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3일 동안 스님은 인도 첸나이에서 열리는 INEB(참여불교국제네트워크) 컨퍼런스에 참석합니다.
스님은 어젯밤 10시 45분에 방콕 공항을 출발하여 현지 시각으로 밤 12시 30분에 인도 첸나이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입국 수속을 하고 수하물을 찾은 후 공항을 나와 숙소로 향했습니다. INEB 스테프인 미얀마 출신 서산 님이 마중을 나와 안내를 해주었습니다. 첸나이에는 사이클론의 북상으로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습니다.
새벽 2시가 넘어 숙소에 도착하자 아직 깨어있던 INEB 컨퍼런스 참가자들이 스님을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짐을 풀고 새벽 3시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잠시 눈을 붙인 후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치자 아침 7시에 INEB 컨퍼런스에 참가하러 온 인도JTS 활동가들이 찾아와 스님에게 삼배로 인사를 했습니다.
“잘 지냈어요?”
“네, 잘 지냈습니다.”
서로 안부를 주고받은 후 행사장 내 지하 식당으로 내려가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8시부터 부탄 비구니 재단(BNF)에서 온 타시 장모 박사님과 회의를 했습니다.
부탄 비구니 수계식을 진행하는 문제, 부탄 타라야나 재단과 함께 삼체(Samtse) 지역을 JTS가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한 후 얼마 전 INEB 정토회 스터디 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실무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한국 정토회를 견학하고 갔던 재단 실무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두 명 다 정토회를 견학하고 나서 너무 좋아졌습니다. 스님이 정토회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고 나니까 부탄 비구니 재단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본인들도 감을 잡았다고 합니다. 비구니뿐만 아니라 부탄 국민들을 위한 활동도 해야 하지 않느냐고 제안도 하고, 아주 적극적이 변했습니다.”
“다행이네요.”
이어서 상카시아에 파견되어 불사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JTS 활동가들이 스님을 찾아와 업무 보고를 하고 자문을 구했습니다.
상카시아 담마 센터 부지를 추가로 구입하는 문제와 새로 지을 담마 센터의 설계 도면에 대해 의논을 했습니다.
“저희가 상카시아 담마센터 건축에 대한 종합 계획을 세워보았습니다. 스투파는 기본적으로 산치 대탑의 모양을 본떠서 설계를 했습니다. 스님께서 담마 센터가 되려면 최소 300명 정도는 숙식이 가능해야 된다고 하셨는데, 그게 쉽지가 않아서 지금 고민입니다.”
“한 번 연구해 봅시다.”
참가자들이 계속 찾아와서 인사를 하는 바람에 회의를 더 지속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논의를 하기로 하고 스님은 INEB 컨퍼런스에 참가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향했습니다.
INEB 국제 컨퍼런스는 2년마다 한 번씩 개회국을 바꿔가며 열리는데, 이번에는 인도 첸나이에서 열렸습니다. 컨퍼런스의 주제는 "포용적 사회 참여를 통해 연민과 형평성의 뿌리를 추적하다" (Tracing the Roots of Compassion and Equity through Inclusive Social Engagement)입니다. 참가자들은 지난 27일부터 12월 1일까지 첸나이 성 토마스 국제 센터(ST. THOMAS INTERNATIONAL PILGRIMAGE CENTRE, CHENNAI)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이미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오늘 오전 세션부터 참석을 했습니다.
9시부터 모든 참가자들이 3가지 주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강의와 그룹토론에 참여했습니다.
주제 1. Dialogue on Building Inclusive Societies for Marginalised Communities (소외된 지역사회를 위한 포용적 사회 구축에 대한 대화)
주제 2. Ecological temple conference (생태적인 사원 컨퍼런스)
주제 3. Preserving Buddhist Heritage: Archaeological Justice and Community Participation (불교 유산 보존: 고고학적 정의와 지역사회 참여)
스님은 ‘불교 유산 보전(Preserving Buddhist Heritage)’이라는 주제를 선택하여 강의를 들었습니다.
