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환상곡
히스(Heath) 꽃
그곳 여름 보라색 히스 꽃이
고원과 구릉 바위에 온통 허드러지게
피는 까닭은 신의 부탁이라고 전해진다.
바위투성이 땅을 덮을 식물을 찾으려
참나무, 인동초와 장미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그분은 한구석에 자라온
키 작은 식물에 물어보았더니 흔쾌히
뜻을 따랐다고 한다.
그래서 세 식물의 성품을 닮은
강인하고, 향기로우며, 아름다운
꽃으로 피었다는 전설이다.
소설 ‘폭풍의 언덕’에는 '그 꽃 낭떠러지'
라는 비극의 주인공 이름(Heathcliff)이
나온다.
2. 고원(高原)의 호수
산은 마치 고구려의 기상을 빼어낸 듯
솟아있고, 계곡에 흐르는 맑은 물은
황갈색 위스키 색깔이다. 계곡 바닥에
오래된 이탄(泥炭)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 갈증을 자아내는 물줄기들은 고원의
호수에 모인다. 가장 큰 ‘느릅나무 호수’
(Loch Lomond)는 고원지대와 저지대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빙하가 지나간 암벽의
아름다운 섬들을 품고 있어, 애조띤 노래
(The Bonnie Banks of Loch Lomond)
가 풍광과 어울린다.
한편, 괴물 네스의 출현으로 이름난 ‘네스호’
(Loch Ness)는 음산한 그곳 풍경에서 나올법한
이야기이다.
3. 고원(高原)과 황야지대(荒野地帶)
(Highland, Moorland)
혼돈하고 공허한 땅에 빛이 처음
비치던 시원(始原)의 시간처럼
손 닿지 않은 거친 자연이다.
발자취도 없는 그 높고 황량한
지대를 지구 중심으로 빨려 들어갈
듯한 원시의 적막감(寂寞感)으로
중력의 영(靈)에 맡긴 채 차를 달린다.
차창 뒤로는 저무는 저녁노을 빛이
으스레한 긴 여름 길을 밝혀주고
언덕 위에는 퀼트 치마를 잎은
백파이퍼의 처연한 울림이
가슴을 저미게 한다.
그때쯤엔
그 계곡의 산물인 글렌모렌지나
글렌피딕 한 모금이 생각난다.
2024.3.11.
브루흐의 스코틀랜드 환상곡을 들을 때엔
오래전의 여행이 불현듯 떠오른다.
첫댓글 멋진 여행을 하셨습니다
히스꽃은 처음 봅니다
잔잔한 꽃이 아름답습니다
두고 두고 기억하시기 좋은 꽃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