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왕국의 이름 없는 젊은이였다.
그가 누워있는 곳은 무너진 성벽의 작은 틈 아래.
작지만 행복한 가정을 가지고, 얼굴도 보지 못한 아이를 남겨두고
젊은이는 영주들 간의 다툼 속에서 조용히, 그러나 애석함만을 남긴 채
잠들어가고 있었다.
나의 삶이여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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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5년 겨울 - 왕국력 19년 겨울
귀족회의[Council of Nobles]. 왕과 그의 측근들을 구성원으로 하는 그 회의는 왕의 자문기관을 목적으로 구성되었다.
필요에 따라 수시로 개회되며 왕국의 이익을 목적으로 단기적 혹은, 장기적인 방침을 결정한다.
"그럼 이번 회의의 결과대로 밀란[Milan]과의 외교적 접촉을 시도하기로 하지, 별다른 의견이 없다면
이쯤에서 폐회를 했으면 싶군. 벽난로가 있다지만 꽤나 추워, 늙었지만 따듯한 아내의 품이 절로 그리워지는군."
역시 젊었을 적 전장에서 풍류를 읊던 걸출한 인물. 윌리엄은 농담으로 딱딱한 회의를 마무리 짓고 일어섰다.
그러나 윌리엄의 말은 꼭 농담만은 아니었으리라. 대륙의 북쪽, 잉글랜드의 겨울은 상당히 춥다.
겨울 바닷바람은 살을 에는 듯 했으며 눈도 하루가 멀다 하고 내리는 추세였다.
백성들과 국왕은 이런 맹추위의 겨울을 보내는 고통을 매년 겪어야 했지만
왕국과 가까운 대륙의 영주들은 "평야는 부족하고 겨울엔 춥기 만한 불모지.'라며 침략하기를 꺼렸고 그런 평가 덕에
다행히 국왕은 매년 치안을 안정시키기엔 용이했다.
한동안 전쟁이 없는 평화가 지속되었다. 그러나 실제론 평화를 가장한 준전시 체제의 연속이었다.
몇 년 전의 원정으로 왕국의 영토 가된 요크[York], 렌[Rennes]은 각각 체계적으로 요새화, 병참기지화 되어가고 있었으며
본토와의 연락이 두절됐을 경우를 대비하여 이미 몇 년분의 발전계획까지 만들어져 있었다.
새로운 영지로 인해 국고가 넘쳐나면 좋겠지만, 사실은 반대였다. 이 문제를 타개하기위해
윌리엄은 수도런던과 군사요새 노팅엄 일대를 개간하기 시작했다. 계획은 성공적이었고 그 사이 맺어진
프랑스와 스코틀랜드와의 무역협정으로 어떻게든 국고를 흑자로 돌릴 수 있게 됐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을 보내며 국가의 기반이 다져져질수록 윌리엄은 대륙의 국가와의 교류할 필요성을 느꼈다.
교황성하를 만나 뵙고 잉글랜드와 자신의 왕자들의 세례를 위한 신부를 초빙하고
대륙 각지의 국가들과 무역협정을 체결하여 국고를 늘리면서 대륙 전체의 정보를 수집해야한다며 귀족회의를
소집한 것 이다. 이미 외교 관계가 성립된 프랑스이외에 가장 먼저 접촉하게 될 국가는
많은 후보 중 이탈리아의 상업국가 밀란으로 낙찰되었다. 그가 잉글랜드의 왕이 된 뒤론 친정을 하는 법이 없었기에,
왕의 칭호가 정복왕에서 감시자로 바뀌어 불리고 있었으나 그는 긴장의 연속인 외교전을 통해
잉글랜드의 국익을 도모할 생각뿐이었고 차근차근 다음의 계획을 세워나갔다.
1091년 겨울 - 왕국력 25년 겨울
교황성하를 알현하기 위해 보냈던 외교관[Diplomat]에게서 소식이 도착했다. 과거 카노사에서 있었던 하인리히4세의 참회로
대륙의 국가들은 교황성하의 심기를 불편케 할까 두려웠기에 자연스레 불필요한 외교 사절의 발걸음은 뜸해졌고,
결국 그 사건 이후 교황령에 알현을 목적으로 정식적인 특사를 가장 먼저 파견한건 잉글랜드였다.
살풍경한 교황청에 계시던 그레고리우스 4세께선 아주 기뻐하시며 잉글랜드를 위해 직접 세례를 내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셨다. 앞으론 성 조지의 가호뿐만 아니라 교황성하의 축복으로 잉글랜드는 길이 번영하리라.
밀란, 신성로마제국과 외교를 시도한 윌리엄은 몇 년간 상인을 육성하기 위한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정복활동엔 흥미가 없는 듯, 내정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어떤 이는 '노쇠한 왕은 두려움에 휩싸여 전쟁을 하지 않게 됐다.'라고 했으며
또 어떤 이는 '이단 마법사와 함께 매일 사탄에게 기도드리기에 바쁜 미치광이가 됐다.'라며 윌리엄을 비난하고 모욕했다.
그러나 왕국의 국고는 착실히 늘어나고 있었으며, 국왕은 이미 다음 단계의 계획을 진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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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후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번편엔 전쟁이 없습니다 =_=...;
1화를 다시 읽어보니까 좀 길기도 하고.. 전투신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내정부분으로 눈을 약간 돌려봤습니다만.. 땜질하는 이야기 밖에 없군요 ㅡㅠ..
하지만!! 무언가를 암시하는 마지막 부분, 기대해주세요!!
흐흑.. 전쟁이 없다고 돌맞을것 같사옵니다 OTL
첫댓글 재밌네요 그다음 왕은 정복왕? 학살왕? 크루세이더?
영감님의 파워업의 가능성도 버릴수야 없지요!
정복왕 윌리엄. 후엔 헨리와 루퍼스, 로버트도 나오겠군요. 셋에 얽힌 이야기는 참 재미있죠.
2화까지 한번 언급밖에 되지 않았던 헨리.. 후후훗, 게임하면서 열심히 괴롭혀 주고 있다죠
괜찮아요.^^ 솔직히 British!!끝나고 볼거 없었는데 요즘에 이거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정말 기대되는 작품.
감사합니다 ^^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죠!
그리 죄송할것 까지야 없지요^^ 펜대는 Thnato 님이 쥐고 계신데요 뭘 ^^ 그리고 앞의 프롤로그 아주 괜찮네요. 나의 삶이여 안녕히~ 굿!
잠깐 떠오른걸 그대로 적어봤는데 호평 감사합니다 ^^ 전쟁만으로 얼룩진 소설을 쓰고 싶지 않았어요 =_=;;
이런 부분이 있어야 후반에 더 재미있는 법이죠 =ㅁ=b
덧글 감사합니다 ^^ 열심히 써보겠어요!
노래 좋다.....
하하.. 배경음 고르는 시간이 소설 쓰는 시간과 비등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_=;