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어요
한용훈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카페 게시글
♣♣.... 좋은글
알 수 없어요 - 한용훈 -
서옥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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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7
19.09.07 13:05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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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학창시절 이시를 배우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때 국어 선생님은 정말 감성이 남다른 분으로 이 시를 낭송할 때 한없이 빠져들곤 하였지요.
명시는 세월이 흘러도 처음 느꼈던 감동이 그대로 되살아 나는군요. 감사합니다.
동감이예요.
그래서 올려봤어요.
같이 느낄 수 있다는 건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