발표자는 인도의 아잔타 석굴을 예로 들며 불교 유산을 연구할 때 표면적인 해석을 넘어 사회적, 정치적 맥락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연구 과정에서 편견이나 단순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학자들이 문화 유적을 표면적으로만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실제 역사적 사실과 나중에 가공하여 발전시킨 것을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실제로 아잔타 석굴에 묘사된 자타카 이야기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간단한 형태에서 정교하고 상세한 형태로 발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초기에는 한두 줄로 요약된 이야기들이 후기로 갈수록 종교적 의미가 더해지며 확장되었다고 합니다.
잠시 휴식 시간을 갖는 사이 스리랑카에서 종교 간 화합과 평화를 위해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앗사지 스님이 찾아와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내년 7월에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화해학회 심포지엄에 스리랑카 종교인 모임을 초대했습니다.
“스리랑카에서 불교, 무슬림, 힌두, 가톨릭의 지도자들이 서로 대화하고 교류하는 모임을 운영하고 계시잖아요. 그 모임을 내년 7월에 한국에 초대하고 싶습니다. 한국에도 6개 종교를 믿는 종교 지도자들이 교류하는 모임이 있는데, 화해와 평화에 대해 함께 대화를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네, 좋습니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행사장으로 향했습니다.
10시 40분부터는 자리를 옮겨서 ‘Ecological temple conference(생태적인 사원 컨퍼런스)’에 참석해 보았습니다. 강의를 들으려고 앉아 있는데 미얀마 활동가가 스님을 찾아와서 인사를 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미얀마에 많은 약품을 지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래요. 만나서 반가워요.”
곧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Ecological temple(생태적인 사원)’을 만들기 위해는 교육과 재생 에너지가 중요하다며 두 명의 전문가들이 이에 대해 발표를 했습니다.
먼저 자이푸르 암베르카르 학교에서 온 라제스(Rajesh) 님이 ‘생태적인 사원에서의 총체적인 교육’을 주제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라제스 님은 교육이 단순한 학문적 도구를 넘어, 인간의 전인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지역 사회의 요구를 이해하고, 지역 사회와 협력하여 학생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지식과 기술을 제공하는 커리큘럼을 개발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체험 학습을 제공하면, 그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실생활에서의 응용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경쟁을 부추기는 대신, 학생들에게 협력과 사회적 책임을 가르쳐야 합니다. 이것이 지속 가능한 교육의 핵심입니다.”
이어서 일본 INEB에서 온 조나단 와츠(Jonathan Watts) 님이 ‘원자력 에너지 대안으로서의 재생 에너지’를 주제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조나단 와츠 님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예로 들며 원자력 에너지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 후 지속 가능한 에너지의 대안으로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하여 지역사회에 기반한 에너지 자립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도 중앙집권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에너지 패러다임을 지역사회 기반으로 전환하여 주민들의 경제적 자립과 환경 보호를 도모하고, 소규모 전통 기술을 활용해야 합니다."
집중해서 강의를 듣다 보니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식당으로 이동하여 점심식사를 한 후 12시 30분부터 미얀마에서 온 참가자들과 미팅을 했습니다. 스님이 직접 미얀마에서 온 참가자들을 모두 불러 모아 현재 미얀마의 식량난과 기근 문제에 대해 논의를 했습니다.
미얀마의 식량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유엔개발계획(UNDP)에서는 미얀마의 라카인 주가 전례 없는 재난의 벼랑에 서 있다며 현 상황이 지속되면 내년 중반에는 기근 상태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유엔은 식량 위기 수준을 심각도에 따라 '정상', '경고', '위기', '비상', '기근' 등 5단계로 분류하는데, 기근은 최악의 식량 위기 상황을 뜻합니다.
