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장*
“한채희 아니야-?”
“...설마 한채희가 이런 초라한 카페에 앉아있을라고? 그건 그렇고 저 여자 죽인다.”
“잘봐봐. 한채희 맞는 것 같기도 한데? 옆에 서은후 아니야?”
“서은후? 그게 누군데?”
“너 서은후도 모르냐? 저 앞에 있는 엄청난 건물 사장말이야. 게다가 한채희 약혼자이기도 하고-!”
채희와 은후의 다정스러운 등장으로 카페에 있던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작고 허름하지만 꽤나 분위기 있는 곳으로 소문난 곳이라 항상 사람들이 밀물처럼 몰려들었었다.
그래서 은후도 자주 찾던 카페이긴 했지만 오늘따라 많은 손님들로 북적이는 분위기에 인상을 썼다.
“어디 앉을까? 어디가 좋을까 은후씨?”
“......”
“응?”
“....아무데다 앉지. 그리 길게 할 이야기도 없는 것 같은데-”
차갑게 내뱉는 은후의 시선을 한번 바라보던 채희는 왠지 모르게 자존심이 상했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하찮은 인간들의 시선을 즐기듯 빙그레 웃으며 이령이 앉아있는 테이블 옆을 스치듯 지나갔다.
다행히 은후와 이령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 듯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령은 이미 처음부터
채희와 다정스럽게 들어오는 은후를 봤지만 모른 척 했다. 아니 해야만 했다.
“자꾸 회사 찾아오고 그러지마. 매번 몰려드는 잡종들 때문에 내가 다 골치가 아파.”
“질투라도 하는 것 처럼 말하네? 풉, 귀여운 남자.”
“........”
“저번에 화낸 거 풀어주려고 일부러 그러는구나? 뭐, 노력이 가상하니 한번 눈감아 줄게”
“......”
“하지만 저번엔 정말 마음 상했다구, 어떻게 그렇게 차갑게 내동댕이 칠 수 있어? 정말 야속해.
그게 매력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앞 자리가 텅텅 비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옆 자리에 앉아있는 채희가 조금 불편한지
한 뺨 정도 거리를 둔 은후는 말 없이 물을 마시더니 그녀를 바라봤다.
“...앞 자리 가서 앉아.”
“.........왜? 난 이게 좋은데?”
“.....”
“어차피 우리 약혼한 사이인 걸 세상이 다 아는데, 그러지 말자. 응? 주위사람들 시선 의식할 필요 없잖아?”
자신의 팔에 몸을 기대며 움직이는 그녀의 행동이 조금은 값싸보였는지 얼굴을 찡그리던 그는
차갑게 그녀를 밀어냈지만 달려드는 그녀때문에 머리까지 아파오는 그였다.
떼어놓으면 달려들어 입술을 내밀지 않나, 떼어놓으면 달려들어 안으려 하질 않나.
이렇게 달라붙는 여자는 딱 질색인 은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 어디 가려구? 응? 오랜만에 만났는데, 어디가?”
“.....너랑 만나면 항상 이런식으로 불쾌해져. 알긴 아는거냐, 한채희?”
“......서은후!”
“경고했지. 난 니 친구가 아니라고? 설마 내가 너보다 나이가 많다는 걸 잊은 건 아니겠지?
한번만 더 그 입에서 날 친구 대접하는 소리가 나오면 가만 안둬. 가벼운 놀림도 그만큼이면 됐어.”
“.....!”
“이제 만족했냐? 마음에도 없는 사람 끌고 나와 카페에 앉혀두는 거 말이야.”
“......”
“다시는 이런 시간낭비 하지 말자. 괜한 체력낭비까지, 얼마나 멍청한 짓이냐?”
“......”
“사고치지 말고, 니 스케쥴에 열을 올려봐.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한채희가 얼마나 높은 정상을
향해 달려가는 지 나는 아니여도 우리 부모님이나 너희 부모님은 상당히 기대하는 눈치니까.”
왜 이런 말을 하고 있는 지 조차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할말을 다 내뱉고 카페를 나가려는데
급하게 들어오는 한 남자와 부딪히더니 휘청거렸다.
“죄송합니다-, 아 젠장 오늘 하루 종일 정신이 없네-!”
죄송하다는 말 뿐. 자신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사과를 하는 그 남자에 의해 또 한번 불쾌한 기분이 든
은후는 그를 향해 쏘아대려고 했지만 금새 그의 입에서 나오는 한 여자의 이름에 멈칫하고 말아버렸다.
“반이령-!”
반이령........................., 반이령..........................?
“멍청아, 어디서 이렇게 비를 잔뜩 맞고 온거야? 우산 안 챙겨갔어? 챙겨 가라고 내가 오늘 아침에
말했잖아. 또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냐? 집에서 말하고 나왔는데도 잊어버리면 어쩌냐?”
“.......안 잊어버렸어-! 멀쩡하게 우산 들고 나왔단 말이야-!”
“근데 꼴이 이게 뭐냐? 배추 숨 죽여 놓은 것 마냥 시들시들. 나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네.”
“.....시끄러워-! 잔소리 할려고 나 데리러 온 거야?”
