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울리지 않던 집 전화기가 이른 시간대에 크게 울렸다. 얼른 수화기를 드니 “우체국입니다.” 했다. 입속말로 “무슨 일이지” 하며 귀를 쫑긋 세우니 신청한 카드를 배달하지 못해 우체국에서 보관하고 있으니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와 찾아가라는 것이다. “카드! 신청하지도 않았는데” 너무 뜻밖이라 수화기를 더 다잡아 쥐고 “카드 신청한 일 없어요.” 하니 목소리가 점잖은 남자는 “신청 안 했다고요.” 하는데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저 카드 진짜 신청 안 했다니까요.” 해 버렸다.
그러자 남자는 그럼 담당 직원을 바꿔줄 테니 상세하게 알아보랬다. 전화는 이미 다른 곳으로 가는 게 감이 오는데 바빠서 그러는 건지 급한 내 마음과는 달리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 앞서 사람보다 좀 더 젊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직원은 바쁜 업무를 보다 전화를 받는 느낌이었다. 내가 자초지종을 얘기하자 친절하게 "아 그러셨어요.” 하더니 요즘 남의 주민등록 번호를 도용해 이런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란다. 그러면서 곧바로 취소해 주겠단다.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그는 또 우리 집 주소와 내 이름 휴대전화 번호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데 나는 혹시 잘못 처리될까 봐 두 번이나 이름과 전화번호를 또박또박 알려줬다. “직원은 또 염려 마세요.” 하고는 낮은 목소리로 나를 또 한 번 안심시켰다. 그래도 손이 떨려 수화기를 못 놓고 있는데 직원은 “잠깐만요” 하더니 깜빡했다면서 이 일은 우체국에서만 처리할 일이 아니라 금융감독원에도 알려야 하니 더 상세한 내 신분 정보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말을 잇고 있었다.
‘금융감독원’ 많이 들어본 것 같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전화선을 타고 앞의 말이 계속되는데 퍼뜩 수화기를 놓고 우체국으로 갔다. 집에서 우체국까지는 20여 분 거리, 얼마나 숨 가쁘게 달려갔는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숨을 헐떡이는 나를 본 직원은 첫마디에 “보이스피싱입니다.” 휴대전화 번호와 주소를 정확하게 알려 줬다고 재차 말하는 나를 “더이상 알려주지 않았으면 괜찮습니다.” 했다. 돌아오는 길에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길 가장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가족이 드나드는 카톡방에 이 핫(hot)한 사실을 올렸다. 여기저기서 “보이스피싱이 맞아요, 주민등록 번호와 통장 계좌번호 안 알려준 건만도 큰 다행이네요.” 앞다투어 올리는 위로 글을 보면서도 몸이 후들후들 떨렸다. 정말 순간적이었다.
첫댓글 짐작이 보이스피싱 같다는 생각에 긴장하면서 읽었어요.
제 예감도 맞은 듯합니다.
짧은 순간에 벌어지는 사건 사고 처럼
보이스피싱은 시간 때가 없네요.
수단과 방법이 교묘해 안 넘어 갈 사람 없다고 합니다.
거기까지만 사기 전화이였기 정말 다행이셨습니다.
얼마나 놀라셨을지 .
이제는 안정하셨지요.?
작은 경험이 10년 감소임을 이해 되었네요.
침착하신 분이라 우체국으로 달려가셨네요.
침착성 배움했습니다.
마음 담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사람들의 연기에 안 넘어갈 사람없겠더라고요.
전화를 거는 건 귀에 쏙 들어오겠금 했고요
받는것도 바쁜 업무를 보다 수화기를 드는 시늉을 했어요.
안전부절하는 제 마음을 위로하는 말까지 어쩜 거리도
겸손하게 다가오는지 '금융감독원' 말만 안 했으면
홀딱 넘어갈뻔 했습니다.
황기자님 고맙습니다.
얼마나 놀라셨어요?!
더 이상의 피해를 안 보셔서 불행 중 다행입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지인들의 피해를 들어보면 당할 수밖에 없어요.
아무튼,
슬기롭게 잘 넘기셨습니다~
예, 맞아요.
주변에 당한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깜짝하는 사이였다고 하더니 진짜 그랬어요.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행이네요
하마터면 보이스 피싱으로
손해보싧뻔 했는데...
보이스피싱이 이렇게 치밀한지는
미처 몰랐어요.
마음 모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짧은순간의 긴장감이 역력히 보이네요 교묘하게 접근하는 방식이 점점 다양 해지네요 강기자님 정말 대처 잘하셨네요 ~**
윤홍섭 기자님, 고맙습니다.
얼마전 여행지에서 여행하면서 올려주신 그 맛깔스럽고 따끈따끈한 얘기들이 아직도
제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누구나 그렇듯이 살아가면서 좋은 추억을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즐기면서 내 추억도 쌓고 남의 추억도 만들어 주셨으니 좋은일 많이 하셨습니다.
글 잘 봤습니다~!
네 선생님 바쁘신데
읽어주셔서고맙습니다
제가 올려놓고 보니 매끄럽지
못한 곳이 있어 수정했습니다
참고해 주세요
하하 현장감 있게 잘 읽었습니다. 깜박 속을수 있어요 누구나 본인 당사자는 잘 모르고 객관적 입장에 있는 우리는 보이스피싱이란것을 알지요 또한번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원옥 기자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리 모두 보이스피싱에 넘어가지 않게
노력해야 겠습니다.
항상 조심해야되는 세상이 되었네요. 좋은글 잘 읽고 잘 실천해야겠어요.^^*~
맞아요. 항싱 조심하는 것 밖엔 답이 없지요.
이순림 기자님은 늘 바쁘신줄 아는데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