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는 2008년 2월 전주 영생고와 U-18 유소년 클럽 창단 협약을 맺었다. 2009년 K리그 주니어에 첫 발을 내딛은 전북 영생고는 참가 첫 해와 이듬해에는 A조 5위에 그쳤지만 2011년 여름 ‘제37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전국 고등학교 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리그에서도 A조 1위를 기록하며 신흥 강호로 떠올랐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리그 중상위권을 유지하며 3년 연속 왕중왕전에 진출했지만 지난해에는 13위로 추락하며 왕중왕전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안재석 감독이 영생고의 사령탑으로 새롭게 부임했다. 전북 현대에서 2년간 선수로 활동한 안 감독은 2002년 전북 현대의 U-12팀으로 창단된 조촌초 감독으로 부임하며 스물여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지도자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11년간 조촌초를 여러 차례 정상으로 이끈 안재석 감독은 2013년 전북 현대의 U-15팀으로 창단된 금산중 감독으로 자리를 옮겨 2년간 선수들을 지도했으며 올 시즌부터 영생고를 맡게 되었다.
안 감독은 “프로팀의 성적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 전북 현대의 U-18 유소년팀 감독으로 부임해 어깨가 굉장히 무겁다”며 영생고 감독으로 부임한 소감을 전했다. 이어 선수들에게 전북 현대의 유소년 팀이라는 사명감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구단의 일원으로서 경기장에서 보여야 할 태도, 페어플레이와 깨끗한 경기 매너를 바탕으로 좋은 경기력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근성 있는 플레이와 열정적인 자세를 강조하는데 다행히 선수들의 훈련에 임하는 태도가 많이 바뀌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공부하는 지도자, 공부하는 선수들
안재석 감독은 공부하는 지도자로 유명하다. 2002년 선수 은퇴 후 전북대에서 학업에 매진하며 2009년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또한 2011년에는 스페인, 2013년에는 잉글랜드, 올해 초에는 프랑스로 해외 연수를 다녀왔다. 안 감독은 해외 연수를 다녀온 유럽 3개국의 유소년 시스템에 대해 ‘스페인은 체계적, 잉글랜드는 과학적, 프랑스는 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
“스페인은 최근 몇 년간 세계 정상에 오를 때 보여줬던 선수들의 뛰어난 개인기와 조직력을 유소년 선수들이 어렸을 때부터 훈련을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고 느꼈다. 잉글랜드는 선수들이 일상생활에서부터 GPS를 차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GPS를 통해 나타난 선수들의 이동거리와 심박 수 등의 데이터를 기초로 훈련의 방향과 목표를 정하는 것이 놀라웠다. 프랑스에서는 타이트한 훈련 시간에 맞춰서 워밍업을 최소화하는 대신 본 훈련 시간 동안 굉장히 효율적이고 집중적인 훈련을 하는 것이 느껴졌다”
안 감독은 선수들의 학업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조촌초 시절에는 평균 90점 이상 넘지 않는 선수들은 대회에 출전할 수 없었다. 금산중에서는 정규 수업은 물론 특별 수업까지 학교에 요청했다. 학생 수가 많지 않은 시골 학교였지만 축구부 학생들이 전교 1등부터 5등을 차지할 만큼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이 축구를 통해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 고등학교 축구팀에서 공부만을 강요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선수들을 위해 안 감독이 생각해 낸 묘안은 바로 ‘독후감 쓰기’다.
“기존의 시스템과 환경이 있는 상황에서 당장 모든 것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또한 대학 진학을 위한 대회 성적이라는 현실의 벽에 가로 막혀 고민을 많이 했다. 우선은 작은 것부터 시작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도록 했다. 3월부터 시작했으니 이번에 제출한 것을 받아보면 어느 정도 수준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잘 쓰고 못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단어 선택이나 미흡한 문장을 바로잡아주고 표현력을 교정해주는 것 또한 중요한 교육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독후감 쓰기에 대한 선수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중앙 수비수를 맡고 있는 박정호는 “사실 지금까지는 책을 많이 보지 않았다. 지금은 학교에서 틈틈이 보고 있다. 독후감을 많이 써보지 않아서 생각이 잘 나지 않지만 열심히 써 볼 생각이다”라고 답했고 주장 류정규는 “찬스라는 책을 읽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독후감을 많이 써왔기 때문에 어려운 점은 없다”며 웃는 얼굴로 이야기 했다.