“집으로 가자. 따뜻한 물에 목욕하면 으실으실 거리는 거 없어질꺼야. 그리고 이거.”
“뭔데?”
“감기약이랑 쌍화탕. 쌍화탕은 몸 따뜻해지게 먼저 마시고, 감기약은 집에 가서 밥 해줄테니까
먹고 먹어. 알았지?”
“.....”
새심하게 남자친구마냥 이령을 살피는 휴인을 본 은후는 방금 전 불같이 타오르던 화가 사그리
가라앉는 듯 했다. 닦기는 닦았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물기가 조금은 미안했는지 이령을 유심히
바라보던 은후는 무작정 두 사람의 사이로 걸어갔다.
뚜벅뚜벅, 많이 걸어봤자 겨우 세 걸음밖에 차이 나지 않는 공간에 이령과 휴인밖에 없는 듯한
그들만의 세계로 은후가 침입했다.
팟.
어느새 잡혀있는 이령과 휴인의 손을 단절시켜버린 은후는 어리벙벙하게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이령을 노려봤다.
“형편없다고 떵떵거리며 나를 박차고 나간 이유가, 이 남자 때문인가?”
갑자기 이 남자가 왜 이러나? 싶어서 강하게 자신의 팔목을 잡은 그의 손을 놓으려 발버둥치지만
건장한 사내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 속수무책으로 잡고 있는 손을 바라본 채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적어도 사장님처럼 이 여자, 저 여자 치근덕 거리진 않으니까요. 아프니까 놔주실래요?”
“......치근덕이라? 말 다했어?”
화가 났는지 눈썹이 위로 올라가고 뜬 눈이 가느다랗게 변하는 순간이였다.
이령과 은후의 묘한 신경전을 바라보고 있던 휴인은 이령의 손목을 잡고 있는 은후의 손목을 쳐냈다.
“죄송합니다만, 제 여자 몸을 다른 남자가 손 대는 걸 지독하게 싫어하는 편이라서요.”
“.......”
“제 여자친구가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그 쪽 여자친구분은 저쪽에 있는 것 같은데, 신경 좀 쓰시죠?”
어느새 많은 팬들에게 둘러싸여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채희가 눈에 보였지만 그것따윈
신경쓸 틈이 없었다. 이령을 자신의 여자친구라고 말하는, 내 여자라고 말하는 그가 건방져보일 뿐이다.
눈에서 불이 이르는 듯한 기분에 눈을 몇 번 깜빡인 후 휴인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바쁘신 몸인 것 같으니, 저희들은 먼저 가보도록 할게요. 그럼 이만,”
“........”
은후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휴인은 이령의 손을 잡고 카페를 나가버렸다.
남아있는 은후는 기가막힌 듯 뒷골부터 타고 올라오는 혈압에 얼굴이 시뻘개지고 말았다.
처음으로 받아본 천대에, 무시당한 수치심이 몸을 부르르 떨게 만들었다.
그들이 나간지 몇 초 지났을까?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한 은후는 그들이 나간 문을 향해
서슴없이 발을 내딛었다. 딸랑 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얼마 걸어가지 못한 두 사람이 보였다.
그런 그들을 향해 목청이 떨어져라 소리질렀다.
“반이령-! 95번, 다음 달부터 출근하도록 해요!!!!!!!!!!!!!!!”
“...........”
“이봐!!!!!!!!! 반이령-!!!!!!!!!!!!!!”
목이 아프도록 소리를 지르자 그제서야 그의 목소리가 들렸는지 걸어가던 이령은 뒤를 돌아봤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또 한번 소리를 질렀다.
“연봉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섭섭치 않게 넣어주겠어-! 그러니 다음달 부터 출근해!
아니, 다음주부터! 알아들었어?”
은후의 말이 들리자 놀란 이령은 눈이 커졌다.
노블레스에 다음주부터 출근을 하라?..........그리고 연봉은 다른사람들에 비해 섭섭치 않게-?
이게 무슨 횡재야-! 기분이 날아갈 듯 기뻐진 이령은 그를 향해 씨익 웃어주었다.
**
“정말? 다음주부터 출근하라고 그랬단 말이야?”
“그래 이 자식아, 누나가 드디어 그 대단한 노블레스의 직원이 된다는 거 아니냐-!”
“정신 나간 거 아니야-? 너 같은 사람을 뽑다니, 정말 노블레스 수준 알만 하다 알만해.”
집에 들어와서 깔끔하게 씻고 쇼파에 앉아 티비를 보고 있는 내내 싱글벙글이던 이령은
이제 막 집으로 들어온 이원을 보자마자 그를 붙잡고 시끄럽게 쫑알대기 시작했다.
그 남매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휴인은 왠지 모를 낯선 기분이 엄습해오고 있었다.
“너 말 다했어? 너 이자식아, 내 수준을 어떻게 보고 그런 소리를 하는건데!!!!!!!!”
“딱 보면 몰라? 정신연령 7세. 발육부진에 머리는 텅텅 비었잖아!”