스님은 현재 미얀마의 상황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미얀마에서 온 참가자들은 식량난이 매우 심각하다고 알려주었습니다.
“내전으로 인해 희생자가 어느 정도 생기고 있어요?
“매일 희생자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심각한 상황입니다.”
“JTS가 지금 당장이라도 식량을 지원하고 싶은데, 주민들에게 식량을 받으러 오라고 해서 사람이 많이 모이면 정부군이 바로 폭격을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모아서 식량을 나눠주는 방식은 현재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얼마 전에는 식량을 받으러 절에 모인 사람들을 폭격해서 어린이를 포함하여 30명이 죽었습니다. 그래서 집집마다 방문해서 식량을 나눠주어야 합니다.”
“뉴스를 보니까 라카인 주 전체가 지금 식량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고 보도가 나오던데요. 사실입니까?”
“네, 맞습니다. 라카인 주 전체가 식량이 부족한데, 그중에서 두 곳이 가장 어렵습니다. 첫째, 방글라데시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입니다. 왜냐하면 거리가 멀어서 구호품이 들어오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둘째, 큰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어렵습니다. 큰 도시는 군부가 완전히 장악하고 있어서 지상으로는 아무런 지원도 할 수 없고, 오직 비행기로만 군부의 식량을 공급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곳곳에 희생자가 생기는데 미디어에 나오지도 않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스님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선을 다해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제안했습니다.
“라카인 주의 여러 원주민들의 생활이 안정될 때 로힝야 난민 중 일부가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라카인 주의 안정화를 위해 어떤 지원을 할 수 있을지 JTS에서도 계속 알아보고 있습니다. 지금 UNHCR과 협력하여 난민들을 여러 나라로 분산시키고, 일부는 미얀마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중입니다. 로힝야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얼마라도 난민이 미얀마로 돌아가야 다른 나라들도 난민을 받아들일 명분이 생깁니다. 로힝야 난민 문제가 해결되면 미얀마 문제도 해결하기가 수월해집니다. 그래서 저도 로힝야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내일모레는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에 가서 로힝야 난민캠프에 비누 636만 개를 지원하는 전달식을 합니다. 약 40%의 난민 캠프 거주자가 14세 이하의 아이들이지만, 전혀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입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잘 견디어 냅시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면 조금씩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미팅을 마쳤습니다.
오후 1시 40분에는 1층 홀로 이동하여 INEB 이사인 고탐 님과 미팅을 했습니다. 고탐 님은 이번 INEB 컨퍼런스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사람 중 한 명인데요. 이번 컨퍼런스의 핵심 취지에 대해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고탐 님은 남인도에서 이어지는 해상교역로가 동남아시아로 불교를 전파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하면서, 달리트(천민) 계층에게 이런 불교 유산을 가르쳐주는 것이 그들의 자신감 회복에 매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남인도에서 시작되는 해상 교역로는 불교가 전파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 교역로를 통해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와의 역사적 연결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달리트(천민) 계층에게 남인도의 불교 유산과 고고학적 역사를 가르쳐야 합니다. 달리트 계층이 이런 불교의 역사를 알지 못하면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가 됩니다. 불교 역사를 통해 그들의 정체성과 자신감을 되찾도록 해야 합니다. 카스트 제도는 모든 사람을 분리했지만, 불교를 통해 우리는 일본, 한국 등 전 세계 사람들을 형제자매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남인도의 불교 유산과 이를 현대적 맥락에서 재조명하고자 하는 고탐 님의 노력에 스님도 깊이 공감하며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한국에서도 통도사에 있는 한 스님이 해상 교역로를 통해 전파된 가야 불교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서로 교류가 될 수 있게 제가 연결시켜 드리겠습니다. 가야에 불교가 전래되기 이전에 이미 아요디아 왕국과 가야 왕국 사이에 해상 교역이 아주 활발했을 겁니다. 그 루트를 따라서 아요디아 왕국의 공주와 장유 화상이 가야로 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이어서 오후 2시 10분부터는 INEB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하르샤(Harsha) 님과 미팅을 했습니다. 하르샤 님은 스리랑카에 며칠 전 큰 홍수가 나서 도움을 주고 오느라 행사장에 늦게 도착했다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는 주 캐나다 스리랑카 대사직을 그만두고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며 근황을 이야기했습니다.