근성 있는 축구, 생각하는 축구를 하라
그라운드 밖의 선수들에게 학업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 안 감독은 그라운드 안의 선수들에게는 근성 있는 모습을 강조했다. “경합 상황에서 누가 볼을 쟁취하느냐에 대한 것은 경기 분위기의 기본이다. 경합을 통해 우리의 볼을 만들면 아군의 공격 횟수가 많아지지만, 반대로 볼을 내주게 되면 수비를 해야 하는 횟수가 많아지며 상대에게 분위기를 빼앗기고 만다. 이전까지는 선수들이 경합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부딪히는 모습이 미흡했지만 계속해서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라며 선수들에게 투지 있는 모습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안 감독은 선수들에게 생각하는 축구를 하라고 주문했다. 실수를 하더라도 발전적인 실수를 하고 다음 과정을 미리 생각하며 경기에 임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단순히 볼을 잡으려 하지 말고 다음 과정까지 생각해서 볼을 터치하거나 움직이라고 이야기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볼을 걷어냈는데 우리 편에게 연결된 것은 절대 칭찬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목적을 가지고 생각하는 플레이를 하려다 컨트롤이나 패스에서 미스가 나오는 것은 언제든지 박수를 쳐주겠다고 말했다”며 목적을 생각하고 다음 과정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안 감독은 생각하는 축구를 통해 선수들의 실력이 향상될 것임을 이야기 했다. “기본적인 틀은 감독이 제시해주지만 경기장 안에서 상황에 대처하는 것은 선수들의 몫이다. 상대가 압박해 들어왔을 때 어떻게 하면 압박을 당하지 않을 것인지, 어떻게 해야 압박에서 해쳐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 역시 선수들의 몫이다. 선수들 스스로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한 답을 찾고 문제점을 극복해야 한다. 그러한 것들을 생각하고 연구하고 극복해 나아가는 과정을 통해 실력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경기에 임하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올 시즌 예상 성적 - 예측 불허!
지난 1월 군산에서 열린 ‘2015 금석배 전국 고등학생 축구대회’에서 영생고는 조별예선에서 탈락하며 이변의 희생양이 되었다. 첫 경기에서 충북 운호고에게 1-2로 패한 영생고는 이어진 경기 초지고와의 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긴에 이어 서울 보인고와의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또 다시 1-2로 패하며 1무 2패로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해외 연수로 인해 대회에 참석하지 못한 안 감독은 팀의 조별 예선 탈락 소식을 프랑스 리옹에서 전해들을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대회에서 자리를 비우게 되어 선수들에게 굉장히 미안했다. 그 소식을 듣고 현지에서 더욱 열심히 공부했다.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노력했고 배운 점들을 적용시켜 선수들이 발전할 수 있다면 그 때의 고통은 약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학 진학이나 결과의 중요성이라고 하는 현실적인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저는 제가 배워 온대로 선수들을 지도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고 거기에 뒤따르는 책임은 당연히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예선 탈락에 대한 충격보다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더욱 명확해 진 것 같다”며 당시의 심경을 이야기 했다.
올 시즌 영생고의 예상 성적에 대해 안 감독은 ‘예측 불허’라고 말했다. 선수들의 경기에 임하는 태도에 따라 가장 높은 순위로 올라갈 수도, 가장 낮은 순위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명확한 답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지만 예측불허라고 말하고 싶다. 선수들이 근성 있고 투지 있는 모습으로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한다면 우리의 순위가 어디까지 치고 올라갈지 모르는 것이며, 반대로 선수들이 나약한 정신력으로 소극적인 경기에 임한다면 우리의 순위 역시 어디까지 추락할지 모르는 것이다. 어떤 자세를 가지고 어떤 태도로 경기에 임하느냐가 올 시즌 영생고의 가장 커다란 키워드이며 그것이 잘되면 어떤 팀을 만나도 두렵지 않을 것이며, 그것이 되어 있지 않다면 어떤 팀을 만나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2라운드 종료 현재 전북 영생고는 1승 1패로 B조 6위에 위치해있다. 상주 용운고와의 개막전에서는 0-1로 패했지만 2라운드 울산 현대고 전에서는 거세게 공격해오는 상대의 공격을 투지 있게 막아낸 후 역습을 통해 득점을 성공시키며 2-1로 승리를 거뒀다. 근성과 투지로 안재석 감독에게 영생고에서의 첫 승을 안겨준 전북의 선수들이 계속해서 순위를 상승시킬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