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지방자치단체들은 관광상품 개발에 힘쓰고 있는데, 올레길은 ‘역사’와 ‘이야기’, 그리고 ‘사색공간’의 삼박자를 고루 갖춘 모범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대구시 또한 팔공산 일대 올레길 코스를 개발해 왔다. 팔공산은 파계사, 동화사, 은해사 등 천년고찰이 자리하고 있는 살아 있는 박물관인 동시에 태조 왕건의 설화가 살아 숨 쉬는 이야기의 보고(寶庫)다. 또한, 안심을 거쳐 망우공원으로 굽이치는 금호강은 줄기마다 절경 아닌 곳이 없다. 이러한 대구의 명소를 발굴하여 올레길을 만든 것은 뜻깊은 일이다.
그러나 과연 그 길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길인지 의문이다. 혹 자치단체장들의 치적을 쌓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그래서 나온다. 밝음 뒤에는 늘 그늘이 뒤따르는 것처럼, 올레길 개발에도 어두운 면은 있다. 바로 치안 문제다. 미술관처럼 특정 장소 관광지는 관리가 쉽지만, 올레길은 여러 생활공간을 연계한 문화공간이라 관리가 쉽지 않다. 그래서 경찰에서는 올레길 같은 대단위 문화공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해 왔다. 필자는 그 해답을 맞춤형 치안 활동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업화가 활발히 이뤄지던 시기에는 사건발생 현장에 빨리 도착하기 위한 치안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따라서 기동성이 높은 경찰차가 순찰 활동의 중요 수단이었다. 그러나 예방은 천천히 사물을 관찰하고 세심하게 살피는 정성이 요구된다. 주변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맞춤형 치안 활동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대구동부경찰서(서장 서상훈)의 ‘Green park 자전거 순찰대’는 참신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제주 올레길 여성관광객 살인사건, 경남 통영 아동 살인사건 등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여성과 아동 대상 범죄에 대한 예방이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동부경찰서에서는 MTB 자전거를 보유한 희망 직원 36명을 선발하여 ‘Green park 자전거 순찰대’를 운영하게 되었다. 대원들은 오전 6시부터 밤 11시 사이에 희망시간대별로 하루 10시간 이내 동촌유원지, 율하체육공원, 효목동 해맞이공원, 왕건 녹색길, 북지장사 올레길 등 유원지·공원·올레길을 중심으로 6개 순찰 코스를 돌며 순찰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음주 소란행위 단속, 지리 안내, 청소년 선도 등 각종 민원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무더위 속의 자전거 순찰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시민의 성원이 힘이 됐다. 평광동 왕건 녹색길을 돌아 봉무동 불로고분을 거쳐 단산지 주변 산책로를 돌아올 때 산책 나온 시민이 “힘들지 않느냐”고 격려해 주면서 들고 있던 생수병을 건네주기도 했다. 주말에 시민이 많이 이용하는 북지장사 올레길을 오를 때 듣는 ‘파이팅’이라는 시민의 응원 소리는 너무 신선하다. 힘들지만 올레길 안전은 반드시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굳어지는 순간이다.
최근 행정안전부는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 예고해 탐방·산책로 등에 주민의 의견 수렴을 거쳐 CCTV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예산과 인력 등의 문제로 어려움에 봉착한 상태다. 이런 시점에서 자전거 순찰의 중요성이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올레길을 이용하는 시민도 안전수칙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혼자 걷지 말고 가급적 함께 걸어야 하며, 걷기 종료시간을 하절기 6시, 동절기는 5시로 정하고 수시로 자기 위치와 안전여부를 가족이나 지인에게 알려야 한다. 또 코스를 벗어난 가파른 계곡 등으로의 모험을 피해야 하고, 위치 정보도 숙지해야 한다.
경찰에 몸담아 온 지도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다. 그 풍파 속에서도 변함없이 우리 곁을 지켜 온 것은 저 팔공산과 금호강이었다. 그러한 강산 앞에 서면 저절로 숙연해지는 것을 느낀다. 시민을 정성을 다해 살피고 또 살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김해영<대구동부경찰서 자전거 순찰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