오래 머물지 못했습니다.
마음은 투명했고 깨끗했습니다.
호흡은 아주 미세했지만 분명했습니다.
들이쉬는 숨이
몸 깊은 곳까지 내려앉고
온몸으로 흘러가는 것 같았습니다.
부드러웠고 또렷했습니다.
오래 머물고 싶다는
마음조차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저 평화로웠고 빛이 있었습니다.
빛은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저마다 강렬했고
저마다 힘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마음은
그 빛을 따라 흩어지지 않았습니다.
가끔 긴장감이 스쳐 지나가도
더 자라지 않았습니다.
빛이 있었고
무언가를 꿰뚫어 보는 듯한
또렷함이 있었습니다.
천상의 세계일까요.
그런 생각이 잠시 스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인지
굳이 이름 붙이지 않았습니다.
모르는 것은 모르는 채로 두었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있었습니다.
빛과 함께했고
미세한 호흡과 함께했고
그 가운데
들뜨지 않는 평온이 있었습니다.
고요한 행복이었습니다.
한 시간 뒤에 일어나겠다고 마음먹으면
그 무렵에 눈이 떠졌습니다.
두 시간 뒤라고 해도 또 그 무렵이었습니다.
1분의 어긋남도 드물었으니,
참 이상하고 경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평온이 어디서 왔는지
가만히 짚어보았습니다.
무언가를 더 얻었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몇 가지를 내려놓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통증을 밀어내지 않았고
소리를 싫어하지 않았고
빛을 붙잡지도 않았습니다.
마음에 무엇이 일어나더라도
그것을 따라가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그것이 평온의 한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의 빛과, 호흡과
그때의 평온을 건네드릴 수 있다면..
파파야와 아보카도는
어떤 모양인지, 어떤 색인지
어떤 맛인지
설명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맛 자체를
건네드릴 수는 없습니다.
직접 드셔보아야 합니다.
수행도 그렇습니다.
아무리 자세히 설명해도
말은 말일 뿐입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무언가를 더 얻는데 있지 않습니다.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의 즐거움과
원하는 마음을 놓았을 때의 평온은
비교 못 할 다른 맛입니다.
화가 나도 바로 말하지 않고,
욕심이 일어나도 곧바로 따르지 않습니다.
그 짧은 멈춤에서
알아차림이 시작됩니다.
‘내가 화났다’고 아는 것이 아니라
화가 일어나고 사라지는 과정을 봅니다.
말과 행동을 바르게 다스려
후회와 동요를 줄이고, 마음이 고요해져
삼매와 지혜로 나아갈 토대를 마련합니다.
마음을 멈추고, 그 멈춤 속에서 마음의 실상을 봅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갔고
오지 않은 것은 오지 않았습니다.
알아차림을 놓쳤다면
놓친 줄 알고 앎으로 돌아 옵니다.
그것이 수행입니다.
오늘도 내가 아는 모든 이름과 얼굴과
그리고 모든 존재에게 메따를 보냅니다.
모든 존재가 행복하고
건강하고 평안하기를.
불편한 것들과
만나지 않기를.
오늘도
그 마음으로 머뭅니다.
.
카페 게시글
빤디따(율원)스님
좌선은 행복했습니다-
율원律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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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9.1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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