“야,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고 했다? 머리가 텅텅 비었다니-! 내가 이래뵈도 고등학교 때
전교에서 놀았어, 이거 왜 이러셔!!!!!!!!”
“운 좋아서 전교 10등 안에 든 거 한번? 얼씨구 그리고서는 다 밑바닥이였잖아!”
“.....그 때 내가 철이 안 들어서 그랬고!!!!!!!”
“지금은 철 들었냐? 꼭 철 든 것처럼 이야기하네. 텅텅~ 텅텅, 반이령. 텅텅~”
재밌다는 듯 어린아이 장난감 가지고 놀 듯 이령의 머리를 두드려대는 이원의 행동에 이령은 억울한 듯
휴인에게로 쪼르르 달려가 그의 품 안에 머리를 기댔다. 마냥 강아지 같은 그녀의 행동이 느껴졌는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깊은 생각에 빠져있던 휴인은 그녀와 이원을 번갈아바라봤다.
“..왜 그래?”
“휴인아- 나 반이원이랑 못 살겠어- 정말 누가보면 원수지간인 줄 알꺼야. 그치?”
“......”
“차라리 휴인이 니가 나랑 남매였다면 좋았을텐데- 너, 다시 엄마 뱃속으로 들어가-!”
“시끄럽다? 휴인이 형은 너 같은 애랑 남매하는 거 싫어해 새끼야. 그치 형?”
“......”
“.....형?”
휴인은 말 없이 자신의 품 안에 들어와 칭얼거리고 있는 이령의 머리를 감쌌다.
어디 가지마. 어디 가지 말고 그냥 그 자리에 있어.
지금처럼 누군가가 너를 괴롭히면 피신처가 되어줄테니까, 이렇게만 있어줘.
다른 사람도 아닌, 내 옆에서만 이렇게 있어달란 말이야.
“왜 대답이 없어? 이휴인, 너 정말 나 싫어?”
니가 싫을리가 있냐. 몇 년을 지켜왔던 사랑인데, 미치도록 좋아해. 이령아 미치도록 사랑한다고-
.....하지만 남매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잖아? 너랑 내가 남매로 태어난다면 아마 난 돌아버릴꺼야.
이렇게 사랑하는 마음이 커졌으면 커졌지 작아질 수는 없으니까.
아, 보고있어도 보고싶은 사람이여-
이령아........이령아.........그냥 그 자리에서 이렇게 웃기만 해줘.
......절대 다른 남자에게 가지마. 제발,
동그랗게 눈을 뜨고 있는 이령을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부딪혔다.
.............내 여자야. 내 여자야.
무언의 말을 건내지만, 답이 있을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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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로 더운 날입니다. 학교에서 에어컨을 틀어주는 덕에 살아났답니다.
정말 여름이 두려워집니다..........더위를 이겨낼 자신이 없는데-
입맛도 없고 만사가 귀찮아져요. 으하하하. 더위를 막아주세요
저에게 에어컨을 선물해주어요..........(헛소리) 깔깔깔=_=
11시가 넘어가네요 눈 아파죽겠어요. 렌즈 착용으로 인한 .........헝.
여튼, 주말이오네요. 다른 때는 주말이 좋았는데 알바를 시작한 요근래 압박이됩니다
더운 날씨에 모두들 건강 조심하시구요 읽어주시고 꼬릿말 달아주는 예쁜 독자님들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고맙고 쪽쪽해요잉 ㅡ3ㅡ!
그럼 다음편 때 뵈요-!!!!!!!!!!!!
쪼매향기, 투쓰, 소설읽기넘좋아, 병아zl쫑쫑aa
네분.........한번도 빼먹지 않고 꼬릿말 달아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특별히 왕창 사랑하는 거 알죠?! 잊지 않을게요ㅡ3ㅡ!!!!!!!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장편 ]
●나쁜남자의 사랑● 10
초절정진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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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02 23:05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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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야~ㅋㅋ 내가일등~! 저희학교는 아직도 에어컨을 안틀어줘요ㅜㅜㅜ 더워죽습니다ㅠ
그리고ㅋㅋ 은후~ 열 올릴만도 하네요ㅋㅋㅋㅋ회사에서 어떤일이 일어날지ㅋㅋ
꺄~~~~~~~~~~~~~~~~~~~작가님~ 알려븅븅븅~>ㅇ<//다음 소설을 기대하면서 빨리오라고 아부하는..ㅎㅎ작가님~ 작가님 소설 재미에 푹~ 빠졌어요ㅠㅠㅠ 책임져!
악악악!너무재밌어요!!!으아으아휴인이갈수록멋있어지는!요즘은오히려은후가이상해지는..응?어쨋던다음편도기대할게요!작가님도쉬면서하세요!하하.
흑흑- 컴퓨터가 맛이 가서 PC방 왔어요ㅠㅠ 이럼 안 되는데- 절규中 후후- 홧팅!!
아~초절정진서방님의 새로운 팬이 된 사람이에요 ㅋㅋ펜카페는 왜 없으세요 ㅠㅠ
너무 재밌어여 ㅋㅋ
너무 재밌어여 ㅋㅋ
으하. 너무 재밌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