“대사직을 그만두니까 어때요?”
“매우 가벼워졌습니다. 몸무게가 20kg이나 빠졌습니다.” (웃음)
하르샤 님은 로힝야 난민 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만 로힝야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더 집중하고 있어요. “
스님은 주변 국가들이 난민을 분산 수용하는 해결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일부는 미얀마로 돌아가고, 일부는 방글라데시에 남으며, 나머지는 말레이시아와 같은 다른 나라로 분산되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교육받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난민들이 초등학교 교육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 외에도 스님은 기후 변화 문제, 종교 간의 화해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눈 후 미팅을 마쳤습니다.
오후 4시부터는 한국 시청자들을 위해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할 예정이었으나 행사장에 인터넷이 잘 안 되었습니다.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외부 장소를 알아보았지만 마땅한 곳이 없어서 생방송을 포기하고 녹화본을 틀기로 조정을 했습니다.
대신 스님은 불참하려고 했던 오후 프로그램에 참석했습니다. 컨퍼런스 참가자 전체가 모여서 각 세션 별로 토론한 내용을 서로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세션 1에서는 소외된 이들을 위한 포용적 사회 구축에 대해 소그룹으로 나누어 토론을 했는데요 그룹별로 한 사람씩 나와 토론 내용을 나누어주었습니다. 한 그룹에서는 인도 사회에서 소외받고 있는 달리트 계층에 대한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달리트 계층은 역사적으로 불교를 통해 정체성과 자립을 회복해 왔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전통을 이어가며, 교육과 직업 기회를 통해 그들의 사회적 위치를 강화해야 합니다. 우리 그룹에서는 교육 센터와 직업 훈련소를 통해 달리트 청년들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구체적인 사례를 서로 공유했습니다.”
세션 2에서는 생태적인 사원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토론을 했습니다. 특히 미얀마에서 시작된 작은 규모의 에코 템플 프로젝트가 현재 일본과 동남아시아로 확산된 사례를 공유해 주었습니다.
“에코 템플 프로젝트는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천 가능한 행동 모델입니다. 미얀마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는 재활용 가능한 건축 자재를 활용해 사원 건설과 지역 주민의 생계유지에 기여했습니다. 일본의 한 에코 템플은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도입해 지역 사회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메타 가든 프로젝트로 확대되어 지역 생태계를 복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기농 재배와 재활용 자원을 활용해 지역 주민들이 직접 환경을 돌볼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세션 3에서는 불교 유산 보전에 대해 토론을 했습니다. 불교 유산을 보존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구체적 사례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남인도의 아마라바티 지역에서 발견된 고대 불교 유적은 이를 보존하기 위한 지역 커뮤니티의 노력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남인도 텔랑가나 지역의 불상 복원 작업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유산을 보호하며 경제적 자립도 함께 도모하는 사례입니다.”
스님은 참가자들이 발표하는 내용을 집중해서 경청했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이 끝나고 6시가 되어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저녁에는 전체가 참가하는 프로그램은 없고, 참가자들끼리 개별적으로 교류하거나 휴식을 했습니다. 스님은 어제 밤새 비행기를 타고 온 데다 감기 기운이 심해서 휴식을 하기로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25일 포항에서 열린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에서 질문자와 스님이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사람을 만나면 분노 조절이 안 됩니다
“제가 40대 후반부터 화가 좀 많아졌습니다. 50대 중반이 되니 분노 조절이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경우가 없거나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직장 동료나 이웃들, 친구들 간에 갈등이 있을 때 그 정도가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신경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아볼까 싶긴 한데요. 우리 집사람은 저에게 갱년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하는데, 이게 과연 맞는 건지 궁금합니다.”
