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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새벽 3시 서울서부지법 청사가 군중의 공격을 받아 집기와 시설이 대규모로 파괴됐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분노한 군중이 소화기 등으로 법원 건물 외벽 타일과 유리창을 깨뜨린 것이다. 이들의 공격으로 경찰 42명이 다쳤다. 문제의 발단이 된 차은경 부장판사는 영장 발부 사실을 자신이 청사를 떠난 뒤 발표하도록 해 무사했다.
대한민국의 법질서를 상징하는 법원 청사가 물리적인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안타깝다. 과거에도 판결에 불만을 품은 개인이 판사를 공격한 경우가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행동이었다. 이번처럼 대규모 군중이 법원 자체를 공격한 사례는 드물었다. 1988~1989년 광주 지역 대학생들이 광주지법 청사를 습격한 사례가 있을 뿐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공권력의 반응은 ‘으름장’ 그 자체다. 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은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 부정이자 중대한 도전으로 용납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대검찰청은 서부지검에 검사 9명 규모의 전담팀을 꾸렸고 주요 가담자는 전원 구속할 방침이다. 경찰도 86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서울청 수사부장을 중심으로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차은경 판사의 신변 보호도 시작했다.
공권력의 반응을 보며 의문이 생긴다. 법치는 신뢰가 생명이다. 신뢰를 잃으면 어떤 강제력을 동원해도 이런 사태를 막을 수 없다. 법원이 그동안 국민의 신뢰를 얻을 만한 판결을 해왔는지 법관들에게 묻고 싶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윤 대통령 수사와 체포 및 구속영장 발부부터가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많다. 오랜 판·검사 경력을 지닌 분들의 의견이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치안이 안정된 나라로 꼽힌다. 국민이 평소 법질서를 존중해왔다는 증거다. 이런 국민이 ‘폭동’으로 불리는 행동을 보였다는 것은 사법부에 대한 분노와 불신이 켜켜이 쌓여왔다는 것을 말해준다. 윤 대통령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심을 모은 사건에 대한 법적 판단이 지나치게 좌편향이란 것은 비밀이 아니다. 우리법연구회 등 좌파 법관들이 항상 논란의 중심이었다.
국민의힘도 변명할 말이 없다. 윤 대통령 사건에 대한 당의 방침을 명확하게 정하고 대중을 설득했다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대중의 에너지는 방향을 잃었을 때 폭발한다. 우파 정당의 리더십 부재 현상을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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