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빵빠 빠~~앙
장엄한 트럼펫 합주로 시작되는 김연아의 <지젤>.
https://www.youtube.com/watch?v=b0FEHe3wK88
김연아는 공식적으로 두 번의 지젤을 선보였다. 첫 번째는 2011년 (4월 25일~5월 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세계선수권 대회, 두 번째는 같은 해 5월 (6~8일) 잠실체육관 ‘KCC 스위첸 올댓스케이트 스프링 2011’에서.
연아 퀸의 <지젤>을 이해하려면 우선 발레 <지젤>을 알아야 한다.
<지젤>
작곡 아돌프 아당(Adolphe Adam, 1803~1856)
원작 하인리히 하이네 〈독일이야기〉, 빅토르 후고 〈동방시집〉
대본 쥘 앙리 생-조르쥬, 테오필 고티에
구성 2막
초연 1841년 6월 18일, 파리 왕립 음악 아카데미 극장
등장인물
• 지젤(시골소녀)
• 알브레히트(신분을 숨기고 지젤에게 구애하는 공작)
• 힐라리온(지젤을 짝사랑하는 마을 총각)
• 미르타(빌리 여왕)
https://www.youtube.com/watch?v=eSx_kqe6ox0
1막
라인 강변의 작은 마을에 춤추기를 좋아하는 처녀- 지젤이 살았다. 하지만 그녀는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해 (그녀의 엄마에 의해) 춤추는 것이 금지된 처지다. 어느 날 마을에 알브레히트란 청년이 나타난다. 지젤은 그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그러나 남자는 지젤의 사랑을 얻기 위해 귀족 신분을 감추고 평범한 청년 행세를 하는 중이고, 이미 귀족 약혼녀가 있다. 달콤한 연애를 시작한 지젤에게 (그녀를 짝사랑하는) 마을 청년 힐라리온이 알브레히트의 정체를 밝힌다. 뒤이어 그의 약혼녀이자 영주의 딸인 바틸드가 등장한다. 충격을 받은 지젤이 알브레히트를 추궁하지만 팩트는 바뀌지 않는다. 연인의 칼을 빼들어 자살을 기도하는 지젤. 마을 사람들의 만류로 자살 기도는 무산되지만, 충격을 받은 심장이 버티지 못해 지젤은 숨을 거둔다.
2막
마을엔 처녀의 죽음과 관련한 오랜 전설이 있다. 결혼을 앞둔 처녀가 죽으면 유령- 빌리(Willi)가 되어 마을을 떠돌다가, 마주친 젊은 남자를 홀려 죽을 때까지 춤추게 만든다는 내용이다.
전설대로 빌리가 된 지젤을 맞이하는 의식이 치러질 때 힐라리온이 지젤의 무덤을 찾았다가 죽음을 맞는다. 죄의식에 사로잡힌 알브레히트 역시 지젤을 찾는다. 빌리의 여왕 미르타는 지젤에게 알브레히트를 유혹해 춤추게 만들라고 명한다. 그러나 유령이 되었음에도 옛사랑을 간직하고 있는 지젤은 차마 그럴 수가 없다. 다른 빌리들에게 홀려 죽기 직전의 알브레히트를 구해준다. 빌리들의 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오자 지젤은 알브레히트에게 영원한 작별을 고하고 사라진다.
<지젤>은 가슴 아픈 사랑얘기다. 비극 오페라의 대가 베르디라면 아마 주먹을 내지르며 1막에서 끝냈을 것이다. 2막에서 구원에 대한 어설픈 가능성을 남겨두는 바람에 순결한 비극성이 희석되었다고 버럭 성을 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당과 고티에 등 지젤 관계자들은 달랐다. 더 보여주어야 했다. 처녀귀신(빌리)들의 까치발(쉬르 레 푸엥트) 군무로 저승 세계의 음산하고 몽환적인 연출도 필요했고, 코다(coda) 성격의 파드되(고전발레에서의 남&여 2인무. 남성이 여성을 보조하는 아다지오, 남성 무용수의 솔로 바리아시옹, 여성 무용수의 솔로 바리아시옹, 남녀가 함께 기교를 과시하는 종결부로 진행된다)도 생략할 수 없었다. 아마 이런 부분이 순수예술과 기교(?)예술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피겨란 형식으로 <지젤>에 도전한 김연아
연아 <지젤>에 깔리는 2분50초의 음악은 아당의 원곡을 군데군데 가져와 짜깁기한 것이다. 발췌한 부분을 원곡의 흐름 순으로 살펴보면
2막_ 팡파르 서주에서 10초,
1막_ 서주에서 20초,
2막_ 도입부 지젤의 무덤을 찾은 힐라리온이 공포에 사로잡히는 장면에서 35초,
1막_ 아름다웠던 시절을 회고하는 장면(1막 파드되에 쓰인 낭만적 주제선율)에서 20초,
1막_ 칼로 자살을 기도하는 장면에서 20초,
1막_ 지젤이 숨을 거두는 엔딩 장면에서 나머지 1분여 정도다.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굳이 발췌한 부분과 그 배치 순서를 살피려 하는 이유는 연아 <지젤>의 성격을 살피기 위해서다. 그리고 살펴본 바, 연아 <지젤>은 1막의 비극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낭만&목가적 대목은 지젤이 회고하는 장면에서 겨우 20초, (유령이 등장하기 직전의) 신비&몽환적 대목은 힐라리온이 무덤을 찾은 장면의 35초가 전부다.
이런 각본에 따라 지젤이 된 김연아는 (쇼트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7가지 필수 기교 외에) 배를 움켜쥐고, 얼굴을 감싸고, 양팔을 늘어뜨린 채 하늘을 쳐다보는 비련의 여주인공이 된다.
그리고 여타 발레 <지젤> 못지않은 감동을 선사한다.
어떤 분야든 극에 이르면 예술이 된다.
체육인인지 예술인인지 도무지 헷갈리는 피겨의 퀸.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피겨에 찬란한 꽃을 피운 김연아.
그녀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게 틀림없다.
첫댓글 하고한 날 둥지에서 남의 얘기나 쓰고 있는 이유는...
1. 울 종달님에 대한 글은 조심스러워서.
2. 좀 더 실력을 갈고 닦은 후에 쓰려고.
언젠가는 종달님글도 쓰시겠네요
기대할께요
저는 지젤을 발레리나 강수진님 현역시절에 그 분의 캐릭터로 처음 접했어요. 우리 연느님 모습 오랜만에 반갑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