“그건 의사한테 가서 진찰을 한번 받아봐야 알죠. 예를 들어 소화가 잘 안 된다고 하면 내과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고, 눈이 침침하면 안과에 가서 검사를 해보듯이, 정신적인 문제도 진찰을 받아봐야 합니다. 원래부터 화가 자주 난다고 하면 성질이 더러워서 그런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 예전보다 화가 자주 난다고 하면 정신과에 가서 체크를 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의사가 ‘갱년기 장애입니다’ 하고 진단을 하면 그에 맞는 약을 줄 거예요. 신경이 예민해질 때 주로 처방해 주는 약이 신경안정제입니다. 그래서 정신과 약을 먹으면 졸리고 자꾸 멍해지는 것 같아서 사람들이 안 먹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현재 정신 질환은 특별한 치료약이 없습니다. 정신적인 작용은 아직 정확하게 규명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정신적인 작용 또한 물질적인 작용을 기반으로 일어나는 게 많아요. 호르몬 분비라든지 어떤 물질의 분비가 너무 많아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반대로 물질의 분비가 너무 적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갱년기가 되면서 호르몬 분비가 너무 적어지거나 너무 많아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에게 딱 맞는 약은 아직 없어요. 그래서 정신과 약은 1주일 혹은 2주일 간격으로 바꾸어 가면서 3개월 정도는 직접 먹어보면서 조절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치료를 받는 방법이 제일 쉬운 방법입니다. 약만 먹으면 되니까요.”
“약을 먹고 싶어서 여쭤본 게 아닙니다. 자연적으로 치료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약도 자연에서 나온 물질이에요. 약을 먹는 게 제일 쉽습니다. 자연스럽게 치료되길 원한다는 말은 아무 노력도 안 하고 치료하고 싶다는 뜻이에요?”
“그건 아니고, 템플 스테이를 한다든가 하는 방법도 있잖아요.”
“템플 스테이를 할 때는 옆에서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으니까 증상이 안 나타납니다. 그게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적반하장 격인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할 때 화가 일어나는 것 아니에요? 템플 스테이를 가서 조용히 앉아 있는데 화가 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마음의 안식을 찾다 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서요.”
“템플 스테이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다시 적반하장 격인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면 똑같은 일이 또 반복돼요. 물론 증상이 심하면 템플 스테이가 약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과 직접 부딪히지 않지만 집에서 혼자 있어도 화가 날 정도면 템플 스테이가 도움이 됩니다. 사람들을 매일매일 만나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도저히 견디기 어렵다면, 주말에 절에 가서 지내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그 방법은 다리가 너무 아프면 잠깐 앉아서 쉬는 것과 같이 근본적인 치료법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결론은 병원에 가라는 말씀인가요?”
“첫째, 가능하면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을 안 만나는 게 제일 좋습니다. 그 사람이 문제라는 게 아니라, 내가 그런 사람을 보면 자꾸 핏대가 서니까 피하는 게 좋다는 뜻입니다. 둘째, 신경정신과에 가서 검사를 해보고 약을 먹어서 좋아진다고 하면 굳이 수행한다고 애쓸 필요가 없잖아요. 약을 먹어도 해결이 안 되면 그다음 단계로 가야겠지만요. 그래서 병원에 가보라는 것이지 법륜 스님이 무슨 병원에 커넥션이 있어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셋째, 자가 치료를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육체적으로는 많이 걷는 게 도움이 됩니다. 매일 만보 정도를 걷거나, 그에 버금가는 활동으로 매일 300배 절을 하는 겁니다. 두 가지가 서로 운동량이 비슷합니다. 만보는 7km를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걷는 거리입니다. 300배 절을 하면 대략 1시간 정도 걸리는데, 절을 하는 게 걷는 것보다 힘이 좀 더 듭니다. 하체가 건강하면 정신적인 건강에 매우 도움이 된다고 현재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신경쇠약이 생기면 산에 가서 지게 지고 나무를 하면서 몇 달 살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이치적으로 설명하자면, 화가 난다는 것은 ‘내가 옳다’는 생각이 강해졌다는 뜻입니다. 젊을 때는 ‘내가 옳다’ 하는 생각이 강했다 하더라도 나이가 들면 ‘그게 그거다’ 하면서 화가 별로 나지 않게 됩니다. 젊을 때는 ‘이게 옳다’ 하고 살게 되지만, 한 30년 후에 늙어서 돌아보면 이거나 저거나 별 차이가 없거든요. 돌이켜보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에게 손해를 끼치고, 내가 싫어하는 사람도 별로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돌아보면, 옳고 그르고, 잘했고 잘못했고 따지는 게 별로 의미가 없어져요. 그래서 나이가 들면 사람이 너그러워집니다. 젊을 때는 남자든 여자든 얼굴이 얼마나 예쁜지를 따졌는데, 70대가 되어서 남편이나 아내의 얼굴을 쳐다보면 어때요? 그 얼굴이 그 얼굴이에요. (웃음)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거꾸로 가고 있어요. 나이가 들수록 더 옳고 그름을 따진다는 것은 질문자가 ‘내가 옳다’ 하는 생각을 계속 붙들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잣대가 점점 강화되어 가고 있는 거예요. 그러다가 더 늙으면 고생합니다. 지금은 몇몇 적반하장 격인 사람만 못 봐주지만, 점점 아내한테도 잔소리를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한 10년만 더 지나면 아내가 이사 갈 때 질문자를 놔두고 가버립니다. (웃음)
사람의 생각, 이념, 믿음은 서로 다를 뿐입니다. 누가 옳고 그른지 너무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이걸 자각해야 합니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 이런 생각이 상대를 악마화시키는 거예요. 악마는 죽여도 된다는 생각이 드니까 전쟁이 일어나는 겁니다. 물론 질문자는 아직 폭력까지는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남이 하는 꼴을 보고 ‘저런 것들은 뒤통수라도 한 대 때려줬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면, 옳고 그름을 너무 따지고 있는 거예요. 서로 다르다는 것은 그 사람이 하는 행동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인정을 하는 겁니다. 이런 자세를 가지면 화가 덜 납니다. 오늘 법문을 듣고 ‘아, 그렇구나’ 해도 오랜 습관인 까르마가 있어서 다시 그런 꼴을 보면 화가 팍 나게 됩니다. 그럴 때는 그 사람을 탓하지 말고 나를 봐야 돼요. ‘내가 또 시비하고 있구나’ 이렇게 자꾸 자각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부족합니다’ 하면서 절을 많이 하면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절을 하려면 다리가 많이 아프잖아요. 병원 처방을 받아서 약만 딱 먹어 버리면 끝인데, 그게 더 쉽지 않나요? 그래서 이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하면 제일 좋습니다.
화나게 하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다면 안 만나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회사 관계나 가족 관계처럼 안 만날 수 없는 사람이라면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고 안정제를 먹어서 도움을 받는 게 필요합니다. 그런데 안정제도 갈수록 약효가 떨어지니까 많이 걷거나 절을 해서 정신을 좀 건강하게 하는 게 필요합니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는 근본적인 치유법은 ‘서로 다를 뿐이다’ 하고 자각하는 연습을 하는 겁니다. 상대와 내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자세를 자꾸 연습하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현재 첸나이에는 사이클론 폭풍이 상륙해서 많은 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내일은 유적지 답사가 예정되어 있지만 취소될 경우 컨퍼런스 참가자들과 함께 인도 4대 박물관 중 하나인 첸나이 정부 박물관을 관람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